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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 취하고, 정에 취한다 - 전주 막걸리골목을 가다

작성일201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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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요즘같이 비 오는 여름 밤이면 생각나는 시원한 막걸리 한잔. 우리나라 3대 막걸리 중 하나에 속하는 전주막걸리는 그 특유의 맛과 동네마다 옹기종기 모여있는 가게들, 그리고 한 주전자에 떡 하니 차려지는 안주상으로 유명하다. 어렵게 시간 내서 전주까지 여행 온 당신, 여기저기 잘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는데 해는 지고 이대로 그냥 돌아가긴 아쉬운가 그렇다면 바로 막걸리 골목으로 향해라.

 

어느 동네로 갈 건데

그렇다고 대뜸 네비게이션에 막걸리골목을 검색하거나 택시를 잡아타고 기사에게 막걸리골목으로 가달라고 했다면 네비도 기사도 당신을 바로 막걸리골목으로 데려다 주지 못할 것이다. 왜냐고 묻는다면 전주엔 막걸리 골목만 해도 여섯 군데가 있기 때문. 따라서 출발하기 전 어느 동네로 갈 것인 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전주에 있으니 다 똑같은 전주 막걸리 아냐 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 각 골목마다 즐길 수 있는 안주와 분위기는 가지각색이다.

 

- 경원동 막걸리골목

 

 

전주 한옥마을을 돌아본 뒤 지친 몸과 갈증을 풀어줄 가까운 막걸리를 찾는다면 경원동 막걸리골목을 추천한다. 한옥마을의 은행로를 따라 동부시장으로 이어지는 이 길은 동문상점가로 다양한 상점들이 이 길을 따라 줄지어있는데 그 사이사이에 막걸리 집들이 끼여있다. 이 길의 상점들은 다들 오래된 가게들이라 이 거리에 서면 꼭 어렸을 적 뛰어 놀던 동네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막걸리 집 역시 옛날식 정겨운 모습 그대로 이기 때문에 추억을 느끼기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 평화동 막걸리골목

 

 

평화동 꽃밭정이 네거리 한편과 코오롱 아파트 뒤쪽에서 전주막걸리 술 문화를 맛볼 수 있다. 차로 5~10분 거리에 모악산이 있어서 등산을 마치고 내려와 한 잔 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래서 그런지 분위기는 좀 걸쭉한 편이다. 막걸리 집 특유의 걸쭉한 분위기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 바로 옆에 삼천동 막걸리 골목이 인접해 있으니 두 곳을 비교해가며 마셔봐도 좋을 것 이다.

 

- 삼천동 막걸리골목

 

 

전주 막걸리골목의 원조이자 다른 막걸리골목들과 비교해 규모도 훨씬 큰 삼천동 막걸리골목은 삼익수영장 맞은편 골목과 도심공원 건너편 골목, 크게 두 곳으로 나눠져 있다. 이 두 골목 다 양 옆으로 온통 막걸리 집이 줄지어 있어서 가히 원조 막걸리골목이라 할 만하다. 맛깔스럽고 푸짐한 코스안주, 일명 전주식 안주 역시 삼천동 막걸리골목에서 시작된 것이다. 가장 많은 막걸리 집이 모여있어 어느 집을 들어가야 할지 꽤나 고민이 되겠지만 어느 집 문을 열고 들어가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 서신동 막걸리골목

 

 

삼계탕도 먹고 싶고 족발도 먹고 싶다면 서신동 막걸리타운을 찾아보면 어떨까. 서신동의 막걸리 집들은 기본안주로 삼계탕이 나오는 곳이 많다. 삼계탕이 기본안주라니, 다른 지역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전주에선 가능한 일. 다른 막걸리 골목의 안주들과 서신동만의 안주들을 비교하면서 맛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다. 서신동은 전주의 강남이라 불리는 곳인 만큼 손님 층이 젊은 편이다. 활기차고 젊은 분위기, 색다른 안주를 원한다면 서신동을 추천한다.

 

이 외에도 안도현 시인이 추천하는 홍어 삼합에 막걸리, 이른바 홍탁삼합을 맛볼 수 있는 효자동 막걸리골목과 역과 가까운 인후, 우아동 막걸리골목이 있다. 이제 전주의 막걸리골목들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했으니 이 중 어디를 갈지는 각자의 취향대로 선택하면 된다.

