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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길탐방 : 집과 학교 사이를 찾아나서다.

작성일201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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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늦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은 듯 하지만, 저녁만 되면 벌써 찬기운이 느껴지며 제법 가을 분위기가 난다. 마치 여름방학이 끝나 이젠 학교를 가야하는 우리 대학생들을 시원한 날씨로 위로하듯이. 혹은 공부하러 학교가라고 떠밀듯이. 그렇게 가을이 슬며시 찾아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거의 모든 대학들이 동시에 개강하던 9월 2일, 본 기자도 역시 아침 일찍 학교로 가는 차편에 몸을 실었고 아직 방학이 끝난 것을 실감하지 못하는 양 고개를 떨구고 열심히 졸다가 학교에 도착했다. 한편, 학교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 동기들과 얼마나 떠들었는지 일주일치 말을 다한 것처럼 피곤했다. 물론 형편없는 클릭솜씨로 수강신청에 실패하여 이수업 저수업 넣어주세요 하고 여기저기 빌러다니는 수고()도 한 몫 한 것 같다! 

  

 

  

  그렇게 짧디 짧았던 개강 첫날이 저물고,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신촌에서 472번 버스에 몸을 실은 기자(보통 집에서 학교로 갈 때는 지하철3호선, 학교에서 집으로 올 때는 472번 버스를 이용한다.)는 또 다시 신나게 졸기 위해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좋아하는 잠은 오지 않았고, 문득 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들이 신기하게 느껴졌다.

 '햇수로만 내가 이 길을 5년째(군대2년...) 다니는데, 어째서, 왜 신기하지' 라는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여태껏 내가 다니는 길, 그것도 매일 다니던 통학길에 너무 무심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472번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길 수백날. 과연 나는 그 길에 무엇이 있고 어떤 사람들이 다니며, 꽤나 오랜 시간동안 무엇이 변했는지 알고 있을까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날 기자는 한시도 눈을 감지 않고 뜬눈으로 집까지 가는 길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영화 <건축학개론>의 초반부가 떠올랐다. 영화 속 '건축학개론'수업의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건축학의 기본은 지역의 지리적 문화적 특색을 이해하는 것이라면서 각자 자기 버스를 타고 통학길 지리를 탐방하는 과제를 내준다. 그리고 그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주인공 승민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첫사랑을 만나기도 한다.

  영화 속 승민처럼 기막힌 인연을 만날 생각은 아니지만, 기자는 이번 기회에 통학길을 제대로 한번 짚어보기로 했다. 내가 다녔던, 앞으로 쭉 다닐 길, 5년을 지나다녀도 제대로 보지 못한 이 길에 무엇이 어떻게 놓여져있을까. 내 통학길이라면, 스스로 알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 노선의 끝자락에 위치한 학교와 집.

 

 

- 472번 버스의 북서쪽 끝이자 회차지점인 신촌오거리 정류장. 모든 사람들이 내리는 노선의 끝이자 내가 탑승하는 시작점이라 항상 앉아서(자면서) 출발할 수 있었다! 

 

 

  서울 472번 버스는 이용객이 많은 버스다. 그도 그럴 것이 472번은 대도시 서울의 북서쪽과 남동쪽을 가로지르며 도심과 여러 번화가 일대를 지나친다. 이 노선의 북서쪽 끝(신촌오거리)에는 본 기자의 학교인 연세대학교가 위치하고 있고, 노선의 남동쪽 끝자락(개포동)에서 조금 떨어진 곳(대치동)에는 본 기자의 집이 위치하고 있다. 그래서 기자는 472번을 타고 집에 갈 때마다 그 버스에 사람들이 타고 내리는 과정을 거의 모두 함께하게 된다.

  달리 생각하면, 어떤 사람들이 어디서 버스를 타는지 지켜볼 수 있고, 전 구간에 걸쳐 어느 대상이 존재하는지 모두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통학길 탐방을 통해서, 기자는 472번을 통해 가보았던 곳, 가보지 못 했으나 노선 상에 존재하는 명물, 그리고 지리적 문화적으로 의미있는 장소를 몇 군데 알아보고 소개하고자 한다. 

