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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박! 환상 작가 마르케스 vs 뚱보 화가 보테로

작성일2013.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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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모나리자’를 비롯 뚱보만을 그린다 해서 유명해진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와 ‘백년간의 고독(Cien Aos de Soledad)’으로 사실적 마술주의 기법의 대가로 떠오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Marca Marquez)의 나라, 콜롬비아. 여기까지 왔으니 이들을 놓칠 수 없지! 콜롬비아 곳곳에 스며든 두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라 가볼까  

 

보테로, 그는 억울하다.   

“난 그냥 뚱보를 그린게 아니란 말이오”

작품명: 모나리자(Mona Lisa), 1978 

 

이게 누구야 배경이나 구도를 보니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맞는 것 같은데…. 그녀가 전날 밤에 라면이라도 먹고 잔걸까 이 그림은 콜롬비아 화가 보테로의 작품이다. 그의 손을 거친 모나리자는 슈렉이 바람을 불어넣어 빵빵하게 부푼 풍선 개구리처럼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사실 보테로의 모나리자가 ‘모나리자’라고 이름 붙여진 데에는 재미있는 이유가 있다. 그는 “어느 날 청소부 마리아에게 이 그림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모나리자를 닮았다더군요. 그 분은 그림이라고는 모나리자밖에 몰랐거든요”라고 말했다. 

 

작품명: Maribarbola Segn Velzquez (1984), 벨라스케스의 시녀들(las meminas, 1656) 일부
  

 뚱보를 그리는 화가’라는 비평가들의 말에 보테로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거장들의 형태와 색에서 작업이 시작됐다. 그는 “나는 단지 뚱보를 그린 것이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위에 보이는 그림 역시 스페인 거장 디에고 벨라스케스(Diego Velzquez)의 작품을 패러디 한 것. 그는 서양 미술이 오랫동안 집착하던 빛과 그림자에서 한 발짝 물러나 사물 자체를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단순하고도 매끈한 색조와 채색기법 그리고 크기의 확대와 축소 등에 의한 명확한 양감이 가져다 주는 푸근함은 보는 이를 슬며시 미소 짓게 만든다. 
 

모나리자를 비롯한 보테로 작품 속의 인물, 동물 심지어 사물 까지 모든 주제들은 거대한 볼륨을 자랑한다. 그가 이렇게 풍만함에 집착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가난한 행상의 아들로 태어나 경험한 빈곤에 대한 반작용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어쨌든 그의 작품은 유쾌하다. 보테로는 기존에 ‘걸작’이라고 불리는 작품의 권위에 거침없이 도전해 자신만이 가진 독특한 물감을 입히며 예술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화가가 됐다. 

 

더 많은 뚱보들을 만나려면

보테로 박물관(Museo Botero)으로!

 

수도 보고타(Bogot) 센트로(Calle11 # 4-41)에 위치한 보테로 박물관에 가면 모나리자 외에도 훨씬 더 많은 뚱보들을 만날 수 있다! 뭐든지 부풀려서 그리는 그만의 독특한 작품들을 실컷 감상할 수 있는 곳. 화가가 직접 기증한 작품이 무려 208점이다. 그 중 그의 그림은 123점. 그럼 나머진 뭐냐고 호안 미로(Joan Mir)와 피카소(Pablo Picasso) 등 다른 유명 작가들의 작품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게다가 무료 입장이니 감동이 두 배! 보고타까지 왔다면 잊지 말고 보테로 박물관을 찾아가보자. 

 

규모부터 다르다!

그의 고향, 메데진(Medelln)에서 만난 보테로

 

박물관으론 성이 안차는 당신, 메데진을 찾아라! 보고타에서 비행기로 1시간여. ‘영원한 봄의 도시’라는 아름다운 별명을 가진 도시, 메데진은 화가의 고향이다. 시내에 위치한 산 안토니오 광장(Plaza de San Antonio)는 보테로의 작품으로 가득 차 있다. 이건 뭐 그림 속 뚱보들이 현실 세계로 재현된 느낌이랄까 거대한 크기와 볼륨이 놀랍다 놀라워!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의 행렬은 끊이질 않고, 미니 조각상을 파는 행상들도 분주한 것을 보면 보테로의 인기를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다. “사랑해요 뚱보 화가~”
 
마르케스, 그는 문학계를 살렸다.  

