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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9일, 소방관들의 '그날'

작성일201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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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어느 소방관의 기도>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 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저에게는 언제나 안전을 기할 수 있게 하시어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중략)

 

 

신이시여, 출동이 걸렸을 때

사이렌이 울리고, 소방차가 출동할 때

연기는 진하고 공기는 희박할 때

고귀한 생명의 생사를 알 수 없을 때

내가 준비되게 하소서

 

 

신이시여! 열심히 훈련했고 잘 배웠지만

나는 단지 인간사슬의 한 부분입니다.

 

 

지옥 같은 불 속으로 전진할지라도 신이여,

나는 여전히 두렵고, 비가 오기를 기도합니다.

 

 

내 형제가 추락하거든 내가 곁에 있게 하소서.

화염이 원하는 것을 내가 갖게 하시고

그에게 목소리를 주시어, 신이시여!

내가 듣게 하소서

 

 

저희 업무를 충실히 수행케 하시고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시어

저희 모든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게 하여 주소서

 

 

신이시여! 내 차례가 되었을 때를 준비하게

하시고, 불평하지 않고 강하게 하소서

 

 

내가 들어가서 어린 아이를 구하게 하소서

나를 일찍 거두어 가시더라도 헛되지는 않게 하소서

 

 

그리고, 내가 그의 내민 손을 잡게 하소서. 

 

 

 이 기도문은 미국의 한 소방관이 화재 현장에서 불 속의 어린이 3명을 구하지 못하게 되자 죄책감에 작성한 것으로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현장에서 순직한 김철홍 소방관의 책상 위에서 발견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잊고 있었던 소방관의 희생정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던 글이다. 

 

▲대전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들을 진압하는 소방관들의 모습

 

 

 11월 9일. 이 기도문이 문득 떠오르는 날이다. 올해로 반세기를 맞이한 소방의 날. 긴급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번호 ‘119’에서 비롯된 ‘소방의 날’은 국민들에게 화재에 대한 경각심과 이해를 높이고 화재를 사전에 예방하게 하여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기념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로 오늘, 소방의 날을 맞아 대전광역시 갈마동에 위치한 대전 서부소방서에 방문하여 소방관들이 어떤 업무를 하는지, 그들의 고충은 무엇인지 들어보고 실제 구조 활동 현장에도 동행해보기로 했다. 

 

 

▲대전광역시 서부소방서

 

 

 구조구급대에서 대기한 지 1시간 쯤 흘렀을까. 구조구급대에 구조를 알리는 방송이 울렸다. 대기하던 소방관들은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고 서둘러 출동을 위해 달렸다. 1분도 되지 않아 차에 올라 출발했고 소방관들은 차에서 구조 장비들을 착용하고 계속해서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신속한 출동을 위해 차 안에서 구조장비를 갖춰 입는 소방관들 

 

 

 ▲출동 중에도 계속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가는 모습

 

 이번 구조 활동은 대전에 위치한 모 아파트에서 타는 냄새와 함께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이었다. 신고를 받은 지 약 5분쯤 되어 현장에 도착했고 아파트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신고자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다른 주민이어서 타는 냄새가 어느 가구에서 발생된 것인지 바로 알 수 없어 발화지점을 찾는데도 애를 먹었다.

 

 

 

▲발화지점을 찾기 위해 로프를 매달고 내려갈 준비를 하는 소방관 

 

 

 

연기가 미세하게 나는 집을 향해 로프를 타고 내려가는 소방관. 

 

 로프를 타고 연기가 나는 집으로 내려간 소방관은 발화 지점을 찾아서 바로 소화 작업을 하였다.  

 

▲현장을 향해 올라가는 또 다른 소방관들(왼쪽)과 현장에 도착한 소방관들의 모습(오른쪽)

 

 

 불이 난 가정에는 가스레인지에 무엇인가 올려두고 잠든 사람이 있었다. 주민의 신고와 소화 작업이 없었더라면 자칫 인명사고가 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으나 빠른 대처로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다행히도 큰 불이 나지 않았고 인명 사고도 나지 않아서 현장을 수습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긴장한 소방관들도 모두 안도하며 겨울철일수록 불조심을 해야 할 것을 당부했다. 사실 오늘과 같은 상황은 꽤 많이 발생한다. 소방서에 돌아와서 소방관에게 어떤 업무를 하고 어떤 고충이 있는지, 가장 기억에 남는 출동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보통 사람들은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이나 긴급 구조 활동만 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실제 소방관들은 그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대형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백화점이나 시장, 유흥업소의 소방시설을 점검하고 비상구의 개폐 여부도 확인한다. 뿐만 아니라 좁은 골목의 경우에는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소방 통로를 확보하기 위한 훈련도 하며 화재를 방지하기 위한 홍보활동도 한다.  

