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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우리의 삶과 그의 노래

작성일201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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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음악이 범람하는 시대다.

 

음악은 우리들의 생활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있으며, 사람들은 하루 종일 음악을 듣는다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음악을 달고 산다. 그뿐인가.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는 1위부터 100위까지 순서대로 나열된 노래들이 넘실대고, 그 노래들마저도 쉽사리 서로 자리를 내어주고 차지하길 반복한다.

 

음악 시장은 풍요로워졌지만, 인스턴트 식품 같은 노래들의 비중이 높아 '내 삶을 투영하는' 이른바 '나만의 노래'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야말로 풍요 속의 빈곤인 상황이다.

 

 

최근 TV 프로그램들에서 너도나도 과거의 노래들을 끌어오는 것도 소비자인 시청자들의 요구나 현재의 음악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앞에서 언급했던 프로그램들인 MBC <나는 가수다>, KBS <불후의 명곡2> 같은 음악 프로그램들은 진짜 노래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증을 풀기 위한 방편으로 옛 노래들을 등장시켰다. 그리고 김광석의 노래들이 수 차례 소개되었다.

 

사진작가 임종진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中)

 

 

지난 2012년 1월 6일은 가수 김광석이 생을 마감한지 16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햇수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선후배 동료가수들이 그를 추억하는 콘서트를 열고, 여전히 사람들은 그와 그의 노래를 곱씹으며 기억한다.

 

16년이라는 세월 동안 세대가 바뀌고 음악의 흐름은 변했지만 그의 노래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도대체 김광석의 노래는 무엇이 특별했을까

 

 

그는 '삶'을 노래했다.

 

혹자는 "김광석의 노래들을 모아놓으면 한 사람의 일생을 요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만큼 그의 노래들에는 '사람들의 진솔한 감정과 인생'이 녹아있다는 이야기이다.

 

그의 노래를 들으며 우리 삶의 이야기들에 귀 기울여보자.

 

 

사진작가 임종진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中)

 

 

 

# 20대 초반 군대에서 : (BGM) '이등병의 편지'

 

중학생 때인가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이 노래 참 쓸쓸하다"라고 느꼈다. 하지만 가사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08년 봄, 입대를 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다가 우연히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아무 이유 없이 가슴이 먹먹해졌다.

 

노래 제목이 '이등병의 편지'라고 해서 결코 이등병만을 위한 노래는 아니다. 일병, 상병, 병장, 장교 등 현역장병들은 물론이거니와 전국의 수많은 예비군, 아들을 군대에 보낸 부모님들까지도 이 노래를 듣고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진 경험을 가진 분들이 많다. 물론 군인 신분일 때 이 노래를 들으면 노래의 감동은 배가 된다. 정말이지 울컥한다.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가슴 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 포기 친구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친구들아 군대가면 편지 꼭 해다오

그대들과 즐거웠던 날들을 잊지 않게

 

열차시간 다가올 때 두 손 잡던 뜨거움

기적소리 멀어지면 작아지는 모습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짧게 잘린 내 머리가 처음에는 우습다가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굳어 진다 마음까지

 

뒷동산에 올라서면 우리 마을 보일런지

나팔소리 고요하게 밤하늘에 퍼지면

이등병의 편지 한 장 고이 접어 보내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 지금은 사랑하는 중 : (BGM) '사랑이라는 이유로'

 

이 노래를 처음 접한 것은 ‘조트리오'(조규찬, 조규천, 조규만)를 통해서였다. 부드러운 멜로디가 인상적인 노래여서 기억에 남았는데, 김광석의 노래를 듣다가 그가 원곡자임을 알았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시작하는 첫 소절을 들으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떤 노래인지 알아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노래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하얗게 세운 많은 밤들
이젠 멀어져 기억 속으로 묻혀


함께 나누던 우리의 많은 얘기 가슴에 남아
이젠 다시 추억의 미소만 내게 남겨 주네


나의 눈물이 네 뒷모습으로 가득 고여도
나는 너를 떠날 수는 없을 것만 같아


사랑이라는 이유로 많은 날들을 엮어가고
언젠가는 우리가 함께 나눈 시간들을 위해

 

 


# 이별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 (BGM) '사랑했지만'

 

2000년대 초반 학창시절을 보낸 남학생들에게 '고음노래'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아마도 을 비롯해서 , 와 같은 노래들은 전국 중, 고등학교 근처 노래방에서 수 없이 울려 퍼졌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가 노래방에서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을 불렀다. 지금 돌이켜보면 "사랑했지만~!"하고 시원스럽게 올라가는 후렴구를 부르기 위해서였으리라.. 원곡에서 김광석은 쓸쓸하게 먹먹한 목소리로 내뱉는 소절이었다. 하지만 노래란 저마다 부르는 이들이 해석하기 나름 아니겠는가. 덕분에 나는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주옥같은 노래를 알게 되었다.

