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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니 맛집 - 규모보단 맛으로 승부한다!

작성일201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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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사진=서민지)

 

 

밀리 레스토랑이 한창 인기를 끌던 시절. 대규모 주차시설과 수백명이 수용 가능한 넓은 공간을 앞세워 홍보를 하던 때가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주문 가능한 메뉴는 '책'처럼 보이는 메뉴판을 여러번 넘겨 봐야만 파악이 가능했고 수용 가능한 손님 수에 맞춘 직원들의 수도 엄청나서 가게안은 연일 북새통을 이뤘다. 하지만 그 인기도 잠시. 가까운 사람들과 작은 목소리로 대화하고 그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메뉴를 찾고 싶은 사람들은 가게의 규모 보단 맛과 특색을 찾기 시작했다.

 

테이블 수 5개 이하, 총 수용 인원 15명 이하의 소규모 맛집들. 오늘은, 대단한 서비스나 다양한 메뉴들 대신 작은 공간에서도 손님들과 더욱 가까이 소통하고자 하는 서울시내 초미니 맛집을 찾아가 본다.

 

 

 

(사진=서민지)

 

 

 마포구 홍대앞. 유동인구가 서울에서 둘째가 라면 서러울 정도로 언제나 시끌벅적한 곳이지만 이 '홍대앞' 이라는 지역구도 점점 규모가 방대해 지면서 세분화 된 지역에 따라 밀집한 가게들의 성격도 조금씩 구분되기 시작했다. 홍익대학교 정문을 중심으로 놀이터와 피카소 거리까지 이어지는 지역에선 그야말로 시끌벅적하게 놀고 싶은 젊은 청춘들이 찾는 곳이라면, 조금 길을 벗어나 6호선 상수역과 합정역 쪽으로 갈수록 조용한 주택단지를 사이에 두고 드문드문 소규모 가게들이 눈에 들어온다.

 

 오늘 첫번째로 소개할 곳도 합정역 부근에 위치한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 겉에서 보기엔 동네 옆집의 작은 커피 가게 같지만 피자와 파스타로 입소문이 난 맛집이다. 시원하게 트인 통유리창도 없고, 같은 공간도 더 넓어 보이게 해준다는 4m 높은 천정도 없는 공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을 더욱 특별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진=서민지)

 

 

 가게에 들어섰을 때 오른쪽, 왼쪽- 시선을 두리번 거릴 필요도 없이 작은 공간은 한눈에 꽉차게 들어왔다. 가게의 이름처럼 5개의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은 '식사 공간'과 식사 공간의 절반정도 크기로 보이는 주방이 이 곳의 전부이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는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공간이 나 있고, 좁은 주방안에는 조리에 필요한 가스렌지와 싱크대, 피자를 구워내는 오븐과 대형 냉장고- 거기다 바쁘게 움직이는 두명의 요리사 까지. 저 좁은 곳에 저 많은게 다 들어있는게 신기해보일 정도였다.

 

 

 

 

(사진=서민지)

 

 

 하지만, 테이블에 앉아 천천히 가게 내부를 둘러보니 규모는 작지만 주인장의 손길이 닿은 흔적들이 곳곳에 보이기 시작했다. 선반 위에 올려 둔 빈티지 소품들과 천정에 거의 닿을듯 쌓여져 있는 식기들은 좁은 공간의 200% 활용도를 잘 보여준다. 메뉴판을 펼쳐 들었을 때 보이는 첫 메시지에서 작은 공간이지만 정성으로 꾸려 나가고자 하는 주인장의 소신이 느껴졌다. 

 

 

(사진=서민지)

 

 

 테이블이 다섯개 뿐이라는 것이 조금 특이하게 느껴질 순 있지만 결국 음식이 맛이 없으면 손님이 찾지 않는 법. 이 작은 가게를 소문나게 한 이탈리안 요리들이 궁금해졌다. 직접 손으로 밀어낸 도우 위에 특유의 향이 진한 고르곤졸라 치즈를 올리고 오븐에 구워낸 뒤 루꼴라와 꿀을 듬뿍 올려낸 고르곤졸라 피자. 그리고 버섯과 호박, 양파 등의 채소와 토마토 소스가 잘 어우러진 파스타. 역시 소문이 나는대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맛이었다. 특히 가장 가까운 테이블과는 1m 거리도 안되는 주방안에서 채소를 다듬고, 파스타를 삶고, 도우위에 꿀을 올리는 과정까지 다 볼수 있으니 더욱 믿음이 갔다.

 

 

 우아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화려한 샹들리에에 심오한 뜻을 담은 미술 작품을 보며 포크로 돌돌말아 파스타를 맛보는 장면. 우리가 흔히 '이탈리안 레스토랑' 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고급화' 된 이미지다. 하지만 이번에 찾아간 초미니 맛집에서 보게 된건 소박하지만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고자 하는 주인장의 소신 이었다. 작은 공간을 색다르게 활용한 기발한 아이디어 였다. 앞 사람과 소곤소곤 이야기 나누며 풍미 좋은 파스타를 맛보러 홍대 앞으로 나들이를 나서보는 건 어떨까

 

 

 

 

 

 

 

(사진=서민지)

 

 

 

지하철 6호선 효창공원 역. 지하철 역 마저도 '소소한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이 곳에 오랜시간 동안 동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국수 가게가 있다. 두갈래 길이 나누어지는 사이에 자리해서 그 위치마저도 참 소박해 보이는 작은 공간. 성인 보폭으로 크기를 대충 짐작해보면 네 발자국 정도에 끝이 날법한 규모이지만 가게 밖으로 난 창문에선 하얀 연기와 함께 구수한 멸치 육수 냄새가 끊임없이 세어 나온다.

