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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드는 청춘들을 위한 감성 레시피

작성일201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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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청춘들의 밤은 길다.

 

꿈도 많고 고민도 많은 우리에게 뜬 눈으로 베개에 머리를 대고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침대에 눕고 나서야 스펙 쌓으랴 아르바이트 하랴 지칠 대로 지친 몸과 마음이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지’ 등의 스스로가 갸륵해 던지는 질문을 불러내더니, 이윽고는 ‘나는 누구인가하는 심오한 삶의 물음에 까지 닿아 본의 아니게 청춘 고민서 제 1장을 펼쳐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가늘게 뜬 눈으로 한 줄 두 줄 고민을 되짚다 보면 새벽을 꼬박 새워 해가 뜰 무렵에나 겨우 두세 시간쯤 자겠거니 하며 불편한 마음으로 선잠에 든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캄캄한 방 안에 겨우 스탠드 하나 켜 두고 호젓하게 누워서, 왠지 느리게 가는 듯 들리는 시계 초침 소리를 BGM삼아 외로움을 달래는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그런 날이면 역시나 아직 침대라는 전쟁터에서 불면증과 고군분투하고 있는 나의 동무들과 SNS를 통해 서로를 다독이곤 했다.

 

 

 

하지만 '꿈을 꾸고 고민하는 것이 정녕 지양해야 할 나쁜 것인가'하는 물음이 그런 불만 섞인 나의 생각이 그저 투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우쳐 주었다.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의 청춘(靑春)의 시기에 우리가 캄캄한 밤까지도 푸르고 맑은 봄의 기운을 낼 수 있는 것을 어찌 병이라고만 치부할 수 있겠는가 이제부터 이를 병이 아닌 '청춘의 특권'이라 불러보자. 어차피 뜬 눈으로 지새울 밤이라면 그 시간을 어떻게든 지지고 볶아 가련한 꿈을 키우고 묵혀둔 고민을 대면하게 하는 청춘의 자양분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준비되어 있다면 이제 오늘 밤에 행복한 포만감을 안겨 줄 레시피만 있으면 된다. 그렇다고 두꺼운 토익책 하나 꺼내 들고 동명사 to부정사를 구분하자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필자가 추천하는 것은 한 권의 책이나 음악, 혹은 영화 한 편쯤이다. 스펙 쌓기는 낮 시간 동안 충분히 해뒀으니 미련 없이 제쳐두고, 혼자 있는 조용한 공간에서 방구석 댄서가 되어, 혹은 영화 속, 책 속 주인공이 되어 나의 꿈과 마음을 스스럼없이 들여다 보게 하는 레시피를 따라 우리의 뜨끈한 청춘 감성을 요리해 보자.

 

 

 

 

 

혼자 어둑한 방 안을 번쩍 뜨인 정신으로 누워있으면 소슬한 기운이 몸을 감싼다. 그러한 기운은 그 날의 안 좋은 해프닝에 대한 후회나 아쉬움과 같은 작은 것들에서 올 때도 있고, 청춘으로서 걷는 길의 방향성과 목표물에의 갈증과 같은 자아에 대한 총체적인 고민에서 올 때도 있다. 어찌됐든 그런 종류의 감정들은 모두 허전함을 동반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한 베스트셀러 책의 제목이 있듯, 아직 미완성된 어른인 청춘의 시기에는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공허함과 홀로서기의 외로움을 느끼며 아파하게 된다.

 

이처럼 마음 한 구석에서의 허전함으로 부대낄 때 깊숙한 방 한 켠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의 힘은 실로 마법과 같다. 필자도 외로움에 치를 떨고 있을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이 그러한 공허한 마음을 채워 주는 것을 직접 느껴보았다. 그 후로 음악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자랑스레 말하는 가식적인 사람들의 말을 어느 정도는 믿게 되었다.

 

필자가 추천하는 첫 번째 감성 레시피의 재료는 바로 음악이다. 이제부터 필자가 직접 경험한 신비한 위로의 마력을 가진 음악 몇 곡을 소개하겠다.

   

 

 

<어른아이 '1집 B TL B TL' - B TL B TL>

잠 못 드는 어두운 밤 조그맣던 내 방이 유난히 크고 쓸쓸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그 쓸쓸함에 내 가슴 한 가운데를 관통 당하는 듯한 충격에 비틀거리고 있다면 이 비가를 들으며 마음을 치유해보자.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의 부클릿 말미에 어른아이(황보라)는 “늦은 저녁 잠들지 못하고 뒤척거리는 당신에게 … 그곳에도 비가 내릴지 모르겠습니다.라고 적어 넣었다. 이 곡은 그녀가 그 메시지를 분명히 담은 곡이다. 불 꺼진 방에서 비틀거리는 자신을 비가 달래준다는 내용의 이 곡의 도입부에도 비 내리는 소리가 삽입되어 있다. 그 보슬 거리는 빗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멜로디가 시작되기도 전에 마음이 포근하게 적셔지는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보드카레인 '3집 Faint' - 심야식당>  

좋아하는 사람들과 썩 즐거운 하루를 보내 기분 좋은 날에도 결국 빈 방에 덩그러니 남겨진 나 자신을 발견하면 괜시리 슬픈 마음이 든다. 그럴 때면 모두가 잠든 밤 거리 위에 제법 장대하게 서 있는 심야식당이 그립다. 소박한 감성으로 버무려진 담백한 멜로디가 매력인 이 노래는 그 허기진 마음을 완벽하게 대리 만족시켜 준다. 

