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근대로의 시간여행 - 군산에 가다

작성일2011.06.22

이미지 갯수image 13

작성자 : 기자단

가만히 걷다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 간 기분이다. 언뜻 일본의 어느 시골 동네에 와있는 듯한 기분도 든다. 하지만 군데군데 베어있는 우리스러움이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어딘지를 깨닫게 해준다. 한국의 근대사가 시간이 멈춘 듯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 군산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하루하루 무언가에 쫓기는 듯, 혹은 붕어빵 찍어내는 듯한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 발을 들인 다는 것은 묘한 설렘과 긴장감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런 두근거림을 가지고 도착한 군산은 여름의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고 있었다.

 

군산의 대표적인 여행코스로는 시내의 근대문화유산들과 은파관광지를 돌아보는 도심권과 금강철새조망대, 채만식 문학관등의 금강권, 방조제 개통 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새만금권이 있다. 당일치기의 일정으로 이 모든 곳을 다 돌아보기엔 무리가 있기에 필자는 금강권의 철새조망대에서 시작해서 시내를 돌고 은파관광지까지 가는 코스를 선택했다.

 

 

 

우선 본격적인 군산 여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바로 군산 전용 패스포트이다. 이젠 많은 관광지에서 실시하고 있어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스탬프 투어지만 군산시는 스탬프 북을 여권모양으로 만들어 특별한 재미를 더했다. 이 패스포트는 각 관광안내소 마다 비치 되어 있다. 스탬프 북 안에는 각 명소들의 간략한 정보와 함께 방문 인증 도장을 남길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 명소 25개소의 스탬프를 모두 찍으면 군산관광 명예홍보요원으로도 위촉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는 제작비 문제로 스탬프 북이 간소화돼서 초기에 생산된 패스포트는 물량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만약 이 스탬프 북을 소장하고 싶다면 빠른 시일 내에 군산을 방문해야 할 듯하다.

 

 

 

 

금강하구둑과 철새조망대는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기차를 타고 군산역에서 내렸다면 택시를 타고 기본요금으로 갈 수 있는 거리지만, 시내에 있는 터미널에선 바로 가는 교통편이 없어 버스를 타고 군산역까지 가서 택시로 갈아 타야 했다.     

 

금강의 바로 옆에 높게 새워져 있는 철새조망대는 전국 최초이자 최고의 매머드급 360도 회전식 조망대로 유유히 흐르는 금강과 길게 뻗은 하구둑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또한 금강이 국내 최대의 철새도래지인 만큼 겨울엔 각종 희귀 철새들이 수만 마리씩 모여드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조망시설 외에도 조류공원과 철새신체탐험관, 부화체험장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아이들과 함께 오면 좋을 것 같다. 다만 철새철이 아닌 비수기엔 자가용을 타고 들어가길 권한다. 역 근처에는 택시가 많아 들어가긴 쉽지만 돌아갈 땐 교통편이 없어서 힘들다.

 


 

다시 시내로 돌아와서 제일 먼저 향한 곳은 바로 군산 내항. 도착도 하기 전에 오랜만에 맡아보는 바다냄새가 먼저 반겨준다. 내항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줄지어 정박해있다. 많은 배들 사이엔 군산의 명물 중 하나인 부잔교가 눈에 띈다. 일명 뜬다리로 더 유명한 부잔교는 수위에 따라 떠오르고 가라앉아 서해의 큰 조수간만의 차에도 배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다. 일제시대 전라도 곡창지역에서 수탈한 쌀을 나르는 통로로 이용된 아픈 과거가 있지만 현재는 군산시민들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

 

 

 

군산내항의 바로 옆에는 부잔교와 상반된 과거를 가지고 있는 진포해양테마공원이 있다. 세계 최초의 함포해전으로 기록되는 진포대첩의 역사적 현장으로 고려 말 최무선 장군이 왜선 500여 척을 무찌른 자랑스러운 곳이다. 이곳은 현재 해군함선, 전투기 등 육해공군의 퇴역군장비 등을 전시해 테마공원으로 조성되어있는데 함선의 갑판에 올라 직접 포를 조준해볼 수도 있다.

 

 

 


진포해양테마공원을 나와 해안을 따라 나있는 해망로에는 우리나라 근대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건물들이 줄지어 있다. 이 길에서 제일 먼저 만나는 근대사의 흔적은 구 조선은행이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지배를 위한 대표적인 금융시설로 1923년에 일제 식민지 정책의 총본산이었던 조선은행의 군산지점으로 세워졌다. 이 건물은 일제시대의 군산을 배경으로 한 소설인 채만식의 탁류에 등장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길을 따라 걸으면 군산항의 개항 100주년을 기념하여 건립된 백년광장이 나오고 그 옆으로 또 다른 일제 식민의 흔적인 구 장기18은행이 보인다. 구 장기18은행은 나가사키에 본사를 두고 있던 은행으로 군산에는 1907년에 설립되어 조선에서 일곱번째 지점이 되었으며, 일본으로 미곡을 반출하고 토지를 강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금융기관이었다. 오랜 시간을 그대로 버티고 서있었던 만큼 훼손이 심해 현재는 구 조선은행과 함께 보수 공사 중이다. 철근과 그물에 가려 본래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아픈 과거라도 우리의 역사인 만큼 보존하려는 노력이 보여 좋았다. 구 장기18은행을 지나면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길의 풍경 속에 유독 눈에 띄는 화려한 건물을 볼 수 있는데 바로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이다.  아직 개관 전이지만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거리에 위치한 만큼 개관하면 꼭 들려봐야 할 필수 코스가 될 것 같다.

