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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의 제왕 2부: 빙하원정대 in 토레스 델 파이네

작성일201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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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지난 이야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공원 산책만 하다가 갑자기 남미 최고의 절경을 자랑하는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국립공원 3박 4일 트레킹에 나선 영현대양과 그녀의 다국적 친구들 4인.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던 루이사(브라질), 몸보다 큰 가방을 메고 날아다니는 유럽강철 크리스토프, 라우라(독일), 파이팅 담당 마누(스페인) 그리고 9시간여의 산행 후 체력의 한계를 느끼고 뻗어버린 영현대양(한국). 최고난이도 코스인 세 개의 탑은 무사히 정복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과연 이들은 무사히 트레킹을 완주하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3일차: “빙하다!, 빙하다!”
영현대양이 땀과 피로에 쩐 몸을 침낭 속에 밀어 넣고 겨울잠에 빠진 사이! 단화를 신고 산길을 날아다니는 크리스토프와 거북이마냥 몸보다 큰 가방을 메고 다니는 마누는 새벽을 틈타 프랑스 계곡 전망대까지 다녀왔다. “왜 아침 안차려놨어~ 먹고 바로 출발하기로 했잖아” 동이 트기도 전인 새벽 5시에 일어나 산행을 다녀온 사람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팔팔한 크리스토프의 한마디. 그는 정녕 사람이란 말입니까! 영현대양은 땟국물 흐르는 얼굴에 선크림을 치덕치덕 덧바르고는 ‘내가 약한 것이 아니라 이 친구들이 괴물이다’라고 자기위안을 하고는 서둘러 페리 선착장이 있는 파이네 그란데(Paine Grande) 산장으로 출발했다.


곧 이 지옥에서 벗어날 생각에 들뜬 탓일까 영현대양의 발걸음이 첫날처럼 다시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바뀌는 풍경. 바로 지난 2010년 국립공원의 3분의 1을 태워버린 화재의 흔적이다. 진짜 지옥에 온 듯한 풍경…. 사방을 둘러봐도 가 지부터 밑동까지 새까맣게 타버린 나무들밖에 없었다. 그을린 나무 사이로 서늘하게 부는 바람. 불과 하루 전에 누렸던 천국 같은 풍경에 비 해 너무나 달라진 광경을 보고 모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화재의 원인은 등산객의 부주의. 그의 작은 실수 때문에 국립공원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말았다. 예전의 모습을 찾기 까지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를 일이다.  

“어 어어” 그랬다. 눈앞에 보이는 저 흰색 물체는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돌아가는 마지막 페리! 선착장에 거의 다 도착한 시점에 페리는 떠나버렸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겠다는 영현대양의 야심찬() 꿈은 무너지고(흑흑). 이젠 꼼짝없이 마지막 목적지인 그레이 캠핑장으로 향하는 수 밖에 없었다. 우유빛 호수를 가로지르는 한마리의 백조같은 페리만 멍하니 바라보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어제의 고통은 떠오르지 않고 앞으 로 펼쳐질 환상적인 풍경만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이다. 그래, 이까지 와서 그레이 빙하(Glaciar Grey)는 보고 가야하지 않겠어 어차피 돌아가지 못할 길이라면 희망을 품고 최선을 다해서 걷고 또 걷는 수밖에 없다. 우리네 인생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호수들의 향연에 취해 당나귀처럼 터벅터벅 걷기를 몇 시간 여, 맨 앞에서 걷던 루이사가 외쳤다. “빙…빙, 빙하다!!” 그렇다. 흐린 하늘만큼 잔뜩 찌푸린 호수 위로 거짓말처럼 아름다운 하늘색 빙하조각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 가까워질수록 점점 많아지는 빙하조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할 무렵, 산과 산 사이를 가득 메운 그레이 빙하가 실체를 드러냈다.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사진 찍는 것도 잊어버리고 얼마나 서있었지 인류가 도달하기 한참 전부터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었을 빙하가 더없이 낯설었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그레이 캠핑장에 도착하자 쏴-하고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밤이지만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토레스 델 파이네의 앙탈에 결국 강철체력 크리스토프까지 기절하고 말았다. 결국 만만찮은 비용을 지불하고 따뜻한 산장에서 머물기로 한 그를 뒤로하고 우리 넷은 3인용 텐트에 몸을 구겨 넣었다. 마지막 밤이라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길은 이미 우리에게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그렇게 쏟아지는 빗소릴 들으며 잠 못 드는 마지막 밤이 지나갔다.


