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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故 유재하를 그리워하며...

작성일2012.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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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사진 출처 : 유재하음악장학회)

 

 

 11월이 다가올 때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시대 최고의 음악가 故김현식과 故 유재하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로 인연을 맺기도 했던 그들은 같은 날, 유재하는 1987년 11월 1일에, 김현식은 3년 뒤 그날 세상을 떠났습니다. 불현듯 ‘천재는 요절 한다’라는 말이 떠오르는 건, 두 사람이 남긴 음악이 그만큼 빛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 학창 시절 라디오를 통해 유재하를 처음 만났습니다. 야간 자율학습 도중 ‘사랑하기 때문에’를 듣고 그 멜로디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밤새 흥얼거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현악기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클라리넷의 멜로디 연주는 텅 빈 그날 밤을 감동으로 가득 채웠고, 그의 담백한 목소리는 순수 그 자체로 다가왔습니다. ‘아름답다’라는 표현이 정확히 어울리는 음악이었습니다.

 

 그 후 시계를 돌려 그의 지난 날들을 찾아 듣기 시작하며 천재의 음악성에 희열을 느끼면서도 더 이상 그의 육성을 들을 수 없다는 아쉬움에 몹시 슬퍼지기도 하였습니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가리워진 길에 남겨진 수많은 명곡들이 세상의 빛을 보았겠지요. 아마 그는 늦은 밤 시간 라디오 프로그램의 DJ를 맡았어도 잘 어울렸을 것입니다. 이런 저런 생각에 그에게 보내고 싶은 사연이 한 가득인데 그럴 수 없어 제 마음엔 우울한 편지들만 쌓여갑니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사이에서

  

 그는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에서 공부하였습니다. 덕분에 순수음악을 체계적으로 배워나갈 수 있었으며, 대중음악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바이올린, 기타, 키보드, 피아노 등의 다양한 악기를 연주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작사, 작곡, 편곡 능력까지 보여주며 명반의 탄생을 예고하였습니다. 대중가요에 클래식적 요소를 접목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입니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걸까요 그는 대학 시절부터 남다른 행보를 보이며 재능을 드러냅니다. 잠시지만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키보드를 맡았었고, 1986년에는 김현식의 백밴드였던 ‘봄여름가을겨울’의 멤버로서 활동하였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과 함께 한 것입니다. 이때의 연으로 잘 알려진 ‘사랑하기 때문에’가 조용필 7집에 먼저 실리게 되었고, ‘가리워진 길’은 ‘김현식 lll’ 앨범을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조용필 '사랑하기 때문에' 듣기(클릭!)

故 김현식 '가리워진 길'듣기(클릭!)

 

 

  ▲ <사랑하기 때문에> 앨범 커버. 오른쪽은 LP판 표지.

 

 

유작이 되어버린 그의 첫 번째 앨범

 

 나라 전체가 변화의 물결로 가득했던 1987년, 대중음악계에도 기존에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음악이 나타납니다. 한국적 발라드의 시초라 불리는 유재하의 1집 <사랑하기 때문에> 가 바로 그것입니다. 단돈 800만원으로 제작에 나서 작사, 작곡, 편곡, 연주는 물론이고 기타 모든 과정에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습니다.

 

 역사에 남을 예술작품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고난과 시련의 계절을 지나야 하는 걸까요. 그가 존경했던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그러했듯, 그의 음악 인생은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앨범이 완성되었지만 시대를 앞서간 천재의 작품은 사람들의 이해를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방송 출연을 위해 PD 오디션을 보았지만 노래가 생소하고 음정이 불안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기 일쑤였고, 음악 평론가들에게도 좋은 평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의 음악은 음반 판매와 라디오를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며 서서히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침내 그는 TV 쇼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지만 이것이 그의 마지막 방송 무대일 줄은 누구도 알지 못하였습니다.

  故 유재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TV 출연 장면 보기(클릭!)

 

 

 그해 11월 1일, 그는 음악적 재능을 제대로 펼쳐보기도 전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비록 젊은 음악가는 떠나갔지만 목소리는 남아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그가 숨겨놓은 뛰어난 음악적 요소들이 하나 둘 씩 발견되며 그의 유작은 이른바 ‘재평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와 각별했던 김종진은 빈소에 들렀다가 돌아가는 길에 ‘보고 싶은 친구’라는 노래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덤덤한 반주 위에 언진 울먹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그날의 슬픔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해 줍니다.