 

뭘로 마실래

 

 

어느 막걸리골목으로 갈지도 정했겠다. 맘에 드는 가게 하나 찍어 자리도 잡았겠다. 이제 주문만 남았는데 메뉴판이 이상하다 맑은 막걸리는 뭐고, 안주는 없는 건가 전주 막걸리 집에서 주문할 땐 맑은 막걸리로 할건지 일반 탁주인 쌀 막걸리로 할건지 만 정하면 된다. 맑은 막걸리란 전주에만 있는 막걸리로 막걸리 병을 냉장고에 일주일 정도 보관해 침전물을 가라앉혀 위쪽 술만 떠낸 것이다. 많이 마셔도 속이 편하고 다음날 두통도 없다. 게다가 단맛이 강하고 아주 부드럽기 때문에 여자들이 많이 찾는다. 하지만 순하다고 얕보는 건 금물, 맑다고 해도 도수는 일반 막걸리와 같기 때문에 주량에 맞춰 적당한 조절은 필요하다. 진한 막걸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맑은 막걸리가 싱겁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그럴 땐 쌀 막걸리를 추천한다. 둘 다 전주 막걸리를 즐기기엔 충분하니 이것도 취향대로 선택하면 그만. 이제 뭘 마실지 정했다면 이모에게 큰소리로 소리치자. “여기 맑은 걸로 한 주전자요~!”

 

안주는 주문 안받아~

막걸리는 시켰는데 안주는 전주는 안주 주문이 따로 필요 없다. 막걸리를 시키면 안주는 기본 안주로 자동으로 나온다. 전주 막걸리골목이 유명한 것에 푸짐한 안주가 큰 몫을 차지하는데 막걸리 한 주전자에 나오는 안주로는 김이 모락모락나는 얼큰한 육개장부터 막걸리하면 빠질 수 없는 파전과 두부김치, 삶은 문어에 양념 게장과 꽁치조림, 나물과 함께 김에 싸먹는 날치 알과 양념한 돼지껍데기, 그리고 번데기, 삶은 옥수수, 감자, 계란까지 총 14가지이다. (삼천동 막걸리골목 용진집의 경우)

 

 

겨우 한 주전자 시켰을 뿐인데 식당에서 시켜야만 먹을 수 있는 메뉴들이 한 상 가득 차려진다. 가끔 모르고 온 손님들이 한 주전자가 왜 이렇게 비싸냐고 불평하다가도 한 주전자에 줄줄이 나오는 안주들을 보고나선 되려 마진걱정을 해줄 정도니 말 다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주전자를 추가할 때마다 홍합탕에, 매운탕, 꽃게찜, 삼합, 이모가 직접 앞에서 비벼주는 게장 비빕밥 등 도저히 공짜 안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산해진미의 안주들이 줄줄이 나온다. 3번째 주전자까지 안주는 계속 업그레이드 되는데 다음 안주가 궁금해서 세 주전자를 꽉 채우고 가는 손님들이 많다고 한다. 이 안주들은 무한 리필이니 각자의 주량에 따라 혹은 이모를 꼬드길 수 있는 각자의 능력에 따라 안주는 무한대로 즐길 수 있다.

 

막걸리 세 병이 들어가는 한 주전자에 보통 15000~17000, 다음 주전자부터는 보통 2000원 정도 싼 가격을 받는다. 여기에 입 벌어지게 푸짐한 안주들. 이렇게 되면 받는 손님입장에서도 자연스레 마진걱정이 된다. 실제로 한 주전자만 마시고 가면 손해고 두, 세 주전자 정도 마셔줘야 마진이 남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 것 때문에 먼데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어 바꾸지도 못한다고 한다. 그래도 손님들이 좋아하면 괜찮다며 웃어주는 이모였다. 전주 막걸리는 네 번 취한다고 한다. 술자리의 흥에 취하고, 산뜻하고 색다른 술 맛에 취하고, 통 큰 인심의 안주에 취하고, 저렴한 가격과 정에 취한다. 상마다 쌓여있는 안주들이 바로 이모들의 정인 것이다. 여기에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서로 막걸리를 주고받으며 나누는 정까지, 막걸리 한 잔에 오르는 술기운과 같이 정도 쌓이는 전주 막걸리골목이다.

, 이제 시원한 막걸리 한 주전자에 한 상 가득 안주도 나왔으니 실컷 즐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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