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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현대 가을 감성 프로젝트 2탄] - 우린 애가 탄다

작성일2013.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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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88만원 세대.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의 이태백. 현 대한민국 취업 준비생들과 그들의 암울한 미래를 일단락으로 보여주는 말들이다. 고 스펙의 소유자도, 고시를 준비하는 이도, 공부를 다시 하는 이도 ‘꿈’을 향해 달려간다는 명목 하에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진다. 모두가 그러하다. ‘흔들리며 피는 꽃이 아름답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에 현혹되어, 스스로 자신을 더 옭아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쉽게 성공하는 길이 있는데 나 혼자 빙 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는 것이 현 대한민국 대학생들의 심정이다. 오늘은 영현대 기자들이 직접 세 명의 사람들을 만나보고자 한다. 노량진에서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고시생, 취업 후 다시 학문에 대한 열정을 느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된 늦깎이 학생과 대외활동, 인턴 등 고스펙을 가진 취업 준비생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2013년 9월, 현재 서울 노량진에는 약 10여 개의 공무원 시험 학원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우스갯소리로 ‘노량진 수산시장의 생선보다 공시생이 더 많다.’ 라는 얘기를 꺼내며 한상준 (25, 공시생)씨가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가 이곳에 온지도 벌써 3개월 째, 그 동안 열심히 해오던 학교 생활을 잠시 접고 그가 이 곳으로 온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교에서 전공에 맞춰서 공부를 하였지만, 치열한 취업전선에서 살아나갈 길이 막막하게 느껴졌어요. 하여, 지푸라기라도 잡아볼까 하는 심정으로 안정적인 직업 중 하나인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가 공무원 시험을 시작하면서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의 일과는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그의 일과는 다음과 같다.


오전 6시 기상-> 7시 학원. 자습 및 스터디 -> 8시 이후 오전 수업 수강 -> 점심식사 후 동영상 강의 수강 -> 저녁식사 후 간단한 체력단련 -> 밤 9시부터 예습 및 시험대비 복습 -> 새벽 2시 취침.


이처럼 반복되는 일상과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그가 가장 견디기 힘들어 하는 점은 무엇일까
 “우선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아는 사람들이 없다는 점’ 이었어요. 학교에서는 공부하다 지치면 선, 후배와 동기들끼리 모여서 술을 마시거나 놀면서 머리를 식히곤 했는데 여기서는 그럴 수가 없어요. 또한 집이 원래 부산인데, 가족들을 만나기도 힘들고요. 이제는 시간이 지나 괜찮지만, 밤이 되면 밝아지는 학원 간판과 창문 사이로 보이는 다른 공시생들의 모습을 보면 씁쓸한 마음이 여전히 남아요. 그래도 참고 이겨 내보려 체력단련도 하며 나름의 스트레스 관리도 하고 있어요.”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노량진역 앞에서 기자와 헤어지고 돌아가는 그의 머리 위로 소슬한 가을 바람이 불어왔다. 학교에서 늘 활기가 넘쳤던 그가 오늘따라 유난히 쓸쓸하고 외로워 보였다.  

 


 

 

 나이 스물 여섯, 청주에서 나고 자라, 치열한 취업 준비생의 삶을 거친 후 하나대투은행 취직. 그리고 퇴사, 다시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MIS(경영정보시스템)학과 진학.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는 26이란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녀는 앳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취직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은행권 취직 후에 그녀가 다시 ‘학문’의 길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친절하고 방긋방긋 잘 웃는 그녀에게 은행에서의 업무는 그리 고되지는 않았다. 전공인 경영학을 잘 살릴 수 있는 분야이기도 했고, 취업 스터디를 통해 철저하게 준비한 후 들어간 곳이라 자부심도 컸다. 그런데 뭔가 아직 부족했다. 매 달 안정적인 월급과 든든한 직장이 채워주지 않는 2%가 있었다. 금융상품을 파는 천편일률적인 업무보다는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들이랑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것이 그 이유였다. 금융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고객들, 은행의 문을 두드리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가 필요함을 그녀는 절실히 느꼈다.

