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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빛이 되다

작성일201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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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조유진, 박광호, 이소영 , 신준혁, 김동오
어둠, 빛이 되다
어둠, 빛이 되다

어느 날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지며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어떨까 상상도 하기 싫지만 암흑 속에서 한 치의 앞도 보이지 않는다면 대개 많은 사람들은 가장 먼저 공포를 느낄 것이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보는 것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큰 공포와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로 또 다른 이는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생각할 것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실제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아무 것도 못하지 않을까 우리끼리 한참 이런 이야기들을 해 본들 무슨 의미가 있나. 百聞不如一見(백문불여일견)이라는 말도 있듯, 우리는 어둠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직접 경험해 보기로 한다. 그리고, 인사동에 위치한 ‘다크룸 에피소드’ 체험 프로그램을 방문하기로 했다.


인사동에 위치한 ‘다크룸 에피소드’ 입구
인사동에 위치한 ‘다크룸 에피소드’ 입구

인사동에 위치한 ‘다크룸 에피소드’는 ‘박물관은 살아있다’의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 11번 출구로 나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온다. 인사동이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인지 기와 모양의 대문이 눈에 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는 트릭아트가 설치되어 있는 실내 테마파크로 서울 인사동을 본점으로, 파주 헤이리, 제주 등 전국 8개 지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입장 마감 시간은 오후 7시 30분까지이기 때문에 이를 잘 유념하여 방문하길 바란다.


티켓 가격 정보
티켓 가격 정보

오늘 우리가 체험할 ‘다크룸 에피소드’는 1인 25,000원의 가격이지만, ‘박물관은 살아있다’의 ‘트릭아트’ 프로그램과 함께 이용할 경우 더 저렴하게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참고로 우리는 소셜커머스 상품으로 미리 티켓을 예매했으며, 이 경우에는 훨씬 더 싼 만 원 대에 티켓 구입을 할 수 있다. 현장 구매의 경우 통신사, 카드사를 통해 할인 받을 수 있다.


다크룸 에피소드
다크룸 에피소드

‘다크룸 에피소드’의 입장 안내 시간표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입장 시간 15분 전에는 꼭 ‘박물관은 살아있다’ 건물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 시간에 예약된 사람들끼리 함께 체험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늦을 경우 나머지 아홉 명 모두 입장하는 데 불편을 겪게 된다.


발권 받은 티켓
발권 받은 티켓

입장 시간은 오후 1시 15분. 우리는 1시 정각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었다.


하트 종이접기 상자
하트 종이접기 상자


입장 전 함께 해보는 하트 종이 접기
입장 전 함께 해보는 하트 종이 접기

인원이 모두 모인 경우 지정된 장소로 이동해 입장 전 간단한 교육을 받게 된다. 종이로 하트를 접는 방법을 배웠는데, 설명을 듣고 접는 것도 살짝 헷갈렸다. 이따 어두운 곳에 들어가 접어야 한다는 말에 걱정되기도 했다. 눈으로 보거나 확인하지 못한 채 무언가를 수행한다는 게 두려웠던 것 같다.


착용해야 하는 숫자 유니폼
착용해야 하는 숫자 유니폼

참고로 입장 전에는 숫자가 적힌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또한 안에 입장해서는 서로의 이름이 아닌 숫자를 부르기 때문에 누가 몇 번인지 잘 기억해 둬야 한다. (ex. 1번님 어디 계신가요) 우리가 입장한 1시 15분 타임에는 총 열 명의 참여자가 있었으며 그 중 우리 네 명 (3, 4, 5, 6번) 을 제외한 여섯 명은 모두 커플이었다. 커플 데이트 명소로 많이 이용되기도 하지만, 실제로 회사 워크샵에서 친목도모 등의 이유로도 이 ‘다크룸 에피소드’를 많이들 찾는다고 한다.


우리는 눈감고 논다, 다크룸 에피소드
우리는 눈감고 논다, 다크룸 에피소드


불을 끄고 감각을 켜다


입장 전 우리는 모든 전자기기와 빛이 나는 소지품을 보관함에 넣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7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는 우리가 겪은 모든 일, 모든 행동을 사진으로 담을 수 없었다.


다크룸 에피소드
다크룸 에피소드

입장 후에는 10명이 한 조가 되어 힘을 합쳐야 한다. 1번부터 10번까지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올린 후 일렬로 서서 가장 처음 미로를 통과한다. 정말 아무 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앞사람을 믿고, 앞사람에 의지해서 따라 갈 수밖에 없다.

미로를 간신히 통과한 후에는 단체 미션룸에 도착한다. 이 공간에서는 여럿이서 힘을 합쳐 미션을 성공시켜야 한다. 벽을 더듬거려 알파벳을 찾고 서로 찾은 알파벳을 연결시켜 하나의 문장을 만든다. 각자 맡은 알파벳 두 개를 찾으면 되지만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감각만으로 찾는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춤을 추는 미션도 있었다. 체험자들은 앞이 보이지 않지만 천장에 설치된 적외선 카메라가 참여자들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노래에 맞춰 춤을 춰야 하는데, 움직임이 적은 참여자에게 수갑이 채워진다. 서로 보이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민망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참고로 수갑은 가장 열심히 셔플댄스를 추었던 6번이 차게 됐다. 아마… 수갑은 랜덤 같다.


