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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판 장그래, 유덕관 기자를 만나다

작성일 2017.06.26
▲ tvN 드라마 ‘미생’ (출처:http://program.tving.com/tvn/misaeng/14/Board/View?b_seq=9&page=1&p_size=10)
▲ tvN 드라마 ‘미생’ (출처:http://program.tving.com/tvn/misaeng/14/Board/View?b_seq=9&page=1&p_size=10)

몇 년 전 케이블에서 방영된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기억하시나요? ‘미생’은 10대 후반까지 바둑 연구생이었던 주인공 장그래가 회사 인턴으로서 다사다난한 경험들을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와 현실적인 회사생활을 생생하게 담아내면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여기, 청소년기의 바둑 연구생 경험과 높은 의지력으로 본인만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어쩌면 장그래와 닮은 것 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한겨레신문의 유덕관 기자를 소개합니다.

▲ 밝게 인사하는 유덕관 기자
▲ 밝게 인사하는 유덕관 기자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한겨레신문 디지털 부문 콘텐츠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는 유덕관입니다. 한겨레신문의 SNS를 관리하고,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는 사건들을 발굴해서 기사를 쓰거나 새로운 플랫폼과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겨레의 장그래


▲ 공식 기사에서 <한겨레>의 ‘장그래’라고 칭해지는 모습 (출처: http://www.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734627.html)
▲ 공식 기사에서 <한겨레>의 ‘장그래’라고 칭해지는 모습 (출처: http://www.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734627.html)

Q. <한겨레>의 ‘장그래’가 별명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뒷이야기가 있는 건가요?

사실 저는 고등학생 때까지 바둑을 배우며 특기생으로 활동했고, 일반적인 학생들처럼 학창시절을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당시에 저는 바둑 연구생으로 생활하면서, 더 나아가 프로 바둑 기사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나 모두가 그 등용문을 통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 또한 재능의 한계를 느끼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아쉽게 바둑을 포기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 이후에 잠깐 방황의 시기를 거쳤다가, 다시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또 다른 삶의 방향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장그래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제 캐릭터로 밀고 있습니다.

속도보다는 방향


▲ 당시의 경험을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 당시의 경험을 솔직하게 말하고 있다.

Q. 원하던 진로가 좌절되고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그 불안감을 어떻게 극복했나요?

‘지금의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했던 것 같아요. 프로 바둑 기사를 포기하면서 덩그러니 사회에 나왔을 때,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결국 ‘속기’라는 전문 분야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바둑과 속기, 그 둘 사이엔 공통점은 없지만 바둑을 두면서 쌓아온 습관들이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서 뭐든지 최선을 다하고, 끊임없이 계획을 수정했어요. 최대한 내가 계획했던 것에 맞는 모습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들을 통해서 진로의 막막함에 대한 불안감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 캐주얼한 차림도 어울리는 유덕관 기자
▲ 캐주얼한 차림도 어울리는 유덕관 기자

Q. 사실 ‘당장 시작하라’는 말은 쉽지만, 좌절을 겪으면 무기력감에 빠지기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무기력감에도 본인을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이 있나요?

저도 방황하던 시간이 있었기에 무척이나 공감됩니다. 저는 상상력을 많이 발휘하는 편이에요.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을 준비했을 때 5년 뒤, 10년 뒤, 15년 뒤의 내가 어떤 모습으로 일하고 있을 것인가. 어떤 모습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을 것인가.’와 같은 미래를 계속 상상하면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유난히 정장에 넥타이를 맨 멀끔한 모습을 많이 상상했던 것 같아요. 상상하던 대로 정장을 입고 일을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바둑판 위에 의미 없는 돌이란 없다


▲ 신중하게 답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 신중하게 답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Q. 그런데 많은 직업 중에 왜 하필 기자가 되셨나요?

