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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덕후가 직접 만드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의 그 향

작성일201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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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의 전경 / 출처: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홈페이지
▲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의 전경 / 출처: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홈페이지

얼마 전,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을 열심히 관람하다 보니 계속해서 코끝을 맴도는 향이 있었습니다. 무슨 향일까, 어디서 오는 향일까 궁금해하며 관람을 마쳤는데요. 알고 보니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사용하는 향이 있다고 합니다. 무슨 향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현대 모터스튜디오를 기억하게 만드는 은은한 향, 향수 덕후 3년 차인 제가 직접 재현해 보았습니다.


PART 1.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나는 향이 어떤 향인데?


▲ 현대 컬렉션 샵에서 구매한 차량용 방향제 키트
▲ 현대 컬렉션 샵에서 구매한 차량용 방향제 키트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내부에 위치한 현대 컬렉션 샵과 현대 컬렉션 온라인샵 (collection.hyundai.com)에서는 차량용 방향제와 향을 농축해 담은 오일인 프레그런스 오일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노로오름 향’과 ‘사려니 숲’향의 두 향이 준비되어 있는데, 제가 맡은 향은 ‘사려니 숲’이라는 향이었습니다. 저는 현대 컬렉션 온라인 샵에서 차량용 방향제와 오일 키트를 구매했는데요. 사려니 숲 향의 프레그런스 오일을 맡아보니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을 방문했던 날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 차량용 방향제 키트의 내부는 방향제 본체와 프레그런스 오일로 이루어져 있다
▲ 차량용 방향제 키트의 내부는 방향제 본체와 프레그런스 오일로 이루어져 있다

사려니 숲 향에 대한 첫인상은 ‘자연’이었습니다.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숲 뒤로 바다가 펼쳐진 듯했습니다. 아니면, 물을 한껏 머금은 숲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향을 만들 수 있을까 궁금해졌는데요. 향수 덕후로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사려니 숲 향에 어떤 향이 들어갔는지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Slide Note: 잠깐, 향이 뭔데?


향을 만들기 위해서는 향이 뭔지에 대해서부터 알아야겠죠.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의 향을 만들러 가기 전, 향의 노트와 계열에 대해 알아봅시다.

맛집을 지나칠 때 맡는 맛있는 음식 냄새, 비릿한 바다의 향, 만개한 아카시아 나무 옆에서 맡는 꽃향기 등 우리는 다양한 향을 맡으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바다 향, 장미 향, 음식 향이라고 부르는 향들이 하나의 향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계셨나요?

향은 하나의 순수한 향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다양한 향들이 섞여 우리에게 하나의 새로운 향으로 인식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순수하다고 여기는 향 또한 수많은 향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향에는 ‘노트’와 ‘계열’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먼저 향의 ‘노트’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향의 노트는 향이 발향 되는 순간부터 사라지는 데까지 세 단계로 나누어지는데, ‘탑 노트 (Top Note)’, ‘미들 노트 (Middle Note)’, ‘베이스 노트 (Base Note)’가 있습니다.

탑 노트는 헤드 노트 (Head Note)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탑노트는 발향 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향입니다. 보통 우리가 향수나 디퓨저를 구매할 때 하는 시향 단계에서 맡게 되는 향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향수, 디퓨저, 향초 등의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노트이지만, 탑 노트는 30분 정도로 짧게 지속된 후 날아가는 향이기도 합니다. 향의 탑 노트에는 싱그럽고 가벼운 시트러스 계열이나 내추럴한 계열이 많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미들 노트는 향의 정체성을 정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향의 중심이 되는 노트로, 향의 제작 단계에서 조향사가 의도한 향이 나타나는 노트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주로 스치듯 맡는 향들은 향의 미들 노트일 가능성이 크며, 탑 노트가 끝나갈 즈음부터 1시간 정도 지속되는 향입니다.

마지막으로 향수의 가장 기본기이자 끝을 맡고 있는 베이스 노트입니다. 베이스 노트는 라스트 노트 (Last Note)라고도 불리는데요. 흔히 우리가 말하는 ‘잔향’입니다. 탑 노트와 미들 노트의 강렬한 발향이 끝난 후 오랜 시간 동안 은은히 남는 것이 베이스 노트입니다.



그렇다면 향의 계열은 무엇일까요? 향의 계열은 쉽게 말해 향을 나누는 카테고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향의 계열에는 플로럴, 시프레, 시트러스, 오리엔탈, 마린, 프루티, 우디, 그린 등이 대표적입니다. 각 계열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볼까요?