그 외 더 주어진 미션을 수행하면, 다시 일렬로 줄을 서서 미로를 통과해 이동해야 한다. 첫 번째가 단체 미션룸이었다면, 두 번째 장소는 커플룸이다. 의미가 요상()하지만 둘둘 씩 짝을 지어 칸막이가 있는 테이블에 앉아 미션을 수행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종이에 서로의 얼굴도 그려주고, 편지도 쓰고, 아까 연습한 하트 접기를 하기도 한다. 그 외 노래 연주하기, 구슬을 꿰어 팔찌 만들기 미션이 있다.


어둠 속에서 그린 서로의 얼굴
어둠 속에서 그린 서로의 얼굴

서로의 얼굴을 그린 종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5번(->6번), 6번(->5번), 4번(->3번), 3번(->4번)이 그린 것이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때문이었을까? 5번(공대생, 23살, 박모씨)가 가장 뛰어난 그림실력을 선보였고, 3번(미대생, 25살, 신 모씨)가 오히려 미흡한 결과물을 보여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어둠 속에서 만든 구슬 팔찌
어둠 속에서 만든 구슬 팔찌

구슬팔찌 미션은 특히 성공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밝은 데서 하는 구슬 꿰기도 어려운데 아예 눈이 보이지 않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그렇게 힘들게 꿴 구슬 아홉-열 개 정도를 끈으로 묶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실수를 해 팔찌를 망쳤다. 한동안 각 테이블에서 안타까움의 탄식과 비명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5번과 6번이 성공해 갖고 나온 구슬팔찌. 다른 남-녀 커플 참가자과 다르게 침착한 모습으로 팔찌를 성공시켰다.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구슬 팔찌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구슬 팔찌

3번, 4번은 망친 구슬 꿰기를 밝은 데서 다시 시도하기 위해 주머니에 넣어 가져 나오는 꼼수를 부렸지만 결국 또 실패하여 바닥에 흩뿌리는 처참한 결과를 가져왔다. 황급히 주웠지만 이미 의욕은 떨어진 상태. 구슬 꿰기는.. 밝은 데서도 어려웠다.


사랑과 추억을 매달 수 있는 곳
사랑과 추억을 매달 수 있는 곳

체험 프로그램에서 접었던 하트를 매다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커플들이 방문한다면 정말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다. 즐거운 데이트를 마친 커플들 의견도 덩달아 궁금해졌다. 우리는 같은 조였던 야구선수 커플을 만나보았다.


‘KT위즈’ 소속의 한 덕교 씨(외야수)와 여자친구 김 다해 씨
‘KT위즈’ 소속의 한 덕교 씨(외야수)와 여자친구 김 다해 씨

부산에서 놀러 온 여자친구를 위해 데이트코스로 ‘다크룸 에피소드’를 선택했다던 한덕교 씨는 “체험 시간이 30분정도밖에 흐르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서 놀랍고, (실제 체험 시간은 70분정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를 응시하며 힘을 합치고 미션을 수행해 나가니 서로에 대한 의지가 더욱 견고해진 것 같다.”라며 여자친구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여자친구 김 다해 씨 또한 “오빠가 앞에서 잘 이끌어줘서 고마웠고 믿음직스러웠고, 덕분에 정말 재미있었다.”라며 남자친구의 애정에 화답했다.


‘박물관은 살아있다’의 직원 정 순천 씨
‘박물관은 살아있다’의 직원 정 순천 씨

‘박물관은 살아있다’의 미모의 직원 정 순천 씨는 ‘다크룸 에피소드’에 일반 커플을 제외하고도 회사 단체 워크샵이 요즘에 많이들 참여하고 있으며, 덕분에 친밀감과 유대감이 많이 높아져서 돌아가는 고객들도 많다고 전했다. 어둠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단합력을 추구하는 단체 같은 경우에는 마지막에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고. ‘다크룸 에피소드’를 방문하는 모든 참여자들이 거의 만족하고 있으며, 한번 방문했던 고객들도 나중에 부모님이나 여자친구를 데리고 재방문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크룸 에피소드 체험을 하면서 처음에는 많이 당황스러웠다. 분명 눈을 뜨고 있지만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혼자였다면 길을 찾는 것도 무언가를 찾는다는 것도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내 옆에, 앞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같이 미션을 수행했다. 끝날 때까지 서로의 목소리, 그리고 촉감에 의존해야만 했다. 앞사람을 잡은 손을 놓을 수 없었으며 옆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열 명의 사람들이 어두운 방 안이 아닌 밝은 카페 같은 곳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함께한 열 사람 모두 아마 이 짧은 시간 동안 서로의 팔에, 어깨에 가장 많이 의존하고 또 서로에게 가장 많이 귀 기울였을 것이다. 어둠 속에서는 또 다른 것들이 보였다. 비록 옆 사람의 얼굴과 몸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사람의 목소리로 그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고 서로에게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었다. 끝나갈 무렵, 우리(3, 4, 5, 6번)을 제외한 다른 커플들이 얼굴을 보며 하지 못했던 마음 깊숙한 곳의 말들을 이 기회를 빌려 털어놓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실제 체험을 한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었지만 체감으로는 십 여분 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만큼 우리는 집중하고 있었으며 다른 복잡한 것은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눈이 안 보인다면 어떨지 궁금하지 않은가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차마 얼굴을 보면서는 하기 쑥스러울 때가 있나 망설이지 말고 어두운 곳을 찾아보자. 그곳이 어디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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