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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지난 밤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

작성일201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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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비행기가 추락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가끔 비행기가 추락할까 무서워서 항공기 이용을 꺼린다는 사람을 만나보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 국제민간항공기구 ICAO2008년 발표에 따르면 비행기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0.0002%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비행기 추락 사고는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가지고 온다. 많은 인명을 앗아갈 수 있는 대형 사고인 동시에 하늘 위의 상황을 외부에서 관찰할 수 있는 장치가 미비해 그 원인이 초기에는 늘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행기 추락 사고가 일어나면 모든 언론이 주목하는 것이 바로 잿더미 속에서 발견되곤 하는 오렌지색 박스이다. 오렌지색 박스를 찾는 순간, 비행기 추락의 그 모든 원인이 밝혀진다. 많게는 1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내는 이 대형 사고의 모든 것을 해명해줄 열쇠가 되는 자그마한 오렌지색 물체, 블랙박스.

 

비행기에 오렌지색 블랙박스가 있듯이, 자동차에도 최근 블랙박스 붐이 일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 운전자가 도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크게 바꾸고 있다.

 

 

어린 여학생이 밤에 거리를 걷던 중, 차에 치여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차는 무자비하게도 여학생을 한 번 친 뒤에 완전히 숨이 끊어지도록 그 위를 두어 번 왕복하기까지 했다. 운전자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그 학생을 두고 멀리 줄행랑을 친다. 이 여학생을 살해한 사건은 증거가 없어 교묘히 묻혔지만, 재판 과정에서 겨우 10분도 안 되는 한 영상이 이 잔인한 뺑소니 사고의 범인이 바로 대기업 총수의 딸임이 드러나게 되는 데에 결정적인 힌트를 제공하게 된다. 그 덕분에 사건을 묻으려 했던 대기업 총수 일가는 자리에서 물러나고 범인은 사법 처리를 받게 된다. 이는 얼마 전 방영되었던 드라마 추적자의 줄거리를 그대로 적어놓은 것이다.

 

수유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차를 멈추고 있던 도중, 순간 눈앞에 무언가가 움직였다가 사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차 앞을 살피던 운전자. 그는 문득 이상한 느낌에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그런 그가 발견한 것은 자신의 차 앞에 누워 있는 한 남자. 아무 생각 없이 출발했다면 그의 다리를 그대로 밟고 지나갈 뻔했다. 아찔한 상상을 지우고 그를 일으켜 세우자 남자는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멀리로 가버린다. 자해 공갈 자살 시도 도무지 알 수 없는 이 기묘한 체험을 담은 영상은 인터넷에 올라온 순간, 수유리 배회남이라는 제목으로 일파만파 퍼졌다.

 

큰 소리로 울려 퍼지는 음악은 차의 오디오에서 나오는 소리다. 그 빠른 비트에 맞춰 개가 다리와 몸을 함께 움직인다. 마치 리듬을 타는 것만 같다. 음악 소리가 멈추자 개도 움직임을 멈춘다. 운전자가 다시 음악을 틀자 개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영상에는 운전자의 웃음소리와 음악이 섞여든다. 이 춤추는 개 영상은 대체 출처가 어디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인터넷에 널리 퍼졌다.

 

Case 1, 2, 3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황당한 일이라는 것 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럼 운전 중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거 이것도 중요한 키워드이기는 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은 바로 드라마에서든 현실에서든 어떤 영상이 핵심 키워드가 된다는 것이다.

 

 

[운전 중에 본 것들을 영상으로 남긴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안에서 운전자는 많은 것을 보는 동시에 많은 것을 놓친다. 억울한 상황에 처했어도, 누군가와 꼭 공유하고 싶은 장면을 목격했어도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나 스쳐 지나가버리는 그 순간은 내 머릿속에만 남아 있을 뿐, 남에게 보여줄 수가 없다. 운전을 하면서 손으로 카메라를 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의 뇌리에 남은 영상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기술이 생겨나려면 아직 몇 년, 아니 몇 십 년은 더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답답함을 해소할 방법이 생겼다. 드디어 자동차에 본 것들을 기억할 수 있는 뇌의 저장소가 만들어진 것이다. 바로 블랙박스다.

