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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시간이 묻어있는 골목, 보수동 책방 골목.

작성일201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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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시간을 돈을 주고 살 수 없다. 그리고 붙잡을 수도 없다. 하지만 이렇게 무심한 시간들이 흐르지 않고 책 속에서 쉬고 있는 곳이 있다. 100년의 시간이 지나 머리에 먼지가 쌓인 친구도 있고, 엊그제 들어와 막 수다를 떨고 있는 새내기 친구들도 있다. 이곳은 수많은 헌책들이 모여 있는 부산의 보수동 책방 골목이다. 보수동 책방 골목에는 마치 시간이 멈춰있는 것만 같다. 50년 전에 머리가 새하얀 할아버지가 읽었던 책과 갓 졸업한 공대생의 전공책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멈춰 있는 것만 같은 보수동 책방 골목에 기자단이 발걸음을 옮겨본다.

 

 

 보수동 책방 골목은 말 그대로 수많은 책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다른 서점들과 달리 보수동 책방 골목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책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골목골목마다 책들이 전시되어 있고, 수북이 쌓여있다. 사람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는 책도 있고, 몇 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한 책들도 있다.

 

 

 길을 걸을 때마다 바닥에는 이상의 '날개',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등과 같이 유명한 작가들이 쓴 작품들의 제목과 각 작품을 쓴 작가들의 이름을 표현해 놨다. 그리고 책방 골목의 중앙에는 훈민정음을 한 자, 한 자 파놨기 때문에 책방 골목의 분위기를 한층 더해줬다.

 

< 보수동 책방의 유래 >

 

 

 보수동 책방 골목은 1950년대 6.25전쟁 이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직후, 손정린(현재 서울거주, 50여 년 전 보수동에서 책장사를 시작했던 분)씨가 미군부대에서 보던 잡지를 가져와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보수동 책방 골목의 유래라고 한다. 근처에 국제시장과 법원이 있어서, 초기엔 장사가 잘 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 동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학고방(일본식 표현)이 가건물로 세워지고, 현재에 들어서 서점으로 모두 변모하고 하나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보수동 책방 골목은 현재 헌책의 백화점으로 불리며 이젠 대한민국 유일의 헌책방 골목이 되었다.

 

< 보수동 책방 둘러보기>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갈고 닦은 지식을 우리는 한 권의 책을 통해 전수받는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 점에서 보수동 책방 골목은 지식이 한 곳에 모여 이룬 바다를 연상케 했다. 트로이 전쟁에서 아가멤논의 시기와 질투를 받고 분을 삭이지 못하는 아킬레우스부터 자본주의의 실패를 예견하는 마르크스와 4주 만에 10kg을 감량하는 다이어트 비법 등.. 사람이 다니지 못 할 정도로 빼곡히 들어선 책장으로 가득 찬 골목의 모습들도 종종 눈에 보였다.

 

 한 책방을 들어가 보면 수 천 아니 수만 권의 책들이 나를 지켜보는 것만 같아 그 위압감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한걸음에 책 십여 권이 나에게 다가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만 같았다. 그 압도감과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을 무렵, 시대를 알 수 없는 책과 잡지들이 눈에 띄었다. 출판시기가 약 1960년대로 보이는 외국 잡지는 보수동 책방 골목에 시간이 멈춰있다는 것을 무엇보다 잘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골목 사이를 지나다 보니 '대학전공서적'이라는 푯말이 붙어있었다. 푯말 옆에는 무수히 많은 계단이 보였고, 계단 중간쯤에 한 문이 있었다. 그곳에 들어가 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 대학전공서적들이 정렬되어 있었다. 마케팅, 물리, 항공, 법, 정치, 환경, 자동차 등 분야별로 정리되어, 세상에 존재하는 전공서적들은 모두 여기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 같았다.

 

< 보수동 책방 골목과 함께 시간을 걸어온 친구들 > 

 

 

 

 60여년이 지난 보수동 골목은 오랜 시간을 존재해 왔지만 언제나 외롭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쳐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긴 시간을 혼자 걸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수동엔 오랜 친구들이 있다. 골목을 계속 지나쳐 가다보니 눈에 익숙한 것들이 보였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작은 구멍가게에서 판매되는 불량식품들이 줄지어 반갑게 인사해줬다.

 불에 익혀 먹으면 입에서 바삭바삭한 맛이 나는 쫀드기부터 맥주형태를 그대로 따서 만들어진 콜라맛 사탕, 이쑤시개처럼 가늘게 생겨 돌려서 빨아먹는 재미가 있는 아팟치 등 4,50대의 아련한 추억을 새록새록 이끌어 내는 불량식품들은 보수동 책방골목의 오랜 친구다.

 

 

 그리고 불량식품보다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보수동 책방골목은 또 하나의 친구를 두고 있다. 그것은 바로 만화골목이다. 보수동 책방골목처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한 곰과 카멜레온()/도마뱀()의 이야기를 다룬 골목이였다. 흰 곰의 조언을 무시하고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 점점 물들어가는 도마뱀은 외톨이가 되고나서 다시 흰 곰의 조언을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흰 곰을 점점 그리워하는 도마뱀은 다시 흰 곰 곁으로 돌아가며 서로의 꿈을 키우는 만화이다. ‘조금 느림’을 선호하는 보수동 책방 골목과 잘 어울리는 만화인 것 같다.

 

< 보수동 안의 달인을 만나다 >

 

 

 책들로 끝이 없는 협곡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분주하게 책을 정리하고 있는 한사람이 있다. 그는 생활의 달인 249화의 주인공 남명섭(60대, 남, 충남서점주인)씨다. 그는 책에 묻은 낙서들을 지우는 비법들을 가지고 있으며 40여년 동안 보수동 헌책방 골목과 함께해 왔다.

 그는 17세에 친척의 권유로 처음 헌책방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 당시엔 책을 좋아하기 보다는 제대로 된 직업을 선택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러 가지 직업을 바꿔보고 결정한 직업이 헌책방 주인이라고 했다.

남명섭씨가 보유하고 있는 헌책의 수는 본인도 알 수 없다고 한다. 대략 몇 십만권이라고 하지만 그 수량을 눈으로 봐서는 헤아릴 수 없어 보였다. 이 많은 책들은 사람들이 버리는 책들 속에서 책 수집가를 통해 재활용된 책이거나 사람들이 이사를 갈 때 얻게되는 책들이 40여년 모여서 이렇게 쌓이는 것이라고 했다. 책의 나이는 0살에서 60살까지 다양하고, 판매되는 가격은 상태에 따라 다르며 1,000원에서 절판된 책은 50,000원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덧붙여 남명섭씨는 헌책엔 값이 없다고 한다. 엿 값은 엿장수 마음대로인 것처럼 헌책은 책방주인 마음대로라고 한다.

 40여년 동안 헌책방을 운영해오면서 힘든 일도 많았다고 한다. 처음엔 사회과학 도서를 취급하다 아동도서로 바꾸고 현재는 다시 사회과학 도서를 다루고 있다. 헌책들 속에도 트렌드가 있기 때문이다. 그 트렌드를 맞추기도 쉽지 않고, 요즘 대게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6.25전쟁 이후, 많은 시간이 흘러도 아직 변하지 않는 곳이 있다면 바로 보수동 책방 골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든다. 수많은 헌책들 속에서 묻어있는 지식과 지혜들은 100년이 지나도 변치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글의 쉼표와 같은 보수동 책방 골목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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