 

 

# 스타벅스 소공동점(웨스턴조선호텔점) - 하차지점 : 서소문 정류소

 

 

 

  서소문에서 내려 서울시청방향으로 100미터 가량 걸으면, 기왓장을 올려놓은 전통가옥 구조의 카페가 나타난다. 놀라운 것은 그곳이 한국 전통찻집이 아닌 스타벅스 체인점 중 하나라는 것! 또한 버스에서 내려 혼자 걸어오면서 기자는 갑자기 기억이 떠올랐다. 이 곳이 언젠가 와봤던 곳이라는 것을. 472번 버스를 수백번 타면서도 모른채 지나쳤지만, 이곳은 기자가 언젠가 다른 일로 방문한 적이 있는 무려 스타벅스였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구역이라서 일부러 이렇게 디자인한 것일까. 한국적인 테마의 스타벅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반갑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국적이라고 느껴질 만큼 익숙치 않은 모습의 커피집이기도 했다. 내부 인테리어 역시 특이했다. 각종 목재를 활용한 전통적 분위기의 인테리어 구조로 이루어졌고, 특히 서까래를 활용한 선반 및 칸막이가 눈에 띄었다. 또한 벽에는 한국의 여러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나열되어 있어 마치 외국에 있는 한국풍 카페에 온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무조건 최첨단으로, 크게, 현대적으로 각종 건축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우리가 살려나가야할 한국적 건축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런식의 건축적 아름다음을 살린다면, 서울도 우후죽순 특색없는 건물만 늘어선 도시가 아닌, 전통을 품은 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 서울도서관(구서울시청사) - 하차지점 : 서소문 정류소 또는 을지로입구 정류소 

 

 

  소공동 스타벅스를 지나 조금만 걸으면 익숙한 풍경을 볼 수 있다. 바로 뉴스에 자주 나오는 서울시 청사건물과 시청 앞 광장이다. 누구나 자주가는 곳은 아니지만, 월드컵 때 수만명의 붉은 악마가 응원하던 곳, 그리고 각종 시위행사가 이루어졌고 지금도 이루어지는 곳이 여기라는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가 유명한 시청 앞 광장보다 주목하고 싶은 것은 바로 구서울시청사 건물이다. 작년 현대식 건물인 서울 신청사가 바로 뒤에 완공되면서 서울 도시행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구서울청사는 역사의 유물로 전락하는 듯 했다. 하지만 다행이도 서울시는 소중한 역사유산을 버리지 않고 현명하게 시민들에게 도서관으로 변신시켜 개방하였다. 그러한 의도는 구청사를 한쪽에 품은 듯한 신청사 건물의 외곽 형태에서부터 엿볼 수 있다.

  '서울도서관'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탈바꿈한 구서울시청사는 본 기자에게 완전히 새로운 곳이었다. 버스를 타고 하교하면서 '아 저기 뭐로 바뀌었다던데'. 이런 식으로 생각한 적은 있지만, 여전히 도서관이라면 동네 도서관이나 학교 도서관만 가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역사를 품은 구청사, 서울도서관에 발을 들여놓은 결과, 한번쯤 와볼만한 곳 이상이라는 것을 느꼈다. 서고에 정돈된 수만권의 책들, 최신의 정보화 설비 등, 대학도서관 못지 않은 규모와 설비로 이미 많은 이들의 공부 혹은 나들이 장소가 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이번 통학길 탐방의 가장 큰 수확이 서울도서관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 명동성당 & 중앙시네마 - 하차지점 : 중앙시네마, 백병원 정류소

 

 

 

 

  472번 버스를 타고 서소문에서 조금만 더 가면 명동거리 뒷편이다. 즉, 472번 버스는 서소문을 거쳐 명동거리를 북쪽에서 동쪽으로 감싸 돌며 한강 남쪽으로 넘어간다. 한강을 건너기 전에 472번 버스가 지나가는 명물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서울 중구 명동의 명동성당과 중앙시네마다.

