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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가 들려주는 인터내셔널 택시 이야기

작성일201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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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한류 열풍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외국인 관광객 1,100만 시대를 맞으며 세계적인 문화-관광 강국으로 떠올랐다. 방문객 수가 늘어난 만큼 그들로부터 여러 종류의 요구와 불편사항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한국관광공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에 방문한 외국인들이 느끼는 불편한 점으로 택시와 언어문제가 꼽혔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2009년에 만들어진 ‘인터내셔널 택시(International Taxi)’는 서울 방문 및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출범한 지 3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인터내셔널 택시. 그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지난 11월 1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인터내셔널 택시 기사 오계석 씨를 만나보았다.


 

 

실력과 인성을 갖춘 자만이 잡을 수 있는 운전대

 




 오계석 씨는 영어와 일본어 실력을 갖춘 3년차 인터내셔널 택시 기사다. 대학 때부터 영어와 일본어 공부를 해왔고, 택시기사 전에 일하던 직장에서는 잦은 해외 출장 등 외국어를 사용할 일이 많아서 실력 유지가 가능했다고 한다. 인터내셔널 택시는 매너뿐만 아니라 외국어능력을 필수로 갖춰야 하는 자리이기에 L그룹 동경 지사장 출신, 은행 지점장 출신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기사들이 많다.


 인터내셔널 택시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서울시에서 준비한 언어, 인성 테스트를 합격해야 하는데, 통과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교육이 이루어진다. 고객응대방법에서부터 마음가짐까지 저명한 인사들을 초청해 강의를 듣는다고 한다. 이렇듯 철저하게 관리하는 이유는 택시 서비스가 ‘한국의 첫인상’이란 생각 때문. 오계석 씨는 택시기사는 민간사절의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면서 손님 응대 시 언제나 웃으면서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My name is Obama(오바마)

손님이 원하면 LA도 갈 수 있어



 그의 영어 이름은 미국 대통령의 이름과 같은 오바마(OBAMA)이다.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이 이름은 오계석 씨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오계석'이란 이름이 외국인들이 발음 하시기에 힘들어 영여이름의 필요성을 느끼던 중, 그는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기억할 수 있는 이름을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성이 ‘오’이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란 점에서 영어이름을 오바마로 결정했다고 한다. 덕분에 손님들이 정말 재미있어하고 그의 이름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하니 분명 매력적인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오바마란 이름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도 무수히 많다. 



 “한 손님이 대뜸 DMZ를 가자고 하셨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인도 분이셨는데 저에게 이북에 친척이 있냐고 물으셨죠. 우연찮게도 저희 아버님이 피난민이셔서 고향이 황해도 평산이시라 이북에 친척들이 있다고 하니 손님이 가슴 아파 하셨습니다. 손님께서 제 덕분에 잘 다녀왔다며 인사하시고는 여행을 마치고 자국으로 돌아가셨는데, 몇 달 후에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인터내셔널 택시 콜센터에서 저에게 전화가 와 제가 오바마가 맞는지 물어왔습니다. 맞는데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그때 그 손님이 한국을 다시 찾으셨는데 제 한국 이름은 기억 못하시고 오바마란 영어 이름만 기억하셔서 콜센터에 전화해 다짜고짜 오바마를 찾아달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 쪽에서 처음에는 장난전화인 줄 알았다가 손님의 태도가 너무 진지해서 알아보았더니 인터내셔널 택시 기사 중 오 씨가 딱 다섯 명이 있어 모두 연락을 돌려봤다고 하더라고요.”





 

 세계적인 이름을 사용하는 택시 기사답게, 서비스의 내용과 질도 세계 최정상급이다. 어디까지가 운행 구역인지 묻자 그는 “손님이 원하면 LA도 갈 수 있죠”라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위에서 언급한 DMZ는 물론이고 주문진, 안동 하회마을 등 전국 유명 관광지 어디든 운행이 가능하며, 데려다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관광 가이드의 역할까지 담당할 수 있다고 한다. 가령 창덕궁을 가면 가장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둘러볼 수 있도록 동선을 짜고 궁궐에 관한 문화, 역사적 설명을 곁들여 손님에게 설명해주는 것이다. 그는 지방 각지 관광지에 대한 정보도 머릿속에 다 있다며 이를 위해 항상 공부를 하고 지인들에게 물어보는 등 꾸준히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번은 손님들과의 주문진 투어에서 그의 장기를 살려 그 곳의 절경을 소개하고 유명 맛집의 매운탕을 맛보여줬더니 손님들이 정말 만족하며 “오바마 최고!”를 연신 외쳤다고 한다. 이 외에도 많은 관광객들이 그와 함께하며 한국에서 아름다운 추억을 남겼다고 하니 이쯤 되면 택시기사가 아니라 우리나라 문화홍보 대사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파리에서 만난 인생의 롤모델을 따라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이 나의 꿈


 만면에 미소를 띠고 운전대를 잡은 그의 모습이 그 누구보다 행복해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10여 년 전에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종업원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인생관을 들려주었다. 

 

 “당시 전 업무 차 프랑스에 갔었는데 잠시 시간이 나서 몽마르뜨 언덕 근처 카페에 들렀습니다. 백발이 성성하신 분이 주문을 받으러 나오셨는데 그의 밝은 미소와 친절한 태도를 보고 노년에도 저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링컨은 ‘마흔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라는 말을 남겼는데, 그 분의 얼굴에는 ‘나는 하루하루가 정말 행복하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저도 은퇴를 하고 무얼 할까 고민하던 중이었는데 그 분의 모습에서 제 인생의 마스터플랜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그 분과 같이 행복하게 사는 것 말이죠. 인터내셔널 택시 기사라는 새로운 길을 선택한 것도 이것의 연장선입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한 택시는 어느덧 종착지에 가까워 가고 있었다. 노랗게 물든 남산의 단풍 가로수 길을 지나며 그와 나누었던 대화들을 되돌아보니 도서관에서 양질의 책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손님들과의 여행 과정 중에 생긴 에피소드는 한 편의 재미있는 소설이었고, 인생에 관한 깊은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고전 한 권을 읽은 듯 마음에 무언가 진하게 남았다. 앞으로도 ‘행복한 삶’이라는 자신의 마스터플랜을 위해, 또한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첫인상’으로서 역할을 다하며 더욱 아름답고 풍성해질 그만의 도서관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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