 

 

최초의 블랙박스라고 할 수 있는 장치가 항공기에 도입된 것은 56년 전의 일이다. 1956년 데이비드 워런(David Warren)이 개발한 플라이트 데이터 레코더(FDR: Flight Data Recorder)가 바로 그것이다. 데이비드 워런은 아버지를 비행기 사고로 잃은 어린 시절의 불우한 기억을 지닌 이로, 연이어 터지는 비행기 사고를 보며 비행기 내부의 상황을 기록하는 장치의 필요성을 통감하고 있었다.

 

실제로 예나 지금이나 하늘에 CCTV를 설치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다 관제탑과의 통신 하나를 제외하면 완전히 고립된 상황인 항공기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블랙박스가 없다면 말이다.

 

그가 개발한 FDR은 항공기의 고도 및 속도 등을 분석해 이를 금속 테이프에 기록하는 장치로, 사고의 원인 분석에 일부 도움은 되었으나 상황을 생생하게 파악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FDR의 개발을 시작으로, 더 자세히 기내 내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장치가 도입되었다. 콕핏 보이스 레코더(CVR)는 관제탑과 주고받은 교신 내용과 조종석의 기장과 부기장이 나누는 대화가 녹음이 가능한 기술을 가지고 있어, 오늘날 사용하는 블랙박스의 일반적인 형태인 FDRCVR을 동시에 사용하여 사고를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항공기에 사용되는 현재의 블랙박스는 이름에 검은색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과 달리 오렌지색이나 노란색, 빨간색과 같은 밝고 튀는 색을 사용하고 있다. 어떤 곳에 떨어지든, 어떤 상황이든 잿더미가 된 항공기 파편 사이에서 블랙박스를 빠르게 찾아내 사고를 분석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다. 블랙박스라는 이름 그 자체는 색과 전혀 상관없이 공학 용어에서 사용법이나 역할은 잘 알려져 있지만 내부의 구조나 작동 원리가 숨겨진 장치를 일컫는 단어인 블랙박스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편의를 위해 알록달록한 색으로 단장한 항공기의 블랙박스와 달리 사고가 난 차량의 내부는 좁고 사고 반경은 넓지 않기 때문에 차량용 블랙박스는 색에 구애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차량 외부에서도 장치의 외관이 잘 드러나는 차량용 블랙박스의 특성 때문인지 블랙박스는 검은색 일색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심女心을 사로잡기 위해 블랙박스 제조업체에서는 보라색, 분홍색 등의 다양한 색을 입힌 블랙박스가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블랙박스가 등장하기까지 이제 겨우 10년 조금 넘은 시간이 흘렀다. 전 세계적으로 2000년경부터 항공기 블랙박스를 차량용으로 개조해 자동차 사고의 시시비비를 가리고자 하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일본, 유럽, 미국 모두 2005년을 전후로 차량용 블랙박스의 의무화를 서서히 진행해왔다. 한국 역시 현재 택시를 비롯한 사업용 차의 블랙박스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블랙박스를 설치한 차량의 보험료를 3~4% 할인해주는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더 나아가 각 국가마다 향후 몇 년 안으로 사업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차량에 블랙박스를 도입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앞으로는 개인의 선호에 따른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국가까지 나설 정도로 전 세계에 블랙박스 붐이 일어나는 이유는 뭘까

 

자동차 사고는 아차!’ 하는 순간, 눈 깜빡할 사이, 매우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그러니 사고의 원인이 앞차니 뒤차니 하는 언쟁이 오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CCTV가 있어도 차량 바로 앞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찍을 순 없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누가 잘못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줄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도로에서 흔히 보는, 혹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광경이 있지 않은가. 앞차든 뒤차든, 누가 박았든 각 차에서 내리는 이 모두가 뒷목을 잡고 내리는 그 모습을.

