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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다차의 기억이 분다.

작성일2013.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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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아직은 차가운 봄바람이 몸을 스치고 꽃샘추위가 가시지 않을 때는 일찍이 따듯한 여름을 기다리게 된다. 특히 러시아는 아직도 영하의 날씨와 눈, 비가 겹쳐 내리는 흐린 날씨가 대부분인 초봄이기에 따듯한 햇살은 마치 선물과 같다. 날씨와 지형 탓인지 모든 러시아인들은 일년 내내 여름을 기다린다. 여름이 오면 남녀노소할 것 없이 강변에 수영복만 입고 햇볕아래 누워있거나 바다로 뛰어드는데 여름을 만끽하는 방법 중에서 러시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다차에서의 휴식이다.






다차가 뭘까






▲ 러시아 시골의 모습과 다차. 사진- 남궁경



 다차는 러시아인들의 여름 휴식처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도심에서 먼 한적한 시골에 위치하고 있으며 부자들에게는 일반집 보다 거대한 여름별장이 있기도 하지만 시민들에게는 작은 오두막 같은 형태의 별장이라고 볼 수 있다. 옛날에는 러시아 고위간부나 부유층 등의 ‘노멘클라투라(러시아 신흥 특권계층)’에게서만 볼 수 있었지만 현재는 다차문화가 일반화되어 있다. 사실 다차는 소련시절 정부가 국민에게 조그만 텃밭과 집터를 나눠주는 것에서 비롯되었으나 현재는 땅과 다차를 직접 구입하거나 임대해야만 한다. 여름이 되면 도시의 러시아인들은 가족과 함께 다차로 떠나 짧게는 주말을 길게는 몇 달을 보내고 휴식을 취한다. 난방시설과 인터넷, 수로가 연결이 되어있지 않아 장기적으로 또 겨울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은 아니지만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진정한 러시아를 느껴볼 수 있다.






다차로 떠나는 길




▲ 다차로 가는 전차안 러시아 사람들. 사진- 남궁경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찾아가본 다차는 도심에서 지하철을 타고 한참을 달려 종점에서 내리고 또 40분 정도 전차를 타야하는 아주 먼 교외에 있었다. 홈스테이 아주머니와 전차를 타기위해 티켓을 산 후 조금 기다리니 우리가 타야할 전차가 들어왔다. 전차 내부는 마치 긴 벤치를 앞뒤로 붙여 놓은 듯한 좌석이 있었고 자리에 다차로 향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앉아있었다. 전차가 출발하고 15분 정도가 지나자 하얀 자작나무 숲이 눈앞에 펼쳐지며 장관을 이루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하얀 숲, 아름답고 푸른 관목과 빠르게 지나치는 색색깔의 작은 다차들, 진정한 러시아는 여기 있었다. 그리고 좀 더 달리자 바다로 착각할 정도로 큰 호수가 나오며 러시아의 자연을 마음껏 눈에 담았다.






 ▲ 창 밖으로 보이는 호수와 아름다운 러시아의 자연. 사진- 남궁경






다차는 어떻게 생겼을까





▲ 홈스테이 아주머니의 다차.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길과 텃밭이 보인다. 사진-남궁경  



큰 도시 외곽에 위치한 다차 마을은 도시에서 찾아오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마을처럼 존재했지만 북적거리지 않고 한산했다. 기차역에서 내려 아주머니를 따라 작은 오솔길을 지나고 때로는 관목들을 헤치고 한참을 걸어가니 아주머니 소유의 다차가 나왔다. 나무로 된 담장을 열고 들어가자 작은 오두막이 내 눈 앞에 들어왔다. 다차는 여름 별장이자 주말 농장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되는데 다차에 들어가자 아주머니께서 나에게 함께산 꽃씨들을 한아름 안겨주시며 일을 시작하자고 하셨다. 우리는 텃밭을 작은 삽으로 파내고 그곳에 꽃씨를 심었다. 꽃을 심고 잡초를 뽑고 물을 주며 시간을 보내는데 한적함이 몸안으로 들어왔다. 주말에 이곳에 왜 사람들이 찾아와 스스로 텃밭을 가꾸는지 왜 물도 전기도 마음껏 쓸 수 없는 시골로 찾아오는지 그 평온한 느낌을 공유하니 러시아가 한층 더 가깝게 느껴졌다.






다차에서만 볼 수 있는 것




▲ 고기를 구워 먹거나 추위를 피할 불을 집힐 수 있다. 사진- 남궁경






▲ 불을 피워 구워 먹은 샤슬릭(러시아 꼬치구이)과 뒷편의 재래식 화장실이 보인다. 사진- 남궁경





 앞서 말했듯이 다차에는 수로와 전기,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활동들이 제약된다. 하지만! 그 때문에 다차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기에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우물이 존재한다. 이는 다차마다 다르지만 식수 외에 나무와 꽃들에게 줄 물들을 우물을 만들어 쓰는 별장들이 있다. 우물 자체는 옛날 어릴 적 시골에서 볼 수 있는 모양 그대로였지만 전기 모터를 달아 자동으로 물을 퍼 올리는 특이한 우물이었다. 비록 깨끗하지 않아 마실 수 없었지만 다차 생활을 해보니 정원을 가꾸는데 쓸 수 있는 소중한 존재라고 느껴졌다.

두 번째는 재래식 화장실이다. 집안에 화장실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무섭고 냄새가 났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또 야외 정원에는 불을 집힐 수 있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일이 끝나고 샤슬릭(러시아식 꼬치구이)과 와인, 샐러드를 먹으니 이보다 행복한 여름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별장 내부에서 쓰이는 절수형 세면대와 내부 사다리등 도시에서 볼 수 없었던 많은 것이 존재했다.






 다차에서의 하룻밤은 너무나 평온하고 큰 추억으로 남아있다. 적막함이 주는 아늑함과 작은 노동이 주는 즐거움, 자연과 휴식에 대한 많은 생각들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다. 밤에는 숲이라 쌀쌀해 두꺼운 외투를 입으면서도 신이나서 장작에 불을 붙여 고기를 굽고 러시아 아줌마와 떠들었던 수다들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것만 같다. 이번 여름 가족들과 주말 농장에가 다시 그때의 기분을 느껴볼 생각을 하니 나도 러시아인처럼 벌써 여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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