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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로 만나는 조지 오웰의 '1984'와 '디지털 디스토피아'

작성일2012.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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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utopia.

 

한 때 인류는 항상 진보와 발전을 거듭해왔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자신감과 믿음이 가득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러한 믿음이 언젠가는 인류가 맛보게 될 이상적인 세계, ‘유토피아’를 탄생시켰고, 마르크스는 사회주의 공산사회를 이 유토피아의 실현으로 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와는 달리, 1900년대 초 전 세계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이러한 믿음에 대한 회의가 서서히 밀려오기 시작했다. 결국 세계는 미국이 이끄는 자유주의 자본사회, 소련이 이끄는 사회주의 공산사회 두 진영으로 나뉘게 된다. 그리고 몇몇 대(大)사상가들이 최상의 정치 및 사회체제라고 확신했던 사회주의는 억압, 폭력, 일당 독재라는 비정상적인 권력구조를 가진 '스탈린 주의’로의 변형을 겪게된다.

 

 

 

1984.

 

그리고 1949년, 조지 오웰은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여 <1984>를 출간한다. 이 책은 <동물농장>과 더불어 그의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데, 그는 소설 속에서  '디스토피아'라 일컬어지는 배경을 제시한다. 그리고 <1984>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빅 브라더’가 등장해 디스토피아적 시대를 더욱 암울하게 만든다. 텔레스크린으로 모든 사람을 통제하고 세뇌시키는 빅 브라더는 사람들 개인의 자유를 용납하지 않는다. 반면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는 이러한 환경 속에서도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골동품 수집이라는 취미를 몰래 가진 채 체제를 거부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결국 스미스 역시 엄청난 고문을 받으며 더이상의 항거에 실패하고 만다. 오직 빅 브라더만 바라보며, 빅 브라더가 만들어 놓은 세상에 굴복하여 소외된 개인으로 살아가는 것만의 그의 남은 인생이 된 것이다.

 

 

영화 <1984>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

 

 

 

dystopia.

 

조지 오웰의 <1984>가 등장한 이후로 '디스토피아'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모아졌다. 암울한 시대 배경을 공유하는 각종 서적들이 잇따라 출간된 것은 물론이고 비슷한 세계관을 표방한 영화들도 제작됐다. 대표적으로 데몰리션 맨, 다크시티, 매트릭스, 이퀼리브리엄, 브이 포 벤데타 등의 영화들이 있다. 인상적인 것은 소설에서 암울한 미래로 그렸던 1984년에는 실제로 영화 <1984>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다행스럽게도 1984년에는 소설에서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런 사실과는 별개로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은 사회 곳곳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광고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한 장면. 반군의 거처에서 숨겨져 있던 명화들이 나오자 '그들'은 망설임 없이 이를 소각한다.

 

 

 

애플과 IBM.

 

미래의 어느 시점을 배경으로, 멍하니 스크린을 응시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화면이 바뀌면서 건강해 보이는 한 여자가 큰 해머를 들고 뒤쫓아오는 군인들을 따돌리고 대형 스크린을 향해 돌진한다. 대형 스크린에서는 빅브라더로 보이는 남자가 장황한 연설을 하면서 대중을 세뇌시키고 있었고, 해머를 들고 있던 여자는 있는 힘껏 해머를 던져 빅브라더가 나오는 스크린을 결국 부순다. 그리고 바로 자막이 올라온다. "애플이 1984년 1월 24일, IBM에 대항한 매킨토시 체제를 선보입니다. 지금의 1984년은 (소설의) 1984와 같은 결말을 갖진 않을 것입니다."

