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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없이 즐기는 무電여행

작성일 2016.11.09
밀어서 무電여행하기 /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
밀어서 무電여행하기 /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우리는 어떻게 여행했을까? 지도 어플의 GPS 빨간 점이 없고, 기차 예매 어플로 좌석을 쉽게 예매할 수도 없다. 주변의 맛집과 명소를 검색해볼 수 없고, 심심한 이동 시간에 친구들과 메신저를 주고받을 수도 없다. 하지만 작은 스마트폰 세상을 벗어나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나는 여행지는 더욱 새롭고, 여유롭고, 아름답지 않을까?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무電여행’

여행지는 대구, 무電여행을 준비하라!


내가 살고 있는 대구는 많은 맛집과 다양한 볼거리로 대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 대구를 조금 느리고, 여유롭게 만나보고자 한다.

무電여행 준비물 / (디카)
무電여행 준비물 / (디카)

<준비물 목록>
1. 하루 동안 스마트폰을 켜지 않을 의지
2. 공중전화를 위한 동전들과 현금
3. 길을 헤매도 지치지 않을 운동화
4. 구글맵 대신 종이 지도
5. 일회용 필름 카메라
6. 손목시계
7. 필기도구

동대구역의 여행안내센터의 직원들은 참 친절하시다. / 대구의 동대구역 여행안내센터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촬영)
동대구역의 여행안내센터의 직원들은 참 친절하시다. / 대구의 동대구역 여행안내센터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촬영)

대구여행 지도는 동대구역의 여행안내센터에서 받았다. 오늘 하루 대구여행을 할 건데 지도를 좀 얻을 수 없겠냐고 물어보니 이곳저곳 알려주시며 지도를 챙겨주셨다. 동대구역 여행안내센터는 동대구역 바로 앞에서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구하느라 고생했던 일회용 필름 카메라,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구하려 동네 사진관을 돌아보았지만 요즘엔 찾는 사람이 없어 팔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 특유의 아날로그적 느낌을 찾는 소수의 사람들 덕분에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덕분에 본 컨텐츠 대부분의 사진이 일회용 필름 카메라로 촬영되었다.

대구 근대골목투어


근대골목투어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지도 / 대구의 근대골목투어 2코스 (필름 카메라)
근대골목투어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지도 / 대구의 근대골목투어 2코스 (필름 카메라)

동대구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고 반월당 하차 후 도보로 10분 (2코스 출발지) / 1,200원

한국전쟁 당시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피해가 적었던 대구는 그때의 생활상이 잘 유지되어 있는 곳 중 하나라고 한다. 그러한 근대의 모습이 잘 간직되어 있는 대구의 모습을 총 5개의 코스로 만나볼 수 있었다.

근대골목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었던 여행안내센터 / 대구의 근대골목투어 여행안내센터 (필름 카메라)
근대골목 곳곳에서 찾아 볼 수 있었던 여행안내센터 / 대구의 근대골목투어 여행안내센터 (필름 카메라)

많고 다양한 지도와 팸플릿들 / 대구의 근대골목투어 여행안내센터 (필름 카메라)
많고 다양한 지도와 팸플릿들 / 대구의 근대골목투어 여행안내센터 (필름 카메라)

나는 대구 중심지와 가까운 2코스로 선택했다. 2코스 출발지에서 여행안내센터를 만날 수 있었다. 안내센터 안에서는 코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지도를 받을 수 있는데 코스를 따라 여행하며 스탬프를 모을 수 있었다. 각 코스마다 길이도 다르고 테마도 다른데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2코스'라고 한다. 근대의 건축물과 민족 운동가의 고택을 만나볼 수 있는 2코스는 무電여행에 가장 잘 어울리는 코스라고 생각했다.

