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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동 개미마을의 선물

작성일201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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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다닥다닥 붙어있는 낡은 지붕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금이 간 담벼락, 오르내리기 힘든 가파른 경사길. 서울 외곽에 위치한 ‘홍제동 개미마을’, 서울에 몇 남지 않은 달동네 중 하나였던 이곳이 최근 벽화로 새 단장했다. 달동네라 하면 흔히 어둡고, 칙칙한 동네를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홍제동 개미마을'은 좀 특별하다. 마을 곳곳에 그려진 51가지의 화려한 벽화들이 잿빛 담벼락에 숨을 불어넣었고, 마을을 환히 비춤으로써 변화가 시작되었다.  

 

▲ 전봇대에 걸려있는 빨랫줄의 모습에서 삶의 흔적이 묻어난다. <사진=김희은 기자>


개미마을에는 210 가구, 420여 명의 주민이 마치 가족처럼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삶이 풍족하진 않지만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주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홍제동 개미마을은 625 전쟁 이후 만들어지게 되었다. 갈 곳이 마땅치 않은 가난한 사람들이 들어와 임시 거처로 천막을 두르고 살았던 곳. 당시에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천막이 서부영화에 나오는 인디언 마을을 닮아 ‘인디언 촌’이라 불리기도 하였지만 1983년 ‘개미마을’ 이라는 정식 이름이 생겼다. 열심히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서 개미라는 이름이 붙여진 게 아닐까.   

 

<참조 : 네이버 지식백과>
  

▲ 7번 마을버스의 종착역 ‘홍제동 개미마을’까지 안내해주신 버스 운전기사님. <사진=김희은 기자>


 

 

 

홍제역 2번 출구 앞에서 마을버스 7번을 타고  가파른 언덕길을  덜컹거리며 올라가 도착한 인적 드문 달동네. 왠지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느낌에 설렌 마음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홍제동 개미마을이 벽화 마을로 유명세를 탄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카메라로 풍경을 담아내는 사람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방문객을 위한 찻집이나, 쉼터, 식당이 없어 마을을 지키는 낡은 슈퍼는 오늘도 바쁘다.   

“개미마을이 벽화로 유명해지고 나서 하루에 많게는 20명도 찾아오고, 대학생부터 외국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아요. 구경 재미있게 하고 가세요.”  

이런 대답이 익숙한듯 서대문 7번 버스운전 기사님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평범했던 홍제동 개미마을이 이토록 특별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궁금증을 안은 채 담벼락에 수 놓은 벽화들을 따라 마을 안으로 들어가보았다.  


 

 

▲ 대학생들의 손길이 느껴지는 알록달록 벽화들로 마을의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사진=김희은기자> 

 

 

 

3년 전, 미술을 전공한 대학생 130여 명이 선물을 들고 ‘홍제동 개미마을’을 찾아왔다. 이는 서대문구와 금호건설이 마련한 ‘빛 그린 어울림 마을’ 프로그램. 그들은 손에 붓을 잡고 잿빛 담벼락에 하나 둘씩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성균관대, 건국대, 추계예대, 상명대, 한성대 등 5개 대학 미술 전공 학생들이 참여해 ‘환영’, ‘가족’, ‘자연진화’, ‘영화 같은 인생’, ‘끝 그리고 시작’ 등 서로 다른 주제로 벽들을 색칠해 나갔다.  

 

▲ 마을을 환하게 밝혀 줄 벽화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출처: http://floweringarden.co.kr/10154144108>     

 

담쟁이로 가려지고, 낙서로 가득했던 잿빛 벽은 이내 오색빛깔 화려한 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처음 벽화를 그린다는 제안에 별 반응이 없던 마을 주민들도 점점 화려해져 가는 담벼락을 보며 이내 웃음으로 화답했다. 그 미소로부터 이미 개미마을의 변화는 시작된 것. 벽을 꾸민 다양한 작품들 속엔 멋진 화가들의 이름이 적혀있고 ‘G의 고백’, ‘H의 회상’, ‘즐거운 동네’, ‘빛 바라기’, 등 작품마다 붙은 제목이 보는 이로 하여금 즐거운 상상을 하게한다. 전문 화가는 아니지만 작은 손길들이 모아져 그린 그림으로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한 행복은 점차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잡기 시작했고, 비로소 ‘홍제동 개미마을’에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일단 마을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졌어. 이웃들간에 서로 대화도 많아지고 다들 일도 열심히 하게 됐지. 그림 그려준 학생들한테 정말 고마워.”  

마을 쉼터에 앉아 계시던 한 어르신께서 말씀하셨다. 변화의 시작은 마을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이어졌고, 주말이면 카메라를 들고 찾아온 사람들로 마을이 북적이기도 했다. 그렇게 개미마을은 점차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해 최근엔 영화 ‘7번 방의 선물’의 배경이 되면서 유명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예전의 개미마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즐거운 풍경이다. 

 

 


 ▲ 벽화가 삶 속에 물들어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람들. <사진=김희은기자>

 

 

이젠 벽화가 삶의 일부가 된 ‘개미마을’ 주민들은 지금 어떤 꿈을 꾸며 살아가고 있을까 어르신들로 가득한 이 동네에서 마침 학원을 다녀오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희망이 보였다.  

“끝나고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길이에요. 근데 지금 저 찍는 거에요”  

 

말똥말똥 쳐다보는 아이의 두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묻어나는 ‘홍제동 개미마을’ 아이들. 아마도 벽화는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도 꿈과 희망이 되어주지 않을까.  

 


 ▲오랫동안 ‘홍제동 개미마을’을 지켜오신 마을주민 분들 인터뷰 사진. <사진=김희은 기자>
 

“벽화가 그려진 지 3년 정도 되었는데, 사람들의 손때가 묻어서 많이 퇴색됐어. 다시 와서 덧칠해 주면 좋을 것 같아. 그리고 마을 주민들이 살아가는데 불편함이 많은 동네야. 언제 철거될지 모르는 불안함으로 하루하루 살고 있지. 또 겨울엔 연탄을 때며 버티고, 여름엔 더위에 지쳐 살아. 시에서 좀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줬으면 해.” 


길을 걷다 만난 주민과의 짧게 주고 받은 대화.  벽화마을로 유명해진 개미마을의 이면에는 주민들의 삶의 애환이 담겨있었다. 마을의 화려함에 이끌린 사람들의 단순한 관심이 아닌 주민들의 삶을 보살피는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시점. 주위에 소외된 이웃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고 조금의 노력을 더한다면, ‘홍제동 개미마을’은 작은 변화를 넘어 진정한 기적을 낳지 않을까. 

 
 

▲ 개미마을을 떠나는 7번 마을버스의 뒷 모습에서 희망찬 내일을 기대해 본다. <사진:김희은 기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개미마을의 벽화들이 한동안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분명 ‘홍제동 개미마을’ 의 담벼락을 수놓은 벽화는 눈만 즐겁게 하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다.  상과 단절된 달동네 주민들의 마음의 벽을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헐어버린 기적의 작품이다. 그림이라는 작은 손길로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준 ‘홍제동 개미마을’. 그 곳엔 사람의 정이 있다. 

 

 

 

 

-사진 촬영에 도움을 주신 하정완 기자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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