당장 할 수 있던 일이 속기 경력이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첫 직장생활을 방송국에서 편집 보조로 시작했어요. 당시 속해 있던 부서에서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어떻게, 어떤 콘텐츠로 대응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저널리즘과는 다른,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것에 굉장히 매력을 느꼈고,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서 내가 큰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본격적으로 언론 종사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습니다. 그래서 이후에는 학보사 활동이나 포털사이트 기사 편집과 같은 다양한 경험들을 쌓으며 확신을 했고, 그 경험들을 바탕으로 지금은 한겨레신문에서 기자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 바둑 연구생 시절 꼼꼼히 작성했던 바둑 기록 노트
▲ 바둑 연구생 시절 꼼꼼히 작성했던 바둑 기록 노트

Q. 바둑 연구생 경험이 속기사나 신문기자로 일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바둑 연구생 시절 바둑이 한판 끝날 때마다 ‘복기’라는 것을 했는데요, 첫수부터 마지막 수까지 혼자 되짚어보면서 내가 잘못했던 점과 잘했던 점을 정리하는 일입니다. 학창시절 오답 노트와 비슷한 개념이에요. 저는 자신을 돌아보도록 하는 ‘복기’가 어렸을 때부터 습관이 된 덕분에 똑같은 실수를 줄이고, 저만의 강점을 찾으려고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오보를 줄이고, 더 꼼꼼한 기사를 쓰도록 말이죠. 그리고 바둑에서 한 수를 놓을 때마다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는 습관은 더 다양한 국면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더 많은 경우의 수를 대비하려는 꼼꼼함의 뒷받침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습관들은 제 기자 생활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로 봤을 때도 좋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 다시 한번 자신의 20대를 되짚어 보고 있다.
▲ 다시 한번 자신의 20대를 되짚어 보고 있다.

Q. 마지막 20대를 살고 있는 입장에서, 본인의 20대를 되돌아보며 아쉬웠던 점과 잘했다고 생각하는 점을 말씀해 주세요.

주저했던 순간들이 가장 아쉬워요. 지금 생각하면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주저하다가 놓친 것들이 많죠. 저 또한 다양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불안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더 좋은 선택을 위한 고민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조금 더 확신에 찬 행동을 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성과를 재가면서 행동했던 것이 아쉽습니다. 그냥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얼마나 성취할 수 있는지 결과물을 생각하지 말고 재미있게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제가 걷고 있는 길에 대해 쏟아졌던 외부의 시선이나 편견을 피하지 않았어요. 속상할 때도 잦았지만 오늘 최선을 다한 자신을 위로하고 칭찬하는 걸 부끄럽게 여기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바둑이나 속기, 방송국 일, 기자 생활 같은 키워드들은 어떻게 보면 연결이 잘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분명 공통분모는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공통분모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찾은 뒤에는 잘 연결해서 나만의 이야기, 나만의 경쟁력으로 다듬어 나갈 수 있던 것이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


▲ 미래 계획을 작성하는 것이 취미라고 말하며 활짝 웃는 유덕관 기자
▲ 미래 계획을 작성하는 것이 취미라고 말하며 활짝 웃는 유덕관 기자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당분간은 언론 종사자로서 충실하게 살아갈 것 같아요. 단순한 콘텐츠 기획을 넘어서 한겨레신문만의 플랫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획자로 5년 이내에 자리 잡고 싶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기사도 열심히 쓰고, 시장조사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앞으로도 계획이 또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언제나 주어진 것에서 최선을 다하는 건 변함없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29살의 유덕관 기자는 여전히 19살 바둑 연구생 시절처럼 자신만의 바둑을 두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이전세대보다 더 많은 직장과 직업을 거쳐 가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진로를 변경하거나 포기하는 경험은 익숙하지 않고 두렵게만 다가옵니다. 남들보다 늦은 것 같아서 조바심마저 듭니다.

그럴 때는 유덕관 기자처럼 당장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좀 더 ‘나’라는 사람에 대해 확신을 하도록 노력해보면 그 불안감을 떨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 유덕관 기자의 좌우명처럼 우리 모두 자신만의 바둑을 둘 수 있도록 영현대 글로벌 대학생 기자단이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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