하늘색과 잘 어울리는 계산성당의 벽돌색 / 대구의 계산선당 (필름 카메라)
하늘색과 잘 어울리는 계산성당의 벽돌색 / 대구의 계산선당 (필름 카메라)

계산성당 앞의 십자가 / 대구의 계산성당 (필름 카메라)
계산성당 앞의 십자가 / 대구의 계산성당 (필름 카메라)

계산성당
전주에 전동성당이 있다면 대구에는 계산성당이 있다. 수려한 외관과 접근성 좋은 위치로 대구 근대골목투어의 대표적인 장소이자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찾는 장소이다. 그러한 장소답게 이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총 90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3.1만세운동 길 / 대구의 3.1만세운동 길 (필름 카메라)
총 90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3.1만세운동 길 / 대구의 3.1만세운동 길 (필름 카메라)

독립운동가 이상화, 서상돈 고택의 벽화 / 대구의 이상화, 서상돈 고택 (필름 카메라)
독립운동가 이상화, 서상돈 고택의 벽화 / 대구의 이상화, 서상돈 고택 (필름 카메라)

3.1만세운동 길
3.1만세운동 길은 실제 3.1운동시에 태극기들 들고 만세운동을 하며 걸었던 길이라고 한다. 3.1만세운동 길 바로 앞에는 독립운동가였던 이상화, 서상돈의 고택을 만나볼 수 있었다. 코스를 따라 걸으면서 약 100년 전 조국의 광복을 위해 같은 길을 걸었던 사람들과 그들로 인해 내가 오늘날 평화롭게 여행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대구 근대골목투어에서 만날 수 있는 스탬프 투어 / 대구의 근대골목투어 2코스 (필름 카메라)
대구 근대골목투어에서 만날 수 있는 스탬프 투어 / 대구의 근대골목투어 2코스 (필름 카메라)

나에게 노란색 스탬프 지도를 주시고 쿨하게 돌아가시는 여행객 아저씨의 뒷모습과 그 지도 / 대구의 근대골목투어 2코스 (필름 카메라)
나에게 노란색 스탬프 지도를 주시고 쿨하게 돌아가시는 여행객 아저씨의 뒷모습과 그 지도 / 대구의 근대골목투어 2코스 (필름 카메라)

다양하고 자세한 종이 지도와 코스 곳곳의 벽과 바닥에 있던 지도 덕분에 스마트폰 없이도 수월하게 코스를 둘러볼 수 있었다. 오히려 코스에 대한 설명은 근대골목투어 여행안내센터에서 받을 수 있는 지도가 더욱 자세했다. 나는 여행안내센터에서 초록색 지도를 가져와 보고 있었는데 좋은 인상의 여행객 아저씨께서 스탬프 투어를 할 수 있는 지도는 노란색 지도라며 흔쾌히 본인의 노란색 지도를 주셨다. 노란색 지도와 함께 장소 곳곳의 스탬프 위치와 사진이 잘 나오는 스팟, 그리고 코스를 최단거리로 즐길 수 있는 길 등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보다 더욱 자세하고 따뜻한 정보도 알려주셨다.

서문시장


서문시장의 입구 / 대구의 서문시장 (필름 카메라)
서문시장의 입구 / 대구의 서문시장 (필름 카메라)

근대골목투어 2코스 계산성당에서 걸어서 15분

대구를 대표하는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은 대구 중심지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많은 관광객이 함께 찾고 있다. 최근에는 다양한 먹거리들을 만날 수 있는 서문시장 야시장이 개장하여 더욱 다양한 연령층이 찾게 되었다. 근대골목투어 3코스에 포함되어있는 장소이기도 하고 2코스와도 가까워서 근대골목투어와 함께 즐기기에 좋다. 여행안내센터에서 받은 지도가 길을 찾기에 적합하지 않아서 교통 표지판을 보거나 상인들께 물어보며 찾아왔지만 채 20분이 걸리지 않을 만큼 길이 간단하고 멀지 않았다.

전국의 3대시장 중 하나였다는 서문시장 / 대구의 서문시장 (필름 카메라)
전국의 3대시장 중 하나였다는 서문시장 / 대구의 서문시장 (필름 카메라)

먹거리 골목을 지나갈 때면 가게의 아주머니들이 “학생! 앉아서 먹고 가~ 많이 줄게”라고 하신다. / 대구의 서문시장 (필름 카메라)
먹거리 골목을 지나갈 때면 가게의 아주머니들이 “학생! 앉아서 먹고 가~ 많이 줄게”라고 하신다. / 대구의 서문시장 (필름 카메라)

서문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할머니, 분홍색 선캡이 잘 어울리신다. / 대구의 서문시장 (필카)
서문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할머니, 분홍색 선캡이 잘 어울리신다. / 대구의 서문시장 (필카)

엄청난 규모의 서문시장은 구역이 나누어져 있다. 구역별로 상점이 모여있으며, 입구 쪽에는 쭉 늘어선 먹거리 골목을 만날 수 있었다. 칼국수, 씨앗호떡, 꼬마김밥, 생과일주스, 분식 등이 유명한데 어느 가게에 앉아도 모두 저렴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만나볼 수 있다.

