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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 독립영화감독과의 인터뷰

작성일 2018.03.12

우리 주변의 이야기, 독립영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독립영화를 한 번쯤 찾아보았을 것이다. 상업영화와는 달리 이익에 구애받지 않고 감독들이 원하는 이야기를 표출하는 영화를 독립영화라고 한다. 종종 독립영화는 배우들이 유명하지 않아서, 혹은 내용이 진부하거나 흥미롭지 않아서 재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우리는 비슷한 장르를 가진 상업영화들의 홍수 속에서 볼만한 영화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독립영화는 다양한 이야기를 위한 소통 창구이며, 때로는 소소한 우리 주변의 이야기가 재밌는 한 편의 영화가 되기도 한다.

여기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 안에 담아내고 있는 젊은 감독들이 있다. 그들이 말하는 영화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이를 만드는 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1.<혜영>의 김용삼 감독


감독이기도 하고 배우이기도 한 김용삼 감독은 지난 2012년의 마지막 단편영화를 끝으로 약 4년간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4년간의 공백 동안 결혼을 위해 현실에 적응하고자 힘썼던 그는 여자 친구와의 이별 이후 그의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를 단편영화로 만들었다. <혜영>이 바로 그 작품이다. 자신의 이별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이 작품은 지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고 일상적인 연애를 절실하게 표현하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 인터뷰 중인 김용삼 감독 1
▲ 인터뷰 중인 김용삼 감독 1

Q.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군대 전역 이후 학교의 연극영화과가 분리되면서 영화과와 내가 다니던 언론영상학과가 통폐합되었다. 그 당시 영화과에 계시던 우리나라 영상 기호학 1호 박사님이 수업을 개강하시면서 우연히 그 수업을 듣게 되었다.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나는 그 수업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그러던 중 영상연출론 수업을 듣게 되면서 직접 영화를 만들게 되었고 연출을 해보니까 영화라는 것이 더 재밌어졌다. 물론 성적을 잘 받기도 해서 더 재밌었던 것 같다.


Q. 감독님의 영화는 어떻게 제작되는지?

A. 일단 독립영화는 제작사나 투자사가 없어서 사비로 제작을 하거나 영화진흥위원회 혹은 각 지자체에 독립영화 제작을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되어 있어 그런 식으로 제작이 이루어진다. 나는 서류를 만들고 설득하는 것이 번거로워 보통 사비로 제작을 하는 편이다.

영화를 구성하는 방식은 보통 파편화된 이미지를 떠오를 때마다 메모해 두고 그런 것들을 끼워 맞추면서 스토리를 만든다. 그러니까 부분 부분의 이미지들을 먼저 구상하고 그 이미지들을 연결하기 위한 중간의 기능적인 장면들을 넣는 식이다. 그리고 보통 결말을 정해놓고 제작을 진행한다. 결말이 정해져 있으면 보통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어떻게든 작품을 완성하는 것 같다. 방향성만 계속 신경 쓰면 되니까.

▲ <혜영>의 스틸 컷 1
▲ <혜영>의 스틸 컷 1

Q. 제한적인 여건 속에서도 계속해서 독립영화를 찍는 이유는?

A. 영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 다른 직업군들은 대부분 회사의 요구에 순응해야 해서 재미를 못 느끼는 것 같다. 근데 영화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 가는 느낌이 들어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영화를 만드는 것이 나에게는 영상 일기라는 생각도 든다. 후에 돌아봤을 때 시기별로 만들어진 영화를 보면서 하나의 기록이 완성된다면 큰 의미가 생길 것 같다. 기록으로서의 영화도 내가 영화를 계속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이다.

▲ 인터뷰 중인 김용삼 감독 2
▲ 인터뷰 중인 김용삼 감독 2

Q. 4년간의 공백 이후 이전과는 다르게 '남녀 간의 관계'에 대해 영화를 제작한 이유는?

A. 일단 나는 경험론자에 속한다. 경험하지 못한 것은 안다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보통 경험한 것들을 주제로 영화를 찍는다. 지난 4년간의 공백 동안의 시간은 오롯이 헤어진 여자 친구와의 시간이었다. 그 4년 동안 그 친구를 제외하고는 내 인생에서 남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백 이후에 남녀 간의 이별을 다룬 영화를 제작하게 되었다.


Q. 이후의 영화도 남녀관계를 다룰 생각인지?

A. 아마 2018년도 여름에 <혜영>의 프리퀄을 찍을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그 작품의 시나리오 작업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프리퀄 제작 이후에 그 전작인 <혜영>과 합쳐서 장편화할 계획을 하고 있다. 이별 전에 두 주인공이 만난 배경과 연애의 과정을 담을 예정이고 이 또한 경험을 토대로 각색할 것 같다.