  명동성당은 한국 천주교의 대표적인 교회당이며 상징이다. 사적 258호로 지정되어 있는 이 성당은 1898년 대한제국 고종 시기에 완공된 한국 유일의 순수 고딕양식의 성당건축물이다.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 본 기자도 명동에 쇼핑하러만 왔었지, 한국 천주교의 산실이자 유명한 관광지인 이 곳을 제대로 살펴볼 기회가 없었던 것같다. 왜 외국에 여행갔을 때는, 가지도 않는 성당을 구경하러 갔으면서 진작에 내 통학길 위에 있는 명동성당은 와보지 못 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만큼 성당은 이국적이면서도 멋진 모습이었다. 통학길 탐방을 한 때가 마침 주말이라 성당에 행사가 있어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이 날 만큼은 파란눈의 외국인 관광객처럼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밖에서 사진을 찍어보았다.

  역시 소중한 것은 항상 가까운 곳에, 곁에 있다고 했던가. (존재를) 알고도 (실체를) 몰랐던 명동성당을 보게 된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472번을 타고 중앙시네마, 백병원 정류소에서 하차하면 명동성당에 앞서 보이는 것이 서울 중앙시네마 영화관이다. 중앙시네마는 말그대로 영화관이다. 하지만 이제는 영화관이었다라고 말해야할 것이다. 2010년 5월 31일 마지막 영화상영을 끝으로 중앙시네마는 역사의 유산으로만 남아있게 되었다.

  1934년 일제시대에 중앙극장으로 개장하여 지금까지 30년이 넘게 명맥을 유지해온 이곳은 현대화의 물결을 맞아 1998년 중앙시네마라는 현대식 극장으로 재개장을 했다. 하지만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의 각축 속에서 살아남지 못하며, 2007년 결국 상업영화 상영을 종료, 독립영화 등을 상영하며 맥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 마저도 대중의 외면 속에서 유지하지 못하고 지금처럼 건물만 남아있게 되었다.

  버스에서 내려 중앙시네마에 다가가면서, 알 수 없는 먹먹함이 느껴졌다. 중앙시네마. 분명영화관이고 나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데 왜 단 한번도 와본 적도 없고, 심지어 이곳이 영화관이라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까. CGV, 메가박스는 포인트를 쌓고 다니면서 중앙시네마 같은 독립극장들은 외면했던, 외면하는 줄도 몰랐던 작은 시민이 된 것만 같았다.

  더 이상 줄을 서지 않아서, 이제는 아무도 줄을 설 수 없게 된 중앙시네마. 통학길 위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곳인 듯하다.

 

 

 

 

 

 

# 서울 단대부고(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 - 하차지점 : 한티역 정류소 

 

 

  472번은 분명 기자가 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타고 다닌 버스다. 하지만 기자가 버스를 내려 집까지 걸어가기 위해 내리는 한티역 정류소 바로 옆에는 또 하나의 의미있는 장소가 있다. 바로 본 기자가 졸업한 서울 단대부고이다. 지금까지 대학교 3년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즐거웠다고 자부할 수 있는 기자의 모교가 그곳이다.

  어영부영 바쁜 대학생활을 핑계로 한번도 제대로 찾아간 적이 없었던 모교는 한편으로는 반가울 만큼 2008년의 모습을 꽤 많이 간직하고 있었다. 아침마다 등교하던 정문, 흙먼지 뒤집어쓰며 축구하던 운동장 모두 그대로였다. 어느덧 기억은 주말에도 나와 있던 야자실(야간자율학습실)까지 발길을 이끌고 있었다.

  주말이라 교실은 개방하지 않아 몸담았던 곳을 가보지 못한 것은 아쉬웠지만, 크게 변하지 않은 학교의 모습,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설을 갖추며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것 같은 학교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졌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3년 내내 친구들과 족구를 하던 아스팔트 주차장에 어느새 거대한 공원식 벤치가 자리잡은 것이었다. 동문들에게 들은 풍문으로는 우리가 하도 족구를 많이해서 학교에서 막고자 방해물 겸해서 설치했다고 하는데, 나는 후배들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하나 궁금한 것이 생겼다.