“사람들은 나를 남미의 세르반테스(Cervantes)라 불러”  

 

소설의 종말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서구 작가들의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동유럽이나 라틴 아메리카 작가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나 다름없다. 책꽂이에 가르시아 메르케스의 ‘백 년 간의 고독’을 꽂아 놓고 어떻게 소설의 죽음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 밀란 쿤데라 

 


 출처: 위키피디아

 

소설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한번에 없애버린 작가, 마르케스! 수학 공식만큼이나 복잡해 보이는 이 그림은 작가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소설, 백 년 간의 고독에 등장하는 인물 족보다. 보기만 해도 벌써 머리가 터져 버릴 것 같다고 그렇다! 그의 소설은 마을에서 도시로 팽창하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져 간 '마콘도'를 무대로 5대에 걸친 부엔디아 일족의 역사와 기이한 사건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술하고 있다. 그러니까 자칫 넋 놓고 있다가는 흐름 놓치기 일쑤다. “이게 누구였더라” 

 

 

 1967년에 초판된 백 년간의 고독, 출처: 구글

 

백 년 간의 고독을 읽어내는 키워드는 ‘마술적 사실주의’다. 대조적인 의미를 가진 두 단어가 공존할 수 있다고 마술적 사실주의 작품에서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 이치에 맞지 않는 사건을 두고 인물들이 그것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온 세상에서 다 모여든 듯 바글바글한 개미떼가 정원의 돌길을 따라서, 껍질만 자루처럼 붕싯하게 부푼 아기를 끌고 그들의 굴로 나아가고 있었다(본문 중).” 혀를 내두르게 하는 그의 상상력을 키워 준 것은 어릴 적 외할머니가 들려줬던 신화라고 한다. 

 

  

1928년 콜롬비아 대표 일간지 엘 티엠포(El Tiempo)에 실린 바나나 농장 학살 사건 

 

하지만 그저 허무맹랑한 이야기만 했다면 노벨상 수상 소설가가 아니지! 백 년 간의 고독에는 현실과 환상, 역사와 설화, 객관과 주관이 황당할 정도로 뒤섞여 있지만 이러한 혼돈 속에서도 현실을 보다 날카롭고 깊이 있게 드러냈다는 평이 많다. 사실 백 년 간의 고독의 시간은 콜롬비아 역사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 스페인 식민 시대를 거친 라틴 아메리카의 고독한 운명, 미국 바나나 농장 학살 사건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열강의 약탈, 그리고 자유와 혁명을 위해 수 많은 희생이 치러졌던 현대사까지. 라틴 아메리카뿐 아니라 침략과 수탈이 반복되는 수 많은 국가들은 마르케스가 말하는 고독을 공유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미래의 마르케스가 될래요!   

가브리엘 마르케스 문화원(Centro Cultural de Gabo)

보테로 박물관 맞은편에 위치한 가브리엘 마르케스 문화원. 보고타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이 곳 도서관에서는 지금 마르케스와 카리브해(Gabo y el Caribe)전이 열리고 있다. 카리브해를 마주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작가는 백 년 동안의 고독 작품 곳곳에 고향에 대한 애정을 녹여내고 있다고 한다. 큰 규모의 전시회는 아니지만 주말 오후, 차분하게 책을 고르면서 작가에 대한 이해를 넓혀나가기 좋았다. 본 문화원에서는 1년 내내 문화 강좌가 열려 제2의 마르케스를 꿈꾸는 사람들의 문화 공간이 되고 있다. 

 

거장은 살아있다! 콜롬비아에서 만난 두 예술가의 그림자
 

프랑스 상원 명예 메달을 수여 받는 보테로(우), 출처: AFP 


“저는 인생 전부를 바쁘게 보냈어요. 프로젝트가 끊이지 않았죠. 이번 해는 강도가 더해진 것 같아요” 올해 4월 19일, 80세 생일을 맞은 보테로가 한 말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젊음으로 빛나고 있는 화가, 보테로. 한편 올해 86세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작년 가족력인 알츠하이머병 증상으로 인해 집필을 중단한 상태다. 그의 동생은 “여전히 유머를 잃지 않고, 예전처럼 기쁨과 열정이 넘치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콜롬비아에서 만난 그들의 그림자를 보니 내 감성도 다시 꽃피는 느낌이었다. 이번 주말엔 잠시 숨을 돌리고 두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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