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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 그들이 사는 세상

작성일201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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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 1. <국립극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서울특별시 용산구 서계동에 위치한 국립극단 (사진제공 국립극단)

 


2012 11 24. 영현대는 국립극단의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서 내놓은 연극 <빨간 버스>를 직접 만나기 위해 국립극단의 소극장 판으로 향했다. 국립극단의 이번 작품 <빨간 버스>는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서 세 번째로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다. 2011 5월 개소한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그동안 다양한 연구와 설문, 조사 등을 통해 새로운 어린이청소년극을 개발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개소한 이후로 짧은 기간에 <소년이그랬다>, <레슬링 시즌>, 그리고 이번 <빨간 버스>까지 다양한 주제의 청소년극을 제작하고 많은 청소년들을 극장으로 향하게 했다.

 

<청소년극>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나요

아마도 지루한, 혹은 재미없는 교육을 위한 연극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마치 과거의 계몽주의시대로 돌아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일방적인 교육 연극. 물론 교육 연극이 잘못된 것은 없다.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어른들이 먼저 살아온 삶에 대해 말해주는 교육 연극은 진정한 어른들의 사랑이 담겨있는 연극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연극의 주제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들, 쉬는 시간에 애니팡을 하며 유니클로의 후리스를 입는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는가는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그 점에서 국립극단의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를 바라본다면 작년 5월의 연구소 개소가 중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현실과 눈높이에 맞는 작품을 만들어 입시 교육에 찌들어 있던 청소년들에게 연극을 통한 신선한 바람을 한 줌 불어 넣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국립극단의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연극으로써 청소년들의 방향을 잡아주는 신호등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 2. 24살 연극배우 신사랑

 

“나는 평범한 여고 2년생. 그러나 나는 한 아이의 어머니다.

나는 불량소년도, 왕따를 당하는 문제아도 아니다.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나 말고 아무도 모른다.

나는 아이 아버지를 사랑하고, 아이를 더 더욱 사랑한다.

나는 이 아이가 세상에 알려져 손가락질 받기를 원치 않는다.

그러기에 나는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러나, 비밀은 없는 법.

어느 날, 학교에서 이 사실을 알았다.

이 연극은 그때부터 시작된다.

모든 사람들은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가만이 관심사다.

나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 연습 중인 <빨간 버스> ‘세진역의 배우 신사랑 (사진 이경민)

 

사실 연기 인생이라고 말하기도 우습죠

24살의 나이에 올해 초 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무대 위에 올라선 거니까요”

 

연습실의 무대 위에서 보여준 카리스마의 연극배우 세진은 무대 아래로 내려오자, 이제 갓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24살의 소녀가 되어 있었다.

연극배우 신사랑. 올해 초 학교를 졸업한 신인이지만 연극 무대에 올라가는 것은 벌써 다섯 번째다. 연극 무대에 발을 들여 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배우는 공연을 한 번 하게 되면 그 후 쉬는 것이 보통이라고 하니, 그녀가 스스로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말하는 것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대학생활과는 확연히 다른, 실제 현장에 나와 있다는 것을 그녀는 느낀다. 처음 대학을 졸업할 때는 그녀도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자만심에 가득 찬 당돌한 소녀였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들어 생각해 보면, 바닥부터 마음을 비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그녀다.

 

 수많은 베테랑 선배님들을 보면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다는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어느새 오늘 <빨간 버스>를 선보이는 공연장 국립극단의 새빨간 입구를 지나고 있었다.

 

 

# 3. 등굣길, 상쾌한 노란 버스가 아닌, <빨간 버스>

 


△ 연극 <빨간 버스>에서 열연하고 있는 배우들 (사진제공 국립극단)

 

“그 노란 버스가 정말 레몬처럼 상쾌했어

 

어린 시절 타던 노란색 버스가 기억나는가 그 버스에 대한 기억을 다시 되짚어보자.

가장 친한 친구를 옆 자리에 앉혀놓고, 버스와 같은 창 밖의 샛노란 개나리들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학교에 등교했던 기억 혹시 이러한 기억이 그 동안 자라오며 보아온 수많은 이미지들에 의해 만들어진, 자신도 모르게 조작된 기억은 아닐까

연극 <빨간 버스>의 창작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어린 시절 우리 모두가 타던 노란색 버스는 사실 우리를 버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가둔 채 학교라는 목적지만을 향해 내달리던 새빨간 버스는 아니었을까 우리의 고민이나 꿈과는 관계없이 우리를 목적지에 데려다 놓기만 하면 임무를 마치는 죄수들의 호송차는 아니었을까

이런 생각에서부터 연극 <빨간 버스>는 출발한다.