 

 

 

(사진=서민지)

 

 

 처음에 소개한 파스타집을 들어섰을 때 보다 더욱 진기한 풍경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시야에 들어오는건 가로로 길쭉하게 설치된 높은 식탁과 예닐곱개의 등받이 없는 스툴의자. 1평이 채 안되어 보이는 주방 공간에는 국수를 삶는 큰 냄비 하나, 멸치 육수를 끓이는 냄비 또 하나, 그리고 하얀 면발을 그릇에 담고 있는 풍채가 좋으신 아주머니 한분이 전부였다. 잔치국수, 비빔국수, 열무국수. 세가지 메뉴의 가격은 모두가 3000원. 양을 많이 담아도 가격은 똑같다는 글귀가 이 가게의 훈훈한 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사진=서민지)

 

 

사다리꼴 형태의 좁은 공간 안에는 6개의 의자가 놓여져 있고 성인 남성이 양쪽으로 앉았을 때는 등이 거의 맞닿을 정도로 통로도 협소하다. 안쪽에 앉았던 사람이 먼저 먹고 나가려고 하면 앞에 앉은 사람들은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아 길을 내어 준다. 바깥에는 나무 판자로 긴 식탁을 만들고 플라스틱 간의 의자를 세워두었는데 추운 겨울엔 이 마저도 활용이 불가하니 이 가게의 고정적 수용인원은 정확히 여섯명인 셈이다.

 

이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도 국수 맛을 보러 오는 손님들. 착한 가격 때문일까. 푸짐한 양 때문일까. 국수 맛이 더욱 궁금해 졌다.

 

 

 

(사진=서민지)

 

 

 

 3000원 잔치 국수의 맛은 그야말로 '심플함' 그 자체였다. 부드러운 소면 위에 부추 무침과 달걀 지단, 김가루와 양념장을 올리고 깔끔한 멸치 육수를 부어낸다. 김이 훨훨 나는 따끈한 국물에 소면을 한번 휘휘 저어 후루룩 넘기는 그맛. 추운 겨울 따끈한 면요리가 생각날때 떠올리는 소박하고도 정겨운 그 맛이다.

 

 기자가 국수 한그릇을 비우는 동안 네 분의 손님이 다녀가셨다. 우편을 배달하시던 우체부 아저씨와, 가게와 가까이 위치한 숙명여대의 교수님, 근처에 사신다는 동네 아저씨 그리고 택배를 배달하시는 기사님 한분 이셨다. 손님들이 어떤분인지를 다 알게 된건 좁은 공간에서 주인 아주머니와 정겹게 인사를 나누던 이야기를 자연스레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 두번 들렀다 간 손님들은 아닌듯 보였다. 사람들은 이 작은 국수가게에서 주인아주머니와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고 따뜻한 국수 한그릇으로 든든한 한끼 식사를 하고 갔다.

 

 최근에 다녀본 음식점 중 가장 작고 좁은 공간이었지만, 수백평 패밀리 레스토랑에선 쉽사리 찾기 힘든 '온정'이 있던 국수가게. 뜨끈한 멸치 국물에 푸짐한 소면 한그릇 맛보러 초미니 맛집을 찾아가 보자.  

 

 

 

 

(사진=서민지)

 

 

앞서 소개한 두 맛집이 좁은 공간 때문에 더 특별하다면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좁은 공간에 더해 나름의 규칙까지 있는 공간이다. 총 수용인원 10명. 조용한 분위기를 위해 3인 이상의 손님은 받지 않는다. 영업시간은 오후 4시부터 9시. 메뉴는 단 두가지 규동과 오야꼬동인데 이 마저도 격일제로 하루에 하나씩만 판매한다. 가게를 들어올 땐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올 수도 없고 인터폰을 눌러 인원수를 얘기한 뒤 안에서 직원이 문을 열어주면 입장 가능. 대체 어떤 집이 길래 밥 한그릇 먹기가 이리도 까다로운지 더욱 호기심이 생겼다.

 

 

(사진=서민지)

 

 

 

일본식 덮밥을 먹을수 있다고 해서 찾아간 맛집. 흔히 '다찌'라고 부르는 바 형식의 기역자 테이블 위에는 최소한의 식기와 반찬들이 올라가 있고, 작은 인형들이 소박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의자의 높이도 높은 편이라 한분의 요리사가 분주히 움직이는 주방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자가 찾아간 날은 오야꼬동 (닭고기 덮밥) 만 판매를 하는 날이라 선택의 여지 없이 오야꼬동을 주문했다.

 

 

 

 

(사진=서민지)

 

 

군더더기라곤 없다. 한그릇 안에 모든게 다 담긴 덮밥과, 손님이 직접 담아 먹는 두가지 반찬이 전부다. 하지만 오야꼬동 한 수저를 맛보는 순간, 이 가게에 오기 전 생각해야 했던 모든 '까다로운 규칙'들이 머리속에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진=서민지)

 

 

 

 소스가 잘 베인 닭고기 위에 반숙 계란이 부드러움을 더하고 짭조름한 간장 소스에 버무려진 밥은 위에 올라간 토핑과 좋은 조합을 만들어 낸다. 작은 볼에 담긴 따끈한 덮밥 한 그릇. 수십가지 반찬이 나오는 한정식 차림과는 또 다른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초미니 맛집에선 때론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이야기가 들릴까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해야 하기도 하고, 식사 중에 자리를 비켜주기 위해 일어서 움직여야 하기도 하고, 주인장이 만든 까다로운 규칙을 따라야 하기도 하지만 초미니 맛집 만이 가진 특별함에 이끌려 사람들은 이 모든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계속해서 이 곳을 찾고 있었다. 

 

 정직하게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고,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고, 한 그릇에도 만족감을 주는 특별한 맛이 있는 곳.  

 

 

 

(사진=서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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