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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여러분의 표정은 어떠한가요?

작성일2013.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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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바람이 매우 차다. 누구나 느낄 법한 이 사실을 기자가 혼자 말로 내뱉은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아, 춥다. 정말 춥다"

어느새 벌써 이렇게 추운 날이 되었는지를 새삼 느끼며 길을 걷고 있으면, "언제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갔지"하며 지난 날을 되돌아보려고 하지만. 이내 다시 바쁜 현실을 챙기느라 정신없다.

  본 기자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유독 춥다고, 어느 때보다 빨리 찾아왔다고 하는 겨울을 느끼기에 우리는 너무나 정신없이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올해 2013년이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 지금이 연말이라는 것은 아마 방송사 연기대상, 연예대상 등이 TV에서 진행 중인 것을 문득 확인하고서야 깨달을 것만 같다.

  굳이 지금 당장 돌아볼 필요까지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루하루, 당장 내일, 내일모레를 신경쓰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금의 나'를 잠깐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한숨돌릴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걷다가 문득 건물의 유리문에 비친 내 얼굴을 보고 있으면, 순간 내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었는지 문득 깨닫는다. 유리문, 거울이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어느덧 도망가듯이 저물어가는 2013년, 연말을 보내고 있는 우리, 그리고 주변 사람들은 안녕할까. 또 표정은 어떨까.

똑같이 바쁘게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문득 궁금해져 광장시장과 그 주변을 돌아다녀보았다. 언젠가 시장에는 천의 얼굴을 가진 천 명의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과장된 말이겠지만, 시장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 사람들의 다양한 얼굴과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늦은 오후의 광장시장 풍경

 

  오후 늦게 들어선 광장시장은,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부터 상인들이 켜놓은 전구 아래로 음식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을 보고 있으면, 곧 손님들이 몰려와 앉을 것만 같다. 음식의 종류도 가지가지, 그만큼 상인들도 다양하다. 어서 해가지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와서 앉기를 바라는 상인들에게 앉지 않고 이리저리 사진만 찍던 본 기자는 오히려 신기한 구경거리다. 연말임에도 부지런히 장사준비를 하고 있는 상인들에게 '신기한 구경거리'는 다가가서 말을 걸어본다.

 

 

 

 

<기철네 순대집>을 운영하고 있는 조중예(64. 여) 아주머니는 인심이 후하다. 웬 카메라냐고 묻는 아주머니에게 대학생 기자라고 하자, 자기에게도 본 기자같은 아들이 있었다면서 순대를 곱절로 담아주신다. 춥다고 주머니에 손넣고 있는 것을 보고는 큰 접시에 오뎅과 오뎅국물까지 서비스로 담아주신다. 대신 말한마디를 덧붙인다. "거 찍을거면 잘 나오게 찍던지" 

"요즘 장사는 잘되세요 재래시장에 대해서 말도 많던 해였고...연말인데 어떤 장사하시면서 어떤 기분이세요"

"뭐 특별할 것 있나 그저 사람들 꾸준히 많이 오고,  많이 팔아서 나랑 내 자식들 내년에도 또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게 좋지."

"그래도 특별히 바라는게 있다면요"

"뭐 손주들 크는거 쭉 보게 아픈데 좀 낫고 건강해지는 거지...

거 사진에도좀 잘나오고.허허. 나 같은 사람한테는 한 해 한 해 지나는게 아쉽기보단 그냥 또 고마울 뿐이야"

지극히 평범한 대답이지만, 그 안에 진심이 느껴진다. 그리고 매년이 지나는 것이 아쉽기보단 오히려 고맙다는 말은, 매년 나이먹는다고 그러면 또 힘들어진다고 아쉬워만 하는 우리 젊은 사람들에게도 무엇인가 느끼게 하는 바가 있는 듯하다.

흘러가는 시간을 이기려고 하지 말고, 같이 가주는 걸 고맙다고 생각하고 할 일을 열심히 하는 것. 역시 괜히 온 것은 아닌 듯 하다. 

 

 

 

 

 

  여기 대낮(저녁이 다되어가는 오후이지만)부터 술을 마시고 있는 두 분이 있다. 최기철(49)씨와 안영호(51)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매우 밝다. 얼큰한 순대곱창 전골에 소주 한잔을 들이킨 그들의 얼굴은 약간은 벌겋게 달아올라있다. 하지만 주위 시장 사람들 누구라도 들을 만큼 호탕하게 웃으며 술 잔을 기울이고 있는 두 분에게는 왠지 모를 여유가 넘쳐난다.

"어떻게...낮부터 기분좋은 일이 있으신가보네요"

"아 젊은 양반은 좋은 일 있어야만 술마시나~ 너무 그래 박하게 살지말어."

순간 마음 속에 뜨금하는게 있다. 물론 과음은 안좋다지만, 친구들, 가족들과 가끔 일 없이 기울이는 술 잔은 더 활력소가 될 수도 있을텐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술은 무조건 덜마시면 좋은 것, 평소엔 조용히 내 할일, 내 생활을 잘 하다가 일 있을 때나 마시는 것이 술이 되어버렸다.

