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일회용카메라로 소개하는 서울의 모습.

작성일2013.01.11

이미지 갯수image 7

작성자 : 기자단

 

  얼마 전 KBS에서 핸드폰, TV, 인터넷 없이 일주일을 사는 프로그램인 <인간의 조건>이 방영되었다. 프로그램을 보던 중 개그맨 김준현이 멤버들과 추억을 남기기 위해 일회용카메라를 사는 모습이 나왔다. 이제는 추억의 물건이 되어버려서 그런 걸까 김준현이 일회용카메라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을 때마다 일회용카메라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도 일회용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보고 싶은 마음에 덜컥 일회용카메라를 샀다. 그런데 카메라를 사고 보니 어떤 사진을 찍어야 의미 있을지 고민이 되기 시작되었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일회용카메라를 자신이 모르는 사람들에게 돌려서 돌아온 사진기를 인화해 보는 것, 여행지를 찍어보는 것……나름 다양한 방법들이 있었다. 그러던 중 생각한 것이 ‘일회용카메라와 어울리는 서울 장소 찍기’. 사람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일회용카메라는 어떤 존재일까 나에겐 일회용카메라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면서 서울 길을 나서보기로 했다.

 

 

 

 

그 동안 나는 스마트폰으로 나의 일상을 담아왔다. 나의 일상을 담으면서 사진 한 장 한 장 정성스레 찍기 보다는 별 의미 없이 좀 예쁘니깐 혹은 좀 멋있으니깐 사진을 찍어왔던 것 같다. 이러한 습관 때문인지 주변을 자세히 보기 보다는 ‘사진에 담아두고 나중에 보자’라는 생각으로 빨리 찍고 다른 더 좋은 곳을 찾아 나서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일회용카메라를 사서 길상사와 계동을 가기로 한 뒤 나만의 규칙을 세웠다.
1. 한 장 한 장 의미 있게 찍기
내가 길상사과 계동길을 선정한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에 걸맞은 모습을 찾아서 사진에 담아보고자 한다.
2. 다른 사람이 찍어준 나의 모습 담기
혼자서 좋은 풍경을 보고 그 풍경과 함께 내 자신을 담고 싶을 때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기 보다는 카메라의 셀카 기능을 이용하였다. 일회용카메라에는 안타깝게도 셀카 기능이 없으니 자연스레 나의 모습을 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니 이번 기회에 다른 사람이 찍어주는 내 모습을 담아보고자 한다.

 


 <사진 - 김초아>

내가 생각하는 일회용카메라의 모습 첫 번째는 느림이다. 요즘은 사진을 찍고 바로 확인할 수 있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지울 수 있다. 하지만 일회용카메라는 다르다. 일회용카메라는 필름을 다 쓸 때까지 내가 찍은 사진을 확인 할 수 없다. 그리고 한 장을 찍는데 찍는 그 순간을 위해 조금은 길게 휠을 돌려야 한다. 이러한 모습과 닮은 곳이 길상사다. 빠르게 돌아가는 도심 속에 위치한 길상사. 이곳에 오면 도시의 소음은 사라지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없어 마치 딴 세상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길상사는 원래 ‘대원각’이라는 고급요정이었다. 시인 백석이 사랑했던 여인으로 잘 알려진 이 요정의 주인인 김영한(법명 길상화)은 당시 시가 1000억 대에 달하는 이 곳을 아무 조건 없이 법정 스님에게 시주하였고 지금의 길상사가 되었다.

 

<사진 - 김초아>

 

 길상사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화려한 문양의 큰 종이 사람들을 맞는다. 화려한 종과 달리 이파리 없는 나뭇가지들을 보니 사계절이 아름답다고 알려진 길상사지만 봄 혹은 가을에 왔다면 더 예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길상사가 요정이었다는 소리를 들어서 그런지 다른 절과는 달리 더 화려한 것 같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매혹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 곳에 올라오면 탁 트인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유독 높은 건물이 많은 서울. 이 높은 건물들 사이를 지날 때면 문득 답답해 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 곳은 성북동 부촌마을 위쪽에 위치한 덕분에 탁 트인 서울의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조용하고 느린 절 속에서 분주한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이 곳이 길상사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듯하여 처음으로 일회용카메라로 그 모습을 담았다. 사진을 찍고 나서 평소처럼 찍은 사진을 확인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내 일회용카메라라는 것을 깨닫고 내가 찍은 사진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길상사를 구경하던 중 ‘침묵의 집’이라는 곳을 발견하였다. 이 곳은 누구에게나 항상 열려있는 명상의 공간으로 한 평 남짓 정도 된다. 길상사가 시민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되어 그들 모두가 고뇌로부터 잠시 벗어나 마음을 쉴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길 바랬던 공덕주 길상화(김영한). '침묵의 집'을 보니 그런 그녀의 바람이 잘 이어지고 있는 듯했다.길상사를 들어가자마자 절의 분위기에 눌려 나도 모르게 조용하게 구경을 하게 되었는데 이곳을 지날때는 숨소리 조차 크게 들릴까 봐 더욱 숨을 죽이며 지나갔다.

