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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감성이 그리울 땐, 음악감상실!

작성일2017.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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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손경민
휘핑 올라간 음료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요즘의 흔한 대학생 문화공간, 카페
휘핑 올라간 음료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요즘의 흔한 대학생 문화공간, 카페

20대에게 이어폰은 외출 필수품이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의 취미란을 차지하는 취미 역시 ‘음악감상’! 그렇다면 예전에는 어떻게 음악을 즐겼을까? 요즘은 어디서나 스피커의 노랫소리가 흘러넘친다. 그것이 흔치 않던 그때 그 시절, 음악에 대한 갈증을 풀어냈던 공간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쌍화차 한잔에 클래식을 즐기는 흔한 80년대 대학생의 문화공간, 음악감상실
쌍화차 한잔에 클래식을 즐기는 흔한 80년대 대학생의 문화공간, 음악감상실

최근에 아날로그 열풍이 불면서 젊은 감각의 LP바, 카페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대구에는 40, 50년대부터 시작되어 그 시절을 기억하게 하는 음악감상실이 아직 건재하고 있다.


촬영장소 : 대구 향촌문화관
촬영장소 : 대구 향촌문화관

60여 년 전 전국 각지에서 피난 온 사람들로 북적이었던 대구. 음악감상실에서 듣는 음악은 피난 직후 문화생활에 목말라 있던 사람들의 감성을 촉촉이 적셔주었다. 그 중심에 있던 ‘녹향’과 ‘하이마트’를 소개하려 한다.


녹음처럼 음악의 향기가 우거져라, 녹향


녹향 입구
녹향 입구

1946년, 북성로 악기상에서 일하며 음악에 대한 애정을 키워간 고 이창수 선생께서 시작한 우리나라 최초의 고전음악 감상실이다.


녹향의 그때 그 시절



녹향은 6.25 전쟁 때 대구로 피난 온 예술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다. 이곳에서 유치환, 양주동, 최정희, 화가 이중섭 등 우리나라의 근대 예술인들이 모여 삭막한 시절, 예술로 이야기꽃을 피우곤 했다. 양명문 시인의 ‘명태’가 이곳에서 탄생하였다. 또한, 예육회, 향음회, 애향회 등 수많은 음악 모임이 만들어져 클래식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던 곳이었다.


음악을 사랑하던 20대 청년이 90살의 노인이 될 때까지, 녹향 지기 고 이창수 선생님
음악을 사랑하던 20대 청년이 90살의 노인이 될 때까지, 녹향 지기 고 이창수 선생님

하지만 점점 기술의 발전으로 음악감상실을 찾는 발길이 줄었다. 어느 날은 손님이 하루에 한 명도 오지 않을 때도 있을 정도였다. 옛 명목을 지켜야 한다는 주인의 일념으로 힘들게 버텼지만, 오랜 경영난으로 월세조차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녹향의 지금


음악에 온전히 집중하는 공간
음악에 온전히 집중하는 공간

고 이창수 선생님이 작고하시고 유족들은 녹향의 기자재와 물품을 대구 중구에 기증하였다. 근대 문화의 산실인 녹향을 지키기 위한 움직임으로 2014년 10월, 녹향은 향촌문화관 지하 1층으로 이전하였다. 그리하여 현재 녹향의 정신에 따라 여러 예술 문화 행사들이 이곳에서 열리고 있다. 매일 프로그램으로 영화음악 팝송, 성악곡, 교향곡을 들을 수 있으며 신청곡을 틀어주기도 한다. 주말에는 애향회, 예육회 등 음악감상 모임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이곳은 조용히 음악감상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반 카페처럼 이야기를 길게 나눌 순 없다. 자연스레 안쪽 감상실에 있는 거대한 스피커의 음악 소리에 발걸음이 조심스러워지는 곳이다. 방문 당시 독일 오페라 곡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다음 곡은 비틀즈의 ‘yesterday’였다. 익숙한 노래지만 이어폰이나 휴대폰으로 듣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에 나도 모르게 숨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온몸으로 듣는 것 같은 기분에 색다른 감동이 느껴졌다.


한 중년 여성분의 신청곡 리스트
한 중년 여성분의 신청곡 리스트

디제이 박스에 신청곡을 접수하면 현재 녹향을 이어가고 계시는 고 이창수 선생님의 셋째 아들 이정춘씨가 노래를 틀어주신다. 디제이 박스 안쪽에는 음향 기술의 발전을 따라가듯 축음기, LDP 플레이어, DVD 플레이어,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 다양한 기기들이 마련되어있다. 심지어 우리에게 친숙한 유튜브 사이트로도 음악을 틀어주셨다.