 

따라서 차량 전방과 후방을 촬영하여 기록하는 블랙박스의 도입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말까지 나오던 자동차 사고 원인 규명을 더 객관적으로 만들어준다. 행정 처리도 쉬울뿐더러 서로 감정이 상하는 일도 없다.

 

더욱이 블랙박스가 있음으로써 교통사고의 확률도 줄어든다. 주행 중 핸드폰 사용 노선 침범 졸음운전 안 했다고 딱 잡아떼면 모르던 그런 시대가 아니다. 블랙박스 영상만 있으면 다 잡아낼 수 있다. 블랙박스는 내 억울함만 풀어주는 절대적인 내 편이 아닌 것이다. 결국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건 내 운전을 감시하는 경찰관을 매일 태우고 다니는 것과 같다. 고로 운전자 스스로 더 안전한 운전을 하게 된다.

 

블랙박스 도입, 그런데 비용은 어떻게

 

요즘 뉴스 좀 챙겨본다고 하는 사람 중에 블랙박스의 필요성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블랙박스 설치 차량이 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 만나는 이 대다수가 블랙박스를 설치했을 정도로 보급화된 것은 아니다.

 

블랙박스 기기의 평균 가격은 2채널을 기준으로 20만원에서 30만원 사이다. 채널은 몇 방향을 찍을 수 있느냐를 뜻하는데 2채널은 전방과 후방을 찍을 수 있는 블랙박스다. 2채널 블랙박스 중 매우 싼 제품은 10만원 미만인 경우도 있고, 블랙박스의 화질이나 부가 기능 등 성능에 따라 4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기종도 존재한다. 4채널 제품은 앞, , 옆의 4면을 한 번에 촬영할 수 있어 어떤 사고에도 대응할 수 있지만 가격은 50만원에서 70만원을 호가한다.

 

저가 제품을 사용하자니 중국산 싸구려 블랙박스가 유입되어 돈은 돈대로 들이고 작동은 제대로 안 되는 낭패를 볼까 싶어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고가의 제품을 쓰자니 부담이 되는 이도 많다. 필요성은 느끼지만 당장 없어도 사고가 나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게 블랙박스의 구입을 망설이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한때 G마켓에서 특가로 67천원짜리 블랙박스를 1,000대 한정으로 팔았는데, 판매 당일 빠른 기세로 모두 판매되었다고 하니, 블랙박스의 가격으로 인해 달고 싶어도 달지 못하는 사람이 많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블랙박스는 기기를 산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아니다. 블랙박스는 설치하는 데에도 또 돈이 든다. 직접 설치하는 방법도 있지만 아무래도 제대로 설치가 될지 불안한 마음이 크다. 따라서 대다수의 운전자는 사설 카센터를 이용하거나 블랙박스 제조업체의 협력 엔지니어를 통해 설치한다. 부산 해운대의 카센터 업체 직원에 따르면 블랙박스 설치 비용은 각 카센터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2채널의 경우 2만원에서 3만원이라고 하며 몇 채널 제품인지, 매립형인지에 따라 또 천차만별이다.

 

최근 물가로 보면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지만 불황인 만큼 괜한 돈은 들이고 싶지 않은 게 사람 마음이다. 구입하면 땡이 아니라 설치까지 이중으로 돈을 쓴다는 것 자체가 거부감을 주는 듯하다. 실제로 이용하는 고객 중에서는 설치비를 깎아달라고 하거나 블랙박스를 들고와 왜 협력업체를 이용하는데도 설치비까지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아예 사설 카센터를 이용하는 편이 더 믿을 만할 것 같아 찾아왔다며 설치비 관련 불만을 토하는 이가 꽤 있다고 한다.

