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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소녀의 서울 상경 이야기와 꿈

작성일201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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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박재영

[스물 다섯 최정심]

메르스 여파도 있겠지만, 취준생 여러분이 화창한 여름에 집-학교-도서관만 반복하는 생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바다로 향하는 많은 사람과 반대로, 고향 바다를 떠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스물다섯 최정심 양을 인터뷰했다. 스페인어 스터디를 마치고 만난 그녀는 또래와 마찬가지로 매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1. 상경해서 고향을 떠난 이유가 뭔가요


서울에 올라와서 살게 된 이유는 대학 진학 때문이에요.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면서 자취를 시작했어요. (그녀는 현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이다.)



2. 서울살이도 5년이 넘었겠네요! 상경 이후 해프닝이 있었을 것 같아요. 있다면

상경 후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창원이 어디 있어'였고, 제 대답은 늘 '부산 옆에 있다!'였습니다. 제 고향인 창원에는 미더덕이 유명해요. 제가 미더덕을 오독오독 잘만 씹어먹으니까 서울 친구가 엄청 신기하게 보더라고요. 고향에서는 항상 된장찌개를 미더덕 넣고 끓여 먹었었는데, 상경하고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요. 그 혀를 데일 듯한 짜릿한 뜨거움이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어요. 제가 바닷가 근처 출신이라 해산물을 엄청 잘 먹어요. 개불, 낙지 등 가리지 않고 먹는 편이에요. 자꾸 해산물 이야기해서 좀 그렇긴 한데, 저는 저만의 생선구이 먹는 팁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꽁치 같은 뼈가 많은 생선을 먹을 때 항상 살만 잘 발라내서 먹죠.
상경인으로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건 신도림에서 환승 하는 법이었어요. 서울역 가려다 인천 갈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네요.



3. 부산 근처면 바다와도 매우 가깝겠네요 참 아름다웠을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이모 댁에서 지냈던 적이 있어요. 이모 댁은 우리 집보다도 훨씬 항구와 가까운 곳에 있는 아파트였어요. 지금도 기억나네요, 1304호. 아침을 알리는 활기찬 뱃고동 소리에 눈을 뜨고, 베란다 창문을 열면 보이는 오션 뷰! 저 멀리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일출과 일렁이는 금빛 물결은 아직도 눈에 생생해요. 어렸을 때 그 장면을 매일매일 보면서도 다음 날 또 보고 싶어서 창문을 열곤 했어요. 수십 번 수백 번을 보면서 매일 아침이, 혹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게 있다는 걸 나도 모르게 인식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배가 출항하는 순서까지 외우고 있을 정도였어요.



마산에는 해안 도로가 잘 발달해 있어요. 해안 도로를 따라 아버지랑 드라이브 하던 기억도 떠오르네요. 산길을 달릴 때와 바닷가를 달릴 때 바람이 피부에 닿는 느낌이 다른데, 저는 그 바닷바람의 찝찌름함(?)을 별로 선호하지 않았었어요. 그런데 상경하고 보니 그 바람이 제일 그립네요.

어쩌면, 당시의 경험이 정심 양을 지구과학도로 이끈 게 아닐까요
그러게요. 하하.



4. 싫어했던 바닷바람마저도 그리울 정도라면, 곧 방학인데 짧게나마 고향에 다녀올 계획은 없어요

지금 당장 서울에서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이유는 학업-졸업-취업, 이 세 요소로 이루어진 고리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에요. 좀 더 어렸을 땐 고향에 내려가는 게 즐겁고 휴식과도 같은 일이었는데, 이 나이가 되니 셋 중 제대로 하나를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고향에 내려가는 일은 고역이에요. 제 고향 주변은 마산만이 있는 곳인데, 예전에는 바다를 보면 낭만적이고 확 트이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제가 가진 상황 때문인지, 이 프레임 속 바다는 예전의 순수함을 잃은 것 같네요. 오히려 마산만 그 자체는 정화 활동으로 훨씬 깨끗해졌을 텐데 말이에요.



5. 정심양의 상경생활을 버티게 해주는 꿈이 무엇인가요

저는 지금 지구환경과학과 동시에 서어서문학을 제 2전공으로 배우고 있어요. 그래서 단기적인 목표는 멕시코로 교환 학생을 가서, 그 곳에서 언어를 늘리고 동시에 중남미 환경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해 공부하는 거에요. 장기적인 목표는 제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언어능력을 더욱 키운 다음 국제기구나 혹은 관련 기업에 취업하는 거에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 없이 리스크 있는 행동을 하기 쉽지 않죠. 제가 관심이 있는 것은 그 이익을 좀 더 우리가 사는 환경에 이롭게 하면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 누군가는 우리가 사는 '환경'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야 할 테니까!





6. 은퇴 이후, 인생의 꿈이 있다면 말해줄래요

제 꿈은, 저의 목표를 이루고 세상의 중심에서 물러날 때, 코스타리카에 가서 사는 거에요. "Costa Rica"는 스페인어로 "풍요로운 해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실제로 코스타리카는 서쪽으로는 태평양과 동쪽으로는 카리브 해를 접하고 있는 중앙 아메리카의 작은 국가이죠.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한 영세 중립국이기도 합니다. 왜 코스타리카냐고 물으신다면, 그 곳의 아름다운 자연을 한 번 찾아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바닷가 근처에서 태어나서, 이제 바다가 물릴 때도 되었지만, 삶을 마감하는 것도 바닷바람 맞으며 하고 싶어요.



여느 또래와 별다를 것 없는 그녀였지만 야무진 말투와 반짝이는 눈빛은 보는 이로 하여금 신뢰의 감정이 들게 했다. 스물다섯. 100세 시대에서 4분의 1까지 산 나이.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어린 나이는 더욱 아니다. 남은 4분의 3이라는 인생을 그녀가 바라는 대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살아가기를 바란다.


영현대기자단11기 박재영 | 한국예술종합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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