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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외출을 도와드립니다!

작성일201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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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자단









“잘 댕기오래이~”


 할머니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집을 나서는 영현대의 마음이 편치 않다. 평소 노래 교실, 등산, 노인 대학까지 다니실 만큼 활동적인 할머니지만, 얼마 전 길에서 넘어져 다리를 다치시는 바람에 지금은 영락없이 집을 지키고 계시다. 영현대의 집 근처까지 지하철이나 버스가 다니지 않아 다리가 완전히 낫기 전까지 오래 걸을 수 없는 할머니는 도저히 외출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 교통약자 전용버스인 '해피버스'에 올라타는 어르신들의 모습이다. 사진=하경화


 할머니를 즐겁게 해드릴 좋은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을 안은 채,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향하던 영현대의 눈앞에 마치 노란 땅콩처럼 생긴 버스가 지나갔다. 측면에 ‘해피버스데이’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버스는 장애인과 어르신들을 태우고 유유히 사라졌다. 집 근처에 멈춰선 이 버스의 정체를 알기 위해 영현대는 무작정 버스에서 내린 어르신에게 다가갔다.


▲ '해피버스'의 내부 모습. 영현대 기자들의 취재에 기꺼이 응해준 성민 씨와 성희 어르신(오른쪽). 사진=하경화


 영현대의 물음에 어르신들은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공짜버스’라며 손뼉을 치셨다. 할머니의 아픈 다리를 대신해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찾은 영현대는 곧장 복지관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바로 땅콩버스의 정체를 풀 수 있었다. 영현대가 발견한 버스는 바로 부산 진구 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하고 있는 교통약자 전용버스다.


일반 시내버스와는 달리 눈에 잘 띄는 흰색과 노란색으로 칠해진 ‘해피버스데이’는 대중교통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 장애인, 임산부 등의 교통약자를 위해 개방된 26인승 규모의 저상버스다. 부산 진구 노인·장애인복지관은 부산의 중심지에 위치해 비교적 교통이 좋은 편이지만, 복지관을 자유롭게 이용해야 할 교통약자에게는 여전히 가기 힘든 곳이었다.


▲ 땅콩 모양을 하고 눈에 확 띄는 노란색으로 칠해진 '해피버스'의 외부 모습이다. 사진=하경화


 이에 복지관의 주인인 어르신과 장애인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부산 진구의 모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와 사회복지법인 빛과소금복지재단의 후원으로 복지관을 오가는 무료 셔틀 버스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복지관에서 등록된 이용객들만 버스를 탈 수 있었으나, 이용객들의 증가로 지역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교통약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약자 전용버스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교통약자들도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버스에는 휠체어가 탈 수 있는 장치가 부착되고 대부분의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고 있는 추세지만, 교통약자들은 여전히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치 않다. 하지만 교통약자들을 위해 달리는 해피버스는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껏 이용할 수 있어 이용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듬직한 남자 하차 도우미가 이용객들의 버스 이용에 불편을 겪는 어르신이나 장애인의 승하차를 돕고 있어 버스안내군()까지 갖추고 있는 셈이다.


 셔틀 버스에서 대중교통으로 거듭나고 있는 해피버스는 2개의 노선으로 기존 2회 운영하던 것에서 4회로 늘렸으며, 조만간 1대 더 추가될 예정이다. 이용객들이 정말 대중교통으로 이용할 수 있게 복지관이나 시청, 지하철역뿐만 아니라 아파트 입구, 중학교 앞, 보건소 등에 정차에 접근성을 높였다. 하루 평균 200~300명이 이용할 만큼 버스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이용객들이 해피버스를 애용했다.

 

 

▲ '해피버스데이'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박기태 기사님과 홍주씨. 사진=하경화


 뼛속까지 시린 추운 날씨에도 마음만은 따뜻한 환상의 짝꿍! 그들은 해피버스와 함께 오늘도 도로 위를 힘차게 달린다. 인자함과 자상함이 자연스레 입가에 묻어나는 박기태 기사님(45살)과 친절함과 순수함으로 똘똘 뭉친 하차 도우미 23살 청춘 이흥주 씨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치맥의 조화를 위협할 만큼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두 주인공은 이미 부산진구 노인-장애인 복지관의 해피바이러스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제법 연령차이가 나는 두 주인공이지만, 완벽한 호흡을 과시하며 알콩달콩 소소한 행복을 노약자와 함께 일구고 있다. 지치고 힘들 법 한 일에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으며 노약자의 안전하고 편리한 손과 발이 되어주는 환상의 짝꿍을 지금부터 만나보자!

 

▲ 이용객들의 승하차를 돕고 있는 승주씨(위)와 '해피버스데이'를 기다리는 이용객들(아래). 사진=하경화


 독특한 외양으로 부산시민의 이목을 단번에 사로잡는 버스가 우렁찬 소리와 함께 시동이 걸린다. 마치 노란색 땅콩같이 생긴 해피버스가 출발하기 전 약속이 라도 한 듯 복지관 후문에 모여든 사람들이 탑승하기 시작한다.  “안녕하세요 어르신 오랜만이네요. 날씨가 많이 춥죠” 상냥하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기사 아저씨의 얼굴엔 미소가 서려있다. 이내 돌아오는 대답엔 정겨운 부산 사투리가 버스 안에 울려 퍼진다.  “아이고 되다. 와이래 날씨가 춥노 오늘도 욕봅니더.” 힘들어 보이는 거동으로 버스를 탑승하는 할머니는 거친 호흡으로 기사 아저씨의 인사를 받아주고 호탕하게 웃어 보인다. 버스 밖에서는 어르신의 승차를 돕는 도우미 흥주 씨가 싹싹하게 어르신을 부축하고 있다.