 

최대한 저렴하게 블랙박스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여러 카센터에 연락을 취해보거나 썬팅이나 다른 부품 교체 시 무료로 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카센터를 이용할 일이 있으면 몰아서 부탁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다.

 

비싸게 설치한 블랙박스, 여차하면 무용지물

 

돈을 들여 설치한 블랙박스가 막상 사고가 났을 때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그만큼 속상한 일이 또 있을까. 이를 위해 운전자가 따져봐야 할 것들이 있다.

 

가장 먼저, 자신에게 맞는 블랙박스를 사야 한다. 블랙박스마다 시야각과 화질, 용량, 저장 방법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요한 것이 바로 블랙박스가 찍어내는 영상의 질이다.

 

블랙박스의 기본 시야각은 120˚. 최근 전방을 더 잘 보기 위해 늘어나고 있는 신종 블랙박스의 경우 140˚를 지원한다. 사람의 시야가 단안시야, 즉 한쪽 눈이 볼 수 있는 시야로 100˚인 것을 생각하면 렌즈가 하나인 블랙박스의 시야각은 넓은 편이지만, 두 눈이 한 번에 볼 수 있는 양안시야가 120˚는 물론이며 150˚를 넘는 것을 생각하면 좁은 편이다. 인간의 눈에는 못 미치지만 블랙박스로서의 제 기능, 사고 현장을 얼마나 잘 포착해낼 수 있느냐로 따지면 120˚보다는 140˚가 더 낫다. 더욱이 옆으로 겨우 10˚ 넓은 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측면에서 일어나는 사고의 경우 사고 경위를 따질 때에는 더 많은 화면을 담아내는 편이 유리하다. 최근 일어나는 교통사고에서 측면 사고가 정면 사고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해 등장한 블랙박스도 있을 정도니 시야각을 꼼꼼히 따져보도록 하자.

 

화질도 중요하다. 원래 블랙박스의 화질은 인간 시야에 포착할 수 있는 정도에 그쳤다. 3m 이상이 되어 사람 눈으로 번호판이 식별 불가능한 정도일 경우, 블랙박스 역시 화면에 번호판이 뿌옇게 흐리게 찍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보완하여 최근에는 풀HD, 1920X1080 혹은 1280X720HD 화질을 자랑하는 블랙박스가 눈에 띤다. 이는 먼 곳으로 달아나는 차량의 번호판은 물론이며, 미세한 충돌 상황도 선명하게 보여줘 사고 현장을 더 생생하게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게 자신에게 잘 맞는 블랙박스를 설치했다면, 그 다음은 관리 문제다.

 

3개월 전, 블랙박스를 설치한 김창수 씨(47)는 블랙박스를 설치했으나 그 사용 방법이나 관리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소 안전 운행으로 유명한 김창수 씨는 블랙박스를 돈 주고 설치하는 데에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지만, “아빠만 안전하게 운전한다고 사고가 안 나나 남들이 다 아빠처럼 운전해야 사고가 안 나지.”라는 딸의 성화에 어쩔 수 없이 블랙박스를 설치했다.

 

그의 차에는 2채널 블랙박스가 설치되어 있으며 기기는 30만 원대, 설치비용은 15천원이 들었다. 돈을 들여 달았더니, 확실히 어디서 사고가 나더라도 이것만 있으면 덮어쓰지는 않겠구나 하는 마음에 안심이 되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그가 가장 불편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주차 버튼이다. 운전 중에만 영상을 찍는 것이 아니라 주차된 상태에서도 영상을 찍기 때문에 그대로 내버려두면 배터리가 닳기 십상이다. 따라서 주차할 때는 주차 버튼을 눌러 주차 모드로 전환해줘야 영상은 계속 녹화되면서 배터리 소모가 적게 드는 방식으로 바뀌는데, 이를 매번 눌러주려니 고욕인 것이다.

