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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에는 바닷가만 있다? 제38회 부산미술대전도 있다!

작성일201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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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여름의 해운대는 내지인도 외지인 가릴 것 없이 사람이 들끓는 곳이다. 어디를 가도 사람에 치일 수밖에 없다. 바다에선 튜브와 튜브가 닿고, 백화점에선 물건을 집느라 손과 손이 닿는다. 좋은 휴가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휴가의 본래 뜻을 한 번 생각해보자.

 

休暇

 

쉴 휴, 느긋하게 지낼 가. 말 그대로 사전적인 휴가는 느긋하게 지친 마음을 새로이 재생시키고 달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해운대의 휴가 풍경은 어떤가 느긋한가 마음과 몸이 충분히 쉴 수 있는가

 

해운대 주민으로서 개인적 의견을 피력하자면, 여름의 해운대는 느긋하지도, 몸이나 마음에 여유를 부여하기도 어려운 곳이다. 하지만 피곤하다는 이유로 쉬겠다며 종일 방콕만 하자니 여름휴가가 이대로 흘러가는 게 아쉽다.

 

물론 밖에 나가서 사람과 부대끼는 게 원래 여름휴가이며 그것이 진정한 묘미라고 생각하는 이도 분명히 있다. 지금 어떤 이의 휴가가 틀렸다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휴가의 방법은 다양할 수 있으며, 여름의 해운대에는 사람과 부대끼며 뜨거운 여름을 보내는 동시에 마음에 쉼표를 찍어줄 수 있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가능한 장소가 있음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여름의 해운대에는 바다만 있다

 

혹시 해운대를 한 번이라도 찾은 기억이 있다면, 해운대에 바다 말고 어떤 관광 장소가 있는지 떠올려보자. 누리마루 동백섬 저마다 여러 장소를 손에 꼽겠지만 해운대 바닷가를 가기 위해 대다수의 관광객이 지나치면서도 전혀 떠올리지 못하는 곳이 있다.

 

해운대 지하철역에서 3정거장 5분 거리. 센텀시티/벡스코 역에서 한 정거장 2분 거리. 심지어 벡스코에서 도보로는 5분. 센텀시티 롯데백화점에서 도보로 8분. 이 기가 막히게 입지 요건이 좋은 곳은 바로 부산 시립 미술관이다.

 

부산 시립 미술관은 비엔날레 등 굵직한 미술 행사를 유치하는 거대 규모의 시립 미술관이면서 근처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사생대회 장소로 단연 손꼽히는, 주민에게 늘 열려 있는 미술관이다.

 

이게 휴가 그리고 관광 장소와 무슨 상관이냐고 당연히 상관이 있다. 현재 ‘제38회 부산미술대전’이 여름을 맞아 부산 시립미술관에서 개최 중이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가장 크고 한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미술 전시회.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미술 공모전.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신인 작가 발굴의 장.

 

이 어마어마한 타이틀을 달고 있는 미술 전시회가 여름 한정으로, 1년에 단 한 번, 해운대에서 개최된다니 해운대에 와서 바닷가만 돌아보고 가기에는 너무나 아쉽다. 아직 못 본 이, 그리고 사정상 찾아올 수 없는 이를 위해 부산 미술 대전의 가벼운 맛보기를 준비했다.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그림, 환상보다 더 환상적인 그림!

 

 

마치 실제 모습을 사진으로 그대로 찍은 것처럼 사실적이지 않은가 이는 그 어떠한 보정도 거치지 않은, 심지어 핸드폰의 일반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다. 고화소의 디지털 카메라도, 비싼 전문가용 카메라도 아니지만 이렇게나 아름답게 담아낼 수 있다는 건 더는 카메라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양질의 피사체 덕분일 것이다. 풍경을 담은 수채화와 서양화의 경우에는 사실적이면서도 작가만의 감성이 느껴지는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반면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도 많았다.

 

 

환상은 환상으로만 남겨두는 게 좋다는 말이 있다. 그건 환상을 현실로 옮겼을 때, 생각보다 아름답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작가의 상상력과 독특한 시선이 담긴 세계를 현실로 그대로 가져왔다. 실제 눈으로 볼 때 느껴지는 색상의 조화는 물론, 그림의 질감까지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 금빛으로 빛나는 ~의 경우, 붉은색과 금색의 조화가 상당히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이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수채화와 서양화 부문의 전시관은 전체 전시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전시실 내부에는 정중앙에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앉아서 느긋하게 그림에 둘러싸여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화려한 색감으로 눈을 채우고 나면, 3층의 서예관으로 발을 옮겨보자.

 

서예관의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그 기백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전시실 안 깊은 곳까지 사방의 벽에 늘어선 서예 작품은 알록달록한 2층의 분위기에서 일변하여 흑백의 미를 자랑했다.

 

 

어떻게 이렇게 물 흐르듯이 막힘없이 글자를 써내려갈 수 있을까. 우리가 늘 접하는 글자가 아니라 하나의 그림과도 같다. 서예관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40대 여성은 어쩐지 몸이 으슬으슬해질 정도로 웅장한 느낌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수많은 서예 작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기회가 흔한 게 아닌 만큼, 인터뷰 결과 많은 관람객이 가장 신비하게 여긴 전시관이기도 했다.

 

그 반대편은 문인화 전시실이 펼쳐져 있다.

 

 

 매화, 난 그리고 대나무 등 한국의 선비를 떠오르게 하는 소재가 방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국적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것은 서예 전시실과 같지만, 색감과 농담이 가미되어 약간 딱딱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전환시켜줬다. 2층의 수채화, 서양화 전시실을 보고 온 뒤라면 큰 대비를 느낄 수 있어 더욱 즐겁게 관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시 2층으로 잠시 내려와 보자. 한국의 전통을 맛 봤다면 다음은 한국의 현대 트렌드를 느껴볼 시간이다.