 

 “흥주야 발판 내린다. 내려도 되나” 우렁찬 기사 아저씨의 말에 재빨리 버스 뒷문 쪽으로 달려가 자동으로 작동하는 승하차 휠체어 보조 발판을 살피는 흥주 씨는 여념이 없어 보인다. 발판이 이내 설치되고 장애인의 휠체어를 뒤에서 밀며 승차를 돕는다. 혹여나 운전 중 안전사고에 대비해 여러 장치로 휠체어를 버스 바닥에 고정하고 탑승완료를 외치는 흥주씨.


 해피버스에는 휠체어의 움직임을 방지하기 위해 버스 내부 바닥에는 여러 고리가 있어 쇠사슬로 휠체어를 고정할 수 있다. 또 주행 중 승객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많은 손잡이와 기둥이 있는데,  무엇보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승객의 탑승을 위한 접이식 의자가 있어 손쉽게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 교통약자들의 편안한 이용을 돕는 내부 장치들이다. 사진=하경화

(위-자동 발판, 아래 첫번째와 두번째-휠체어 고정 장치, 아래 세번째-접이식 의자와 앉은키 위치의 하차벨)


 특히 교통약자버스인 해피버스의 장점이 바로 자유자재로 자체의 높낮이와 좌우 균형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승객이 승하차 시 자동 발판을 더 쉽게 이용하게끔 도와준다. 하차 벨 역시 손을 뻗으면 쉽게 닿을 수 있는 위치에 있어 큰 움직임 없이 하차를 알릴 수 있다.

 

 분주한 출발준비를 마치고 드디어 버스가 좁고 복잡한 골목길을 벗어나 대로로 들어섰다. 노련한 운전 실력이 없다면 잦은 접촉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는 어려운 골목길을 언제나 기사 아저씨는 능숙하게 운전한다. 심혈을 기울여 좁은 골목을 통과할 때 기사님과 흥주 씨의 기막힌 호흡을 엿볼 수 있었는데, 갓길에 주차된 차량의 백미러와 접촉 사고를 우려해 흥주 씨는 굳이 기사 아저씨가 말하지 않아도 버스안의 창문을 열어 차량의 백미러를 능수능란하게 접은 뒤 차량진입로 확보에 힘썼다.

 

 ‘띵동~! 양정역 하차 있습니다.’ 익숙한 버스 하차벨소리가 들리고 흥주 씨는 씩씩한 목소리로 다음 정차 역을 알렸다. 버스가 정차하기도 전에 서둘러 하차 준비를 하는 이용객의 안전을 생각해 “앉으세요. 일어나시면 안되요~” 흥주 씨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해피버스의 이용객들이 교통약자이다 보니 승하차 시간이 다소 오래 걸리지만, 기사 아저씨의 배려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천천히 하차할 수 있는 것이 해피버스의 또다른 매력이다.


▲ 오후 6시. '해피버스'의 시동은 꺼지고, 내일을 위해 버스 내부를 깨끗이 청소하는 홍주 씨.사진=하경화


 부지런히 움직이는 흥주 씨는 이곳에서 하차 도우미 일을 한지 약 11개월이 되었다. 사실 흥주 씨는 봉사활동이 아닌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를 하고 있지만, 우리가 지켜본 그의 모습은 봉사활동도 공인근무요원이 아닌 가족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승객을 대하고 있었다.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하차 도우미를 하는 2명의 공익근무요원 중에서 한명이 흥주 씨다.

 

 오후에 활동하는 흥주 씨는 낮 12시부터 5시까지 버스를 기사 아저씨와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23살의 대학생인 흥주씨는 자동차과를 전공하며 훗날 현대자동차로 입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수줍음이 많은 그가 여러 가지 질문에도 솔직하게 답변해줬는데 하차 도우미로 일을 하면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물었을 때 진심이 느껴졌다. 사실 노인과 장애인이 약자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도우미로 활동하면서 그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느끼기 시작했고 안타깝기도 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종종 승객이 과자나 음료수를 주기도 한다. 원래 금품을 받을 수 없고 무료로 운행하는 버스다 보니 승객이 고마운 마음에 이렇게라도 마음을 표현한다며 뿌듯해 했다.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 분을 위해 일할 때 가장 뿌듯하다는 그가 세상을 따뜻하게 만드는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 아닐까


 부산광역시에 단 하나뿐인 해피버스는 약 1년의 시간동안 행복한 세상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비록 대중교통이 편리한 시대가 도래 했지만, 여전히 노약자가 대중교통의 혜택을 누리기엔 부족함이 있다. 좋은 취지로 기업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는 해피버스가 부산을 비롯해 여러 도시를 누비는 그 날이 오길 간절히 소망하며 안전하고 배려로 가득한 교통문화가 한반도에 정착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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