“호떡 하나 주세요!”라는 말에 웃으며 호떡을 만들어 주시는 아저씨 / 대구의 서문시장 (필름 카메라)
“호떡 하나 주세요!”라는 말에 웃으며 호떡을 만들어 주시는 아저씨 / 대구의 서문시장 (필름 카메라)

초점을 잃은 호떡, 맛은 아주 최고! / 대구의 서문시장 (필름 카메라)
초점을 잃은 호떡, 맛은 아주 최고! / 대구의 서문시장 (필름 카메라)

식도락 여행을 즐기는 나는 여행 중 먹은 맛있는 음식은 모두 사진을 남기고는 한다. 하지만 어떻게 찍히는지 모르는 일회용 카메라 덕분에 초점 잃은 음식 사진이 꽤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버려져야 할지 모를 이 희미한 사진은 인화하는 순간 선명한 기억과 추억으로 남았다.

김광석다시그리기길 (김광석 거리)


김광석 거리를 찾은 많은 사람들 / 대구의 김광석 거리 (필름 카메라)
김광석 거리를 찾은 많은 사람들 / 대구의 김광석 거리 (필름 카메라)

서문시장에서 309번 버스를 타고 방천시장에서 하차 / 1,200원

가수 고 김광석이 살았던 대봉동 방천시장, 2009년 쓰러져가던 방천시장에 그를 기리는 김광석 거리가 조성되었다. 우리들에게 위로가 되어주었던 그의 노래와 목소리를 그가 숨 쉬었던 곳에서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에 주변 예쁜 카페골목이 조성되면서 감성여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대구에서 궁금한 것이 있을 때에는 120 달구벌 콜센터로 전화하세요! / 공중전화 (필름 카메라)
대구에서 궁금한 것이 있을 때에는 120 달구벌 콜센터로 전화하세요! / 공중전화 (필름 카메라)

‘큰장네거리 정류장은 도대체 몇 번까지 있을까?’ 생각이 들었던 순간 / 대구의 서문시장 큰장네거리4 정류장 (필름 카메라)
‘큰장네거리 정류장은 도대체 몇 번까지 있을까?’ 생각이 들었던 순간 / 대구의 서문시장 큰장네거리4 정류장 (필름 카메라)

근대골목투어 2코스에서 서문시장까지는 매우 가까웠지만 서문시장에서 김광석 거리는 꽤 거리가 있었다. 문전성시라는 말이 있듯이 서문시장 앞은 엄청난 인파와 차량으로 어지러웠고 여러 개나 되는 버스정류장 덕분에 시장 상인들이 알려주는 각자 다른 정류장을 떠돌다가 지쳤을 때쯤 공중전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 없이 여행하니 한 번쯤은 공중전화를 이용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 몰랐다. 처음에는 114에 전화하려고 했는데 지도에 적혀있던 120 달구벌콜센터로 전화해 서문시장에서 김광석 거리로 가는 길을 물어보았다. 120 달구벌콜센터에서는 여권, 교통, 문화관광 등의 각종 문의 및 신고를 비롯해 행사 정보, 단순 민원 안내 등 다양한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참고로 한국 관광안내 대표전화는 1330이라고 한다.