 

어른아이의 노래가 비를 맞는 촉감을 느끼게 해준다면 이 곡은 그 어떤 음식의 것보다 맛있는 맛을 느끼게 해준다. 파 송송 계란 탁!요리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이 곡은 ‘우리 사이’를 음식과 결부시키는 재미있는 가사의 노래다. 늦은 시간 야식으로도 달랠 수 없는 허기진 마음을 채워 준다. 후렴구에서 등장하는 ‘한 모금의 맥주’라는 가사와 그 후에 들려오는 맨주 캔 따는 소리는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듯 하다.

 

 

 

<토이 '4집 A Night In Seoul' - 스케치북>

모든 것이 내려 앉는 저녁,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둘러 멘 가방의 무게는 딱 그 하루만큼이다. 이 노래는 그 짓눌린 어깨가 유난히 축 쳐질 때 꺼내 들어야 할 히든카드다.

 

윤종신과 김장훈의 듀엣으로 펼쳐지는 이 노래는 토이(유희열)의 순수한 감성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름다운 가사로 상을 받기도 한 이 곡에 귀를 기울이면 밤 하늘에 스케치북을 펼쳐 놓고 내가 원하는 세상을 그리는 듯한 동화적인 상상을 하게 한다. 이 노래를 들을 때 만큼은 눈치 보지 말고 마음껏 내 세상과 그 속의 나의 모습을 색칠해보자.

 

 

<옥상달빛 '1집 28' - 수고했어, 오늘도>

인생에서 가장 숨가쁜 달리기를 하고 있을 청춘 레이스를 가장 포기하고 싶게 만드는 것은 막연함일 것이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볼 틈도 없이 보이지도 않는 골인지점을 향해 달리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은 어쩌면 우리가 충분히 잘 뛰어주고 있다는 격려의 말 한마디가 아닐까

 

‘없는 게 메리트’라며 진정한 청춘을 노래하는 그녀들이 ‘수고했어, 오늘도’라고 한다. 꾸밈없이 영롱한 이 두 청춘여인들의 목소리처럼 솔직한 가사에 공감하다 보면 오늘도 수고했다는 진심 어린 위로에 마음이 한결 따뜻해진다. 오늘은 이 노래를 듣고 수고한 나 자신을 칭찬하며 하루를 마감해보자.

 

 

 

 

 

 

 

 

어렸을 적부터 어른들은 우리에게 책에는 모든 답이 있다고 가르쳐주곤 했다. 한 살씩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어가면서 분명히 느끼는 것은 책이 우리에게 답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책이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 남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남의 이야기에 우리 삶의 미해결 과제를 끼워 맞추고는 이제 어떻게 되는가를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분명히 책 속 그들은 우리 중에 한 명이다. 책은 우리가 겪었거나 겪고 있는, 겪고 있을 일들 중 어느 한 부분을 살아내고 있는 가상의, 혹은 현실 속의 인물을 다룬다. 책은 우리를 마주 대하고 말을 걸거나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지는 못하지만 우리와 닮은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우리가 손수 나서서 그의 시각을 통해서 스스로 갖고 있는 문제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감성 레시피의 두 번째 재료는 바로 책이다. 여기 소개될 책들은 나의 어수룩하거나 젊은, 또는 성숙한 모습들의 힌트를 각각의 문장들 속에 숨겨두고 있다.

 

 

 

1. 어리숙한 모습의 나: 나의 소년다운 모습을 발견할 책.

<소년을 위로해줘 /은희경>

 

 

 

 

2. 꿈꾸는 젊은 나: 또 다른 청춘의 삶을 훔쳐볼 수 있는 책들.

<안녕 장마리도르, 파리의 작은 창문 /김지현 &홋카이도 보통열차 /오지은>

 

 

 

3. 성숙해져가는 나: 내 서른 다섯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책.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우리는 불 꺼진 방안을 휘젓는 고민들이 여러 밤을 걸쳐 더욱 선명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것 저것을 두드리고 만져보는 무작정 호기심 어린 나이를 지나 우리 청춘들이 갖는 특정한 대상에 대한, 혹은 자기 스스로에 대한 질문에는 더욱 구체적인 단어들이 덧붙여지고 그를 파고드는 우리 자신 또한 더욱 날카로워진다.

 

주로 두 시간 내외의 런닝타임을 갖는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청춘들에게 더욱 만족스러운 고찰의 시간을 던져준다. 한정된 시간 동안의 영상과 사운드를 효과적으로 이끄는 메시지는 그 내용이 간결하고 구체적일 수 밖에 없다. 반대로 메시지가 넘칠 때나 추상적인 형태의 메시지를 만날 때 우리는 중요한 답을 놓칠 가능성이 커지듯 말이다.