 

 


이 근대사 거리는 구 군산세관으로 끝이 난다. 마치 영화 세트장 같은 빨간 벽돌의 이 건물은 대한제국시절 국내 유일의 세관건물로 군산항을 통해 드나들던 물품에 대해 세금을 거두던 곳이다. 한국은행 본점, 서울역사와 함께 국내 현존하는 서양고전주의 3대 건축물에 속하고, 지붕은 고딕양식, 창문은 로마네스크 양식이며 현관의 처마를 끄집어 낸 것은 영국의 건축양식으로 전체적으로 유럽의 건축양식을 융합한 근세 일본 건축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구 군산세관의 내부에는 군산항의 100년 역사와 세관의 역사가 전시되어 있다.

 

 


진포해양테마공원부터 시작하는 해망로는 해안을 따라 월명산을 끼고 돈다. 이 월명산의 밑자락에 있는 해망굴은 해망령을 관통하는 터널로 수산물의 중심지인 해망동과 군산시내를 연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월명공원으로 가기 위해선 해망굴과 흥천사를 지나 월명산을 올라야 하는데 길은 산책로처럼 잘 닦여져 있지만 꽤 가파른 편이다. 월명공원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높게 세워진 군산의 상징 수시탑이 보인다. 하지만 월명공원의 진짜 매력은 바로 전망이다. 서쪽으로는 탁 트인 서해가 깔려있고, 동쪽으로는 군산의 시내가, 동북쪽으로는 장장 400km를 흘러온 금강과 하구둑이, 여기에 배들이 바쁘게 드나들고 활기 넘치는 외항의 모습까지 군산 전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월명공원에서 다시 시내로 내려와 골목골목을 헤집어 겨우 찾은 구 히로쓰 가옥. 일제시대 대규모 포목상이었던 일본인 히로쓰가 건축한 전형적인 일식가옥으로 지붕, 외벽마감, 내부, 정원 등이 세워질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건축사적 가치가 크다. 또한 이 주택은 영화 ‘장군의 아들’, ‘바람의 파이터’, ‘타짜’ 등 많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일본식 집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히로쓰가옥이라면 일본식 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동국사이다. 동국사는 우리나라에 남겨진 유일한 일본식 사찰로 화려한 단청이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아무런 장식이 없는 대웅전의 처마와 외벽의 많은 창문이 일본식 사찰의 특징을 보여준다.

 

 

 

시내를 한 바퀴 다 돌고 출출한 배를 채워줄 곳을 찾는다면 단연 이성당이다. 군산하면 빼놓을 수 없는 맛집이 이성당인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원래 일본인이 운영하던 서양식 제과점을 1945년에 한국인이 인수하여 이성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금까지 이어온 것이다. 맛은 두말할 것도 없고 가격도 일반 베이커리 체인점들과 비교해서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한 수준이다. 그래서 이곳에 들르는 손님들 하나같이 빵을 한 보따리씩 사가지고 간다. 쟁반마다 산처럼 쌓아놓아도 금방 동이 나고, 점심 이후쯤엔 남아있는 메뉴가 몇 개 없을 정도이다. 단팥빵과 야채빵 등 인기있는 메뉴는 하루에 천 개정도 팔린다고 한다. 군산에 왔으니 시간이 난다면 이성당의 빵을 맛보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른 문화재, 관광명소들은 대부분 개방시간이 5시까지여서 당일치기로 왔다면 오전부터 부지런히 돌아야 한다. 하지만 은파관광지만은 저녁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당일치기라면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정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햇살받은 물결이 반짝이는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은파라 불리는 이곳은 밤에도 아름답게 반짝인다. 은파관광지 안의 미제저수지를 가로지르는 물빛다리는 오색 찬란한 음악분수와 함께 빼어난 야경을 연출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370m의 물빛다리는 애기바우, 중바우, 개바우에 대한 설화를 배경으로 형상화한 보도 현수교이다. 음악에 맞춰 색이 바뀌는 물빛다리와 분수를 보고 있으면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른다. 봄에 오면 은파관광지 입구에 펼쳐진 벚꽃길의 장관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군산은 낡고 색 바랜 삽화 같은 느낌이었다. 겉은 낡고 헤졌지만 그 안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어 차마 버릴 수 없는 그런 삽화 말이다. 과거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낡은 건물들과 일본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일제의 흔적들.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느껴볼 수 있는 군산으로 한가로운 여름날에 과거로의 시간여행 한번 떠나보는 건 어떨까.

 


해당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영현대 저작권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며, 비영리 이용을 위해 퍼가실 경우 내용변경과 원저작자인 영현대 워터마크 표시 삭제는 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