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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모서리에서 오륙도 해녀를 외치다

작성일201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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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오전 630. 잠기운이 어린채로 장롱 속 가장 따뜻한 점퍼를 꺼내 입었다. 부산 오륙도에 있는 해녀들을 만나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20년을 넘게 살고 있음에도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오륙도라서 길이 익숙치 않아 조금 일찍 발걸음을 옮겼다. “정말 해녀가 있을까부산에는 바다가 있으니 해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바닷가 근처(광안리 해수욕장 주변)에 살면서도 해녀를 부산에서 본 적은 한번도 없었기에 약간의 의구심과 부푼 기대감을 안고 마침내 오륙도 버스정류소에 내렸다.

 

 

 

 

 

 

 

이번 정차할 곳은 오륙도 선착장입니다. 오륙도 SK(아파트명)로 가실 손님은 이곳에서 내려주십시오.” 해녀들을 만나기 위해 내린 곳은 버스를 타고 오면서 상상했던 그림이 아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보인 곳은 고개를 완전히 젖혀야만 볼 수 있는 고층아파트. 이곳에 무슨 해녀가 있다는 말이지 라는 생각으로 조금 더 길을 내려가 보니 이른 아침인데도 낚시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윽고 아름다운 섬 오륙도이기대 도시자연공원이 이어졌다. 6개의 바위섬이지만 썰물 때는 이 중 2개의 섬이 하나의 섬으로 보인다는 오륙도와 임진왜란 당시 기녀가 수영성을 함락시킨 왜장을 끌어안고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해안 절벽 이기대는 부산의 바다 낚시꾼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산책로를 따라 해안가로 내려가는데 아이의 손을 잡고 내려가는 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여기가 남해와 동해의 경계라며 다정하게 설명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부산의 바다가 동해 바다인지 남해 바다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청록빛 옷을 입은 겨울바다와 아름답게 어우러진 오륙도 풍경에 감탄을 하며 카메라 셔터를 쉴새없이 눌렀다.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688km, 동해안 탐방로. 오륙도는 동해안 탐방로 해파랑길의 시작점입니다.’ 해파랑길의 시작점을 알리는 지점에 섰을 때 비로소 우리가 오륙도에 왔음을 실감케 해주었다. 감탄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한번 정신을 차렸을 때, 제주도 방언이 한쪽에서 꽤 크게 들렸다. 오전 840. 바다에 나가기 위해 해녀복을 입고 귀마개를 한 해녀들이 나누는 대화. 해녀들은 진짜 이곳에 있었다.

 

 

 

 

 

해녀는 제주도 문화로 알려졌지만, 사실 우리나라 어촌 마을 곳곳에 해녀들이 싱싱한 해산물들을 캐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부산은 어촌 마을이기 보다는, 항구도시의 이미지가 강하기에 확실히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잠수하는 여자란 뜻에서 '잠녀'라고도 부르는 해녀의 기원은 인류가 바다에서 먹을 것을 구하기 시작한 원시산업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장구한 역사를 간직한채 바다 속으로 매일같이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TV 속에서만 보아오던 해녀들이 눈앞에서 차가운 바닷속을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흔한 광경이 아니기에 얼른 다가가 물어 보았다. 

 

 

 

지금 바다로 나갈 채비를 하시는 거예요

하모(부산사투리로 '그렇다'란 뜻). 오늘은 일요일이라 사람이 많아서 빨리 캐서 와야 하기 때문에 멀리는 못가고, 이 근처 앞바다에서 캐올라고 지금 준비하는거 아이가."

 

평일에는 그럼 멀리도 나가시나 봐요

그렇지. 평일에는 배타고 좀 멀리까지 가서 캐오지. 아무래도 평일에는 손님들이 적게 오니까 우리도 오전 9시쯤에 나가서 오후1시쯤 돌아오는데 주말에는 이 근처에서 그냥 수영해서 한 830분쯤에 나가서 12시쯤 되면 돌아오지.

 

수경에 치약은 왜 바르신 거예요

이거 바르고 물에 들어가면 습기가 잘 안차더라고. 그래서 바르는거 아이가. 여기 우리가 들고 들어가는 것 중에 불필요한 건 하나도 없다. 우리 바다로 인제 들어가야 하니까 궁금한 것 있으면 학교 선생님한테 물어봐라.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기 위해 귀마개를 하셔서 해녀들의 말소리는 엄청 크고, 거친 면도 있었지만, 그분들의 표정에서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수경에 치약을 한웅큼씩 바른채 망사리를 비롯한 여러 준비물들을 들고 보기만 해도 추운 겨울바다를 망설임도 없이 뛰어 들어갔다.

