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오벤져스’의 주장, 서울시청 휠체어컬링 국가대표팀 서순석 선수를 만나다

작성일 2019.01.03
평창을 뜨겁게 달구었던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끝난 지도 어언 7개월이 지났습니다. 봄,여름이 지나 다시 겨울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평창을 뜨겁게 달구었던 대한민국의 영웅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영미의 바통을 이어 전 국민에게 컬링의 재미를 전파한 ‘오벤저스’의 주장이자 패럴림픽 개막식의 마지막 성화봉송 주자였던, 휠체어 컬링 국가대표의 스킵 서순석 선수를 영현대 기자단이 만나봤습니다.

서순석 선수는 누구인가?


▲ 경기 중 샷을 던지는 서순석 선수 (출처: 대한장애인컬링협회)
▲ 경기 중 샷을 던지는 서순석 선수 (출처: 대한장애인컬링협회)

서순석 선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컬링 열풍의 중심에 있는 ‘오벤져스’의 주장입니다. 컬링을 처음 접한 지 약 2년 만에 국가대표가 되어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8년 키사칼리오 오픈 은메달, 2017년 제14회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혼성 휠체어컬링 WC-E 금메달, 2016년 세계휠체어컬링선수권대회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겸비한 대한민국 휠체어 컬링 국가대표의 든든한 주장입니다. 지난 2018 평창 패럴림픽 개막식에 팀킴의 안경선배 김은정 선수와 나란히 등장하여 패럴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성화를 점화한 마지막 성화 봉송 주자로 많은 국민들의 기억에 남아 있는 선수이기도 합니다.

잊을 수 없죠


▲ 경기 후 관객의 환호에 화답하는 ‘오벤져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컬링 국가대표팀 (출처: 대한장애인컬링협회)
▲ 경기 후 관객의 환호에 화답하는 ‘오벤져스’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컬링 국가대표팀 (출처: 대한장애인컬링협회)

지난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서순석 선수는 “잊을 수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캐나다와의 3, 4위전에서 마지막 샷이 아쉽게 빗나가면서 우리 대표팀은 4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치 패럴림픽이 끝나고 평창 패럴림픽을 위해 대표팀은 더 많은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아쉬움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23살 때 장애인이 된 후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우리는 사회 안에서 살고 싶지만, 생각보다 그 문턱이 높더군요. 그나마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운동이었어요. 운동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되었고, 패럴림픽 컬링에 대한 국민들의 성원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끼면서 그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죠. 처음 평창 패럴림픽 경기를 시작할 때는 이전의 올림픽 경기와 큰 차이를 못 느꼈어요. 그런데 한 게임, 한 게임 우리 팀이 이길 때마다 관중들이 점점 많아지고 뜨겁게 응원을 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주체 못할 만큼 뛰더라고요. 같은 팀 형님에게도 ‘관중이 정말 많이 왔다. 우리 메달 딸 것 같아’라고 말 했어요. 끝까지 경기에 집중했어야 하는데 ‘메달을 따겠구나’하는 순간 주의력이 분산된 것 같아요. 아쉽죠. 마지막에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 것이….”

소치와 평창 무려 두 번의 패럴림픽을 경험한 서순석 선수인 만큼, 소치 패럴림픽에 비해 달라진 국민적 관심도가 체감되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 서순석 선수는 웃으며 답했습니다.

“소치 패럴림픽 때는 장애인이 소치올림픽에 갔다는 걸 잘 모르시더라고요. 이번 평창 동계패럴림픽에는 대통령님이 직접 오셔서 경기관람도 해주시고, 방송 3사에서 경기를 생중계했어요. 또, 현장에 와 주신 관람객과 자원봉사분들이 응원해 주시니까요. 그런 관심이 저희한테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점점 “진짜 잘하네?”하다가, 어느 순간 컬링장 전체가 우리 응원단으로 물들어 버렸죠. 또, 게임결과도 좋으니 국민들이 좋아해 주시고요. 우리나라 컬링이 이렇게 잘하는 줄 몰랐다고요.”

현대자동차 그리고 패럴림픽 컬링 국가대표팀의 인연


이번 평창 패럴림픽은 현대자동차와도 인연이 깊은데요. 대회 기간동안 현대자동차는 ‘라이트 업 카 컬링’이라는 전국민 정지선 지키기 캠페인을 통해, 패럴림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조성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라이트 업 카 컬링'은 현대자동차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이해 올바른 자동차 문화를 조성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횡단보도 정지선 지키기 캠페인으로, 컬링의 경기를 모티브로 한 게임 방식으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2월 1일부터 25일까지, 3월 10일부터 13일까지 29일 동안 진행되었으며, 게임을 통한 기부금 9,969만 8100원을 달성하는 뜻깊은 성과를 얻었고 수익금은 모두 대한장애인컬링협회에 기부되었습니다.

