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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산마니즘

작성일201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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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좋아하는 노래를 검색하다 문뜩 커뮤니티에 댓글을 단다. 영화를 보면서 트윗질을 한다.

이것저것 한꺼번에 처리하지만 머릿속에 남은 게 없다. 멀티테스킹이라 쓰고 산만함이라 읽는다. 

 

 

윈도우 98을 처음 사용했을 때 엄청난 자유로움을 만끽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두세 개 창을 한꺼번에 열어서 사용할 수 있다니! 도스 시절엔 검색만 하든가, 음악만 들어야 했지만 윈도우 98에선 모든 걸 한꺼번에 할 수 있었다. 원래 텔레비전을 켜놓고 책 보는 산만했던 사람이라, 윈도우의 멀티테스킹은 매력적이었다.

진화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산만한 존재다. 수풀이 움직일 때 우직이 물만 마시던 원시인은 이미 사잣밥이 됐고, 뭔가 싶어 쳐다봤던 원시인이 살아남아 우리 조상이 될 수 있었다. 우리 유전자에 이미 산만함이 새겨져 있다는 게 진화심리학자들의 논리다. 복잡한 논리를 들이대지 않아도 산만함이 자연스럽다는 건 꼬마들이 하는 짓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꼬마들은 한시도 가만있지 못한다.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다가도 금세 지겹다고 엄마를 찾는다.

 

자연스러운 산만함

어떻게 보면 교육 과정이란 건 그 산만함을 줄이고 집중력을 키우는 부(不)자연스러운 행위다. 어머니는 항상 “집중해라! 콘센트레이트!”라며 영어로까지 집중력을 강조하셨다. 학교에선 꼼짝없이 50분씩 앉아있어야 했는데, 어찌나 몸이 뒤틀리는지 점심시간 5분 전이면 하반신은 이미 의자에서 벗어나 문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부자연스러운 교육이 괴롭기만 했느냐면 그건 아니다. 어려운 책도 꿋꿋이 읽어낼 수 있는 능력, 지겨운 카메라 사용법을 배울 집중력은 모두 산만함을 이겨낸 끝에 가지게 된 것이다.

그랬던 정신이 컴퓨터와 윈도우를 만나면서 산만함으로 다시 풀어졌다. 대학 입학 후 여가를 컴퓨터로 ‘이것저것’하며 보냈다. 게임 좀, 드라마 좀 ,즐겨찾기 사이트 체크 이런 식으로. 쏜살같이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고 남은 건 약간의 컴퓨터 사용 스킬과 약간의 잡다한 지식이었다.

 

디지털 네이티브, 재주만 부리다

경영학자 돈 스탭콧은 저서 ‘디지털 네이티브’에서 내가 날렸다고 생각한 1년이 아까운 시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는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어릴 때부터 즐겨온 세대란 뜻으로, 스탭콧은 이들의 지식과 경험은 엄청나게 확장됐고, 웹상의 수많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조직해 새로운 것들을 창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웹 2.0이 대표적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전 세계적인 커뮤니티를 만든 것도 디지털 네이티브의 능력 때문이라는 것인데, 굉장히 솔깃하지만 사실은 아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번다는 말처럼. 온갖 웹 2.0이 판을 쳐도 두둑해지는 건 기업 주머니요. 가벼워지는 건 돈만 쓰는 젊은이 주머니다. 웹 2.0을 기반을 성공하는 20대들을 살펴보면 전통적인 교육을 통해 이미 능력을 숙련시켜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취재했던 IT 벤처의 20대들은 소위 학력도 제법 좋다. 책도 많이 보고, 전공 공부도 많이 한다. 인터넷에서 그냥 보내는 시간은 없다.

 

곡예 하는 뇌

IT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는 저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뇌가소성’을 이야기했다. 뇌가소성이란,

뇌가 고정된 기관이 아닌 어떤 식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기관이란 뜻이다. 니콜라스 카는 해양동물 군소의 자극 실험부터 시각 장애인들의 뇌 활성화 검사까지 여러 실험 결과를 통해 뇌란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변하는 존재임을 논증해냈다. 그리고 SNS, 인터넷 검색 등을 비롯한 디지털 라이프가 인간의 뇌를 집중하지 못하는 쪽으로 만들고 있다고 경고한다. 인터넷 자체가 산만함을 조장하는 시스템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했는데, 수많은 링크, 화면 아래 대기창, 메일이 왔다는 신호 등에 자극받으면서 집중을 한다는 자체가 신기한 일이다. 

책 속엔 얼핑 주(Erping Zhu) 연구원이 실험했던 링크 개수와 이해력 관계 실험이 들어 있다. 두 실험 그룹이 서로 다른 숫자의 링크가 걸린 온라인 글을 읽었다. 결론은 간단했다. 링크가 많아질수록 글의 이해도는 떨어진다는 것. 이런 일은 개인적으로도 경험했다. 여자친구가 잠시 아르바이트 삼아 글 기고를 하면서너무나 많은 시간이 소모하는 게 아닌가. 원인을 파악하니 자료 조사 차원에서 자꾸 인터넷 검색을 했기 때문이었다. 링크를 선택하고 그 안의 내용을 파악하고 다시 본래의 글로 돌아오는 사이 주의력은 산산이 흩어졌다. 그래서 결론은 자료 조사를 미리 한 다음 인터넷이 안 되는 커피숍에서 글을 쓰는 거였다. 글쓰기뿐이 아니라 무언가 집중해야 익혀야 할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기기의 산만함은 방해가 된다.

 

창조력은 이렇게

통찰력과 창조력은 어디서 오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니콜라스 카는 장기 기억을 개념적 스키마로 이어 붙이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즉, 중요한 것들을 자세히 기억한 후 그 기억들이 연결되며 생각이 깊어진다는 뜻이다. 미디어 칼럼니스트 윌리엄 파워스 역시 저서 ‘속도에서 깊이로’에서 천천히 두고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자기 집 인터넷을 일정 기간 끊는 실험을 소개했다. 니콜라스 카나 윌리엄 파워스 모두 뉴미디어를 연구하는 학자다. 이들 역시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당신에게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강변하지도 않는다. 다만 디지털 미디어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절제해 쓸 때, 이를 통해 얻은 지식이 머릿속에서 더 창의적으로 조합된다는 게 지식인들이 던지는 메시지다. 

 

 

더 읽고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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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원제는 ‘the shallows’. 니콜라스 카는 디지털 미디어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모든 걸 피상적으로만 알게 된다고 설명한다. 생각이 얇아(shallow)진다는 것. 컴퓨터 스크린이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하지만, 그 정보들은 짧고 간단한 지식의 알갱이일 뿐이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페달을 누르며 얄팍한 지식 알갱이를 받아먹는 실험용 생쥐가 됐다는 니콜라스 카의 살벌한 경고가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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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에서 깊이로 (윌리엄 파워스)

디지털 미디어에 대응하는 현실적인 방식을 7개의 역사 속 사례로 풀어낸 책이다. 윌리엄 파워스 자신도 디지털 미디어에 취해 지내다가 문제점을 깨닫고 스스로 언커넥티트(인터넷 끊기) 실험을 진행한다. 인간이란 의외로 환경에 의지하는 동물이어서 그냥 마음만 먹는다고 바뀌지 않는다. 마음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 물론 저자 역시 바꿔야 하는 이유를 스스로 확신시키는 게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대학내일에서 영현대에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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