  '저런 방해물이 있어도 족구축구 안할 애들이 아닐텐데, 이젠 무슨 새로운 놀이를 하고 놀까' 

 

 

 

 

 

# 구룡마을 - 하차지점 : 개포중학교

 

 

- 구룡마을 입구에서 바로 돌아서면 서울의 대표적 부유층 거주 고층아파트인 타워팰리스의 모습이 보인다. 아이러니한 강남구, 서울의 모습이다.

 

 

  472번 버스가 개포동 공영차고지로 들어가기 직전에 있는 종점은 개포중학교 정류소다. 신촌에서 약 한시간 십분을 달려 마침내 개포동에 이르른 버스는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의미심장한 장소를 지난다. 강남구, 그리고 서울시 전체에 있어서 상처 같은 곳 이자 현쟁진행중의 가려운 곳. 바로 개포동 구룡마을이다. 서울의 마지막 남은 최대 판차촌인 구룡마을은 관련 지자체와 주민들이 함께 풀어나가야할 거대한 숙제이며, 풍요로운 도시 서울이 짐지고 해결을 도모해야할 서울의 어두운 단면이기도 하다.

  1970년대 후반부터 갈 곳 없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이루기 시작한 이 마을은 88올림픽을 기점으로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쫒겨난 서울시내 판자촌 사람들이 몰려오면서 거대한 마을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문제를 방치했던 서울시와 강남구가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지만, 서울시와 강남구, 구룡마을 주민들의 토지개발에 대한 입장차가 좁혀지지 못하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기존의 공영개발 방식을 추구하는 서울시와 민영개발 방식으로 철거민을 쫒아내지 않고, 거주장소를 건설 제공할 것을 주장하는 주민들의 견해 차이는 좀처럼 쉽게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급격한 성장에 가려진 도시 난개발의 상처인 구룡마을. 구룡마을 주민들이 유래없는 철거민을 쫓아내지 않는 도시개발의 역사적 주인공이 될지, 아니면 또 다시 도시권력 앞에 쓰러져 덧난 상처가 될지는 지켜봐야할 일이다. 하지만 저 곳에 사는 사람들도 나와 함께 472번 버스를 타고 일을 나가고 학교를 가면서 언젠가 꼭 마주쳤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어딘가 먹먹해지는 기분이었다. 

  버스의 종점에 위치한 구룡마을. 서울 끝자락에 위치하지만 주민들의 삶만은 결코 끝자락이 아니길 바란다.

 

 

 

 

 

> 통학길 탐방, <통학길 개론>을 마치며.

 

  다소 무겁게 통학길 탐방을, 그리고 기사 작성을 마치게 되는 것 같아 조금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기자가 결코 좋은 것만 보고자 시작한 일이 아니니 오히려 생각해 볼만한 것들을 얻게 된데 감사하고자 한다.

  결과적으로 472번 버스를 통한 자체 <통학길개론>은 곁에 있는 좋은 정보와 소양을 끌어모으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건축학개론> 속 주인공 승민처럼 버스 안에서 수지처럼 아리따운 학생은 만나지 못했다. 예상은 했지만, 기자는 그저 운이 안좋았다고, 날을 잘못 골랐다고 생각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은 분명 주변에 몰랐던 좋은 정보를 얻고, 좋은 기억을 상기시키는, 또 통학길을 학교오가는 길 이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좋은 경험이었다.

  사람이든, 건물이든, 장소든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뜻밖의 가까운 곳에 소중한 것들과 해답이 있다고 한다. 내 집, 내 학교, 내 직장, 내 통학길부터 둘러보면 그제야 다른 사람도, 다른 장소도 잘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또 모른다. 어쩌면 수지나 이제훈 같은 인연을 만날지도...

 

 

                                                                                                                                 [글/사진 영현대 9기 국내 사진기자 우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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