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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작성일201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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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적하던 이태원역 4번 출구에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몰려들기 시작했다. 초조함과 설렘이 섞인 표정으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사람들도 있었고, 노란색 조끼를 걸쳐 입고 능숙한 솜씨로 케이지를 설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케이지 안에는 강아지들이 하나 둘씩 자리하기 시작했다. 무더위에 혀를 길게 내빼고 불안한 듯 고개를 이리저리 돌린다.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6시까지 바빠지는 이태원역 4번 출구. 그곳에선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유기동물들은 원칙적으로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일정기간 동안 보호를 받으며 새 주인을 기다리게 되어있다. 하지만 현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보호시설이 많이 부족한 것은 물론, 그나마 마련되어 있는 시설마저 열악하기 짝이 없다. 보호시설에서 보호를 받아야 마땅할 유기동물들은 오히려 보호소에서 병을 얻거나 굶어 죽는 경우도 있다. 많은 보호소들은 실질적인 보호자 역할을 수행한다기보다 그저 버려진 동물들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의무적으로 거쳐가는 장소에 불과하다.

 

▲ 유기견 관련 기사들

 

무엇보다 가슴 아픈 사실은, 유기동물 보호소에는 ‘공고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보호소 입소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동물들은 안락사를 당하도록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30일이었던 그 기간마저도 법이 개정되면서 10일로 줄었다. 다시 말해, 입소 후 10일 이내 입양되지 않은 동물들은 모두 안락사 당한다는 것이다. 이는 동물들의 건강상태, 성별, 나이 등에 상관없이 모든 유기동물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이 법이 보호소 내에서 갓 태어난 새끼들에게도 적용이 된다는 것이다. 보호소 내에서 태어난 새끼들마저 10일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다.

 


보호소에서 직접 입양되는 유기동물의 수는 매우 적고, 대부분의 유기동물들은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죽음을 맞이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운 좋은 동물들은 안락사 당하기 전에 한 번의 기회를 더 갖게 된다. 이들에게 또 다른 희망의 시작이 될 수 있는 곳. 이곳은 바로 이태원역 4번 출구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이태원역에서 동물들은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 이태원역에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유기견들

 

다음 카페 ‘유기동물 행복을 찾는 사람들’은 매주 토요일, 비가오나 눈이오나 아랑곳하지 않고 오전 11시에서부터 오후 6시까지 유기견 무료 분양 캠페인을 펼친다. 이곳에서 유기동물들은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캠페인 장소를 이태원으로 정한 이유는 간단하다. 접근성이 높고, 외국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유기동물은 물론, ‘순종’이 아닌 흔히 말하는 ‘잡종’에게는 많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에 비해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유기동물이나 ‘잡종’에 대한 인식도 좋은 편이고, 편견도 갖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캠페인 장소를 이태원역으로 정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유기동물들에게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기 위해서였다.

 

                                                                                      ▲ 유기견을 바라보는 아이들  

 

이태원역 4번 출구. 유기동물들은 이곳에서 똘망똘망한 눈으로 새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며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토요일’을 보낸다. 이곳에 오는 동물들은 대부분이 버림받은 아이들이다. 단순히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 학대를 당한 동물들도 이곳으로 흘러 들어오곤 한다. 주인이 입을 고무줄로 묶어놓아 주둥이 주변 피부가 괴사해 수술을 한 강아지도 있었고,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견도 있었다.

 

▲ 구조되어 새 주인을 기다리는 진도 믹스견

 

특히 취재 당일 끊임없이 장난을 치던 흰색, 황색의 진도 믹스견 두 마리는 두 달이 채 안된 강아지였는데, 이들의 부견은 보신탕 집으로 팔려갔다고 한다. 그대로 두었다간 강아지들이 위험할 수 있을 것 같아 주인에게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데려온 아이들이라고 한다. 이렇듯 이태원에는 다 자란 유기동물뿐만 아니라 새끼들도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누구나 유기동물을 입양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나 새 주인이 될 수는 없다. 무료분양이라고 해서, 절박한 마음으로 새 주인을 기다리는 동물들이라고 해서 무턱대고 입양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살고 있는 가족 모두가 유기동물 입양에 동의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가족 중 단 한 명이라도 반대한다면, 입양을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왜냐하면, 가족 중 누구라도 유기동물 입양을 반대한다면 동물이 파양돼 더 큰 상처를 입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 현장 포스터(좌)와 유기견을 입양한 새 주인들(우)

 

또한, 이 캠페인의 목적은 유기동물의 개체수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중성화 수술 또한 필수이다. 입양을 결정한 주인들은 캠페인 봉사자와 동행해 협력 동물병원에서 중성화 수술을 시켜야 유기동물을 입양할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이태원역에서 희망을 찾는 동물들은 보호소에서 데려오기도 하고, 용산구 내 동물병원의 제보로 데려오기도 하며 직접 구조해 오기도 한다. 이들 대부분은 당일 입양이 된다. 입양이 이루어지지 않는 동물들도 물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안락사 시키지는 않는다. 다시 보호소로 돌려보내는 일 또한 없다. 그들에게는 일주일의 시간이 더 주어진다. 그 다음 토요일, 한 번의 기회를 더 얻게 되는 셈이다.

 

▲ 봉사자들(좌) 및 몰려든 인파(우)

 

유기동물의 새로운 삶을 위해서 자원봉사자들은 비가오나 눈이오나 악천후에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일한다. ‘유기동물 행복을 찾는 사람들(http://cafe.daum.net/seekfor-happiness)’ 운영위원 김애실 씨는 말한다. “입양 갔던 강아지들이 커버리니 더 이상 예쁘지 않다고, 너무 크다고, 혹은 적응을 못 한다고, 또는 너무 짖는다고 파양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이들이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었더라면 그렇게 쉽게 파양했겠습니까 유기견을 볼 때 ‘개는 개일뿐’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고 유기견이 다시 한 번 상처를 받는 것이지요. 이런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유기동물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오늘 이태원역 4번 출구에서 본 강아지들, 그리고 사진 속 유기견들…이들은 과연 새 가족을 만났을까 아니면, 이미 하늘나라에 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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