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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ow City Life, 서울에서 한옥 즐기기

작성일2012.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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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한옥에 살으리랏다

 

할아버지가 지금까지도 살고계신 곳은 저와 같은 성을 갖고 있는 친척들이 모두 모여살고 있는 집성촌입니다. 그래서 친가에 가면 죽 늘어선 한옥이 모두 우리 집같이 느껴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특히 옛날에 서당 훈장님이었던 할아버지의 집은 좀 더 고매하다는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마루에 누워서 서까래를 보고 있자면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포근해짐을 느꼈습니다.

 

서울 토박이에겐 할아버지 집이 한옥을 느낄 수 있었던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여름 태풍의 매서운 바람으로 낡은 기둥이 흔들흔들하던 옛 집은 이제 모두 허물고 양옥으로 새로이 태어났습니다. 이제부터는 제가 마루에 누워 미지근한 바람을 맞으면서 느꼈던 그 포근함은 어디서 느껴야 할까요 그래서 서울에 있지만 할아버지의 옛 서당 집을 떠오르게 하는 한옥을 찾아 나섰습니다.

 

 

 

한옥에서 맛보기, 한옥 카페&갤러리 히든 스페이스

 

 

 

 

삼청동에 있는 히든 스페이스는 그 이름처럼 골목길 깊이 숨어있는 갤러리이자 카페입니다. 안국동 사거리를 지나 삼청동 방향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골목길을 잘 들여다보면 히든 스페이스가 숨어있습니다. 외국의 문화인 ‘Gallery’와 ‘Cafe’가 있는데도,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있는 작은 마당은 박완서의 소설 ‘마당 깊은 집’이라는 제목을 떠오르게 합니다. 들어가면 오른편에는 갤러리가, 왼편에는 카페 겸 작업실이 있습니다. 이곳은 고즈넉한 한옥의 미를 느낄 수 있다기보다, 좀 더 경쾌하고 발랄한 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히든 스페이스는 앞서 말했듯 정갈한 느낌은 아니지만 ‘개량 한옥’의 미를 맘껏 뿜어냅니다. 서까래와 기둥 같이 한옥의 큰 구조는 그대로 남겨두고 내부를 입식 구조로 바꾸어서 사람들이 갤러리를 둘러보기에 한결 편리하게 만들었습니다. 갤러리라는, 조금은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는 공간을 한옥으로 재해석해서 편리하면서도 따뜻한 공간을 창조해냈습니다.

 

 

 

 

카페 내부로 들어서면 입식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옛 느낌이 물씬 풍기는 가구와 인테리어를 볼 수 있습니다. 서까래에 달려있는 독특한 모양의 전등, 약이 담겨있는 서랍 안에는 작품을 제작하는 작업에 필요한 재료가 담겨있어서 오묘하면서도 독특한 조합을 이뤄냅니다. 테이블마다 꽃이나 그 외의 장식품을 올려놓아져 있고, 그 뒤로는 옆집과 뒷집의 한옥 지붕 끄트머리가 보입니다.

 

전통 한옥 특유의 미보다 좀 더 현대적인 미를 느낄 수 있는 히든 스페이스! 조개 속에 숨은 진주가 큰 가치를 갖고 숨어 있는 것처럼, 골목 깊숙이 숨어 있는 히든 스페이스는 편리한 구조이면서도 좀 더 가까이서 한옥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한옥이 불편하다고만 생각했던 사람들, 한옥은 평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한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한옥에서 잠자기, 한옥 호텔 락고재

 

 

 

 

‘옛 것을 누리는 맑고 편안한 마음이 절로 드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 락고재는 방송에서 수차례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장소입니다. 대부분 유명한 한옥 호텔의 경우 편리한 입식 형태로 개량된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옛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락고재가 어째서 유명한지에는 조금 의문이 갑니다.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는 ㅁ자 구조의 집, 높지 않은 천장과 올라갔다 내려갔다 수없이 반복해야하는 평상 구조까지.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이곳을 찾을까요

 

모든 한옥 구조를 거의 그대로 두고 인공 연못과 담장만을 새로이 만든 락고재는 할아버지의 서당 집을 떠오르게 합니다. 옛 것을 누린다는 의미가 담긴 락고재라는 이름이 무엇보다 잘 어울릴 정도로, 과하지 않게 드러난 옛 모습의 전통 한옥은 개량 한옥의 편리함과는 또 다른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문을 열기만하면 나루와 이어져서 그대로 하나의 평상이 되는 대청마루가 있고, 손님들이 머물 수 있는 안방과 건넌방, 별채부터 정자까지 모두 온돌로 된 시골집의 모습입니다.

 

 

 

 

특히 이곳은 내부보다 마당에 더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작게나마 꾸며놓은 화단에는 방울꽃과 장미가 한 데 어우러져 있습니다. 지붕 위에 올라선 새 모양의 솟대가 하늘 끝과 닿아있는 모습은 마치 지붕위에 새 두 마리가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마루 아래 디딤돌에는 몇 개의 검정 고무신이 나란히 놓여 있어서 진짜로 시골집에 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대청마루에 앉으면 바로 앞에 보이는 아궁이 두 개와 옛 사람의 모습이 담긴 사진엔 이 집이 얼마나 오래된 모습으로 이 세월을 지나왔는지 알 수 있습니다.

 

락고재는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숙소입니다. 서울 중심부에 있는 위치의 장점이나 한옥을 경험한다는 독특함에도 그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오래된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마루에 앉아 락고재를 운영하시는 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한옥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한옥에 대한 애정을 갖고 만든 곳이라는 걸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마루에 누워 하늘을 보면

 

 

 

 

한옥하면 ‘촌스러움’과 ‘세련됨’이 동시에 떠오릅니다. 한옥을 보고 ‘할아버지’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한옥을 보고 ‘고전미’를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한옥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모르는 사람은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한옥에서 단순히 아름다움을 찾기보다 익숙한 따뜻함을 찾을 수 있는 기회는 서울에도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서당을 하셨던 방을 철거할 때 다시는 할아버지의 마루에 누워서 보았던 하늘을 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직도 한옥의 지붕과 하늘이 어우러지면서 주는 편안함을 찾는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쁜 도시인 서울에서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한옥 마루에 누워 하늘을 쳐다보면 한옥의 아름다움에 반하기보다 한옥의 여유로움에 반해 그 곳에 계속 눕고 싶어질지도 모릅니다. 개량된 한옥이건 전통 한옥이건, 한옥 그 자체의 여유로움은 한옥 구석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여유로움 속에는 누군가가 원하는 삶의 방식 한 조각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마루에 누워 한옥 지붕의 끄트머리를 바라보세요. 그 곳에는 당신이 찾던 진정한 느림의 미학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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