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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 빈 교회당이 쓰는 에세이

작성일2011.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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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空, 빈 교회당이 쓰는 에세이]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한 교회당. 사람이 찾지 않은 지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이곳. 먼지가 의자에 쌓였고, 건물 외벽엔 잡초가 자라고 있었다. 이 교회당을 찾기 위해선 차에서 내려 외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며 30여분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발길이 점차 줄어들며 어느새 빈자리가 되어버린 것일까 교회였다는 흔적만 남았을 뿐 이제 기도를 하는 사람도, 그곳에서 예배를 하는 사람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입춘이 지났지만 아직까진 꽤 따가운 햇빛 때문에 땀을 흘리며 교회당에 도착했다. 쇼파에 털썩하고 앉으니 잔 먼지가 일며 목구멍을 턱 막았다. 습한 여름을 지나며 생긴 곰팡이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시간의 냄새일 듯 빈 공터로 남겨진 이곳은 나를 그렇게 반기고 있었다. 가방에서 낡은 수건을 꺼내 앉아 쉴 곳을 닦았다. 금방 수건은 시커먼 먼지로 뒤덮였고 걸레가 되어버렸다.

 

 

비가 내렸다. 가을비. 서늘한 바람에 비 냄새가 풍기자 금세 추워졌다. 주변이나 둘러볼까 생각하다 침낭을 꺼내 잠을 청했다. 흙냄새, 빗방울 깨지는 소리…. 365일 내내 12시 40분을 가리키고 있는 멈춘 시계바늘. 멈춰버린 시간 속에 비 내리는 가을 날, 빈 교회당에서 잠을 잤다. 일어나자마자 가을 모기의 무서움을 깨닫게 됐지만 말이다. 모기의 습격으로 현무암처럼 변한 내 종아리를 긁다가 잠에서 깬 것이다. 그리고 눅눅해진 침낭에서 나와 비가 그친 교회당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늘엔 잠자리가 날고, 냇가의 물소리, 벌들이 꽃을 찾아 헤매는 모습들. 가을은 쓸쓸함보단 풍요로움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교회당 아래로 내려가자 여러 방이 있는 단층 건물이 나오고 버려진 벌집통들이 쌓여 있었다. 사람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비어 있기에 쓸쓸함이 묻어나는 듯했다. 풍요롭지만 쓸쓸한, 사람들의 자취가 남아 있지만 사람들은 없기에 이곳엔 외로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혼자’ 하루를 지내는 것은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 ‘말’을 하지 못하게 한다. 그래서 내 안의 감정과 생각들에 집중하게 한다. 그리고 이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자취와 흔적을 보며 어떻게 살아왔는지 눈여겨보게 만든다. 생각에 생각의 꼬리를 물며 혼자만의 시간을 채워야 한다는 것. 여행은 ‘혼자’라는 의미가 더해지면 그 가치가 더 빛을 발하는 지도 모른다. 계단에 낀 이끼에선 공터로 지낸 이곳의 시간을 짐작케 하고, 먼지의 두께는 외로움의 시간을 짐작케 한다. 혼자의 여행은 그렇게 시간의 두께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혼자’이기 때문에….

 

 

교회는 사람들이 찾아와 기도를 하고, 마음의 평안을 얻어가는 곳이다. 주말이면 예배를 하러 온 사람들로 가득 채워지는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비어 있지만 과거엔 사람들이 모여 기도를 하던 이곳. 비어 있다는 것. 하지만 그 자리는 다시 다른 것으로 채워지고 있다. 시간이 채우고 있고, 자연이 채우고 있다. 사람들이 떠난 자리는 사람이 아닌 다른 것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것. 그렇게 ‘空’은 역설적이게도 채워지는 의미도 갖고 있다. 과거의 자취와 흔적이 있기에 시간이 있고, 추억이 배어 있고, 그때를 회상할 수 있는 여지로 넘치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따라 걷고 있는 듯하다. 비어있는 교회당 속엔 이제 가을이 찾아오고 있다. 덤덤히 그 자리에서 空을 채움으로 맞고 있다. 나는 이곳에서 시간의 ‘空’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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