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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도 없는 희극, '경극'

작성일201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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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저렇게 분장하면 피부 상할텐데’, 혹은 ‘분장이 너무 화려해서 무섭기까지 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공연이 있다. 바로 중국의 경극. 세계희극예술사에서 나름의 위상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 고전문화의 진수이기도 한 경극은 중국 의술, 중국 그림과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하나의 중요한 문화다.

  많은 이들에게 화려한 분장을 한 배우와 중국 특유의 현란한 곡예가 있는 공연 정도로 인식되어있는 경극. 하지만 경극은 그렇게 단순한 공연이 아니다.

  지금부터 ‘베이징 오페라’라 불리는 중국의 경극 공연을 감상하고 중국 경극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몇 주 전 ‘MBC 무한도전’ 북경스타일 편에서 하하와 노홍철이 중국 경극을 흉내 낸 적이 있었다. 이 때 이들이 어떤 경극 작품을 했었는지 아는가

▲MBC무한도전 ‘약속한 대로’, 북경스타일 편 경극 분장

바로 ‘패왕별희’라는 작품이다. 우리에게는 영화로 더 유명한 이 작품은 어린 시절부터 함께 경극학교에서 훈련받은 두 경극배우가 ‘패왕별희’라는 작품을 연기하며 유명해진 뒤 겪는 질투와 배신, 그리고 시대적 상황으로 인한 인생역정을 그린 것이다.

▲영화 ‘패왕별희’

  이들이 극중에서 연기하는 작품이 바로 ‘패왕별희’이다. 영화로 유명해진 이 작품은 초한(楚漢)의 전쟁을 배경으로 초의 패왕 ‘항우(項羽)’와 ‘우미인(虞美人)’의 이별을 그린 작품이다.

  지금부터 만나볼 ‘해설이 있는 중국 경극 공연’에서도 이 작품을 볼 수 있다.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아 공자아카데미(한국의 세종학당 같은 기관)가 '국가 주요 경극단' 11곳 중 하나인 산동성 경극원의 경극 단원들을 한국으로 초청해 순회공연을 하고 있다. 11월 11일, 인천을 시작으로 서울, 경상, 제주, 전남, 충청, 그리고 11월 21일 강원 지역에서 마지막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2012 중국 산동성 경극 공연단 한국 순회 공연 포스터

  오늘 경극 공연을 하는 산동성 경극원은 60년 역사를 가진 중국 전역에서 유명한 공연단으로 10여명의 국가 1급 배우와 최고 수준의 청·중년 배우로 구성되어있다. 필자는 중문과 학생으로 학교 곳곳에 붙어있던 포스터를 보고 경극을 관람하여야겠다는 생각으로 보게 되었는데 유명 경극단의 공연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공연장에는 많은 어린이 관람객을 비롯 가족단위의 관람객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오늘은 공연은 경극음악인 영춘곡, 도라지타령, 대장금을 감상하는 것을 시작으로 경극에 출연하는 인물들의 소개를 듣고, ‘양씨 가문의 여성장군’, ‘패왕별희’, ‘왕소군’, ‘옥팔찌를 줍다’, ‘삼거리’, ‘육문용’, ‘용궁에서 소란을 피우다’라는 작품들을 차례로 감상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동성 경극 공연 악단의 연주

 

 

  먼저 산동성 경극 공연단의 악단들이 영춘곡, 도라지타령, 대장금을 연주하였다. 중국의 악기들이 각각의 소리를 내며 어우러지며 경극 공연 시작 전 분위기를 달궈놓았다. 특히 대장금은 한국 관람객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곡으로 보였는데 다소 낮선 중국 악기 소리에 친근해 질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아 좋았다.

  연주가 끝난 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었다. 오늘 경극 공연은 작품이 시작되기 전에 해설가가 작품의 내용을 설명하여 경극이 생소한 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을 뿐만 아니라 작품이 끝난 뒤에는 배우와 잠깐 인터뷰를 하여 짙은 분장과 화려한 복색에 가려져있어 궁금했던 경극 배우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해설이 있는 중국 경극 공연의 중국인 해설가(중간)와 통역가(왼쪽)

 

 

 양씨 가문의 여성장군이라는 경극 작품을 시작으로 해설이 있는 경극 공연의 막이 올랐다.  

 

▲‘양씨 가문의 여성장군’ 공연 장면 

 

  ‘양씨 가문의 여성장군’은 남성장군이 전쟁에서 대부분 전사하자 양씨 가문의 여성장군들이 용감하게 나라를 지키지는 내용으로 양씨 가문의 여성장군들이 밤중에 산을 넘고 물을 건너 적진을 몰래 습격하는 장면을 표현한 작품이다. 무거워 보이는 화려한 복장과 분장을 한 경극 배우가 섬세한 몸짓과 표정으로 연기하자 관람석들은 ‘하오! 하오!’를 연발하며 연기자의 연기에 호응했다.

▲‘패왕별희’ 공연 장면

 

 

  다음 작품은 ‘패왕별희’의 한 장면으로 초패왕 항우가 전쟁에서 패하게 되어 매우 상심해있자 그의 연인인 우희가 비통한 마음을 참고 그를 위해 검무를 추지만 결국 두 사람은 자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익숙한 초패왕의 분장과 긴 수염, 화려한 복색도 신기하고 멋있었지만 그를 위해 검무를 추던 우희의 모습이 아련하게 느껴졌다.