 


  △ 연극 <빨간 버스>의 무대 모습 (사진 이경민)

 

청소년극 <빨간 버스>는 국내초연 창작극이다. 그간 <소년이그랬다> <레슬링시즌>에 이어 이번 <빨간 버스> 또한 청소년기의 고민과 갈등, 사건과 사고 등을 담고 있지만, 이번 작품은 그간 거의 조명되지 않았던 십대 소녀들의 성문제를 표면에 드러냈다는 점에서 파격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연극 <빨간 버스>는 더 이상 어린아이도 아니면서, 사회적으로 성인으로 인증되지 못한 채 꽉 막힌 일상을 겪어야 하는 한 십대 소녀 세진의 갈등과 심리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10대 미혼모’라는 편견과 ‘무조건 아이를 지워야 한다. 는 획일적인 해결책만을 제시하는 어른들의 시선에 대한 고발극으로 볼 수 있다.

 

천연덕스러운 블랙유머와 발칙한 해방감, 청소년들의 숨쉬기 어려운 현실이 뒤섞인 잿빛 파노라마의 <빨간 버스>는 무미건조한 일상에 빠진 청소년들과 어른들에게 묵직한 한 방을 날린다.

 

 

# 4. 연극인, 그들이 사는 세상

 


 △ 연극 <빨간 버스>의 주연 신사랑씨와 김동원씨 (사진 이경민)

 

“무대 위에서 세상을 바꿔 보겠다 이런 건 없어요. 그럼 왜 하냐구요 재미있잖아요!

동원역을 맡은 배우 김동원. <빨간 버스>에서 주인공 세진을 제외한 역할은 모두 본인의 이름을 썼다. 그만큼 실제 배우의 성격이 각자 캐릭터에 그대로 녹아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은 박근형 연출가의 의도가 짙었다. 캐릭터에 접근하지 않고, 배우의 것을 끌어내는 방식을 좋아하는 박근형 연출가가 이런 방식을 직접 지시했다.

 

“세진이와 동원이라는 캐릭터를 연구하기보다는 너로서 해봐라

너에서 그 캐릭터와 닮은 점을 찾아내봐라.” 라고 지도했던 

박근형 연출가를 통해 배우들은 각자 역할의 고등학생을 관찰하면서도 나로서 수 있는 점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했고, 그런 연습을 통해 관찰보다 중요한 것이 나로서 할 수 있는 점이라는 것을 배웠다고 두 배우는 말했다.

 



 △ 공연 전 연습하고 있는 주연배우 신사랑과 김동원 (사진 이경민)

 

“사실 이번 <빨간 버스>는 ‘학생이 아이를 키우면 어떨까’라는 사소한 생각으로 

연출을 시작하게 되었다.


 연출가 박근형은 푸근한 인상에 맞게 이웃집 아저씨 같이 털털하게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아무에게도 말 못하는 고민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청소년들에게도 예외는 없다. 연출가 박근형은 이번에 <빨간 버스>를 통해 바로 그러한 청소년들의 고민을 한번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누구나 자신의 아이를 키운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 아이는 자신의 고민이나 고통이기도 하고 자신이 지고 갈 짐이기도 한 것이다. 사람들은 또는 어른들은 그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질문을 하게 될 것이다. “너 왜그러냐 하지만 그것은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는 고민인 것이다. 바로 그러한 고민을 연출가 박근형은 주인공 세진이에게 건네준 것이다.

 


△ 인터뷰 중인 주연배우들 (사진 이경민)


수십 년 연극과 함께 무대 위에서 살아온 사람이지만, 그저 사람들이 재미있게 보고 ‘아 저게 남 얘기가 아니라 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구나’하는 생각을 한번씩만 하게 된다면 다른 소망이 없다고 그는 말한다.

배우가 보여줄 수 있는 끼보다는 무대 위에서 자신만의 표현을 주의 깊게 본다고 한다


“그 점에서 연기는 누구나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시키지 않아도 자기 나름대로 말하고, 밥 먹고 하잖아

이런 남 흉내가 아닌 자신만의 표현이 더 보기 좋은거죠.

 


△ 인터뷰 중인 연출가 박근형 (사진 이경민)

 

“연극이 뭐냐고 재미있게 노는 것그게 다야그냥 놀면 한심하잖아

무대 위에서 재미있게 노는 것나이 먹은 사람들이 쓸데없이 놀면 저 사람 뭔가 하는데 

무대 위에서 놀면 덜 한심해 보이잖아그거 하나 때문에 아직도 내가 여기 있는거야.


어느새 박근형 연출가 뒤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평생을 무대 위에서 살아온 그를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이런 말이 떠올랐다.


 

인생은 연극이고 우리는 모두 무대 위에 선 배우이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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