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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어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다?

작성일2011.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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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내 친구는 “10억만 있으면 진짜 대박 치는 사업 할 수 있는데”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하지만 사업은 아무나 하나. 밑천이 있는 사람이 하는 거 아닌가 산수유 회장님이 요즘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아, 사업아이템이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시작할 자금이 없네”라는 말을 절로 하셨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말 돈이 있어야만 창업할 수 있나 기발한 아이디어만으로 사업할 순 없나 정말로 ‘유전창업, 무전취업’이라면 너무 슬프잖아.

 

 

“돈 없으면, 창업 꿈꾸지마”

얼마 전, 대외 활동에서 만났던 한 후배와 오랜만에 술자리에서 마주했다. 벌써 4학년이 됐다기에, “취업 준비는 잘 돼 가냐”고 물었다. 그런데 후배는 덜컥 “창업을 할 예정”이란다. “창업 자본금은” “없는데요(웃음). 대신 아이디어가 좋아요. 들어보실래요”‘아뿔싸!’ 수없이 창업 관련 기사를 써왔지만, 설마 내 주변에서 무모한 도전에 나서는 사람이 나올 줄은 몰랐다. 바보 같으니. 난 술자리에서 후배에게 ‘창업은 환상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해야 했다. 

내가 만났던 한 소셜커머스 대표는 아이디어와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하지만 법 쪽으로는 문외한이라 ‘사업자 등록’을 하는데 필요한 서류를 들고 구청을 들락거리느라 며칠을 보내야 했고, 또 어떤 날은 나와 같은 기자를 만나며 홍보에도 신경 써야 했고, 또 어느 날은 세금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세무서를 가야 했다. 다른 벤처 기업도 비슷한 문제로 고민을 겪었다. 홈스테이 관련 창업자들은 벤처학과 출신으로 여러 분야별 전공자가 모여 탄탄한 대비를 했다. 하지만 정작 홈페이지를 수준 높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없어, 외주 제작을 의뢰했다가 사기를 당하기도 했단다.

결국 아무리 좋은 아이템이라도, 정작 창업을 하고 나면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간혹 뉴스에 등장하는, 그리고 내가 취재했던 성공 창업 사례 그건 조직이 잘 구성돼 있고, 초기 자본금이 넉넉한 사례가 대부분이다. 결국 창업은 ‘돈’ 싸움이 아닌가.                                                        

그래서 그날 난 “아이디어만으론 창업할 수 없다”고 후배에게 부단히 강조했다. 마주친 술잔 수만큼 반복했던 내 설득이 먹혔는지 후배는 “창업을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며 내게 “알려줘서 고맙다”고도 했다. 그날 난 ‘한 사람 살렸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술이 깬 다음 날 난 스스로에게 되묻기 시작했다. ‘정말 아이디어만으로 창업을 할 수는 없을까’ ‘소규모 자본으로도 창업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텐데’ 창업 기사를 쓴다는 기자라면서, 설마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큰 규모의 자본 없이도,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창업 사례를 찾기로 했다.

 

 


MT, 어디로 갈 거니

하지만 역시나 냉정하게 평가해서, 아이디어만으로 창업하는 사례는 정말 많지 않았다. ‘소규모 자본’이란 수식어가 함께하는 창업의 종류는 커피숍, 음식점, 의류업이 대부분인데, 이러한 사업들은 아무리 소규모 점포라 할지라도, 보이지 않는 자본, ‘권리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한 회사가 불현듯 떠올랐다. 스크랩북을 뒤져 ‘언젠가는 취재하리라’ 마음먹었던 창업 관련 기사들 속에 1년 넘게 잠들어 있던 대학생 창업 회사 ‘MTDirect(엠티다이렉트)’를 찾아냈다. 엠티다이렉트는 현재 전북대, 전주대, 전주교대, 원광대 등 전북권을 기점으로 활동하고 있는, MT를 빠르고 쉽게 컨설팅 해주는 컨설팅 기업이다. 쉽게 말해 MT를 떠나려는 동아리와 숙박 업체를 연결시켜주는 회사다. 생각해보니, 매번 MT를 갈 때마다 좋은 민박집과 적당한 가격을 찾으려 미치도록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아, 어떻게 이런 사업을 생각해냈을까

엠티다이렉트 박지윤(전북대 회계학 10) 대표는 “올바른 대학 문화를 만들기 위해 시작했다”고 했다. 소위 ‘마시고 토한다’로 통하는 MT 문화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다섯 명의 디렉터(박지윤, 황호준, 황수현, 박규현, 이눈솔)로 구성된 엠티다이렉트는 MT를 떠나려는 단체의 인원과 예산, 이동 거리 및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최적의 장소를 추천해준다. 물론 버스를 이용해 이동을 돕기도 한다.