4일차: Ella est ac! (She's here!)
집에 돌아간다!!! 간밤에 쏟아진 비에 텐트도 몸도 눅눅하게 늘 어져 있지만 다시 힘찬 출발을 외친 영현대양과 친구들. 크리스토프도 다시 힘을 찾고 고소공포증에 절벽 옆 지나기를 힘들어 했던 루이사도 좋아진 모습이고…. 게다가 날이 개면서 어제 보지 못한 풍경이 장막을 걷고 실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파이네의 뿔'이라 불리는 사진 속 봉우리! 날씨가 계속 흐렸더라면 놓쳤을 모습이다. 집에 돌아간다는 아쉬움에 영현대양은 가던 길을 돌아보고 돌아보며 그레이 빙하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앞장서서 파이네 그란데 선착장으로 향하던 영현대양, 갑자기 ”악!”소리를 지르며 넘어지고 만다. 문제는 4개월 전 넘어져 퉁퉁 붓는 바람에 한 달 동안이나 보조기구를 차고 다녔던 오른쪽 발목이었다. 친구들은 그때의 고통이 살아나 패닉상태에 빠진 그녀를 진정시키고 가방에 있던 진통제를 쥐어줬다. 페리 출발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단 3시간!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절뚝절뚝 왼다리에 힘을 주고 걷기 시작했지만 작은 돌멩이 하나만 잘못 밟아도 번지는 고통에 그야말로 거북이보다 느린 걸음을 쉬지 않고 옮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사이 마누와 라우라는 영현대양의 배낭을 짊어지고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앞섰고, 크리스토프와 루이사는 지뢰처럼 널려있는 돌을 치워주느라 바빴다. 이들이 없었다면 이 드라마틱한 상 황에 넋을 놓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미 페리 출발시간이 20여분정도 지난 시각. 지나가던 다른 등산객들도 “얼마 안 남았어! 힘내!”하며 연신 영현대양을 응원했다. 정말이지 마지막 20분은 미친 사람처럼 퉁퉁 부은 발목을 끌고 뛰다시피 해서 페리 선착장에 도착했다. 사람들은 이미 탑승 준비를 마친 상황. 조금만 늦었더라면 하루 더 발이 묶일 뻔 한 것이다. “Ella est ac (She´s here)!” 영현대양을 알아본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그래 내가 왔다! 이젠 안녕, 토레스 델 파이네!


트레킹, 그 달콤쌉싸름함에 관하여
페리 안. 라우라, 크리스토프, 마누, 루이사 그리고 영현대양까지 그 누구도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문화/언어적 배경에도 함께 울고 웃으며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길을 걷고 또 걸었던 지난 3박 4일이었다. 하늘빛 빙하 호수 너머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이 그림처럼 다시 펼쳐졌다. 그 풍경을 보자니 퉁퉁 부은 발목보다 마음이 더 부풀어 올랐다. 결코 쉽지 않았다. 한걸음 뗄 때마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던 순간이 대부분이었다. 무거운 배낭 때문에 어께 통증을 달고 살았다. 힘들어서 예민해진 탓에 친구들에게 투정도 부렸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를 감싸준 대지의 아름다움, 그 풍성한 느낌을 포기할 순 없었다. 옆에서 나를 부축하고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으며 동행해준 친구들이 있었다. 트레킹, 그 달콤쌉싸름한 기억은 다섯 명의 가슴 속에 그림처럼 남을 것이다. 우리 다음에는 히말라야도 함께 오를까
마누의 한마디> 칠레 여행 목표중 하나가 토레스 델 파이네를 가보는 것이었어. 그러니까 나에겐 대단한 경험이었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우리를 기다리는게 무엇일까 설렜어. 그래서 피곤이 몰려와도 화이팅 외치면서 계속 걸은거지뭐.  베낭 무게 때문에 허리 통증에 시달린 것도 기억에 남아. 하지만 이것도 날 멈추게 하진 못했지. 토레스 델 파이네에서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리고 싶었기 때문이야. 또 날씨가 끊임없이 바뀌던 것도 인상적이었어. 4일만에 4계절을 다 봤잖아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역시 불에 탄 숲을 보는 것이었어. 몇년 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여전히 그대로잖아. 아, 그리고 멋진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어. 너희들과 함께한 이 길, 결코 잊지 못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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