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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의 제왕: 칠레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작성일2013.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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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때는 지난해 12월 중순.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학이 찾아왔다.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오면서 푹푹 찌기 시작한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늘어져있던 영현대양과 그녀의 다국적 친구들인 라우라, 크리스토프(독일), 마누(스페인), 루이사(브라질). 이들은 ‘진짜 모험’을 찾아 나서겠다며 빙하의 땅, 파나고니아(Patagonia)지방으로 향한다. 목적지는 남미 최고의 비경으로 불리는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국립공원. 그때까지만 해도 영현대양은 몰랐다. 앞으로 펼쳐질 3박 4일간의 가슴 저리는 여정을……. 

 

잠깐만! 맨몸으로 갈 순 없잖아
  

출발 당일 아침, 호스텔에서 파이팅 하는 영현대양과 친구들(왼쪽부터 라우라, 루이사, 크리스토프, 마누)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트레킹의 전진기지는 바로 2시간여 거리에 위치한 푸에르토 나탈레스(Puerto Natales). 공원 내부에서 파는 물품들은 가격이 상상 이상으로 비싸기 때문에 필요한 것을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준비해 가는 것이 정석!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에 50USD정도 하는 산장(예약 필수)에서 머무를 것이냐, 무료이거나 1만 원 정도면 사용할 수 있는 캠핑장을 선택할 것이냐 결정하는 것이다. 모험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캠핑 용품(텐트, 매트리스, 겨울 침낭, 조리기구, 가스, 버너 등)을 대여하면 훨씬 경제적인 트레킹이 가능하다. 하지만 짧게는 2박 3일에서 열흘 넘게 이어지는 트레킹을 하려면 체력 분배가 중요하므로 본인의 취향과 체력에 맞게 똑똑한 선택을 해야 한다. 또한 산장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한 끼에 2만 원 정도로 만만찮으니 수프, 빵, 파스타 등 트레킹 날짜에 따라 식량과 간식을 잘 챙기는 것도 잊지 말자.

 

눈, 비, 구름, 태양이 함께 있는 공원 내 일기예보
 

옷은 어떻게 챙기냐고 사계절이 하루 안에 나타날 수 있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비하려면 패딩/ 바람막이/ 반팔+긴팔 티셔츠/ 가디건/ 등산바지/ 모자/ 털모자/ 워머 등은 필수! 게다가 햇살이 매우 따가우니 강력한 자외선 차단제도 잊지 말아야 한다. 3박 4일 캠핑 기준으로 40-50L 배낭 정도면 적당하다. 


1일차: 프로도도 울고 갈 ‘세 개의 탑’

                                            옅은 안개를 두른 토레스 델 파이네가 우리를 반겼다 

 

새벽 6시, 마치 태양이 다 떠오르기도 전에 푸에르토 나탈레스 숙소에서 국립공원 입구로 향한 일행을 기다린 것은 잔뜩 찌푸린 토레스 델 파이네였다. 이곳의 날씨는 그 누구도 예측 할 수 없다고 했던가. 발걸음을 옮길 때 마다 겨울에서 가을로 다시 봄으로 바뀌는 날씨 덕에 신고식을 제대로 치렀다. 그래도 첫날인지라 발걸음도 가볍고 열심히 행진곡을 불러대는 독일강철 크리스토프 덕택에 힘든 줄도 몰랐다나. (참고로 그는 등산화도 트레킹화도 아닌 가죽 캔버스화를 신고 트레킹을 완주했다. 신이시어!) 

 

      국립공원 안전요원들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는  칠레노 캠핑장으로 향하는 길. 계곡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1일차의 목적지는 칠레노 캠핑장과 세 개의 탑 전망대. 계곡 사이에 위치한 캠핑장에 도착하면 하루 일정의 절반이 지나간 것이다. 따뜻한 산장 안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는 사람들을 보자니 이렇게 서러울 수가(엉엉)! 굶주림에 지쳐 파스타 끓이기를 20여분. 야외 취사장으로는 찬바람이 그대로 들어왔다. 그래도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던가 덜 익은 면에 토마토소스와 소시지를 얹은 파스타를 모두들 참 열심히 먹었다.  

 

                        탑 전망대를 향해 가는 길. 사진에 보이는 회색 봉우리 부분의 난이도는 극상이다.  