물론 엠티다이렉트 역시 아이디어만으로 성공한 사업은 아니다. “MT를 저렴하게 갈 수 있는 코스와 장소만 소개한다면 여행사의 여행 상품과 다른 게 없잖아요.” 그들은 주 고객층이 대학생이라는 점에 착안해, 부담을 덜어주고자 숙박업체와 협의하여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MT를 이용할 수 있게 하기도 하며, 방학 때는 대학생들을 위한 프로젝트를 열기도 한다. 이 같은 엠티다이렉트의 사업은 MT를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쏟던 학생들에게 좋은 대안이 돼서, 올해 3월만 해도 20건이 넘는 MT 컨설팅 의뢰가 들어올 정도로 꾸준히 반응을 얻고 있다. 이렇게 대학생만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창업한 엠티다이렉트의 창업 비용은 단돈 50만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부한 창업 사례다.  

 

 


학교 앞 가게에서도 쿠폰을 쓴다

또 하나의 사례로 찾은 ‘아이엠궁’은 지난해 한 강연회에서 만났던 기업이었다. 당시 충남대학교 앞 궁동 로데오거리의 상권 문화를 바꾸려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소개하던 기억이 났다. 과연 그들이 외쳤던 대로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왠지 창업에 큰 비용이 소요되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아이엠궁’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역시나, 그들은 불과 일 년 사이에 안정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유명해져 있는 상태였다. 

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에 재학 중인 박세상씨는 “홍대때문에 시작하게 됐다”며 아이엠궁이 만들어진 배경을 설명했다. “놀 곳도 많고 할 것도 많은 홍대, 대학생들의 도전 문화가 매일 새롭게 펼쳐지는 홍대가 부러웠지요. 궁동의 침체된 상권을 활기차게 바꾸고 싶었고요. 아이엠궁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처음에는 ‘품앗이 쿠폰’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스파게티 가게에서 스파게티를 먹은 뒤 계산할 때 제공되는 쿠폰을 긁으면, 카페의 아메리카노가 무료 제공이 되고, 커피를 마신 뒤 받은 쿠폰을 긁으면 술집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거죠.”

요즘 연일 대박이라는 소셜커머스의 오프라인 버전이라고 하면 될까. 이러한 아이디어는 충남대 학생들로부터 곧바로 반응이 왔다. 2009년 9월, 사업을 시작하며 그들이 준비했던 쿠폰 2만장은 2달 만에 동이 났고, 11월에는 3만 5000장을 추가로 제작해야 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그들의 시도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이엠궁은 2008년, 충남대 뒤쪽으로 3500명을 수용하는 기숙사가 증축되면서 궁동 상권이 침체됐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기숙사에서 궁동 로데오거리까지는 걸어서 20분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위해 ‘Night Bus’를 운행하는 사업을 추가로 기획했고, 이는 늦은 시간 대학생들을 조금 더 궁동에 머물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외에도 홍대처럼 활발한 거리를 만들기 위해 ‘청년독립만세’와 같은 이벤트 행렬 및 각종 길거리 공연, 전시 문화 등을 기획하는 등 자본금으로 승부하는 사업이 아닌 다양한 아이디어로 사업의 영역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사업의 내용을 읽었다면 짐작했겠지만, 아이엠궁의 공식적인 초기 자본금은 역시 ‘0’원이었다. 초기에 쿠폰을 만드는 데 필요한 비용이나, 문화 공연을 위한 비용들은 자발적으로 3~4만원씩 걷어서 충당했고, 그렇게 큰 비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를 잘 활용할 수 있다면, 그리고 돈보다도 중요한 ‘사람’을 얻는다면 충분히 창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역시 사무실부터 시작해 책상, 의자, 심지어 조명까지 모두 기부 받은 거라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았거든요. 아이엠궁은 청년들의 에너지를 받고, 궁동의 사장님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그렇게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지긋지긋한 이사, 사업이 될 수 있다

대학생 시절, 기숙사와 자취방을 뺀질나게 오갔다. 돈 떨어지면 기숙사로, 답답해지면 자취로, 다시 개강하면 기숙사로, 방학 때면 친구의 자취방으로. 그럴 때마다 차를 소유한 친구를 왕처럼 모셔야 했고, 어떤 때는 콜밴을 부르기도 했으며, 한 번은 총학에서 리어카를 빌려 이삿짐을 나르기도 했다. 그래서 이삿짐을 나르려는 학생들에게 직접 용달차를 제공해 용돈을 버는 친구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이삿짐’은 분명 성가시고 귀찮은 존재였다.

1998년 미국 듀크대에 다니던 ‘아르노드 카센티’도 똑같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래서 그는 방학 때마다 짐을 옮기기에 지친 학생들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기숙사나 하숙촌 방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칼리지 박스 닷컴’을 창업하게 된다. 많은 자본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물건 운송은 배달 전문 업체인 ‘UPS’에 의뢰하고, 창고를 임대해 물건을 보관해주며, 필요한 인력은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고용했다. 즉 예약과 스케줄 관리만 회사에서 하고 나머지는 모두 ‘아웃소싱(외주)’으로 해결한 것이다. 얼핏 간단해 보이는 이 사업은 현재 약 2백만 달러 수준의 연간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아, 미처 몰랐지만 어느새 아이디어만 가지고도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충분한 자금이 있다면, 창업해도 된다.

하지만 돈이 없어도, 창업할 수 있다.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한 ‘밑천’이 될 것이다.

 

 

본 기사는 대학내일에서 영현대에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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