 

봄여름가을겨울 ‘보고 싶은 친구’ 듣기(클릭!) 

 

 

                                                                                                                                    (사진 출처 : 유재하음악장학회)

 

젊은 날의 사랑을 온전히 담아내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의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는 하나의 서정시 같습니다. 그의 앨범에 플루이스트로 참여하기도 했던 한 여인과의 사랑 이야기가 고운 가사들로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지요. 그녀를 향한 뜨거운 마음을 담은 ‘그대 내 품에’, 풋풋한 사랑을 그린 ‘우리들의 사랑’, 이별 후 다시 돌아온 그녀를 위한 노래 ‘사랑하기 때문에’ 등 모든 노래가 각기 다른 물감이 되어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시킵니다.

 

 그의 유작과 관련해 숨겨진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는 원래 그녀와 함께 유학을 갈 계획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급작스런 그의 죽음으로 인해 그녀는 슬픔을 안고 혼자 영국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로부터 1년이 지난 11월 1일. 착잡한 마음으로 비가 내리던 템즈 강변을 걷던 그녀는 무언엔가 이끌리듯 한 카페로 들어가게 됩니다. 놀랍게도 그 곳에서 ‘사랑하기 때문에’가 흘러나왔고, 그녀는 요동치는 마음을 다잡고 카페 주인에게 어떻게 이 곡을 알고 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가게 주인은 이렇게 답하였습니다.

 

“얼마 전 어떤 한국 유학생이 이 음반을 주며 들어보고 좋으면 가게에서 꼭 틀어달라고 하더라고요. 들어보니 음악이 아름다워 카페에 틀어 놓고 있었습니다.”

 

  

 

 

다시 돌아온 그대위해

 

 그가 뿌린 음악이 씨앗이 되어 대중가요는 큰 발전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중 2위에 오르고(경향신문 선정), 아직도 수많은 뮤지션들이 그를 그리워하는 것을 보면 짧은 시간이지만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이루어 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1997년에는 가수 김현철 주도로 후배들이 제작한 故 유재하 10주기 추모앨범 <다시 돌아온 그대 위해>가 발매되었고, 리메이크 곡 또한 많이 만들어지는 등 유재하는 여전히 한국 대중음악의 중심에서 숨 쉬고 있습니다.

 

오지은이 다시 부른 '그대 내 품에' 듣기(클릭!)

 

 

                                                                                                                     (사진 출처 : 유재하음악장학회)

 

 특히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출신들의 활약은 대단합니다. 다른 대회와 구별되는 점은 유재하와 같이 작사, 작곡, 편곡, 노래, 연주 등을 혼자 해내는 싱어송라이터를 찾는다는 것입니다. ‘신인 뮤지션 발굴과 함께 유재하를 추모하고 그의 음악을 계승한다’는 대회 취지에 맞게 1회 금상 수상자인 조규찬부터 고찬용, 유희열, 이승환, 루시드폴, 정지찬, 스윗소로우, 정준일 등 음악계 곳곳에서 유재하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뮤지션들의 음악들이 탄생하고 있습니다.

 

1989년 제 1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금상 조규찬 '무지개' 듣기(클릭!)

2011년 제 22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 김거지 '독백' 듣기(클릭!) 

 

 

시간이 흘러도 영원히 남을 그의 음악

 

 음악의 힘이란 실로 대단합니다. 거창한 의미 부여들도 있지만, 저에게 음악은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기도 하고, 늦은 밤 펜을 들게 만들기도 하는 특별한 존재입니다. 그 중에서도 유재하의 음악은 ‘맑고 순수했던 청년의 사랑이 담긴 서정시’로 제 마음에 남아 앞으로도 수많은 시과 글의 자양분이 되어 줄 것입니다. 여러분에게 유재하의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요 시간이 흘러도 그의 작품들은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 아름다운 꽃으로 피어날 것입니다.

 

故 유재하 추모곡 ‘다시 돌아온 그대위해’ 듣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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