 

 주린 배를 채우고 캠핑장에서 전망대로 향한지 2시간여. 콧노래를 부르던 일행이 갑자기 조용해진 까닭은 몸이 날아갈 듯 불어오는 바람, 갑자기 휘몰아치는 눈보라, 게다가 도저히 두발로 올라갈 수 없는 경사까지. 그야말로 프로도도 울고 갈 최악의 난이도인데…. 도대체 세 개의 탑은 어디에 있는 거야! 봉우리 부분에 다다르자 길이 극한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자칫 잘못해 넘어졌다가는 목숨을 건지기 힘들어 보일정도. 고소공포증 때문에 캠핑장으로 오는 길에서부터 힘들어 하던 루이사는 급기야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다.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그대로 맞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을 오르다 보면 누구나 마음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꿈에 그리던 세 개의 탑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안개 걷힌 봉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은 굉장히 어렵단다.
 

힘겨운 마지막 발걸음을 옮기기 몇 십분 여. 거대한 바위 뒤로 정말 거짓말처럼 탑이 “까꿍!”하고 나타났다. 이 탑을 마주하기 위해 얼마나 걸었던가! 그야말로 한계가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 앞에 갑자기 눈물이 솟았다. 탑 뒤로 몇 개월 동안 보지 못한 가족과 친구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기도 했다. 우리는 할 말도 잊은 채 나란히 앉아서 멍하니 탑만 바라봤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감동을 가슴 깊이 새기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2일차: “나 이제 돌아갈래에~” 


                          이튿날, 활짝 갠 날씨 덕에 칠레노 캠핑장에서도 탑 꼭대기를 볼 수 있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한기와 추위에 몸서리치던 지난밤은 지나갔다(여름/겨울용 침낭과 얇은 패딩 등 모든 옷가지를 입고 잤지만 어림도 없었다).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씹어 먹고 패기 넘치게 두 번째 캠프장을 향해 가려던 바로 그 순간, 루이사의 한마디가 모두를 얼어붙게 만드는데……. “많이 생각해봤는데, 이 트레킹은 나에겐 무리인거 같아. 오늘 집에 돌아 갈 거야.”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던 그녀가 참지 못하고 트레킹을 관두겠다고 한 것. 그녀를 설득하는 데는 꽤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좌 호수 우 봉우리! 한순간도 눈이 지루할 틈이 없는 2일차 코스.  

 

어제와 달리 평평한 길이 (끊임없이)이어지는 날이었다. 30분 전만 해도 울상이던 루이사는 갑자기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우리 루이사가 달라졌어요! 나지막히 자란 가시풀들 사이로 이름 모를 꽃들이 자라있는 길. 좌측으로는 빙하에서 녹은 물이 형성한 호수가, 우측으로는 토레스 델 파이네의 화강암 봉우리들이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그야 말로 눈이 지루할 틈이 한순간도 없었다. 게다가 조금만 지친다 싶으면 “Animo, San(힘내, 상아!)”라며 기운을 북돋아 주는 마누 덕택에 당나귀처럼 쉬지 않고 걸었다.

 


                                   누가 꼭대기에 페인트칠이라도 한 걸까 프랑스 계곡의 기묘한 아름다움 

 

2일차의 어려움은 트레킹 시간이었다. 아무리 쉽다고 하지만 꼬박 8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는 영현대양을 초주검으로 몰아갔다. 맨몸으로 걸어도 힘든 판국에 식량에 텐트 그리고 침낭까지 이고 지고 가니 이 아름다운 태초의 풍경이 지옥처럼 보이기 시작했다니까 비틀비틀 걸어 겨우 도착한 이탈리아노 캠핑장. 뜨거운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이 무료 캠핑장의 뼈를 에는 추위에 질려버린 영현대양이 말했다. “나 내일 페리를 타고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돌아갈래.” 그러자 파이팅 담당 마누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너 내일 못 돌아가.” 자기 몸보다 큰 배낭을 메고 잘만 걷는 그녀석이 날 이해해 줄 까닭이 없지! 영현대양은 “너 나한테 그렇게 말할 자격 없어”라고 쏴 붙이고는 땀과 피로에 쩐 몸을 침낭 깊숙이 밀어 넣었다. 내일이면 이 지옥에서 탈출하리라!

 

다음 이야기 


집에 돌아가겠다는 영현대양의 야무진 꿈은 이뤄졌을까 2011년 한 방문객의 실수로 일어난 화재의 상흔에 시달리는 국립공원은 어떤 모습일까 트레킹 후반의 하이라이트!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는 그레이 빙하는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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