김광석 거리의 김광석 동상은 여행객들에게 사진 찍는 핫플레이스로 인기가 많다. / 대구의 김광석 거리 (필름 카메라)
김광석 거리의 김광석 동상은 여행객들에게 사진 찍는 핫플레이스로 인기가 많다. / 대구의 김광석 거리 (필름 카메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기자기한 악세사리들 / 대구의 김광석 거리 (필름 카메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기자기한 악세사리들 / 대구의 김광석 거리 (필름 카메라)

역시나 거리 입구에는 김광석 거리의 지도를 만나볼 수 있었다. 김광석 거리 자체가 규모가 작고 단순하여 길을 따라 구경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입구를 시작으로 길을 걷다 보면 왼편에는 벽화가, 그리고 오른 편에는 예쁜 루프탑 카페들과 아기자기한 소품을 파는 편집샵을 만나볼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듣지 못 해서 아쉬웠는데 이곳은 벽화마다 가수 김광석의 노래들을 가사와 함께 만나볼 수 있었다.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벽화를 감상하다 보면 딱 가수 김광석이 숨 쉬었던 그 시대를 느낄 수 있었다. 길 중간중간 팔고 있는 옛날 과자들과 달고나, 군고구마들은 그 시대를 더욱 생생히 만나볼 수 있게 해주었다.

노래 ‘제주도의 푸른 밤’을 부르고 있는 밴드 / 대구의 김광석 거리 (필름 카메라)
노래 ‘제주도의 푸른 밤’을 부르고 있는 밴드 / 대구의 김광석 거리 (필름 카메라)

노천무대에서는 김광석 노래로 이루어진 공연을 즐길 수 있다. / 대구의 김광석거리 (필름 카메라)
노천무대에서는 김광석 노래로 이루어진 공연을 즐길 수 있다. / 대구의 김광석거리 (필름 카메라)

가수 김광석을 그리워하는 길 답게 노래 공연도 많이 만나볼 수 있었다. 김광석의 노래부터 시작해서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노래들을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노천무대에서 공연이 있을 때면 김광석 거리 어디에서나 김광석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 거리 왼편 루프탑 카페의 옥상에 올라 김광석 거리를 내려다보며 맥주 한 잔과 함께한다면 최고의 대구여행이 되리라.

스마트폰을 끄니 비로소 보였던 것들


오랜만에 보는 일회용 필름 카메라가 반갑다며 포즈를 취해주시는 서문시장 꼬마김밥집 사장님 / 대구의 서문시장 (필름 카메라)
오랜만에 보는 일회용 필름 카메라가 반갑다며 포즈를 취해주시는 서문시장 꼬마김밥집 사장님 / 대구의 서문시장 (필름 카메라)

광복을 이루어낸 거리를 그때 그 시절 옷을 입고 지키고 계시는 할아버지 / 대구의 3.1만세운동길 (필름 카메라)
광복을 이루어낸 거리를 그때 그 시절 옷을 입고 지키고 계시는 할아버지 / 대구의 3.1만세운동길 (필름 카메라)

모두의 행복을 비는 김광석 거리의 벽화 / 대구의 김광석 거리 (필름 카메라)
모두의 행복을 비는 김광석 거리의 벽화 / 대구의 김광석 거리 (필름 카메라)

서문시장의 버스정류장은 상인들에게 어쩌면 무엇인가를 널어놓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 대구의 서문시장 (필름 카메라)
서문시장의 버스정류장은 상인들에게 어쩌면 무엇인가를 널어놓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 대구의 서문시장 (필름 카메라)

평소라면 지나쳤을 지극히도 평범한 것들은 무電여행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함이었다.

여행을 끝마치며


김광석거리에서 어떤 예쁜 커플이 찍어주신 유일한 내 사진 / 대구의 김광석거리 (필름 카메라)
김광석거리에서 어떤 예쁜 커플이 찍어주신 유일한 내 사진 / 대구의 김광석거리 (필름 카메라)

여행을 하면서 불편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내가 이렇게 좋은 곳에 왔다며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진 한 장 보내지 못 했던 것, 셀피를 좋아하는 내가 제대로 된 내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하지만 나는 그런 아쉬움을 나의 새로운 모습으로 채웠다. 인간 사진기가 되어 눈으로 여행지를 남기려고 했고, 처음 다뤄보는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며 어떻게 담길까 고민을 하는 재미도 있었다. 또한, 낯가리는 성격을 극복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보고 사진을 요청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채워나가며 느끼는 재미와 보람은 내가 당신에게 무電여행을 추천하는 이유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떠나라, 스마트폰은 잠시 꺼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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