 

 길상사는 예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은 장소였다. 아마 사극에서만 보던 요정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던 것 같다. 막상 다녀오니 복잡하고 혼잡한 도심 속에서 벗어나 딴 세상에 와있는 느낌을 받았고 오랜 시간은 아니었지만  짧은 시간에도 길상사 속에서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차분해 지면서 조금씩 내 자신이 힐링되는 느낌을 받았다.   

 

<사진 - 김초아>

 

 일회용카메라를 이용해서 일회용카메라와 비슷한 느낌을 가진 장소를 담고자 했을 때 먼저 떠오른 곳이 계동길이다. 나에게 일회용카메라는 추억의 물건이다. 이제는 자주 이용하지 않고 점점 사람들에게 잊혀져 추억으로 자리잡은 물건. 이런 느낌을 계동길에서도 느낄 수 있다.

 

<사진 - 김초아>

 

 계동길을 걷다 보니 구수한 기름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구수한 기름 냄새를 맡으니 자연스레 할머니가 떠올랐다. 명절이 돼서 할머니를 찾아 뵈면 그때마다 할머니께서는 아들, 딸, 손녀, 손주에게 조금이라도 맛있는 것을 주시기 위해 직접 농사지으신 깨를 방앗간에 맡겨 참기름으로 만들어 주시곤 하셨다. 할머니께서 기름을 짜기 위해서 방앗간에 가실 때마다 따라가서 방앗간 구경을 했던 기억이 있다. 기름집을 지나다 보면 80년대의 모습이 조금씩 남아있는 계동길이 시작된다. 가장에 맘에 들었던 곳은 ‘흑백 사진관’. 흰색 외벽에 검정색으로 멋을 준 가게의 모습은 단조로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창문을 통해서 본 흑백 사진관 내부는 옛날의 흑백사진관을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에 흑백 사진을 찍던 그 당시의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흑백 사진관을 지나 도착한 목욕탕. 다큐멘터리를 통해 사람 사는 모습 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계동길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처음 계동길을 접하였다. 그때 ‘아직도 저런 곳이 있나’라고 생각하게 한 것이 이 목욕탕이었다. 마치 어린 남자아이가 엄마 손에 이끌려 가기 싫은 여탕에 들어가는 모습이 자연스레 그려지는 목욕탕의 모습. 많이 낡고 오래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이런 모습이 오히려 더욱 친숙함과 그 당시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듯 하다. 이런 추억의 장소들 사이 곳곳에는 한 평 남짓한 가게에서 액세서리, 가방, 신발 등을 만들어 파는 공방들을 볼 수 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물건을 사는 것에 익숙해진 나에게 크지 않지만, 작은 가게 안에서 한 땀 한 땀 자신의 손으로 만든 물건을 파는 공방들을 보니 새롭기도 하고 한결 여유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듯했다. 계동길 끝에는 겨울연가에 나왔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중앙고등학교가 있다. 아쉽게도 학생들의 학업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주중에는 개방하지 않고 주말에만 개방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여 방문하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중앙고등학교 또한 오랜 역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계동길과 길상사를 다녀온 후 내가 찍은 사진을 현상하러 가는 길. 처음 일회용카메라를 사용할 때와는 달리 어느새 일회용카메라가 손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내가 찍은 사진들이 어떻게 나왔을까’하는 설렘과 혹 여나 내가 찍은 사진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을 가지고 사진을 맡겼다. 30분 후. 27장의 사진 중에 내 손에 돌아온 사진은 22장. 5장은 빛 조절을 실패하여 인화가 되지 않았다. 비록 22장의 사진만이 내 손에 돌아왔지만, 일회용카메라와 함께한 4일은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에게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오랜만에 보는 일회용카메라에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사람들도 신기해했고 열심히 휠을 돌려서 0.5초 만에 사진을 찍는 그 허무함에 모두들 웃기도 하였다. 그리고 다들 한번씩 일회용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보면서 같은 말을 했다. ‘휴대폰으로 찍을 때보다 더 설레고 정성스럽게 찍게 되는 것 같다고……’ 처음에는 사진을 확인 할 수 없어 답답했지만, 그것대로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인화된 사진을 보면서 되새겼다. 일년에 한번쯤은 일회용카메라를 사용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해당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영현대 저작권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며, 비영리 이용을 위해 퍼가실 경우 내용변경과 원저작자인 영현대 워터마크 표시 삭제는 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