선생님께 20대를 위해 음악과 관련하여 전하고 싶은 말에 대해 여쭤보자 ‘음악은 그저 많이 듣는 것이 좋지, 특정해놓고 들으면 틀 안에 갇히게 된다. 무조건 많이 들어야 한다.’고 하셨다. 신나는 아이돌 음악이 내 음악 취향이라 '한정해놓고 비슷한 노래만 들으려 하지 않았나.'하고 내 음악 습관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이 기회에 실시간으로 인기를 경쟁하는 차트의 최신 가요보다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는 클래식과 더 친해지고 싶다.


가는 길 : 대구광역시 중구 중앙대로 449, 1호선 중앙로역 4번 출구 대구 향촌문화관 지하 1층
영업시간 : 오전 9시~오후 6시(동절기), 7시(하절기)
가격 : 향촌문화관 입장료 1,000원을 내면 이용 가능
웹페이지 : http://hyangchon.jung.daegu.kr/nochyang01


마음의 고향, 하이마트


초록색과 흰색의 조화가 예쁜 하이마트 입구
초록색과 흰색의 조화가 예쁜 하이마트 입구

1957년에 문을 열어 3대째 이어지고 있는 ‘하이마트’는 고향이라는 뜻의 독일어로 60년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음악감상실이다.


따뜻한 모과차와 아름다운 음악으로 느끼는 여유
따뜻한 모과차와 아름다운 음악으로 느끼는 여유

정겨운 하얀 문을 열고 들어가니 자그마한 키의 김순희 사장님께서 명절에 손녀를 반기듯 아주 반갑게 맞아주셨다. 부녀회 음악 모임을 막 마친 후라며 정답게 수제로 만든 모과차와 쌀과자를 권하시며 하이마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주셨다.


하이마트의 그때 그 시절


음악가들의 모습이 새겨진 벽면과 디제이 박스
음악가들의 모습이 새겨진 벽면과 디제이 박스

대구로 피난 온 김순희 사장님의 아버지는 음악애호가로, 대구에서 모은 수많은 LP판을 포기할 수 없어 고향인 서울에도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소중하게 모은 LP판 수백 장으로 하이마트의 문을 열었다. 그 후 병상에서 임용시험에 합격하고 출근을 기다리던 김순희 사장님께 하이마트 운영에 대한 유언을 남기셨다. 사장님은 그것을 받아들여 선생님의 길을 포기하고 30년 넘게 음악감상실을 운영하고 계신다. 이런 열정으로 운영한 하이마트는 한때 하루 평균 400명이 방문하여 줄을 서서 입장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이마트의 지금


오래된 LP판이 빼곡한 하이마트의 디제이 박스
오래된 LP판이 빼곡한 하이마트의 디제이 박스

현재는 김순희 사장님과 그녀의 아들인 박수원 씨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박수원 씨는 파리에서 음악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음악 교수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아내분 역시 피아노 전공의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이곳에서 저명한 음악가와 교수님들의 음악 특강이나 연주회 행사도 자주 개최되고 있다. 특히, 오는 5월 27일에는 하이마트 60주년을 기념하는 연주회가 열린다.


처음 문을 연 사장님의 아버지부터 아들 부부, 손주들까지 4대째 이어지는 가족들의 음악 사랑으로 하이마트는 이름처럼 대구 클래식 음악의 ‘고향’이 되고 있다. 김순희 사장님은 ‘가정에서 하는 음악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문을 나서는 나를 끝까지 배웅해주시며 며느리, 손주들의 연주 포스터를 가리키며 흐뭇해하시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아직 대학생이기 때문에 가정 교육으로서의 음악은 생각해본 적 없다. 하지만 하이마트처럼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음악이 개인적인 문화생활뿐만 아니라 대구의 음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을 보면, 그것이 의미 있는 일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는 길 : 공평동 대구백화점 본점에서 중앙도서관 쪽으로 100m 직진, 도로변 안쪽으로 노란 간판이 걸린 건물 3층
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 9시
가격 : 입장료 8,000원, 음료 포함
웹페이지 : www.heimat.or.kr



매일 음원 사이트에는 신곡이 쏟아지고,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많은 음악에 노출되고 있다. 대구에 오게 된다면, 음악감상실을 방문해 음악 한 곡을 집중해서 들어보자. 이어폰이 아닌 온몸으로 듣는 음악 한 곡이 우리에게 어떤 영감을 줄지도 모르는 일이다.


영현대기자단14기 손경민 | 경북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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