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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무슨 일이?

작성일201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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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홍대와 강남역 주변 길거리에서는 넘쳐나는 쓰레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은 거리 위의 쓰레기에 불쾌해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 똑같이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고 간다. 공공시설도 마찬가지이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편의시설(공원, 화장실 등)을 이용할 때, 더러운 시설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깨끗하게 이용하지 않는다. 사람이라면 모두 지저분한 환경에 불만을 품는다. 하지만 그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과 대처 방법은 상당히 다르다. 이에 대한 따뜻한 소식이 있다. 한 마을의 간밤에 생긴 작지만 큰 변화에 관한 이야기다.


 

시영아파트 후문, 정자 /사진-한미현

 

이야기 속의 마을은 서울시 양천구 신월7동이다. 푸른 나무와 여러 꽃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인 동네이다. 이야기의 근원지인 시영아파트 후문의 초입 길은 아파트 단지 내에 구립공원과 초등학교가 있어서 아파트 주민 외의 동네 사람들의 출입이 잦은 곳이다. 후문을 지나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깨끗한 정자 하나가 주민을 맞이한다. 이 정자가 바로 하룻밤 사이에 작지만 큰 변화를 한 주인공이다. 마냥 편안해 보이고 깨끗해 보이는 이 정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정자 옆 나뭇가지와 낙엽 뭉치들 /사진-한미현

 

한 달 전,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자를 이용하는 주민은 아주 적었다. 주민의 정자 기피요인은 크게 3가지였다. 첫 번째 이유는 벌레였다. 정자주변은 항상 벌레가 많았다. 이는 두 번째와 세 번째 요인과도 연결된다. 기피요인 두번째는 주변 환경의 더러움이고 마지막 요인은 이용객이 버린 쓰레기이다. 정자 주변에서는 아파트 측에서 쌓아놓은 나뭇가지들과 가을에 담아놓은 낙엽들을 볼 수 있다. 이것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벌레들을 유인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정자 주변은 벌레들의 왕국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정자를 이용하는 이용객들이 아무렇지 않게 정자에 두고 간 생활 쓰레기들은 주민이 정자를 꺼리게 만들었다.


 


안내판 1, 안내판 2, 정자 이용객(가운데 분= 배0애) /사진-한미현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버림받았던 안타까운 정자, 하지만 지금은 주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어느 날 아침이 되자 정자에 안내판이 생겼다. 안내판은 2개다. 생활쓰레기를 정자에 버리고 가지 말라는 내용과 정자 이용 후에는 자리를 치우고 가기를 권하는 내용의 안내판이다. 조그만 안내판 2개가 무슨 변화를 일으키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안내판 2개가 가지고 온 변화는 컸다. 안내판 설치 전과 비교하여 쓰레기양이 줄었고 이용객들이 증가했다. 신월7동에 거주하는 배0애씨는 "안내판이 없었을 때는 사람들이 정자를 더럽게 사용하고 쓰레기를 죄의식 없이 버리고 가서 정자가 매우 더러웠었다. 그래서  정자에 앉기를 주저했는데 안내판이 생기고 나서는 사람들이 정자를 깨끗하게 이용해서 주저하지 않고 정자에 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자에 있는 화분, 정자 이용객(맨 왼쪽 분= 안0화), 정자에 장식된 스티커 /사진-한미현 

 

정자가 위치한 시영아파트에서는 다양한 꽃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정자에서도 누군가 가져다 놓은 꽃을 볼 수 있다. 취재한 날, 정자에는 여름꽃 중 하나인 개망초가 담겨있는 화분이 놓여 있었다. 화분 안에는 살구와 작은 돌들이 화분을 채워주고 있었다. 근처 살구나무의 살구를 넣고 정자 주변의 들꽃을 투박하면서도 정성껏 장식해 놓은 화분에서 소박하지만 따뜻한 정감이 느껴졌다. 항상 같은 꽃의 화분이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일주일 전에는 빨간 꽃이 놓인 다른 화분이 있었다고 한다.

 

누가 가지고 왔는지는 모르지만, 그가 가져 놓은 화분은 정자와 이용객들을 변화시켰다. 정자 중심에 있는 꽃들 덕분에 어둡던 정자의 분위기는 밝아졌다. 또한, 정자의 화분은 이용객들에게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이용객들은 더는 정자를 아무렇게나 함부로 이용하지 않았다. 마을 변두리에서 잊혀가던 정자는 이제야 마을의 진짜 쉼터가 되었다. 신월7동에 거주하는 안0화씨는 "정자에 화분이 있어서 처음에는 신기했다. 화분이 매일 같은 게 아니고 바뀌는데 오늘 화분은 개망초가 소박하고 싱그러워서 마음에 든다. 전에는 정자에서 잠깐 앉았다가 가기만 했는데 지금은 친구들이랑 이야기도 나누고 놀기도 한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사람들의 애정이 어린 행동이 죽어가던 장소를 살렸다. 깨진 유리창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유리창이 깨진 집에는 사람들이 쉽게 돌을 던지고 쓰레기를 투척하여 결국에는 모든 유리창이 깨진다. 하지만 처음부터 유리창이 깨지지 않은 집은 사람들이 손대지 않고 끝까지 온전한 상태를 유지한다는 내용이다. 서울시 양천구 신월7동에 위치한 이 정자도 한 달 전에는 깨진 유리창이었다. 관심을 둬 주는 이는 없었고 계속 망가지기만 했다. 하지만 무명의 사람이 만든 작은 변화(안내판, 화분들)로 정자는 완전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여러분의 동네에도 애정이 목말라 시들해진 장소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밤, 곳곳에 여러분의 작지만 큰 사랑이 놓이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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