 

 

망사리 : 그물로 주머니처럼 짜서 채취한 해산물을 담는 것으로 아가리가 좁고 그물테에는 뒤웅박이 달려 있어 그물이 가라앉지 않도록 되어 있다

태왁 : 또는 박새기라고도 하며 망사리에 달린 뒤웅박을 말한다

빗창 : 어획도구:30cm 가량의 단단한 무쇠칼 호미 스티로폼

소살 : 1m 정도의 작살 물수건 : 해녀들의 머리가 흩어지지 않도록 동여매는 수건

(방수경) : ‘통눈쌍눈2가지가 있다. (대체로는 일체형인 통눈을 쓴다.)

고무잠수복 : 고무잠수복이 있기 전에는 하얀색 천으로 만든 옷을 입었다고 한다.

 

 

 

 

 

오후 12시경. 아침 일찍 바다에 뛰어들었던 해녀들이 묵직한 망사리를 들고 뭍으로 올라온다. 잠수복을 벗을 새도 없이 잡아온 해산물을 손질하느라 바쁘다. 보기만 해도 싱싱하고 먹음직스러운 멍게, 해삼, 성게, 전복까지... 4시간여를 바다 안에서 캔 해녀들의 값진 결과라 더욱 가치있게 느껴진다. 해산물을 손질하는 손놀림과 해녀들의 얼굴에 보이는 깊은 주름에서 그들이 간직한 삶의 이야기 보따리를 풀고 싶었다. 

 

 

 

 

 

"춥지 않으세요"

여태까지만 해도 별로 안추웠는데, 오늘 날씨가 쌀쌀하네. 추워서 고생 좀 했지. 그래도 어쩌겠어. 힘들어도 참아야지. 그렇게 여지껏 해온건데. 이것보단 훨씬 더 추운날에도 하는데 뭘. 우리는 일기예보에서 주의보만 안내리면 계절, 기온 상관없이 다 혀. 아침 8시쯤 나와서 그날 캐온거 다 팔면 가는데 요즘 같으면 5시 반쯤 되면 이거 다팔아.

 

여기서 일하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35년도 더 됐지. 37~8년은 됐지 싶다. 여기 있는 사람들 다 35년 이상 됐어. 40년 넘게 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원래는 이일 하러 온 게 아니고, 아저씨 직장 따라 오게 됐지. 제주도에서 젊은 나이에 도시로 올라와서 그때부터 하게 된거여. 제주도에서 배운게 이거니까.

 

제주도와 부산, 어디가 더 작업하기 좋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고향(제주도)이 낫지. 지금이야 여기서 살다보니까 정착지가 되어버려서 하고 있지만, 도시에서 하기 보다야 고향 마을이 편하지. 그래도 이렇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랑 마음이 잘맞고 좋으니께 지금까지 하는거지. 그리고 여기 오는 오륙도랑 이기대 놀러오는 여행객들, 낚시꾼들 어디가서 이런 싱싱한 해산물 먹어 보겠어. 그 사람들 자주 찾아와서 싱싱한 요런 것들 잘 먹고 갈 때 기분 좋아지지.

 

일년 365일 일을 하시는 거예요

그렇게는 못해. 한 달에 한 22일 정도 한다고 보면 되지. 다른데 같이 해산물을 받아서 파는 거면, 매일같이 하지만 우리는 직접 잡아서 작업을 해야 하니까 매일 할 수는 없지. 그 대신 싱싱한 요런 것들(해산물) 맛보러 사람들이 많이 오잖여. 별다른 건 없어도 우린 자연산만 따오니까 그 자부심 가지고 하는거지.

 

요즘 최고 인기메뉴를 추천해 주세요.

지금은 앙장구! 말똥성게라고 요곳이 제일 인기가 많아. 또 해삼하고. 전복, 소라야 뭐 항상 인기가 좋은 거니까 말할 필요도 없고. 그중에도 2~3만원하는 전복은 특품이야.

해삼이 요즘 많이 안나와서 좀 비싼데 큰 것은 3만원, 작은 것 2만원. 멍게 1만원, 성게알 1만원, 소라2만원에 팔고 있지.

 

 

 

 

 

 

 

거친 목소리에서 들리는 제주도 방언에서 해녀들의 삶의 역사가 묻어 있었다. 한 접시에 2만원하는 소라를 사서 해녀 막사 맞은편 간이매점에서 초장 하나 팔아주고 맛보았다. 비릴 줄 알았는데 전혀 비린맛이 없고 담백했다. 소라를 연신 씹으며 다시한번 주위 풍경을 둘러보았다.

 

 

 

 

 

 

한쪽에선 높은 아파트 단지가 병풍 치고 있고, 또다른 한쪽에선 해녀들의 풍경이 기막힌 대비를 이룬다. 항구도시 속 작은 어촌 마을과 같은 이곳의 매력에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움푹 빠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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