 

 

▲소방 교육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

 

 

 그리고 거의 매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소화기 사용법을 알려주고 화재를 예방하는 교육들을 실시한다. 소방서 방문 당시에도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소방서에 방문해 소방 교육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소방관들은 구급활동 뿐만 아니라 다양한 업무들을 수행하고 있었는데 이들에 대한 대우는 어떨까 서부소방서 주진숙 소방교의 말에 의하면 아직도 2교대를 하는 소방관들이 많다고 한다. 2009년 이후로 대전광역시는 3교대 업무로 전환되었으나 아직도 충남, 충북지역은 2교대 업무를 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아직도 소방관은 국가직 공무원이 아닌 지방직 공무원이어서 처우나 복지 면에서도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 비해 좋은 환경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한다.  

 

  

 

▲소방관에게 개선되어야 할 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통계(왼쪽)와

구조 활동 중 순직한 소방관이 당시 사용한 노후 장비(오른쪽)

(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다시, 소방관의 기도를 쓰다’편, 2011.2.19) 

 

 

▲순직 소방관들에 대한 예우에 관련한 통계 자료

(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다시, 소방관의 기도를 쓰다’편, 2011.2.19) 

 

 

 

▲소방관에 대한 처우를 알 수 있는 통계 자료 

(출처-SBS 그것이 알고 싶다 ‘다시, 소방관의 기도를 쓰다’편, 2011.2.19) 

 

 위의 통계 자료들을 보면 소방관들이 하는 일에 비해 처우가 부실함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동료 소방관의 순직을 경험하고 사고 현장에서 심한 부상을 입은 구조자, 사망자를 보기 때문에 육체적인 부상 외에 정신적인 부상, 즉 외상 후 스트레스도 많이 겪는다. 고통을 호소하기 위해 심리 상담 센터 상담이나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는 있지만 직접 찾아가서 치료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대부분이 잊으려고 노력하는 선에 그친다는 것.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해 보였다.

 

 

▲서부소방서 김광진 소방관

 

 

 

  함께 출동했던 김광진 소방관은 “하루에 보통 화재신고는 2-3건, 구조신고(교통사고 현장이나 엘리베이터 갇힘 사고, 동물 구조 등 다양하다) 또한 2-3건이 발생하며 한 번 출동할 때마다 긴장을 많이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체력 소모가 크다”고 말했다. 김 소방관과 함께 실제로 단 한건의 출동에 동행했을 뿐인데 긴장을 해서인지 피로감이 몰려왔다. 그래도 그는 다급한 상황에서 인명 구조를 했을 때는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그에게 가장 힘든 순간에 대해 물었더니 “다급한 구조 내용을 듣고 출동했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하면 정말 단순히 현관문을 열어달라거나 휴대폰이 빠졌으니 꺼내 달라, 집에 쥐가 들어왔는데 잡아 달라, 틀니가 구멍에 빠졌는데 꺼내달라는 등의 인명 구조와는 무관해 보이는 일로 구조를 요청하여 그 시간에 정말 긴급 구조가 필요한 사람들을 구하지 못할 때”라고 말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허위 신고나 단순 신고수가 많다고 한다. (단순 신고란 인명 구조나 긴급 상황과는 무관한 일로 한 신고를 의미한다.) 통계청의 2011년 자료를 보면 정상출동이 전체 구급출동의 91.6% (1,862,576)를 차지하였고, 오인(30,232건), 허위(1,789건), 출동 중 취소(139,695건) 등 비 정상출동은 171,716건(8.4%)을 차지했다. 10건 중 약 1건은 다급하게 신고한 것과 달리 119 구조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인 것이다. 한 번 신고가 접수되면 기본 3대의 차량이 사고 현장으로 출발하는데 비 정상출동으로 차량이 출동하여 정작 필요한 곳엔 출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는 국민과 소방관 모두에게 큰 손실이다.

소방대원의 인력부족이나 복지의 부실 같은 문제도 시급히 해결되어야 하지만 몇몇 국민들의 잘못된 의식 또한 빨리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11월, 건조함이 극에 달하는 계절이다. 한 번 엎질러진 물처럼 한 번 엎질러진 불도 되돌릴 수 없다.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은 다시 한 번 점검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그리고 순직소방관추모관(http://fire.ngelnet.com/) 사이트에 가면 화재진압이나 구조, 구급 활동 중 순직한 소방관들에게 추모의 글을 남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평소에 잊고 지냈다면 ‘소방의 날’이 있는 11월 한 달간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친 순직 소방관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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