 

디자인 전시실은 상품, 지역 등 다양한 대상을 소재로 한 홍보 포스터와 상품 디자인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이디어가 통통 튀는 귀여운 작품부터 저도 모르게 아, 하고 감탄을 내뱉을 정도로 세태를 풍자하고 있는 작품도 있었다.

 

 

다음은 공예 전시실이다.

 

 

공예 전시실은 들어가는 순간 대상 작품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두 사람이 꼭 끌어안은 모습은 어쩐지 마음을 짠하게도, 따뜻하게도 만든다. 도자기, 목공예품, 철은 물론, 천을 이용한 작품까지 그 소재도 다양하다. 특히 공예 특선작인 김도경의 ‘꽃이피는’은 화려한 색감과 섬유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질감으로 시선을 끈다.

 

마지막으로 조각 작품을 둘러보자.

 

여태까지 이 전시관, 저 전시관을 다니면서 이미 조각 작품을 수차례 접했다. 조각 작품은 벽에 걸려 있는 게 아니라 그 독자적인 공간감을 내세워 하나의 전시관이 아니라, 부산 시립미술관 2층과 3층 전체를 이용해 전시되어 있다. 그렇기에 전시실과 전시실로 움직이는 동안에도 줄곧 예술을 접할 수 있다.

 

 

말로 표현하기에는 부산 미술 대전의 작품이 얼마나 많고 또 얼마나 정갈하게 전시되어 있는지 차마 다 표현할 수 없다.

 

 

그럼 이미 부산 미술 대전에 직접 발을 옮겨 작품을 감상한 관람객들은 부산 미술 대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전시실을 돌아다니는 사이, 몇 번이고 마주친 20대 두 여성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어떻게 오셨어요’ 그 질문에 그녀들은 부산 시민이 아니라 대구에서 온 미대생으로 휴가를 맞이하여 오로지 부산 미술 대전을 보기 위해 왔다고 했다. 바닷가는 덤이란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바쁘게 돌아다니는 만큼이나 그녀들은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그 열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답이었다. 언젠가 자신의 작품이 이렇게 큰 전시관에 걸리는 것이 꿈이라며 눈을 빛내던 그녀들은 폐관이 20분 앞으로 다가온 지금, 더 많이 둘러봐야 한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부산 미술 대전을 찾은 관람객의 연령층은 다양했다. 평일 저녁인 만큼 인터뷰한 두 미대생을 포함해 20대 젊은 층의 모습이 눈에 띠었다. 그러나 주말은 어린이를 데리고 온 가족이 대다수다.

 

어린아이부터 백발의 노신사까지. 그들은 모두 저마다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거나 뜨거운 시선으로 작품을 감상하곤 했다.

 

판화 전시관에서 만난 30대의 여성은 특선 작품과 입선 작품 앞에 서서 한참을 망설이고 있었다. 문외한의 눈으로 보면 두 작품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하나는 특선이며, 하나는 입선이다.

 

“전문가의 눈으로 보지 않으면 상을 받고 안 받고는 이해할 수가 없네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쑥스러운 듯이 웃어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래도 입선 작품에 왠지 모르게 더 마음이 끌린다며 그 작품의 사진을 찍어갔다.

 

결국 미술 작품의 감상이란 개인의 취향이다. 전문가의 평가를 곁들인다면 작품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작품을 보는 눈도 키울 수 있는 건 분명하다. 또한 각 작품마다 선정된 데에는 각각의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부산 미술 대전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듯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다. 그러니 미술 대전이라는 으리으리한 단어에 걸음을 망설이지 말자. 실제로 서예관에서 만났던 40대 여성은 가장 재미있게 본 전시관을 서양화 전시관으로 뽑았는데, 그 이유는 무척이나 단순하면서 즐거웠다.

 

“우리 집 거실 벽에 걸었을 때 가장 예쁘겠다 싶은 그림을 떠올리며 봤지. 살 수는 없지만 말이야.”

 

 

 

제38회 부산 미술 대전에는 총1377명이 출품하여 대상4명, 우수상12명, 특별상2명, 특선106명, 입선586명이 입상했다. 전국 최고 규모인 만큼 출품수도 상당하다. 이번에 선정된 수상자들은 디자인, 문인화부문의 수상자와 함께 7월20일부터 8월19일까지 약 한 달간 수상작의 전시가 되며, 현재 진행 중이다.

 

특히 올해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의 개관 시간을 여름을 맞이하여 저녁 8시까지로 늘리면서 직장에 다니는 관람객에게도 평일 여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주말의 부산 시립미술관은 여름방학을 맞아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로 붐비지만, 평일 오후 6시 이후부터는 폐관 시간이 가까워 오직 나만의 전시실을 만끽할 수도 있다. 더불어 어른 입장료는 4,000원이고 아동 입장료는 2,000원으로 가격도 영화 한 편 보는 것의 반값 정도다.

 

이번 여름. 집에서 하루 종일 휴식을 취하는 것도 분명히 휴가의 한 방편이다. 혹은 해운대 바닷가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노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동백섬의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것도 가족,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라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세계 정상들이 다녀갔던 누리마루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뿌듯한 휴가의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뜨겁고 정열적인 휴가든 조용하고 정적인 휴가든 그 사이에 잠시나마 마음에 새로운 감성을 선사하는 것은 다른 때보다도 더 달콤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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