 

   중국 경극을 보면 다소 이해하지 못할 상황들이 펼쳐지는데 경극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면 자칫 극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중국 경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법칙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무대를 한 바퀴 도는 것으로써 10여만 리를 이동하였음을 표현하고, 몇 번의 북소리로써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았음을 표현한다. 이 외에도 일반적인 동작을 하나의 격식으로 고정시켜 표현하는데 이러한 무대의 정형을 나타내는 표현들을 좀 더 살펴보면 이렇다. 

 

 

 

▲‘옥팔찌를 줍다’ 공연 장면

 

 

 

‘옥팔찌를 줍다’. 이 작품은 집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배우의 새침한 표정과 몸짓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평범한 생활을 하던 아가씨가 미래의 아름다운 사랑을 꿈꾸고 있는 내용으로 옥팔찌를 떨어뜨린 남성을 쳐다보며 연기하는데 굉장히 수줍어하고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하여 극을 보던 매 순간이 굉장히 즐거웠다.

▲ ‘삼거리’ 공연 장면

‘삼거리’ 또한 ‘옥팔찌를 줍다.’와 같이 굉장히 재미있는 경극이었다. 송나라의 한 장군이 포로로 잡혀가자 그의 두 친구가 각각 그를 구하러가지만 둘은 서로를 알지 못해 오해가 생기게 되었고 한 작은 여관에서 두 친구는 싸우게 된다. 극 중은 암전된 상태지만 무대는 밝아 배우들의 재치 넘치는 표정과 동작들이 우스꽝스럽고 재미있었다.  

  

 

                                                    

   

▲‘육문용’ 공연 장면

‘육문용’은 무예솜씨가 뛰어난 소년이 대중 앞에서 자랑스럽게 자신의 무예를 뽐내는 작품으로 배우가 주로 다리를 이용한 무예를 보여주었다. 높은 신발을 신고 한발로 균형을 잡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 흐트러짐이 없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이 배우는 10살 때부터 경극을 배웠다고 한다.

                                                    

   

▲‘용궁에서 소란을 피우다’ 장면, 손오공 표정 3종

  ‘용궁에서 소란을 피우다’ 마지막 작품으로 손오공이 등장한다. 손오공은 72가지로 변하는 변신 기술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줄 몰랐다. 그리하여 손오공은 동해의 용왕에게 무기를 빌리러가지만 또한 만족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용왕이 그에게 준 ‘여의봉’이 마침내 그를 만족시켰다. 용궁을 배경으로 하였기 때문에 자라와 거북이 등장하는데 손오공과 함께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위의 경극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 한 가지 꼭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중국의 경극은 ‘전문 배우 체제’로 연행되어 진다는 것! ‘전문 배우 체제’는 극중 인물을 역할과 성격에 따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배우에게 그 유형의 연기를 시키는 제도로 크게 4가지의 인물 유형으로 나눠진다.

  생, 단, 정, 축이 바로 그것인데, ‘생’은 주로 남자 배역을 일컫는 통칭으로 작품에 따라 발랄하고 귀여운 남자 아이나 충직하고 따스한 성품의 백발노인을 모두 아우른다. ‘단’은 여자 배역을 일컫는데 경극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정’은 호탕하거나 거친 성격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고 ‘축’은 희극적 색채가 두드러지는 인물로 유머와 기지가 넘치는 긍정적 인물과 추악하고 간사한 부정적 인물 모두를 표현할 수 있다.

  위의 4가지 인물 유형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물론 극을 보다보면 표정이나 춤사위로 자연스럽게 알 수 있지만 경극은 연기를 하지 않아도 배우의 화장만으로도 그 인물의 신분과 사회적 지위, 더 나아가 성격까지도 추측할 수 있다.

경극 분장에 있어서 빨간색은 긍정적인 의미로 주로 충성과 용기를, 검은색은 중성으로 용맹과 지혜를, 황색과 백색은 부정적 의미로 흉악함을, 푸른색은 오만한 영웅을, 녹색은 용감하지만 난폭함을, 금색과 은색은 귀신을 상징한다. 그래서 삼국지에서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물인 관우는 붉은색 분장을, 장비는 검정색으로 분장을 하는데 비해 조조는 백색분장을 하고 나온다. 이렇게 분장에 사용하는 색으로도 인물의 성격이 표현된다는 점 참고하자!

 

 

▲다양한 복색과 화장의 중국 경극 배우들

 

 

  수교 2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중국이라는 나라와 그들의 문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처음 접한 경극은 과도한 분장과 과장된 표현 때문에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극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마치 우리나라의 고전소설 같았다. 오랜 기간 같은 유교문화권 아래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기 때문일까. 조금만 지나고 나니 이질감은커녕 배우들의 재치 있는 표정과 익살스러운 몸짓들이 눈에 들어와 즐겁게 극을 감상할 수 있었다.

  약 2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통해 지금까지도 그 생명력을 자랑하는 경극. 오늘 본 중국의 경극은 극본, 연기, 음악, 노래, 낭독, 춤, 서커스, 무술, 분장, 의상 등이 결합된 총체적인 한편의 예술작품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중국 문화의 정수’라 불리는 경극을 감상하며 중국 문화의 새로운 면을 만나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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