 

20대 중반의 나이가 되어 연애를 하다가 이별을 맞이한 친구들은 만취한 상태로 노래방에서 울먹이며 이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사랑했지만....그대를 사랑했지만..."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
자욱하게 내려앉은 먼지 사이로


귓가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그대 음성 빗속으로 사라져버려


때론 눈물도 흐르겠지 그리움으로
때론 가슴도 저리겠지 외로움으로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그저 이렇게 멀리서 바라볼 뿐 다가 설 수 없어
지친 그대 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 밖에
그대를 사랑했지만...

 

 

 

# 누군가를 짝사랑 하고 있을 때 : (BGM)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의 노랫말은 김광석 본인의 이야기라고 한다. 그가 대학을 다니던 어느 날 한 여학생을 짝사랑 하게 되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단 둘이 밤을 샐 기회가 생겼다. 여학생은 자고, 김광석은 방 구석 창가에 앉아 동이 트는 것을 보고 있었다. 짝사랑 하는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차마 뱉지 못한 채 어느덧 어슴푸레 해가 떠오르고 창에는 성애가 꼈다. 결국 그는 성애 낀 창문에 "사랑한다"고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아침을 맞았다.

 

후렴 부분에 나오는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라는 가사가 그런 의미였다니..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그 설렘과 아쉬움이 느껴진다. 최근엔 10cm와 강민경이 불러 젊은이들에게도 많이 알려졌는데, 이런 이야기들도 같이 안다면 조금 더 풍성하게 노래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가사와 얽힌 이야기를 알게 되면 더 애정이 가고 내 노래 같아 자주 듣게 되는 법이니까.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 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 빈 방안에 가득 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정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 누운 내 눈가에
말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들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창 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 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사진작가 임종진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中)

 

 


# 20대 후반, 30대 초반 그 시절 : (BGM) '서른 즈음에'

 

'서른 즈음에'는 같은 제목으로 24곡의 리메이크 곡이 나올 만큼 가수들은 물론 온 국민에게 사랑을 받은 노래다. 지난 2007년에는 음악 평론가들에게' 최고의 노랫말'로 선정되기도 했다.

 

서른을 목전에 둔 사람들, 서른을 살고 있는 사람들, 서른을 갓 지나친 사람들 모두 서른 즈음에의 주인공이다. 학교나 가정으로부터 사회로 발을 내딛는 나이 서른. 어떤 면에서 보면 서른 즈음의 사람들은 어른이기도 하지만 어른이 아니기도 하다.

 

이 노래는 인생의 황혼기에서 지난 날들을 되돌아 본다기보다 서른 즈음의 나이에서 지난 날들을 다소 서툴고 미숙하게 되돌아보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불안함을 담고 있기 때문에 같은 감정을 느끼는, 혹은 느꼈던 이들로부터 사랑과 공감을 얻는 것이 아닐까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 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워가는 내 가슴속에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 쓸쓸한 가을의 감성 : (BGM) '거리에서'

 

개인적으로 김광석의 노래 중에서 '거리에서'를 가장 좋아한다. 가사는 물론이거니와 노래 자체에서 절절히 느껴지는 그 쓸쓸한 감성이 너무나 좋다.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가사를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어두컴컴한 어느 가을의 골목길에 쓸쓸히 서서 떠나간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이미지가 연상된다. 귀로 듣지만 눈으로 보이고 마음으로 느껴지는 노래다.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 둘씩 켜지고
검붉은 노을 너머 또 하루가 저물 땐
왠지 모든 것이 꿈결같아요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은 무얼 찾고 있는지
뭐라 말하려 해도 기억하려 하여도
허한 눈길만이 되돌아 와요


그리운 그대 아름다운 모습으로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내가 알지 못하는 머나 먼 그곳으로 떠나버린 후


사랑의 슬픈 추억은 소리 없이 흩어져
이젠 그대 모습도 함께 나눈 사랑도
더딘 시간 속에 잊혀져 가요

 

 

 

# 삶을 굽어보며 : (BGM) '어느 60대 노부부이야기'

 

이 노래는 30년 동안 블루스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목경씨가 만든 노래다. 그가 영국 유학 시절 앞집에 살던 노부부를 보고 동기를 얻어 직접 작사·작곡한 뒤 자신의 앨범에 실었던 곡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와 친분이 있던 김광석이 찾아와 '다시 부르기'앨범에서 이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했고 그가 허락해서 부르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곡 비는 어떻게 해요'하고 물어오자, 김광석에게 빌린 돈이 꽤 있었던 그가 '그냥 그걸로 퉁 치자'고 했다는 사실이다. 사업이 아니라 음악을 했던 사람들이기에 가능했던 이야기가 아닐까 멋진 사람들이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 하오

 

막내 아들 대학 시험
뜬 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 아이 결혼식 날
흘리던 눈물 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가네
흰 머리가 늘어가네
모두가 떠난다고
여보 내 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 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사진작가 임종진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中)

 

 

오늘 하루, 김광석의 음악에 빠져 보내는 건 어떨까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 거라 확신한다.

 

 

 

 

 

 

* 사진의 사용을 흔쾌히 허락해주신 사진작가 임종진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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