 

 

'1984' Apple Macintosh Commercial

 

이 광고는 바로 애플이 1984년 슈퍼볼 결승전에서 선보였던 매킨토시 광고이다. 당시 컴퓨터 시장의 막강한 실력자인 IBM이 개인PC 시장에 뛰어들면서 소규모 회사인 애플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고 있었다. 많은 자본을 가진 대기업이자, 메인프레임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라는 IBM의 장점 때문에 당시 애플이 그들을 넘어서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워보였다. 그래서 애플은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소설 1984의 내용에 대입시켜서 광고를 탄생시킨 것이다다. 빅브라더를 깨부순 여자는 '애플'로 상징되고 사람들을 좌지우지하던 스크린 속의 빅브라더는 IBM에 대응한다는 논리이다.

 

다소 도발적인 광고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던 터라 광고의 성공을 점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애플 스스로도 이 광고가 성공할 것이란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광고가 방송된 이후 엄청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유수의 광고제에서 상을 휩쓸며 광고 역사를 뒤흔들게 된다.

 

 

모토롤라와 애플

 

그렇다면 과연 지금은 어떠할까 애플이 지난 1984년, IBM을 빅브라더로 규정하며 자신들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겠다며 슈퍼볼 결승전에서 파격적인 광고를 내보낸 지도 벌써 30여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놀랍게도 2012년 현재,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 싸우겠다고 이야기하던 애플이 역설적으로 자본주의 역사상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슈퍼 대기업’이 되어 있다.

 

단순히 기업의 크기만으로 애플이 ‘빅브라더’가 되었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핸드폰, 타블렛 PC 등의 시장에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수의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는 애플은 그들만의 폐쇄적인 운영방식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우선 애플은 모든 제품들은 독자적인 운영체제인 IOS를 사용한다. 이 운영체제는 뛰어나지만 다른 회사의 기기들과 호환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기기가 고장 났을 경우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지 않고 헌 부품들을 다시 조립해서 돌려주는 이른바 리퍼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것도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더구나 최근엔 소비자들 몰래 GPS로 그들의 동선을 기록해 애플서버로 전송하고 있던 것이 밝혀져 큰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렇게 비난이 고조되어가던 2011년, 핸드폰 경쟁업체인 모토롤라가 애플을 향해 흥미로운 도전장을 내민다. 바로 아이패드의 경쟁모델인 ‘모토롤라 ZOOM’ 광고에서 애플을 ‘빅브라더’로 규정한 것이다. 28년 전 작은 회사였던 애플이 거대기업 IBM을 ‘빅브라더’로 이미지화 했던 광고를 도리어 역으로 이용한다는 발상이 무척 신선했다.

 

 

'2011' Motorola Xoom Tablet Commercial

 

 

 

반복되는 고리.

 

아래 광고는 러시아의 보드카 스미르노프의 광고이다. 짜르 체제에 불만을 품은 시민군들이 정부군을 습격해 그들의 자리를 차지하지만, 그 곳에 앉아 시민군 대장이 스미르노프 보드카를 마시자마자 또 다른 시민군 대장이 나타나 그를 쫓아내고 자신이 그곳에 앉는다. 하지만 그 역시 보드카에 손대자마자 세 번째 시민군에게 쫓겨난다.

 

Cool Smirnoff Black 'Russian Revolution' Advert from the mid 90s

 

 

많이 익숙한 구도이다. 앞에서 IBM과 애플, 애플과 모토롤라의 관계와 참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IBM-애플-모토롤라’로 이어지는 이러한 ‘광고의 흐름’을 살펴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모토롤라가 애플에게 밀리는 기업이라고 인식되기 쉽지만 사실 알다시피 얼마 전만 해도 노키아와 핸드폰 세계 1, 2위를 다투던 기업이었다. 그들 역시 일종의 '빅브라더'였을 수도 있는 것이다. 또한 애플이 빅브라더로 규정했던 IBM도 예전엔 자신들보다 큰 기업을 향해 독점하지 말라고 외쳤던 시절이 있을 것이다. 다만 세상이 변하고 기업의 이해관계가 변화함에 따라 앞서가니 뒤서거니 순위 다툼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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