 

혹시 당신의 배게 맡에는 이렇다 할 적당한 대안을 찾지 못한 깊은 고민들이 수북히 쌓여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혹시 당신은 날이 갈수록 당신 앞에 서있는 거울 속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헛점들만을 찾아내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여기 이 영화 네 편에 주목하자. 당신이 부족한 모습과 질문들에 대해 올바른 고찰을 하도록 도와줄 기특한 영화들이다.

 

 

"외로운 아웃사이더에게 흘러가는 사계절의 풍경."

<세상의 모든 계절 /마이크 리> 

 

영화 ‘세상의 모든 계절’은 톰과 제리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행복하게 사는 노부부의 집을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이 영화의 초점은 제리의 직장동료인 ‘메리’에게 맞춰져 있다. 과거를 업보로 여기지만 톰과 제리의 삶을 바라보며 그 틈을 치열하게 비집고 들어가는 그녀는 철저한 아웃사이더다

 

이 처절한 비운의 여성에게 우리는 당연스럽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제 막 홀로서기를 시작한 우리들은 이 영화를 꾸준히 지켜보다 보면 그 연민이 낯선 모습에 대한 연민이 아닌 깊은 공감에서 온다는 것에 흠칫 놀라게 된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너무도 다른 계절과 풍경들을 맞는 메리, 그리고 톰과 제리 부부를 대비시켜보면 우리에게 다가올 계절들에 대한 깊고 씁쓸 고찰을 하게 된다.

 

"자기 연민의 늪에서 시원하게 빠져 나오는 법."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 /폴 페이그>

 

뜻대로 풀리지 않은 베이커리 사업. 그리고 좁아터진 아파트에 동생을 대려다 놓은 얄미운 룸메이트! 이 모두를 가진 불운의 여주인공 애니는 제대로 된 남자친구 하나 없다. 이렇게 자기 살길 찾기 바쁜 처절한 그녀에게 딱 하나 있는 절친은 결혼소식을 알리며 들러리를 부탁한다.  

 

유별나 보이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기에 절대 비웃을 수 만은 그녀의 이야기를 함께 지켜보자. 일상에서의 평범한 이야깃거리와 거기에서 자연스레 묻어 나오는 열등감, 질투 등을 가진 못난 우리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솔직하게, 때론 더럽게 웃기도록 풀어낸다이 화끈한 작품을 보고 나면 마음 속 어딘가에 솟아나는 자신감을 안고 흐뭇하게 잠들 있을 것이다.

 

 

 

 

 

"파멸로 치닫는 관계, 그리고 진실. 그 사이 어디쯤에서 성장하기"

<파수꾼 /윤성현>

 

우리는 친한 사람들과 종종 다투거나 멀어져 버린다. 활활 피어 올랐던 서로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어느새 다 가라앉을 때쯤이면 그제서야 멀찌감치 서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이 영화 속에서도 세 소년간의 치열한 관계가 스파크를 피워낸다. 함께 한적한 철로에서 공을 던지며 놀고 어깨동무를 한 채 살갑게 욕설을 퍼부을 정도로 죽마고우였던 세 소년의 틈에 어느 순간부터 균열이 시작되고, 끝내 그 균열의 정점에서 한 소년은 역시나 묻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진실을 추구하는 자, 진실을 지키는 자'라는 뜻의 제목을 가진 '파수꾼'에서는 그 어긋난 틈 사이에서 진실됨을 이야기한다. 갈등을 이어나가는 도중에 쉴 틈 없이 서로에게 '왜 그랬어'라고 묻는 이 소년들은 진실을 겉도는 채 바보같이 싸우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 대변한다. 이 영화의 감독은 우리 주변에서 자신을 파멸시키는 수 많은 자들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영화라고 고백한 바 있는데, 자신을 파멸시키는 자와 진실을 추구하는 자, 이 상충되는 요소를 연결시켜 풀어나가는 영화를 지켜보다 보면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우리의 옹졸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완벽하지 않은 사랑을 하는 우리 청춘들의 자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이누도 잇신>

 

이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애써 특별하게 설명하자면 ‘장애인의 러브스토리’쯤 될 수는 있다. 외출을 때면 칼을 무장한 채로 유모차에 꽁꽁 숨어들거나 높은 의자에서 ''하고 무표정하게 뛰어내리는 여주인공의 모습에 우리는 흠칫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여주인공 조제의 장애는 그녀의 사랑을 캐릭터화하는 특별한 장치가 되지는 않는다. 단지 우리 모두가 완벽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사랑을 하듯, 그녀의 장애 또한 그러한 한 ‘사람’으로서의 약점일 뿐이다. 우리 청춘들 역시 그녀처럼 사랑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치부를 들킬까 안절부절하고, 그녀처럼 ‘쿵’하고 낯선 현실의 바닥에 떨어지고 나아가는 별 다를 것 없이 평범한 사랑을 하는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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