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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여성영화제, ‘벽을 깨는 얼굴들’

작성일 2019.09.24
‘벽을 깨는 얼굴들.’ 올해로 21회를 맞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Seoul International Women’s Film Festival)의 슬로건입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1997년 처음 출범한 이래 여성영화인을 발굴, 여성영화의 발전을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명성의 국제여성영화제인데요. 그렇다면 2019년, 제21회를 맞아 새로이 만들어진 슬로건 ‘벽을 깨는 얼굴들’이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호기심과 기대를 가지고 개막 6일 째인 9월 3일,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상암 문화비축기지를 찾았습니다.

▲ 영화제가 열리는 상암 문화비축기지
▲ 영화제가 열리는 상암 문화비축기지

영화제의 포스터 속 인상깊은 여성의 얼굴들


영화제의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곳곳에서 펄럭이고 있는 현수막과 포스터 속 강렬한 여성의 얼굴이었습니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앙다문 입술과 정면을 응시하는 단호한 눈빛. 포스터를 제작한 이아리 디자이너는 ‘여성의 얼굴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며 자화상’이라는 메시지를 담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미투 운동의 선구자격인 서지현 검사가 개막식에 참석해 여성영화제의 가치와 의미를 드러냈듯 포스터 속 얼굴들은 다양한 여성들에게 공감과 연대의 메시지를 보내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비전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현수막
▲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현수막

연계 전시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될 때>가 건네는 여성영화인들의 메시지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1주년 아카이브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 (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21주년 아카이브 전시를 보는 관람객들 (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문화비축기지의 T1 파빌리온 건물에서는 영화제의 21주년을 맞아 연계 전시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될 때>가 열리고 있었는데요. 제 1회 서울여성영화제의 선언문과 더불어 21주년 아카이브 전시, 여성영상집단인 ‘바리터’의 30주년 특별전시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 여성영상집단 바리터 30주년 특별전시
▲ 여성영상집단 바리터 30주년 특별전시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여성영상집단 ‘바리터’의 30주년을 기록하는 전시였습니다. ‘바리터’는 1989년 2·30대의 젊은 여성영화인들이 함께 모여 만든 여성영상집단으로, 남성중심의 영화제작환경을 넘어 평등한 영화예술을 추구하는 집단입니다. 큰 규모의 유리온실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며 서로의 활동을 응원하는 바리터 소속 여성 영화인들의 발언을 기록한 색색의 현수막들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었는데요. 온실을 뚫고 들어온 햇빛과 현수막의 다양한 색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여성, 영화 창작, 연대를 이야기하는 여성 영화인들의 메시지가 빛을 발했던 전시였습니다.

▲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선언문 필사의 책상’
▲ 관람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선언문 필사의 책상’

전시장 곳곳에는 전시 관람객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 또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선언문을 비롯해 다양한 선언문을 직접 필사해볼 수 있는 ‘선언문 필사의 책상’부터 관계의 벽, 차별의 벽, 소통의 벽 등 자신을 가로막는 벽을 종이박스에 적어 또 하나의 전시물을 창조하는 ‘벽을 깨는 이야기’까지 관객 참여 프로그램들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지향하는 연대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 관람객들의 종이박스가 또 다른 전시물을 창조한 ‘벽을 깨는 이야기’
▲ 관람객들의 종이박스가 또 다른 전시물을 창조한 ‘벽을 깨는 이야기’

국제학술회의,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역동성’에 대해 말하다


▲ 발표를 진행중인 지나 마체티 홍콩대학교 교수(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 발표를 진행중인 지나 마체티 홍콩대학교 교수(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문화비축기지의 또다른 건물 T2에서는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국제학술회의가 한창이었는데요. ‘여성주의 시각에서 다시 쓰는 영화사’라는 주제로 한국, 홍콩, 영국 등에서 참석한 영화학자, 비평가, 활동가들이 여성주의적 영화사 쓰기에 대해 논의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 ‘영화제작 연구와 여성영화제작 연구’ 발표 현장(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 ‘영화제작 연구와 여성영화제작 연구’ 발표 현장(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신지윤 셰필드할렘대학교 부교수는 <영화제작 연구와 여성영화제작 연구>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면서 여성 영화인에게 주어지는 열악한 영화제작 환경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또한 여성제작자들의 기여도가 전반적으로 간과되고 있는 것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는데요. 그러한 면에서 여성영화제는 영화인들이 페미니즘 이슈를 중심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론장의 역할을 한다는 점을 역설했습니다. 특히 올해로 21회를 맞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역동적이고 젊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며, 규범적 시선을 갖지 않은 대안적인 공공 영역으로서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 열띤 토론의 현장
▲ 열띤 토론의 현장

학술회의는 1부,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으며, 여성주의와 영화라는 의제 아래 발표와 토론이 번갈아 이어지며 영화제작, 영화사, 영화비평 등을 주제로 한 학자들의 뜨거운 열정이 빛을 발했던 현장이었습니다.

벽을 깨는 얼굴들의 주인공은… 영화제를 빛내는 모든 여성들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스타토크에 참석한 홍보대사 배우 김민정 (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스타토크에 참석한 홍보대사 배우 김민정 (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9월 5일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홍보대사인 배우 김민정, 1·2대 홍보대사이자 명예집행위원인 배우 김아중, 변영주 감독, 전고운 감독 등이 영화제 기간동안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요. 유명 영화인들 뿐만 아니라 관객들은 각지에서 영화제를 방문하며 상암 메가박스에서 상영된 다양한 여성주의 영화들의 매진 행렬에 동참하기도 했습니다.

▲ 상영관을 가득 메운 관객들 (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 상영관을 가득 메운 관객들 (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 SIWFF 공식 포스터 (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 SIWFF 공식 포스터 (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여름의 끝자락 상암에서 발견한 ‘벽을 깨는 얼굴들’의 주인공은 이 영화제를 빛낸 모든 여성들이었습니다. 변재란 조직위원장은 “여성의 힘과 영화가 만나 부푼 흥분이 가득했던 8월이었다. 영화제를 찾아준 많은 분들의 기대와 활기, 목소리를 담아 내년 영화제를 만들겠다.”라며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는데요.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내년인 2020년에는 또 어떤 혁신적인 프로그램들과 영화들로 관객들을 찾아올지 기대가 됩니다. 이번 영화제에 참석하지 못했던 분들은 내년에 열리는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참석해 전 세계 여성영화인들과 관객이 화합하는 ‘특별한 경험’을 놓치지 않으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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