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스마트 폰 시대’의 중심에서 ‘일탈’을 외치다.

작성일2013.09.15

이미지 갯수image 10

작성자 : 기자단


눈 부신 햇살이 쨍하게 꽂히는 아침. 스마트 폰 너머 울리는 아침 알람으로 눈을 겨우 뜨고 핸드폰을 타고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분주히 준비한다. 아침 수업에 늦은 당신은 핸드폰으로 급하게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학과 게시판에 올라온 새 강의자료를 확인한다. 오지 않는 지하철을 다급하게 기다리며 지하철 애플리케이션을 작동시키고 도착 예상 시간을 찾아본다.

어느덧 현대인의 삶을 막강한 영향력으로 흔들고 있는 스마트 폰. 핸드폰 없이 살아보는 하루는 어떻게 진행될까 기자가 그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된 길고 긴 하루를 체험해봤다.


체험 전날 밤.
_나만의 수칙정해보기!

잠들기 30분 전, 급하게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내일 하루 핸드폰을 사용하지 못할 사정이 생겨 연락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급한 연락은 전화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직접 체험의 수칙을 정했다.


1. 체험은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2. 핸드폰의 ‘전화 수신’을 제외한 모든 기능은 사용할 수 없다.

3. 핸드폰의 ‘전화 수신’ 기능만을 사용하던 도중 배터리가 떨어지더라도 하루동안 추가 충전은 하지 않는다.

4. 타인의 핸드폰을 빌리지도 않는다.

5. 잊게 될지 모르는 생생한 느낌을 기억하기 위해 작은 수첩과 펜을 가지고 다니며 적는다.

6.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기억이 날 때마다 기록을 남겨둔다.


 

 



배터리를 100%로 충전시키고, 데이터를 차단한 채 시작된 체험.  ▲사진=김명수 

 


 

체험 시작/ 체험 마감까지 -14시간.

_북적이는 등교길, 텅 빈 두 손. 뭘 해야하지...


아침 8시, 학교를 향해 집을 나서면서 밤새 가득 충전시킨 핸드폰의 전원을 켜고 모든 데이터사용을 차단했다. 벌써 밤새 SNS에 올라왔을 소식들이 궁금하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잊기로 했다.

지하철을 타고 등교하는 길, 미처 출력하지 못한 강의자료가 학과 게시판에 올라왔을까 불안한 마음에 평소보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할 계획을 짰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꽉 찬 지하철. 평소 같으면 핸드폰을 이용하여 노래를 들으며 지나갈 시간이지만, 이날만큼은 귀를 열어두기로 했다. 좁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신문을 넘기며 바스락거리는 소리,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커피를 홀짝거리는 소리, 지하철 내 질서유지를 당부하는 기관사의 방송 등. 평소에는 감지조차 하지 못했던 소리들이 공간에 꽉 차 있었다.

각종 핸드폰 게임이나 SNS 소식을 들여다보거나 친구들과 소소한 메시지를 보내며 시간을 보냈을 등굣길이 허전한 마음에 불안함까지 들었다. 어쩔 수 없이 가방 속 전공서적을 꺼내 한 줄씩 읽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핸드폰을 이용하여 확인했을 대중교통 정보. 표지판은 생각보다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있었다. ▲사진=김명수 

 

 

체험 마감까지 -13시간.

_수업 시간, 그리고 처음 마주한 친구의 글씨.


수업이 시작된 아침 9시. 수업시간에도 핸드폰의 부재는 허전함을 가져다준다. 조 발표를 위한 조를 짜기 위해 시간을 주신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다들 핸드폰을 꺼내 들고 강의실 안의 친구들과 주제 및 발표 날짜에 대한 상의를 시작했다.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는 기자는 작은 메모지를 꺼내 건너 자리에 앉은 친구와 깨작깨작 메모를 주고받으며 의견을 정했다. 4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함께했지만, 친구의 글씨체를 들여다보는 것은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어 낯설게 느껴졌다.

 


친구의 글씨체를 들여다본 것은 처음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 낯선 느낌이 앞섰다. ▲사진=김명수 

 

 

체험 마감까지 -10시간.

_점심시간, 몰랐던 학교의 풍경들.


어느덧 점심시간. 평소라면 오전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인기 검색어와 각종 뉴스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지인들과 SNS를 통해 끊임없이 메시지를 주고받았을 터인데 두 손이 조금은 허전하다. 대신 허전함을 느낄 때마다 카메라를 들어 주위 풍경을 사진으로 남겼다. 학교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서 조금 낯설다는 느낌을 발견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학교에 차량 통행이 잦았음을 깨닫기도 했다.

지나다니면서 보는 다른 학생들의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있고, 대부분 귀에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 폰에 시선을 빼앗긴 채 정신없이 걸어가고 있었다. 평소 식당까지 어떤 풍경을 마주하며 걸어갔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아 조금은 씁쓸함이 밀려왔다.

 

평소라면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이유없는 급함으로 건넜을 깜빡이는 신호등 앞에 한 발 물러서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었다. ▲사진=김명수 
 
 
체험 마감까지 -8시간.
_핸드폰이 없는 오후, 지하철은 어떻게 이용하지...

