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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여년의 역사가 숨쉬는 '회현 제2시범아파트'

작성일201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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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안녕하세요. 저는 1970년생인 회현 제2시범아파트 라고 합니다. 제 이름이 생소하다구요 저는 사람들에게 '남산시민아파트' 라고 더 알려져있기 때문이죠. 제가 태어났을 당시에 시민들을 위해 급하게 만들어진 와우아파트의 붕괴로 시민아파트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어요. 이 때 당시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는 시범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지로 제가 탄생하게 되었죠.

 

 그래서 시민아파트가 아닌 시범아파트로 부르려했어요. 지금은 둘 다 쓰기도 합니다. 당시 주택을 최대한 많이 보급하기 위해서 땅값이 들지 않게끔 나라에서 소유한 남산을 깎게 되었어요. 저는 최초의 중앙난방식으로 지어져 온수가 나오고 집마다 수세식 화장실이 있는 호화로운 아파트였어요. 저는 시민들을 위한 아파트지만 교통과 공기가 좋은 남산에 위치해있어 고위 공무원이나 경찰은 물론 당시 톱스타였던 은방울자매와 윤수일씨와 같은 연예인들이 살기도 했답니다. 윤수일씨의 <아파트> 명곡이 여기서 탄생하기도 했죠.

 저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시죠 이제 저의 매력이 무엇인지 보여드릴게요!

 

 먼저 아파트 입구의 모습입니다. 이 사진을 보고 이 장소가 익숙한 분이 계실겁니다. 바로 여기는 '무한도전' 프로그램의 촬영지였기 때문입니다. 저의 구조는 매우 복잡한 '' 구조에 아파트 입구의 구름다리가 6층에 있답니다. 또 다른 곳엔 7층과 연결된 구름다리가 있답니다. 게다가 출입구는 하나가 아닌 다섯 곳이나 있으니 복잡한 구조이죠. 당시 유재석씨가 복잡한 저의 구조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죠.

 

 ''구조의 한 가운데서는 저의 특이한 구조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1층에서 바라본 7층과 연결된 구름다리는 이를 버티고 있는 튼튼한 지지대 덕분에 42년 동안 문제가 없었습니다. 당시 엘리베이터가 없었기 때문에 만약 구름다리가 없었다면 주민들은 많은 불편을 겪었겠죠

 요즘 아파트들은 획일화 된 구조로 되어있어 단순하게 느껴집니다. 구름다리는 42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특이한 구조와 동시에 현명함이 돋보입니다.

 

 현재 건축법상 '아파트 동간 이격거리'가 정해져 있습니다.(단지내 도로는 주거동에서 2m 이상 이격하여 설치하고 이격한 곳에는 조경등을 설치토록 함) 아파트 간의 거리가 근접하게 붙어 있는 것은 요즘 아파트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당시 규모를 최소화하고 수용인원을 최대화를 하기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아파트 외부의 면적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고자 창호를 돌출형태로 만든 점이 특징입니다. 화분과 같은 물건을 올려두기 좋게끔 설계하였답니다.

 

 아파트 1층과 지상을 연결하는 계단에서는 영화 <주먹이 운다>의 류승범씨가 아버지와 맞담배를 피우는 장면으로 나왔었어요. 바로 이 계단이죠. 어떤 곳인지 한번 자세히 볼까요

 

 영화 <주먹이 운다>에서 나온 한 장면의 모습입니다. 앞서 보여드린 7층으로 가는 구름다리에서 1층을 바라본 모습이랍니다. 영화 상영이후로 많은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이 찾아와서 이 구도를 많이 찍어갔답니다. 심지어 이 구도의 사진이 모 사진공모전에서 대상작품이 되면서 제가 유명해지기 시작했죠. 1층으로 내려가면 여기에는 수많은 장독대와 화분들이 널려있어요. 난간에 빨래를 널기도 하고요. 작은 공간이지만 알차게 활용하려는 주민들의 지혜가 엿보입니다. 이것이 사람이사는 냄새가 아니겠어요

 

 저는 남들에게 우울하고 음침해 보인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그래서 그런지 <친절한 금자씨>, <주먹이 운다>, <소름>과 같은 분위기가 밝지 않는 영화촬영지로 유명하죠. 사진을 보시다시피 복도에는 등불이 없어 대낮에도 어둡답니다. 여성분이 밤에 혼자 복도를 다니면 등골이 오싹한 경험을 하게 되실겁니다. 그리고 대문은 아직도 나무로 되어 있을 정도로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기도 합니다.

 

 제가 있는 곳은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유명한 남산타워가 아주 잘 보인답니다. 저는 항상 케이블카의 모습과 야경이 멋진 남산타워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월은 속일 수 없는 것일까요 아파트 복도의 깨진 유리창은 몇 년 동안 그대로 방치되어 있고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는 세련되어 보이네요. 가정과 세월을 짊어진 가장의 무거운 어깨와 마찬가지로 저도 또한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모든 사람들은 아파트에 있는 놀이터에 얽힌 추억이 있을겁니다. 하지만 제가 오랜 세월을 산만큼 놀이터도 함께 늙어 지금은 폐쇄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뛰놀던 아이들은 지금쯤 한 가정의 일원이 되어 살고 있겠죠 놀이터가 비록 지금은 제 구실을 하지 못하지만 저와 함께 역사를 써나간 존재로 의미 있는 공간이랍니다.

 

 제 주변에는 현대식 고층빌딩이 올라서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저는 세월이 오래되어 허름해 보이죠. 저는 앞으로 철거될 예정이기 때문에 요즘 힘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생계공간이 되어주고 누군가에겐 성공의 기회를 만들어주고 누군가에겐 추억을 만들어줬습니다. 저는 아파트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하였다고 생각해요. 제가 철거되어도 '회현 제2시범아파트' 40여년의 역사를 기억해주시면 감사합니다.

 

 

 

 

 

 

 

 

[이하 사진=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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