플로럴 (Floral) 계열은 말 그대로 꽃이 발산하는 향을 말합니다. 대부분의 향수, 디퓨저는 플로럴 향을 포함한다고 하는데요. 생소한 시프레 (Chypre) 계열은 지중해의 키프로스 섬에서 따온 말로, 축축하게 젖은 나뭇잎이나 나뭇잎을 그을린 듯한 향을, 시트러스 (Citrus) 계열은 감귤류 과일들의 신선하고 상큼한, 가벼운 향들을 포함합니다. 오리엔탈 (Oriental) 계열은 서구인이 느낀 동양의 향으로, 동양의 신비로운 이미지를 주로 담고 있습니다. 마린 (Marine) 계열은 바다나 해조류가 주는 짭짤한 인공향으로, 1980년대 일탈을 꿈꾸던 시기에 크게 유행했습니다. 프루티 (Fruity) 계열은 복숭아, 사과, 멜론, 파인애플, 수박 등 시트러스계 과일들을 제외한 과일 향들로, 달콤한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디 (Woody) 계열은 나무껍질, 목재 등 나무를 연상시키는 향으로 따뜻하고 묵직한 향들이 주를 이루고, 그린 (Green) 계열은 막 베어낸 풀이나 나뭇잎의 풋내, 자연을 떠오르게 하는 신선한 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향의 대표적인 계열들 외에도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향의 계열들이 존재합니다. 또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향은 하나의 향조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닌 다양한 향조가 어우러져 새로운 하나의 향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의 향이 하나의 계열에 완벽히 속한다고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그 향이 주는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가 어떠한 계열에 가장 가깝다고 표현하는 게 맞습니다.


PART 2.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향으로 담기


쉬운 듯 어려운 향과 조금 가까워졌다면, 이제 사려니 숲 향을 재현해 보러 갈까요? 저는 홍대입구역 근처에 있는 향수 공방 카페 ‘루나밍’에 방문해 제가 느낀 느낌대로의 사려니 숲 향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저는 보다 실용적으로 실내 디퓨저의 형태로 사려니 숲 향을 제작해보았는데요. 제가 방문한 ‘루나밍’에서는 디퓨저뿐 아니라 향초, 향수, 방향제 등 다양한 형태로 직접 원하는 향을 만들어볼 수 있다는 점 참고해주세요! 디퓨저를 만들기 위해서는 디퓨저 베이스, 프레그런스 오일, 디퓨저 용기, 디퓨저 스틱, 저울, 시향 종이 등이 필요합니다. 준비물이 모두 준비가 되었다면, 본격적으로 만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어떤 향인지 맡아보고, 또 맡아보며 향 속의 향을 찾습니다.


▲ 수많은 향들 중 나에게 필요한 향을 찾아야 한다
▲ 수많은 향들 중 나에게 필요한 향을 찾아야 한다

박스에 담긴 수많은 향 중 풀 향, 숲 향, 그리고 물 향을 가진 향들을 찾아 맡아보고 또 맡아봤았습니다. 꽃 향, 과일 향과 같은 향을 우선적으로 배제하고, ‘사려니 숲’향과 가장 비슷한 향을 찾기 위해 ‘사려니 숲’ 프레그런스 오일과 비교하면서 찾았습니다. 제가 찾아낸 향은 홀리데이 세이지 우드, 모스 그린, 라임 바질 만다린, 스파 향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무와 물 향에 더하고 약간의 싱그러운 향을 위해 시트러스 계열의 향을 더했죠.


2. 비슷한 향을 찾았다면, 믹스할 향들의 비율을 정합니다.


▲ 최종적으로 선정된 4개의 향 / 왼쪽부터 라임 바질 만다린, 홀리데이 세이지 우드, 스파, 모스그린
▲ 최종적으로 선정된 4개의 향 / 왼쪽부터 라임 바질 만다린, 홀리데이 세이지 우드, 스파, 모스그린

20ml의 프레그런스 오일을 어떤 비율로 섞을지 처음부터 정하기보다는 먼저 10ml의 향을 배합해보고, 그 향을 기반으로 나머지 10ml를 계량하였습니다. 나무의 향이 가장 강하게 나기 때문에 홀리데이 세이지 우드와 모스 그린 향을 주 향으로 삼고, 끝에 살짝 스치는 물 향을 위해 조금의 스파, 그리고 첫 순간 느껴지는 상큼함을 위해 조금의 라임 바질 만다린을 섞겠다는 계획으로 조금씩 오일을 섞어보았는데요. 저는 최종적으로 홀리데이 세이지 우드 6.5ml, 모스 그린 7.5ml, 스파 2ml, 그리고 라임 바질 만다린 4ml를 배합하였습니다.


