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도심 속 오아시스! 이색적인 문학 전문 서점 3곳

작성일 2017.11.03

‘서울’ 하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는가? 높은 빌딩, 수많은 자동차, 어디론가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이런 회색빛 도시의 일상에 지쳐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을 때, 조금은 특별한 서점을 찾아보자. 서울 골목 구석구석에 숨어 있어 자칫 모르고 지나치기 쉽지만,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여러분에게 도심 속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어 줄 것이다. 각자의 개성과 매력이 뚜렷한 서울 이색 서점 세 곳을 소개한다.

1. 시인이 직접 운영하는 시집 전문 서점, ‘위트 앤 시니컬’


▲ ‘위트 앤 시니컬’ 의 입구
▲ ‘위트 앤 시니컬’ 의 입구

시집 서점이라면서, 웬 카페 간판이냐고? ‘위트 앤 시니컬’ 은 간판이 없다. 이곳으로 들어서면, 커피와 맥주를 파는 ‘카페 파스텔’, 독립출판물과 디자인 소품 등을 파는 ‘프렌테’, 그리고 유희경 시인이 운영하는 시집 서점 ‘위트 앤 시니컬’, 이 셋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셋은 전혀 위화감 없이 마치 하나의 공간인 듯 잘 어우러진다. 음악이 흐르고, 따뜻한 햇볕이 들어오고, 손님들은 서로를 배려하는 듯 조심조심 이야기를 나누거나 가만히 책을 읽는다. 늘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프랜차이즈 카페나 대형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가 이곳에는 가득하다.

▲ ‘위트 앤 시니컬’ 내부
▲ ‘위트 앤 시니컬’ 내부

신촌 기차역이 바로 내려다보이고, 해가 잘 드는 이곳에서는 1,000권이 넘는 시집을 만나볼 수 있다. 다소 작은 공간이지만, 여느 대형 서점보다도 많은 시집을 보유하고 있다. 오늘의 추천 시집으로 진열된 서적을 구매하면 10% 할인이 되니 잊지 말고 챙기자. 참, 종종 시 낭독회와 작가와의 만남 등의 이벤트도 열린다고 하니 참고하길.

▲ 유희경 시인이 엄선한 시집들
▲ 유희경 시인이 엄선한 시집들


▲ 책장 곳곳에 붙어 있는 메모지들
▲ 책장 곳곳에 붙어 있는 메모지들

책장 곳곳에는, 시인이 직접 추천하는 시집이 적힌 메모지들이 붙어 있다. 시집이 낯설거나, 어떤 시집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그중에서도, ‘위트 앤 시니컬’ 의 운영자인 유희경 시인이 추천하는 허수경 시인의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를 펼쳐 보았다.

▲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허수경 저, 문학과 지성사, 2016)
▲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허수경 저, 문학과 지성사, 2016)

▲ 책을 읽는 사람들
▲ 책을 읽는 사람들

‘위트 앤 시니컬’ 의 모든 시집은 구매 후 카페로 가져와 읽을 수 있다.

[주소]
신촌점: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신촌역로 22-8 3층 (*구글맵으로 찾아갈 때는 ‘카페 파스텔’로 검색해야 함)
합정점: 서울특별시 마포구 독막로5길 26 2층

[이용 시간]
11:00~23:00 / 명절에만 휴무

2. 추리소설 덕후들 헤쳐 모여! 최초의 추리소설 전문 책방, ‘미스터리 유니온’


▲ ‘미스터리 유니온’ 외부
▲ ‘미스터리 유니온’ 외부

신촌 기차역 뒷골목을 걷다 보면, 작지만 발길을 멈추게 하는 비밀 서재 같은 공간이 있다. 바로 최초의 추리소설 전문 서점, 미스터리 유니온이다. 추리 소설만 파는 서점이라니! 필자는 영화 <해리 포터>에 등장하는 다이애건 앨리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나무 냄새와 책 냄새가 뒤섞인 기분 좋은 향과 함께 편안한 미소의 주인분께서 반겨 주신다. 따뜻한 느낌의 조명과 나무로 이루어진 내부는, 추리소설에 빠져들기에 제격인 분위기였다.