▲ <혜영>의 스틸 컷 2
▲ <혜영>의 스틸 컷 2

Q. <혜영>을 포함 주로 영화를 흑백으로 찍는 이유는 무엇인가?

A. 먼저 일본의 고전 영화 느낌을 좋아한다. 흑백의 질감이라든지 장면에서 효율적으로 사용되는 명암이 인상적이어서 좋다. 그리고 <혜영>의 배경이 내가 사는 집인데 벽의 벽지가 흰색이다. 그래서 영화상으로 색감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는 제작비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조명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촬영하기 위해 흑백을 택했다. 흑백으로 찍으면 화이트밸런스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Q. 영화감독으로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

A.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확보하여 영화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더불어 어떻게 해서든 영화사에 발자취를 남기는 것도 목표이다. 그게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대중들에게도 기억될 수 있는 명작을 남기고 싶다.

2. <내 얘기를 들어보세요>의 백순도 감독


▲ <내 얘기를 들어보세요>의 스틸 컷 1
▲ <내 얘기를 들어보세요>의 스틸 컷 1

이번 서울독립영화제에 출품하여 <내 얘기를 들어보세요>로 경쟁 단편 부문에 입선한 백순도 감독은 흔한 우리들의 일상 속에서 여성이 겪는 불안과 그에 대한 사회의 반응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의 영화 속에서 여주인공과 심리상담사 간의 대화로 인해 극이 진행되는데 사회적으로 여성이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과 그에 대한 냉담한 사회의 반응을 잘 드러내어 영화제에서 많은 관객의 공감을 샀다. 위 작품이 감독의 첫 영화이기에 다음 영화를 더 기대해볼 만하다.

▲ 인터뷰 중인 백순도 감독 1
▲ 인터뷰 중인 백순도 감독 1

Q.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A. 어렸을 때부터 영화잡지를 오랫동안 구독해왔다. 원래 영화에 관심이 많았기에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줄곧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학교의 영상동아리를 들어갔고 졸업 영상을 준비하면서 이번 기회가 마지막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영화를 만들어보게 되었다.


Q. 본인만의 영화를 구성하는 방식은 어떤 것이 있는지?

A. 먼저 심리상담사인 교수와 여주인공이 다투면서 대화하는 형식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런 발상으로부터 조금씩 확장을 하면서 스토리를 구성했다. 이후에 스토리를 중심으로 이미지를 배열하고 콘티를 하나씩 채워 넣었다. 개인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를 싫어하기 때문에 최대한 완벽히 준비해서 촬영에 임했음에도 이후에 편집 과정에서 내가 생각했던 바대로 영상이 구성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조금 아쉬웠다.

▲ <내 얘기를 들어보세요>의 스틸 컷 2
▲ <내 얘기를 들어보세요>의 스틸 컷 2

Q. 대학생 기준으로는 지출되는 것들이 상당히 많은데 영화를 찍은 이유는?

A. 돈을 지출한 것이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취미 활동이나 대외활동으로서 영화제에 입선도 해보는 좋은 경험을 가져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 재미있다. 스스로 머리를 쓰는 것도 꽤 생산적인 재미를 주고 촬영을 할 때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 뿌듯하고 고마웠다. 주변인들에게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완성 후에 관객들의 반응을 보는 것이 상당히 즐거웠다.


Q. 다른 스릴러물인 독립영화들과의 차이점은?

A. 장르적인 분위기 연출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해 처음에 장르를 정할 때 망설였다. 그래서 나는 좀 더 심리적인 묘사와 관념적인 부분들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 대화와 내레이션으로 영화를 구성하였다. 영화상에서 특히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기 전까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갈등이 표출되기 전에 관객들을 제대로 설득시켜야 하니까.

▲ 인터뷰 중인 백순도 감독 2
▲ 인터뷰 중인 백순도 감독 2

Q. 여성의 불안과 관련된 주제를 택한 이유는?

A. 하루는 새벽에 이어폰을 끼고 집에 들어가는데 바퀴벌레 두 마리와 마주쳤다. 개인적으로 바퀴벌레를 너무 싫어해서 그날 굉장히 불쾌한 감정을 느꼈다. 그 당시 강남역 살인사건이 이슈화되어있던 시기였다. 내가 느낀 불쾌감이 일반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에 비하면 너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그들의 불안 자체에 대해 표현해보고자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상으로는 실질적인 범인이 없어서 여성 혼자의 망상일 수도 있지만 그런 면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불안 자체는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과 많은 여성이 불안에 대해 토로할 때 그것을 듣는 다른 이들의 반응을 보여주고 싶었다. 극 중의 심리상담사는 여성의 말을 잘 듣지 않거나 가르치려 하거나 막으려 한다. 영화 상의 공간 안에서 권력관계를 보여줌으로써 문제의식을 더 거시적으로 확장하고자 하였다.