3. 디퓨저 베이스 80ml를 저울로 계량하고, 정해 놓은 비율에 맞춰 섞은 프레그런스 오일을 넣고 잘 저어 줍니다.


▲ 종이컵을 올린 뒤 저울 0으로 맞춘 후 디퓨저 베이스를 계량한다
▲ 종이컵을 올린 뒤 저울 0으로 맞춘 후 디퓨저 베이스를 계량한다

디퓨저 베이스 80ml 와 20ml의 프레그런스 오일을 넣은 디퓨저 용액은 이제 100ml가 되었는데요. 이를 잘 저어줍니다.


▲ 디퓨저 베이스와 프레그런스 오일을 모두 넣은 후 저울에서 내리고 잘 저어준다
▲ 디퓨저 베이스와 프레그런스 오일을 모두 넣은 후 저울에서 내리고 잘 저어준다

여기서 잠깐, 디퓨저 용액은 저은 다음 바로 시향 하는 것이 아니라 5분 정도 기다려야 합니다. 향들이 잘 ‘엉키도록’ 기다려주는 것이죠. 각기 다른 4가지의 향을 섞었기 때문에, 향들끼리 엉켜 하나의 향처럼 느껴지는 데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러니, 바로 향을 맡아보고 싶어도 온전히 하나가 된 나만의 사려니 숲 향을 위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4. 잘 저어준 디퓨저 용액을 시향 종이에 묻혀 향을 살펴보고, 원하는 향이 나오면 용기에 담아 밀봉합니다.


▲ 종이컵의 한쪽 끝을 뾰족하게 접으면 용기에 옮겨 담기 편리하다
▲ 종이컵의 한쪽 끝을 뾰족하게 접으면 용기에 옮겨 담기 편리하다

시향한 뒤 마음에 드는 향이 나왔다면 용기에 디퓨저 용액을 흘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담아주세요. 만약 색을 추가하고 싶으시다면 용기에 옮겨 담기 전 색소를 타주시면 됩니다. 저는 ‘사려니 숲’에 어울리는 연한 초록색이 되도록 초록색 색소를 입혔습니다. 이 디퓨저는 바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5~7일 정도의 숙성 기간을 거쳐 사용해야 합니다. 아까 프레그런스 오일을 섞고 난 뒤 5분 정도 기다려 향들이 어우러지도록 기다려 준 것처럼, 향의 숙성과 완전한 조화를 위해서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 완성된 디퓨저와 방향제
▲ 완성된 디퓨저와 방향제

마지막으로 디퓨저 스틱을 선택하고, 포장하면 이렇게 제가 직접 만든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의 향, ‘사려니 숲’이 완성되었습니다.


PART 3. 향을 느끼기


제가 직접 만든 사려니 숲 향은 일주일이 지나고 지금 한층 더 깊어진 향을 자랑했습니다. 바다 옆으로 펼쳐진 울창한 숲. 어제 내린 비로 나무는 아직 젖어 있지만 오늘은 화창하게 해가 떠 나뭇잎 끝에 맺힌 물이 반짝이는 모습. 햇빛에 일렁이는 빛 물결. 그리고 그 사이로 난 해안 도로를 시원하게 달리는 싼타페가 그려집니다. 뻥 뚫린 해안도로에서 양쪽 창문을 모두 열어놓고 바람을 한껏 마시는 모습도 떠오릅니다. 맑고 깨끗한 제주도가 생각나는 향이기도 합니다.


▲ 숲 옆으로 시원하게 뻗은 해안도로. (출처: Unsplash)
▲ 숲 옆으로 시원하게 뻗은 해안도로. (출처: Unsplash)

향이 하나의 향조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여러 향을 섞어 새로운 향으로 탄생한다는 점이 정말 흥미롭지 않나요?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느낀 호기심과 경이로움, 배움으로부터 오는 만족감과, 자동차 속에 들어간 듯한 신비로움의 복합적인 감정은 제가 만든 현대 모터스튜디오의 사려니 숲 향과 참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향은 날아가는 것, 스쳐 지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순간들을 담는 선물 상자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향으로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저와 같은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에는 곳곳에서 향수 공방을 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향으로 담고 싶은 소중한 순간이 있다면, 소중한 기억을 향수 공방에서 직접 만들어 담아 보면 어떨까요?


영현대기자단17기 김혜린 | 고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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