▲라이트 업 카컬링 기부금 전달식 (출처: HMG저널)
▲라이트 업 카컬링 기부금 전달식 (출처: HMG저널)

이번 캠페인에 대해 패럴림픽 컬링팀 선수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사실 저희는 (경기에 집중하느라)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캠페인을 진행하신 분들의 마음만은 알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또 이러한 캠페인에 한 획을 그어주신 게 현대자동차잖아요. 같이 동참해 주시니까 저희 입장에서는 정말 고맙죠.”

또 현대자동차에서 진행한 <라이트 업 카 컬링> 정지선 지키기는 캠페인을 넘어, 일상에서 ‘필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현대자동차에서 진행한 ‘라이트 업 카 컬링’ 정지선 지키기 캠페인은 일상에서 필수가 되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보행자와 운전자의 안전을 위한 약속이잖아요. 모두가 지켜야 할 규율이죠. 시작은 현대자동차에서 했지만, 전국민이 모두 정지선을 꼭 지키게 되면 좋겠어요.”

운명처럼 다가온 컬링


20대에 교통사고로 장애를 얻고 서순석 선수는 우울증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권유로 시작한 컬링은 그대로 서순석 선수에게 운명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운명처럼 시작한 컬링은 2년 만에 소치, 평창 패럴림픽을 지나 현재 서울시청팀까지 이어졌습니다. 취미로서의 컬링이 아닌 컬링 선수가 되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는지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서순석 선수는 첫 대회라고 답합니다.

“첫 대회 가서 ‘이건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벤쿠버 은메달리스트 팀과 게임을 하는데 저희는 알기 힘든 전략으로 게임을 해요. 그런데 잘하더라고요. 저희 입장에서는 너무 놀라웠어요. 그 팀이 세계 1,2위 팀이라고요. 저 팀만 이기면 세계 1등이 될 수 있구나 싶었죠. 운명처럼 다가온 거죠.”

운명처럼 다가온 컬링을 계속해가겠다는 결심은 어떻게 들었을까요?

”소치 패럴림픽 끝나고 컬링을 계속해가겠다고 결심했어요. 정말 부끄럽지만 소치 패럴림픽에는 컬링에 대해 잘 모르고 갔어요. 컬링을 시작하고 2년 반 만에 운이 좋아 패럴림픽에 국가대표로 가게 된 것인데, 그곳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만나고 느낀 건 제가 더 많이 발전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들을 이기려면 내가 먼저 변해야겠다는 생각이요. 저는 컬링이 재미있어요. 동시에 세계 탑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죠. 그래서 소치에 갔다 와서 더 열심히 했습니다. 우선 체력이 약하더라고요, 그래서 달리기를 비롯한 통해 체력 훈련을 통해 몸을 많이 만들었어요. 그리고 전술훈련을 위해 경기 동영상도 많이 봤어요. 그런 노력들이 모여 계속 국가대표를 하게 되었고, 지금의 백 감독님(현재 서울시청 국가대표 감독) 만나서 시너지효과를 내게 되었죠.”

▲ 그동안의 훈련 강도를 보여주듯 굳은살이 박힌 서순석 선수의 손
▲ 그동안의 훈련 강도를 보여주듯 굳은살이 박힌 서순석 선수의 손

서순석 선수에게 컬링이란 바로 '자신' 입니다.

“지금도 눈뜨면 바로 생각하는 것이 컬링입니다. 제가 나이가 올해 마흔여덟인데, 10년 더 선수 생활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래서 열심히 체력 관리를 하고 있죠. 체력이 받쳐줘야 하거든요.”

20대에게 말하다


▲ 의정부 컬링장에서 만난 서순석 선수
▲ 의정부 컬링장에서 만난 서순석 선수

서순석 선수는 20대에 사고를 당한 후 컬링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했다고 합니다. 당시 어려움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겨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사람들은 나만 왜 그래? =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첫마디가 그럴 거예요. 저도 그랬어요. 왜 나만 사고 후에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이런 생각이요. 그런데 그런 생각만 하다 보면 사람이 부정적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스스로 얻은 답은 ‘인생이 그럴 수 있어’에요.”

“(사고 이후) 친구가 저에게 “너는 자존심으로 사냐 자존감으로 사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대답을 못했습니다. 자존감도 아닌 중간지점에서 헤매는 기분이었어요. 오히려 자존심에 가까웠죠. 20대에 장애인이 되면서 사람들이 당연히 날 챙겨줘야지 하는 생각이 생기더라고요. 자연스레 불만도 많이 생기고 TV에 정치인들이 나오면 화도 나고요.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잊어버리게 해준 게 컬링입니다. 컬링을 시작한 이후부터 자존심보다는 자존감으로 살게 되었어요. 컬링 선수로서 마음이 떳떳하니까요. 남들이 뭐하냐고 물어보면, ‘컬링선수에요’라고 답하니 자존감이 쑥쑥 올라가더라고요. 어느 순간 쓸데없는 자존심은 사라지고요. 자연스럽게”

누구나 자신만의 십자가를 지고 있듯, 지금 각자의 어려움을 가진 20대에게 서순석 선수는 뭐든 다해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합니다.