▲ <내 얘기를 들어보세요>의 스틸 컷 3
▲ <내 얘기를 들어보세요>의 스틸 컷 3

Q. 지금 독립영화를 만들고 싶은 2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 기왕 만드는 거 무엇이든 아끼지 않고 아까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만들고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처음 만드는 입장에서 관객들이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독립영화를 잘 보지 않는 사람들이 많고 요즘에는 2분짜리 페이스북 영상도 잘 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 재밌어할 만한 영화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Q. 최종적인 목표는?

A. 인생의 목표 중 하나가 장편을 연출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만족할 정도의 수준을 갖춘 장편영화를 만들고 싶다. 일하면서 단편영화는 찍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은 단편영화를 계속하면서 실력을 쌓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이후에 장편영화 연출에 도전해보고자 한다.

3. <정우의 우정>의 김승주 감독


▲ <정우의 우정> 스틸 컷 1
▲ <정우의 우정> 스틸 컷 1

제15회 미장센 단편영화제,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에 상영되었던 <정우의 우정>은 담담하고 나긋한 장면들로 연애의 과정을 서사했다. 본 영화는 큰 사건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극이 전개되지는 않지만 담담한 어투로 얘기하는 것만 같은 장면구성으로 연애하는 남녀관계를 현실적으로 그려내어 관객들의 공감을 샀다.

▲ 인터뷰 중인 김승주 감독 1
▲ 인터뷰 중인 김승주 감독 1

Q.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A. 아버지가 영화를 많이 좋아하셔서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많이 봤다. 또 그즈음에 글쓰기와 미술을 좋아했는데 시간이 지나 중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생각해보니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는 것이 영화 작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었다. 이후 영화과에 진학하며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

▲ <정우의 우정> 스틸 컷 2
▲ <정우의 우정> 스틸 컷 2

Q. 영화과 학생들의 전반적인 제작 과정은?

A. 학교에서 제작하는 영화들의 경우 제작 기간이 아주 짧다. 3~4개월 안에 모든 제작 과정을 끝내야 하는데 미리 시나리오를 써놓지 않는다면 제작하는 데에 어려움이 많다. 나 같은 경우는 학교에서 한 학기에 한 번씩 워크숍을 진행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했다. 혼자서 프리프로덕션과 프로덕션 그리고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끝내야 하기 때문에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일단 학교의 과제 마감일까지 제출을 하고 후반 작업을 나중에 하는 때도 있다.


Q. 영화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본인만의 방식은?

A. 실제로 겪었던 사건이나 감정들에서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하는 편이다. 그래서 실제로 겪었던 것들에서 대사를 차용하는 때도 있고 그런 것들을 잘 기억하고 구현하려는 편이다. 그리고 다른 영화들이나 사진 작품들도 장면구성에 참고를 많이 하는 편이다. <정우의 우정>에서는 에드워드 호퍼라는 회화작가의 그림들을 많이 참고했다. 촬영감독님과 그림에 대해 공유하고 연출을 했던 것 같다. 작가의 그림 중에 혼자 앉아있는 사람이나 뒷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분위기의 장면들을 많이 넣고 싶었다.

▲ 인터뷰 중인 김승주 감독 2
▲ 인터뷰 중인 김승주 감독 2

Q. 극의 진행에서 큰 사건이 없는데 극 중 인물의 감정 변화는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

A. 개인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다. 결국, 남녀가 마지막에 이별하는데 이유가 명확하지는 않다. 그렇게 내용의 빈 공간을 만들어 놓고 보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많이 대입했으면 좋겠다. 각자의 경험들을 반추해서 그 빈 공간을 많이 채워주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서 의도적으로 그렇게 느슨한 내러티브를 했던 것 같다.


Q. 앞으로는 어떤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은지?

A. 매번 장르를 다양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원래 스스로 확신이 크지 않은 사람이기도 해서 그때그때 관심이 있는 것에 대해 만들었다. 그래서 미래에 어떤 이야기를 만들지는 가늠이 되지 않는다. 지금 당장의 목표는 한편만 더 만들어보자는 것인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이야기와는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 것 같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지 않고 사회의 문제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루어보고 싶다.

▲ <정우의 우정> 스틸 컷 3
▲ <정우의 우정> 스틸 컷 3

Q. 영화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때때로 장난스럽게 영화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하곤 하지만 그래도 내가 대학교에 와서 영화를 공부하며 20대를 보낸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영화를 만드는 것에 도전해보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열정만으로는 영화를 만들 수 없는 것 같다. 자신의 내면을 채우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많은 고민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갖는 것과 그것을 통해 깊이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그런 과정들이 더 좋은 영화를 만드는데 밑거름이 된다고 생각한다.

마치며


최근 열렸던 독립영화제의 출품작 수는 1400여 개, 카메라 기술의 발전과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각자의 방법으로,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독립영화는 더 다양하고 공감되는 작품으로 관심이 늘고 있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우리 주변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 '혜영', '내 얘기를 들어보세요', '정우의 우정' 영화 스틸 컷 제공 : 김용삼 감독, 백순도 감독, 김승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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