 

실제로 김창수 씨와 같은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가 많다. 블랙박스 때문에 차량 배터리가 방전되어 수리를 부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또한, 블랙박스의 메모리를 끼웠다가 빼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영상 녹화가 아예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하루 종일 돌아가는 블랙박스에서 나는 발열 그 자체만으로도 더운 여름 짜증이 나는데, 그 발열이 다시 블랙박스 기기 이상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주차 중에는 차내 온도가 40~80도에 육박하는 한여름에는 블랙박스 고장이 매우 잦은 편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영상을 보기 위해 메모리를 꺼내고 넣을 때에는 전원을 끈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주차 시에는 꼭 창문을 1~2cm 정도 내려둬야 한다.

 

영상을 볼 때도, 가만히 내버려둘 때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마디로 매우 까다로운 녀석인 것이다.

 

블랙박스 사용법도 제대로 모르시는 분이 많으신데요, .”

 

취재한 카센터 직원에 따르면 블랙박스 고장으로 A/S를 요청하는 이가 많지만, 기기 자체의 문제는 기기 판매처에 문의하는 게 먼저이며, 접속 불량이거나 자동차 차체의 문제가 아닌 이상 이쪽에서도 손봐주기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게다가 제품 A/S의 경우, 판매처에서는 책임을 회피하거나 운전자의 관리 소홀로 돌리는 경우도 많아 카센터에 호소하거나 블랙박스를 결국 떼어내는 경우도 꽤 있다고 하니 A/S가 잘 되는 제품인지 먼저 알아볼 것을 권했다.

 

또한 블랙박스를 설치하려는 운전자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블랙박스를 어떻게 관리하면 좋은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운전자의 비율은 낮다고 직원은 우려를 내비쳤다. 블랙박스 사용자의 연령대는 다양한 편이다. 김창수 씨와 같은 40대는 물론, 50대 운전자도 블랙박스를 설치하러 카센터를 찾는다. 안전 운전을 위해 블랙박스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모든 세대에 걸쳐 서서히 자리를 잡는 중인 것이다.

 

그러나 연령층이 높을수록 새로운 기기를 다루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운전자가 많다. 카센터 직원이 일일이 이용법을 설명해주지만, 녹화된 영상을 보는 방법이나 주차 모드로의 전환 등 성능이 다양해지는 만큼 직원 역시 다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사용법을 잘 모르는데 어떻게 섬세한 관리를 바랄 수 있겠는가.

 

 

최근 블랙박스 영상을 사고파는 인터넷 사이트가 생길 정도로 블랙박스 붐이 일고 있다. 지금 잠시 기사를 되돌아보자. 블랙박스는 분명히 필요한 존재다. 그러나 블랙박스는 과연 누구나 쉽게 달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신통방통한 기계일까

 

대답은 “NO”. 더 정확히는 “Not yet”이 맞겠다.

 

비용 측면에서도 기계 이용이나 관리 측면에서도 블랙박스를 너도 나도 사용하기에는 금전적, 심적 부담감이 크다. 이런 운전자를 위해 블랙박스 의무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중국산 싸구려가 아닌 저가형 블랙박스, 고령층을 위한 작동이 간편한 블랙박스의 개발이 시급하다. 사업용 차량의 경우에 블랙박스 설치를 위한 지원금을 주는 제도가 있지만, 아직 전 국민을 상대로 어떤 지원을 펼칠지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진 것은 없다. 더욱이 돈이 있어도 도무지 쓰는 방법을 모르는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경쟁하듯이 높아지는 사양이 아니라 간편하게 영상을 녹화하고 쉽게 관리할 수 있는 튼튼한 블랙박스다.

 

결국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운전자의 안전과 행복이다. 속된 말로 개나 소나 쓴다는 말이 블랙박스에도 적용될 수 있는, 누구나 블랙박스를 쓸 수 있는 흐름이 널리 퍼져 더 많은 이가 억울한 사고에서 벗어나 행복한 운전 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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