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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언트 펭TV 박재영 PD가 말하는 주니어 PD로 살아남기

작성일 2020.06.18

EBS 박재영 PD / 영현대 11기

안녕하세요. EBS <자이언트 펭TV> 박재영 PD입니다.

<자이언트 펭TV>의 극 중 역할인 ‘펭수 매니저’로 저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전 2018년 EBS에 입사한 공채 PD입니다. 편성기획부에서 신규 프로그램 R&D 담당으로 뉴미디어 콘텐츠 <밥친부터 시작>을 런칭했으며,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조연출을 거쳐 현재 <자이언트 펭TV> 연출로 일하고 있습니다.

입사 3년 차에 접어든 주니어 PD, 내세우기 민망한 이력입니다. 그럼에도 멋진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을 확신하는데요. 그 시작에 영현대가 있었습니다.


“천둥벌거숭이 대학생, PD의 꿈을 확신하다”


때는 2015년 5월. 영현대 면접 당시 일입니다. 우수한 포트폴리오는 물론 목표도 없던 병장 박재영은 군인 정신으로 최종 면접을 치르게 됐습니다. 까까머리 덕분이었을까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예감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허를 찌르는 질문. “꿈이 무엇인가요? 애써 당황한 표정을 감추며 대충 떠오르는 직업으로 대답했습니다. “PD입니다!”

나쁜 대답이 아니었나 봅니다. 영현대 11기 기획취재, 12기 선임으로 활동할 수 있었거든요. 물론 영현대 활동은 실전이었습니다. 예대생의 나홀로 잡상 기록을 넘어서서, 남에게 선보이기 위한 콘텐츠를 만든다는 점이 달랐습니다. 메시지와 타깃, 포맷과 플랫폼을 설정해야 했고, 한정된 예산 안에서 최대한의 상상력을 구현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팀원들과 화합하며 프로젝트를 이끌어야 했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의외로 적성에 맞았습니다. 더불어 PD의 꿈을 확신하게 되었죠. 영현대 활동을 수료한 후에는 구글 뉴스랩 펠로우, 미디어 업계 인턴 경험을 쌓으며 직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습니다. 그렇게 쌓은 경험과 이해를 기반으로 2017년 EBS의 전형에 응시하여 마침내 PD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영현대 시절의 경험을 통해 어엿한 PD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 영현대 시절의 경험을 통해 어엿한 PD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펭수와의 만남”


입사 후 처음으로 연출한 <밥친부터 시작>은 정반대의 두 사람이 함께 식사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 디지털 콘텐츠입니다. 기존 방송 시스템과 달리 세밀한 타깃 설정, 제작 규모의 경량화를 달성해야 했죠. 무엇보다 20대에게 생경한 썸네일, 강하게 소구될 주제를 고려하며 기획했습니다. 첫 편 ‘아이돌 홈마(홈마스터)와 행사 경호원’이 243만 뷰의 성과를 달성하면서, 이슬예나 선배님의 제의를 받아 기획 단계였던 <자이언트 펭TV> 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 저의 첫 연출작, <밥친부터 시작> 1회입니다.
▲ 저의 첫 연출작, <밥친부터 시작> 1회입니다.

펭수와 함께한 첫 촬영지는 초등학교였는데요. 아무래도 학생이 많고 펭수가 펭귄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이다보니 촬영장 주변을 관리할 스탭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스탭을 재미있게 불러보자는 취지로 ‘매니저’란 호칭이 탄생했고, 당시 조연출이었던 제가 자주 불려가다 보니 ‘펭수 매니저’로 굳어지게 됐습니다. 편성 단위인 반 년이 지나 연출을 맡은 지금도 펭수는 저를 매니저로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현재 저는 공식적으로는 펭수 팀의 PD입니다. 아이템을 선정해 구성안을 토대로 촬영하고 연출 의도를 살려서 편집하며, 발행 직후 피드백을 토대로 다시 기획 단계에 돌입하는 사이클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 <자이언트 펭TV> 팀의 PD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 <자이언트 펭TV> 팀의 PD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펭수의 성공비결 세 가지”


펭수의 (구)매니저로서 <자이언트 펭TV>의 성공 비결에 대한 질문들을 자주 받습니다. 펭수의 순발력, 이슬예나 선배님의 리더십, EBS의 실험정신, 가족같은 제작진의 팀워크 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저는 크게 세 가지 비법으로 정리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생경함입니다. 익숙한 주류 문화를 답습한 콘텐츠는 신선함을 전하기 어렵습니다. 하위문화와 B급 정서에서 영감을 받은 세계관은 저희 프로그램의 매력입니다. ‘남극에서 뽀로로를 보고 자극을 받아 한국까지 헤엄쳐 온 EBS 연습생’, ‘열 살이지만 국밥 취향’은 기존 TV 프로그램에서 찾아보기 힘든 설정입니다. 펭수의 외모 역시 기존 어린이 프로그램 주인공과 거리가 있습니다. 낯선 가치들은 대중의 이목을 끄는 데 비교적 유리합니다.

두 번째는 프로그램의 재미입니다. 아이템 기획을 하고, 촬영과 편집을 하면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인데요. 입과 손이 빠른 MZ세대는 콘텐츠에 재미가 없으면 소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이언트 펭TV> 에서는 제작진이 만드는 B급 정서의 세계관, 구성안과 현실을 넘나드는 펭수의 센스, 빠른 호흡의 편집법이 하나가 되어 프로그램의 재미를 이끌고 있습니다. 초반 어린이에서 가족을 위한 교양예능으로 타깃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전 세대에 소구된 유머 코드 덕분이었습니다.

세 번째는 프로그램의 진정성입니다. 생경함과 재미 모두 중요하지만 교육방송의 정체성을 양심으로 삼아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펭수의 높은 자존감이 각박한 현실 속 성인들에게 위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라’, ‘공부는 많이 하면 좋지만 너무 많이 해도 안 좋다’와 같은 펭수의 어록은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으면서 누구보다 자신의 가치관을 잘 지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단순 시청자가 팬덤을 형성하는 데는 펭수와 제작진의 진정성이 컸습니다.

▲ 펭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생경함과 재미, 진정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펭수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생경함과 재미, 진정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꾸준한 헤엄을 통해 꿈을 이루시길 기원하겠습니다.
▲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꾸준한 헤엄을 통해 꿈을 이루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저에게 있어 영현대는 참 고마운 20대의 기억입니다. 밤샘 회의 직후 팀원들과 맞이한 아침 햇살, 러시아와 인도에서 고된 촬영을 끝내고 마셨던 콜라의 청량함. 제작한 콘텐츠가 포털 메인에 게재되어 쾌재를 부른 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정들었던 영현대 동기들과 수료식을 마치고 헤어지던 순간, 눈물을 흘렸다는 건 TMI로 남겨두겠습니다) 미디어와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전무했던 스물다섯 대학생은 영현대 활동을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서른의 PD가 되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미래는 막연하고,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영현대를 통해 꿈을 찾고, 이루었듯이 앞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통해 많은 삶의 가치들을 발굴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펭수가 꿈을 위해 남극 바다를 헤엄쳐 한국에 도착했듯 저 역시도 꾸준히 헤엄치려고 합니다. 20대 여러분 모두의 힘찬 헤엄을 저 역시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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