 

 

‘더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 ‘좀 더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욕심’ 이 두 가지를 원동력으로 삼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한 그녀는 사실 기대한 것보다는 실망한 점도 많다고 했다. MIS 자체가 아직 우리나라에선 생소한 학문이고 인프라 자체가 구축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많아 데이터베이스 생성이나 논문을 쓸 때 어려움을 겪은 적도 꽤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1000원 2000원의 쌈짓돈으로 매일 꾸준하게 모은 돈을 잘못된 투자 정보로 인해 한 순간에 날려버린 어르신들을 떠올리니, 포기할 수는 없었다. 세상이 정해놓은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남들보다 조금은 늦은 것은 아닌지. 26살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그녀는 하고 싶은 공부를 좀 더 하면서도 아직, 애가 탄다.

 

 

 

 마지막 대학생활인 4학년 2학기를 보내고 있는 정수진 양(23, 경희대 화학공학과)은 9월 공채시즌이 시작된 후 매우 바빠졌다. 틈날 때마다 공채달력의 지원 마감일을 확인하고,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에서 추구하는 인재상 및 직무역량을 분석한다. 그리고 그에 적합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여 하루에 두세 개씩의 지원서를 제출하고 있다. 또한 서류통과 후 시행될 면접과 각 회사의 인적성검사를 위한 취업 스터디, 그리고 학교에서 시행되는 취업박람회 및 채용상담회에 참여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사실 정수진씨는 객관적으로 보기에도 ‘꽤 괜찮은 스펙’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3점 후반대의 학점과 평균적인 영어점수를 갖고 있다. 또한 그녀는 ‘국회 기후변화포럼 대학생 아카데미’를 우수학생으로 수료한 후, 에너지 관리공단에서 주관한 ‘기후변화 신 산업 공모전’에 참여하여 장려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또한 학교의 취업진로지원처에서 시행하는 직업 및 직무 현장 인터뷰, 기업 분석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본인의 진로를 설계했고, 특히 올해 여름에는 삼성전자의 하계인턴으로 활동하며 실무경험도 쌓았다.
 하지만 이렇게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서 절대 뒤쳐지지 않는 스펙의 소유자인 정수진씨 역시 여타의 취준생들과 마찬가지로 요즘 ‘애가 탄다.’ 가장 큰 원인은 가족이다. 1남1녀 중 맏딸인 그녀는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부모님의 말씀을 한 번도 거역하지 않고 살아왔다는 수진씨는 지금도 부모님의 기대를 충족시켜드리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부담감이 크다. 사실 그녀는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이 탄탄하기만 하다면 그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님이 원하는 곳은 남들이 다 알아주는 소위 대기업이다. 자신의 소신에 맞는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릴 수도 있다는 걱정에 고민이 많다.
 공채 시즌이 시작되면서 수진씨는 지금까지 14곳의 기업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 중 몇몇 기업은 이미 서류전형 결과를 발표했지만 그녀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아직 지원한 기업 중 소수에 불과한 결과이지만 수진씨는 더욱 초조해진다.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으로 “아직 뚜렷하게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이 가장 불안하죠. 그렇다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도전하는 거에요.” 라는 말을 남겼다. 오늘도 그녀는 노트북을 켜고 쓰디 쓴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또 다른 자기소개서를 쓴다.

 

 

 

 

 

 

영현대가 만난 세 명의 청년들은 우리 사회의 20대를 대변해주고 있다. 그들은 모두 애가 타는 중이다. 내 삶이고 내 미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냉담한 사회의 시선이 아프고 부담스럽다. 잡을 수 없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도 그들을 조급하게 한다. 내가 원하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며 괴로워한다. 나 혼자만 너무 어렵고 외로운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겁이 난다. 하지만 그들은 모든 것이 결코 피할 수 없는 시간이며, 누구나 당연히 감당해야만 하는 과정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변함없이 두렵고 아프고 외롭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앞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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