"대학생이면 창창하지 않은가 우리 때는 지금보다야 나았다지만 그래 책만보고 살지는 않았어~

지금 뭐 대단한거 하는거는 아니지만 만족하고, 또 여건되는 한 이렇게 낮에도 즐기고...내년 바람이라면, 자식 잘되는 거지. 내년에 시험치니까"

"연말인데 특별한 일이나 하고싶은 일 없으세요"

"나는 딱히 바라는 것은 없어. 대신 하는거 놓지 않고 붙잡고 사는거지. 학생도 아들뻘이니까 한마디 해주자면, 나차럼도 해보라는 거야. 

즐기되 하던 일 놓치지 말고, 하던 일 놓치지 말되 숨돌릴 줄 도 알아야하는 거야"

낮에도 술을 기울이면서, 또 연말 이야기에 웃을 수 있는 이런 여유와 마인드가 색다르고 부럽기까지 하다. 

 

- 환하게 웃고 있는 상인에게는 자글자글한 주름도 아름답다.

 

 

 

시장에는 오늘도 밤이 찾아온다. 그리고 사람들도 찾아온다.

삼삼오오 무리로, 혹은 혼자 각자의 표정을 가지고 시장으로 사람들이 몰려온다. 아이러니 하게게도 시장이라는 곳은 낮보다 밤에 더 밝다.

인공조명이 많이 틀어져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사람이 많은 낫보다 상인들의 표정이 밝고, 밝은 표정을 하고 몰려드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시장 분위기가 밝다.

 

 

 

 

  낮보다 더 활기찬 시장 속 사람들을 살펴보기 위해 다시 분주히 발걸음을 옮겨본다. 이제는 시장길 한 복판에 서있다가는 뭐하냐고 욕먹을 만큼 수많은 사람들의 무리가 길을 꽉채우고 움직이고 있다.

  낮과는 달리 자리를 빼곡히 채운 시장에는 역시나 낮보다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다양한 얼굴과 표정이 존재한다. 

 

 

- 상인들, 연인들, 우리네 아버지들까지. 시장의 밤은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표정으로 넘쳐난다.

 

  빨간 플라스틱 모자를 눌러 쓴 아저씨가 분주히 돌아다니며 몇몇 상호에 무엇인가를 전달한다. 아마 식자재를 배달하는 아저씨로 보인다. 물건을 건내받고 지폐를 건내주는 점포 아주머니의 표정이 생각보다 밝다. 27000원만 달라는 아저씨의 말에 웃음꽃이 만발하며 얼른 돈을 새어 내민다. 아마도 장사가 잘 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오뎅하나 물고 가라는 아주머니의 말에 얼른 오뎅 하나를 집어 먹고, 뜨끈한 오뎅국물까지 들이킨 배달 아저씨의 표정 역시 그야말로 '훈훈한' 모습이다. 

  지나가다가 발목을 붙잡는 광경에 잠시 멈춰서고 말을 걸어본다.

"안녕하세요~ 시장 취재 중인데 사진 한장만 멀리서 찍어도 될까요"

"뭔데 그래. 그럼 하나만 찍어 하나만." 아저씨들이 이미 술을 많이 드신 것은 참 다행이였다.

"연말이라 술한잔하러 오셨나봐요"

"벌써 연말이야 그렇긴 하네. 이렇게 맨날 술먹고 싶은 걸 보니!"

정확히 우리같은 대학생 자녀를 두었을 법한 아버지들의 잔은 바닥을 보일 새가 없다.

"연말이면 뭐하나. 다 각자살기 바쁜 것을. 호사에서는 슬슬 나가라하고, 집에가면 자식놈들이 다 나가있고. 맘 맞는 사람끼리 이렇게 술 먹는게 연말의 낙이라면 낙이지, 내년에 바라는거 '경제,경제' 하는데 그리 좋아질 것도 없고, 그냥 나중에 집으로 돌아가면 가족들끼리 잘 뭉치면 좋겠지"

문득 집에 계실 아버지 생각이 난다. 다음에는 아버지랑, 아니면 가족 모두 여기 앉아서 술 한잔 하리라고.  

 

 

 

 

 

   광장시장 뿐만이 아니다. 시장 주변을 돌아다니다 보면, 다양한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들을 사진으로 찍어놓으면 또 그냥 바라볼 때와는 다른 표정이 존재한다. 추운 날씨에 연말이라 그런지 서울 거리나 시장 주변을 걷다보면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도 전보다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이 겨울, 그리고 연말이라는 시기는 누군가에게는 씁쓸한 시기, 아쉬운 시기이고 웃을 수 없는 시기이지만, 행복한 가족과 같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 어느때보다 웃을 수 있는 시기인 듯 하다.

  시장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오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삶에 치여 자기의 표정을 많이 잃고 지내는 것처럼 보였다. 그 중에 웃을 수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내 표정조차 유리문에 비친 것을 보고 알았던 나처럼 많은 사람이 무심하고, 어딘가 어두워보였다. 나도 마찬가지겠지만, 마치 이대로 쭉 가다가는 연말이 연말이지도 모르고, 끌려가듯이 새 해를 맞을 것만 같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와서야 "정말 연말이구나, 올해가 다 갔구나"하고 느낄까. 이 연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밑에 시장에서 웃고 있던 산타클로스처럼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바로 웃지 못하더라도 자기 얼굴 표정을 알고 지냈으면 한다. 

 

 

 

 

 

[ 글 / 사진 : 영현대 9기 국내 사진기자 우상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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