▲ ‘미스터리 유니온’ 의 내부
▲ ‘미스터리 유니온’ 의 내부

이 아담한 공간에, 1,000권이 넘는 추리소설들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다. 그러나 질서 없이 그저 꽂혀 있는 것만은 아니다. 영미권, 프랑스, 일본, 북유럽, 스페인 등의 국가에 따라 분류되어 있고, 특히 한국 추리소설은 따로 진열되어 서가의 한 면을 장식하고 있다. 추리소설을 처음 접하거나 어떤 추리소설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주인분께서 직접 선정하여 진열해 놓은 ‘이달의 추천 추리소설’을 읽어보자.

▲ ‘미스터리 유니온’ 자체 제작 북 커버, 추리소설 덕후에게 선물용으로 좋을 듯하다.
▲ ‘미스터리 유니온’ 자체 제작 북 커버, 추리소설 덕후에게 선물용으로 좋을 듯하다.

[주소]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88-1

[이용 시간]
13:00~21:00 (수~금), 12:00~20:00 (주말) / 월, 화 휴무

3. 누구나 주인이 되는 곳, 연남동 무인 서점 ‘열정에 기름 붓기’


▲ 연남동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열정에 기름 붓기’ 외부
▲ 연남동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열정에 기름 붓기’ 외부

‘열정에 기름 붓기’는 이미 6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감각적인 도서 트레일러로 많은 구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데, 이곳을 직접 방문해 본다면 매력은 배가 된다. 무인 서점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한 명의 관리자 정도는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아무도 없는 말 그대로의 ‘무인 서점’ 이었다.


‘열정에 기름 붓기’에서는 매달 다른 세 권의 책을 판매한다. 책을 구매하고 싶으면 가격만큼 돈 통에 현금을 넣거나, 카드 단말기로 직접 결제하고 가져가면 된다. 돈을 내지 않고 그냥 책을 가져가거나, 소품들이 도난당하는 일이 있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스러웠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까지 한 번도 그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 한쪽에서는 향긋한 커피도 판매한다. 역시 삼천 원을 돈 통에 넣고 즐기면 된다!
▲ 한쪽에서는 향긋한 커피도 판매한다. 역시 삼천 원을 돈 통에 넣고 즐기면 된다!



▲ ‘열정에 기름 붓기’ 의 내부 모습
▲ ‘열정에 기름 붓기’ 의 내부 모습

이곳은 크게 세 가지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곳곳에 편안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소파들이 불규칙하게 배열되어 있고, 은은한 조명과 채도 낮은 인테리어가 이 공간만의 깊은 분위기를 더하고 있었다. 탁자에는 메모지, 펜, 방명록 등이 조금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는데, 그것 또한 누구나 부담 없이 다녀가는 솔직한 이 공간의 특성을 나타내는 것 같아 매력적이었다.




▲ 벽면 곳곳에 붙어있던 인상 깊은 메모들
▲ 벽면 곳곳에 붙어있던 인상 깊은 메모들

이곳의 또 다른 묘미는 바로 방문자들이 남기고 간 메모를 읽는 것이다. 벽면을 빼곡히 채울 정도로 많은 메모지가 붙어있는데, 각양각색의 메모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재치 있는 농담부터 시의 한 구절 같은 문장까지, ‘누구나 주인이 되는’ 이 무인 서점의 신조처럼 이곳에서는 누구나 작가가 된다. 메모 한 장을 써 붙이고 서점을 나서는 길에는, 나만 아는 비밀이 생긴 것 같은 느낌에 괜히 설레기도 한다.

[주소]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25길 53

[이용 시간]
매일 11:00~23:00

마무리


“낡은 외투를 그냥 입고 새 책을 사라.” -오스틴 펠프스

책은 시간이 나면 읽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읽는 것! 학업에, 취업 준비에, 직장 생활에 너무나도 바쁜 우리지만 가끔은 여유를 갖고 책 한 권 집어 들자.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회색빛 서울 곳곳에서도 이렇게 선물 같은 공간들을 만날 수 있으니.

해당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영현대 저작권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며, 비영리 이용을 위해 퍼가실 경우 내용변경과 원저작자인 영현대 워터마크 표시 삭제는 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