”지금 환경이 아무리 힘들어도 나에 맞는 직업이나 커리어를 찾아서 노력했으면 좋겠어요. 제 경험상 20대는 어려요. 20대에는 뭐든 다 다해봤으면 좋겠어요. 저는 정말 다해봤거든요. 막노동도 해보고 공부해서 자격증도 따봤죠. 그런 과정을 거치고 깨달은 점이 주변 사람으로부터 배울 게 정말 많다는 사실이에요. 이 과정을 통해 좋은 점을 잘 찾고 배워서 나의 것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서순석 선수가 컬링이라는 운명을 찾았듯, 많은 20대들의 자신만의 서선수처럼 자신만의 ‘운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운명’을 기다려야 할까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서선수는 “버티는 것보다는 즐겨라”라고 합니다.

“버티는 것보다는 즐겼으면 좋겠고, 인생을 슬기롭게 꾸몄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지 찾아봤으면 좋겠어요. 직업이란 게 결국 내가 좋은 걸 해야 재미있잖아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해야,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요. 남에게 보여주는 걸 하는 것은 결국에는 쓸데없는 자존심이에요.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건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컬링선수만의 집중력 유지방법이 있을까?


▲훈련하는 서울시청 휠체어 국가대표팀 (출처: 서울시청)
▲훈련하는 서울시청 휠체어 국가대표팀 (출처: 서울시청)

컬링은 빙판 위의 체스라고 불릴 만큼 집중력이 중요한 종목입니다. 대학생들에게 집중력을 키울 수 있는 팁을 질문했다가 기자의 바람과는 다른 대답을 들을 수 있었어요.

“특별한 팁보다는 일상생활에서 ‘멘탈’이 많이 중요하죠. 저희도 멘탈을 알기 전에는 그 중요성을 잘 몰랐어요.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해보니 일상생활에서 멘탈 관리가 필요하더라구요. 흔히 말해 ‘멘탈 붕괴’를 상황을 맞이했을 때 이를 대처하는 방법을 습관화해야 해요. 컬링 경기에서 샷을 던질 때 어떤 동작에서, 어떤 힘으로 던지는지 게임을 풀어내는 과정 모두 루틴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루틴을 찾아내고 지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에는 스포츠와 일상생활은 같은 거죠.”

자동차와 20대 드라이버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if를 20년째 타고 있다는 서순석 선수. 배테랑 운전자로서 자동차에 추가되었으면 좋겠는 기능이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쏘나타 if를 20년째 타고 있어요. 지금 타고 있는 쏘나타는 핸드컨트롤러만 추가해서 타고 있습니다. 제 경우엔 높은 차들은 탈 수가 없어요. SUV 같은 차종은 장애 중증 정도에 따라 탑승가능하기도 하지만, 저 같은 사람들은 타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자동차에 휠체어 리프트나 혹은 자동차의 뒤에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20대에 운전을 시작하는 대학생들에게 안전운전을 신신당부했습니다.

“20대 여러분들 꼭 안전운전 부탁해요. 특히 과속하지 마시구고요. 특히 운전은 습관이니까요, 안전운전을 꼭 습관화 시켰으면 좋겠어요. 사고로 하루아침에 인생이 바뀌어요. 모두가 내가 장애인이 될 거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죠. 그런데 사고가 나는 순간 장애인이 되어버려요. 선천적으로 장애인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실제로 저희 대표팀 대부분도 교통사고로 인해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게 된 사람들이 많아요. 미래를 짊어질 대학생인 만큼 꼭 안전운전 주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훈련하는 서울시청 휠체어 국가대표팀 (출처: 서울시청)
▲훈련하는 서울시청 휠체어 국가대표팀 (출처: 서울시청)

대표팀의 장기적인 목표는 2020베이징 올림픽, 단기적 목표는 스코틀랜드 세계선수권대회라고 합니다. 10월 둘째 주부터 약 한 달 가량 해외 전지훈련을 떠난 대표팀은 이번 전지훈련을 통해 국제 흐름을 파악할 예정입니다. 평창 패럴림픽을 지나 그리고 스코틀랜드 세계선수권, 2020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향해 오늘도 열심히 훈련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휠체어컬링 국가대표팀을 영현대 기자단이 응원하겠습니다.

해당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영현대 저작권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며, 비영리 이용을 위해 퍼가실 경우 내용변경과 원저작자인 영현대 워터마크 표시 삭제는 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