오후 2시, 귀에서 환청이 들려오는 느낌이다. ‘카톡! 카톡!’ 친구들로부터, 지인들로부터 각종 메시지가 쏟아지는 소리가 멀리서 울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스마트 폰의 금단현상이 아닌가 싶어 주위를 연신 돌아봤다.
핸드폰 없이는 참 많은 것들을 할 수가 없었다. 친구와의 저녁 약속을 위해 약속장소로 가는 지하철 노선도를 살펴보아야 하지만, 핸드폰 없이는 길 찾기조차 어렵다. 기억을 더듬어 지하철 노선 순서를 하나하나 적어 내려갔다. 예상시간을 가늠해보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평소보다 20여 분 일찍 도착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체험 마감까지 -5시간.
_어느 저녁, 너의 목소리가 들려...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학교의 풍경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관광객이 학교에 가득 차 있었고 그들은 바쁘게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두 손과 귀가 자유로운 기자에게 기념사진 찍어주기를 요청했다. 평소에는 자주 볼 수 없다고 생각했던 학과 친구들도 유독 많이 만났다. 같은 길을 지나왔지만, 서로의 좁은 기계에 갇혀 있느라 스쳐만 지나갔을 시간에 조금은 씁쓸함이 감돌았다.
커다란 청소도구를 밀고 다니느라 몸이 보이지 않는 환경미화 아주머니들을 만나기도 했고, 종일 차도에 나와 교통정리를 하고 계신 경비원분들이 있다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항상 이어폰을 꽂고 지내느라 4년 동안 이용했지만, 목소리가 기억나지 않는 매점 아주머니와 짧은 인사도 나누었다. 주위에 참 많은 사람이 각자의 일에 열중해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매일 지나는 곳이지만, 핸드폰 메세지 등에 집중하여 이렇게 깊은지 모르고 지나는 지하철 승강장.  ▲사진=김명수 
 
 
 
체험 마감까지 -4시간.
_저녁 약속에 미리 도착하여 여유 즐기기.

저녁 약속을 위해 약속장소에 가는 길. 평소 길눈이 어두워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길을 찾아가곤 하지만 이날만큼은 온몸의 감각과 도로 안내판을 이용해야 한다. 생각보다 도로 안내판들은 친절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곳곳에 설치된 표지판들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약속장소에 일찍 도착했다. 핸드폰이 없으니 일찍 도착하여 시간을 보내게 됐다. 두 손이 자유로우니 손에 간식거리를 사 들고 미리 도착한 장소를 돌아보며 도심 속 작은 여행을 즐겨볼 수 있었다.
슬슬 해가 저물면서 머릿속에서는 각종 SNS를 통해 도착했을 메시지들에 대한 불안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혹시나 급한 연락이 오지는 않았을지, 놓친 일이 있지는 않을지 등의 걱정도 있었지만, 이유 없는 불안감도 강했다. 허전함의 크기가 커져 생겨난 불안감이었다.

 

 


                                                                                                                 약속장소를 찾아가면서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대체하여 이용한 도로지도. ▲사진=김명수 

핸드폰 없이 자유로운 두 손을 채워 줄 간식거리들. ▲사진=김명수 
 
 

                                                                                                일찍 도착한 약속장소에서 버스킹 공연을 들으며 여유롭게 즐기는 도심여행. ▲사진=김명수 

 
체험 마감까지 -1시간.
_긴긴 하루의 끝.

체험을 마무리하면서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적은 수첩을 돌아봤다. 오랜만에 시간단위로 정리한 하루는 생각보다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사람을 만났다. 평소 생각 없이 하루를 보내 일기를 적을 때면 어떤 일이 있었나를 끊임없이 고민했지만, 이날만큼은 일기에 적을 말들이 넘쳐났다.
불안한 마음에 한쪽 귀퉁이에 잔뜩 적어놓은 각종 낙서가 하루 간의 허전함을 담은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다시 일상으로.

핸드폰에 충전기를 꼽고 데이터를 켜는 순간 SNS 메시지의 창에는 +999개의 메시지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표시가 떴다. 1,000개가 넘는 인스턴트 메시지가 도착해있었고 하루가 참 길었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잠들기 위해 핸드폰의 알람을 맞추면서 현대인에게 스마트 폰은 어떤 의미일까를 되짚어보았다. 첫 스마트 폰이 시중에 널리 보급되었을 때, 어떤 이는 절대 악과도 같은 존재로 규명했고, 어떤 이는 바퀴 발명 이후 가장 큰 인류의 새로운 혁신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분명한 것은 스마트 폰은 이미 현대사에 너무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하루를 가능하게 하고, 좀 더 풍요롭게 만드는 존재인 핸드폰. 밀려드는 연락에 목 막히는 답답함을 느끼는 당신이라면, 하루쯤 ‘스마트 폰의 사용을 어떻게 재단해 나갈지는 사용하는 이에게 달려있다’는 진부하지만 분명한 명제를 다시금 되돌아볼 수 있게 하는 이 체험을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해당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영현대 저작권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며, 비영리 이용을 위해 퍼가실 경우 내용변경과 원저작자인 영현대 워터마크 표시 삭제는 금하고 있습니다.

SNS 로그인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할 계정을 선택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