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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시의 무덤, 상처를 입으며 궁궐을 바라보다

작성일201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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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내시의 무덤, 상처를 입으며 궁궐을 바라보다

 

조선시대의 역사는 궁궐과 사대부에 맞춰져 있었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민화 등의 등장으로 백성들의 삶도 나타났지만 조선을 말해주는 대표적인 역사는 조선왕조실록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기억에도 조선시대는 사대부와 임금의 역사로 남아 있다. 그러나 그 이면 속에 내시와 궁녀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궁궐 안의 대소사를 맡은 사람들이 바로 내시와 궁녀이기 때문이다. 역사의 주요한 인물로 등장하지 않는 이상 그 이름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들의 역사와 삶, 그리고 그들이 묻힌 무덤의 사(史)적 가치는 인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찾았다. 내시와 궁녀가 묻혀있는 초안산.

 

 

초안산은 도봉구 창동, 쌍문동과 노원구 월계동에 걸쳐 있다. 초안산은 사적 제440호 초안산 조선시대 분묘군으로 지정돼 조선시대의 내시, 궁녀의 무덤이 있다. 하지만 그 현장을 찾았을 때의 사적 가치보단 등산로에 걸쳐 여기저기 훼손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초안산은 예전 ‘내시네 산’이라고도 불렀다. 양반과 서민 등의 조선시대 분묘도 발견되지만 내시들의 무덤이 주요하게 모여 있는 공동묘지였기 때문이다. 초안산에 남아 있는 내시 묘 중에 가장 연대가 오래된 것은 김계한의 손자 승극철의 묘로, 1634년(인조 12)에 건립됐다. 내시들은 양자로 대를 잇기 때문에 자녀나 손자의 성이 다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보존이 잘 되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무덤의 보존하고 훼손을 방지하는 것은 자손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자손의 대를 잇기 힘든 내시들의 실상으로 미뤄볼 때 지금의 훼손과 보존의 미비를 질타할 사람도 찾기 힘든 것이다.

 

 

그래도 내시들의 묘의 대부분은 아직도 서쪽을 향하고 있다. 초안산에서 서쪽 방향은 바로 궁궐이 위치한 곳이다. 초안산의 지형적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죽어서도 궁궐을 바라보며 왕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한 것이다. 내시들의 제사는 자손의 없거나 양자가 많기 때문에 일제강점기까지도 마을 사람들이 매년 가을에 이곳에서 내시들을 위해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초안산에는 다양한 계층의 분묘와 수많은 석물들이 시기별로 분포돼 조선시대 묘제와 석물의 변천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를 지나 한국 전쟁 이후 한국의 개발 붐과 함께 이곳은 주택가와 아파트로 매워지게 된다. 방치되어 있는 내시들의 무덤인 만큼 개발의 논리 앞에 내시의 무덤은 콘크리트에 속에 잊혀져 버린 것이다. 또한 다양한 석물이 발견되는 만큼 도굴도 이뤄졌다. 내 부모, 내 조상이 아니기 때문에 내시와 궁녀들의 무덤은 방치되어 버린 것이다.

 

 

현재는 귀중한 역사적 자료라는 인식과 이대로 방치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들의 노력으로 초안산 인근 비석골그린공원에 ‘조선시대 묘지 석물 전시’가 이뤄지고 있다. 비석골근린공원에 초안산에서 주로 발견되는 문인석, 망주석, 동자상, 상석, 비석 등이 전시돼 있다. 이곳에 있는 것은 그나마 보존 상태가 양호한 것을 모아둔 것이다. 초안산 안으로 들어가 무덤이 있는 현장 속의 석물들의 보존은 목이 없거나, 얼굴이 뭉그러져 있는 것들이 많다. 또한 무덤 봉분 위에 나무가 울창하게 자라 있거나 동그란 흔적만 남아 있을 정도로 훼손 상태가 심했다. 혹은 비석만 남아 있어 이곳이 무덤이었다는 사실만 알 뿐 무덤 자체로써의 모습은 상실해 있는 상태였다.

 

 

자손이 없기 때문에, 혹은 성이 다른 자손이기 때문에. 또 역사가 흐르며 방치돼 점점 역사적 자료의 가치조차 상실하고 있는 초안산. 사적 제440호 조선시대 분묘군으로 지정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보존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진 않다. 최근에는 이런 인식이 높아짐에 따라 전통문화의 명맥을 잇겠다는 생각으로 지난해에 이어 노원구에서 ‘초안산 문화제’를 열고 있다. ‘초안산 문화제’에는 초안산 내시 무덤의 영혼을 위로하는 위령제가 포함돼 있다. 올해 ‘초안문 문화제’는 11월 22일 비석골근린공원에서 열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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