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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리 속 특별함을 찾는 ASMR 유튜버, 미니유를 만나다

작성일 2019.01.16
타닥타닥 모닥불 타는 소리, 소곤소곤 귓가에 속삭이는 친구의 목소리. 일정하게 반복되는 일상의 소리를 듣다 보면 어느새 스르르 잠에 빠져듭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귀를 파줄 때의 기억, 미용실에서 머리를 만져줄 때의 느낌, 나지막이 들려오는 카페의 백색소음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ASMR은 바로 이러한 일상의 자극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현상입니다. ASMR이 최근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각종 광고에서도 그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국내에 생소했던 ASMR을 도입한 1세대 ASMR유튜버 미니유를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

힘겨운 삶에 위로로 다가온 ASMR



유튜브 48만 팔로워, 인스타그램 1.9만 팔로워를 가진 그녀는 ASMR 영상을 제작하는 유튜버입니다.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감각쾌감 반응)이란 특정한 소리를 들었을 때 기분 좋게 소름 돋는 현상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어 심리적인 만족감과 쾌감, 진정효과를 만들어내는 심리안정치료법을 일컫는 말입니다

“연극배우가 아니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성공하기 힘들고, 경제적인 어려움에까지 부딪히면서 꿈을 단념해야만 했어요. 그 후 이 직업, 저 직업을 방황하면서 슬럼프에 빠져 있었죠. 그때 저를 위로해 주었던 것이 바로 ASMR이었어요.”

미니유는 오랜 시간 연극배우가 되기 위해 극단에서 연기를 배우며 오디션에 수차례 도전했지만 계속 고배를 마셨습니다. 자신의 의지로 하고 싶은 일이 아니면 쉽게 흥미를 잃어버리는 성향 탓에 당시 방송작가, 일반 사무직, 그리고 학습지 교사에 이를 정도로 다양한 직업을 전전하며 혼란을 겪었습니다. 그 시절 ASMR을 처음 접하며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러던 와중, 한국어로 된 ASMR 영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2013년부터 직접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당시에 슬럼프라고 생각했던 이 시기를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 슬럼프 덕분에 ASMR을 접하게 되었고, 현재 그녀가 가장 주력하는 콘텐츠인 ASMR 상황극 영상을 제작할 때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좀 더 영상을 다채롭게 만들어 주기 때문인데요. 역시 모든 경험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치유



그저 ASMR이 주는 안정감과 위로가 좋아서 시작한 채널이지만 이제는 ASMR 유튜버라는 당당한 직업이 되었습니다. 48만 팔로워를 가진 그의 유튜브 채널에 ASMR 동영상을 올리면 보통 평균 10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가장 많은 조회 수를 받은 영상은 420만 회가 넘습니다.


그 중 미니유가 영현대 구독자들에게 가장 추천하는 ASMR 영상은 ‘당신의 비, 같이 맞아드릴게요’ 입니다. 한 공터에서 밤부터 아침까지의 시간 동안 비를 맞는 모습과 소리를 담은 영상인데요, 우산을 쓰고, 또는 내리고 비를 맞고 있는 미니유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울컥하며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듭니다. 영상의 하단에는 ‘예전에는 비를 같이 맞아 준다는 게 무슨 의미를 뜻하는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 마음속의 먹구름이 내리는 비를 같이 맞으며 우울함을 느껴주고 위로해준다는 의미인 것 같아서 울컥하네요!’, ‘칙칙했던 나의 하루를 정화해주어서 고마워요’, ‘한창 힘들 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저 혼자 비 맞으면서 울었던 과거가 생각나네요. 많이 추우셨을 텐데 과거의 저와 같이 비를 맞아주셔서 감사해요.’ 등 약 500개의 공감하는 댓글이 적혀있습니다.

“그 영상을 찍을 때 악성 댓글 때문에 심적으로 매우 힘들었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그걸 이겨내 보겠다고 나를 위한 힐링 콘텐츠로 제작한 영상이었는데 정말 많은 사람이 공감해주시더라고요. 댓글로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시는 사람들 덕분에 오히려 제가 더 감동을 받았었어요. 지금 20대 충분히 힘들잖아요. 영현대 구독자들도 그중 하나일 것으로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에게 ASMR을 통해서 위로와 안정을 전해주고 싶어요.”

ASMR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힐링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니유는 평범한 상황극에도 대사를 통해 칭찬하는 말, 격려하는 말, 위로하는 말을 사용하려 노력합니다. 사람들의 마음 상처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는 미니유의 마음이 돋보입니다.

▲미니유가 ASMR 영상을 제작할 때 주로 사용하는 마이크 3dio
▲미니유가 ASMR 영상을 제작할 때 주로 사용하는 마이크 3dio

“초반에는 장비가 없었고, 그냥 핸드폰 하나로 핸드폰 내장 마이크로 했었거든요. 그러다가 점점 욕심이 나고 완벽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서 하나둘씩 장비를 모으기 시작했죠. 소음에 민감한 콘텐츠이다 보니 집 거실에 방음 부스를 설치했어요. 영상 컨셉과 맞는 배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소품을 찾아보기도 하죠”

조금 더 완벽한 ASMR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현재는 마이크를 6개나 사용하고 있다는 미니유. 구독자들이 영상을 조금 더 편하게 보기 위해 편집 프로그램을 공부하고, 소리를 연구한다고 합니다. 영상 구성을 정한 후 스튜디오를 꾸미는 과정에서 컨셉을 최대화하기 위해 소품 시장을 찾아가 발품을 팔기도, 영화 패러디 영상을 만들 때는 그 영화를 수십 번을 보며 연구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영상을 보고 있으면 영상의 질을 위한 미니유의 열정이 느껴집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미니유, 사운드디자인



ASMR은 미니유 인생의 2막을 열어주었습니다. 자신의 삶에 원동력이 되어 주었기에 ASMR에 더욱 애착이 간다는 미니유는 다양한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고, 학교를 돌아다니며 강연을 진행하며 ASMR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꽃길만을 걸어왔을 것 같은 미니유의 ASMR 인생은 사실 항상 좋은 날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유튜브를 시작할 당시에는 ASMR이 매우 생소한 콘텐츠였기에 초반에는 그 개념을 이해시키기까지 매우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이게 뭐 하는 건지 아예 이해를 못 하시는 분이 대다수니까 이건 ASMR이라는 것이고, 심리적 안정을 유도하는 것이라고 앵무새처럼 말해야만 했어요. 영상을 안 좋게 보시는 분들이 익명의 공간에서 욕을 섞어가면서 말씀하시는 댓글을 보면서 정말 힘들었어요. 당시에는 ASMR 유튜버로 활동하시는 분들이 더욱 소수였기 때문에, 그것을 모두 혼자 짊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외로웠어요. 그래도 지금은 ASMR이 많이 알려져서 조금은 위안이 되는 것 같아요.”

▲미니유ASMR이 사운드디자인을 담당한 HERA의 광고
▲미니유ASMR이 사운드디자인을 담당한 HERA의 광고

ASMR의 홍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한 그녀의 덕분일까요. 현재 ASMR은 기성 광고에도 사용 될 만큼 유명한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에는 화장품 회사의 광고에 사운드디자인을 직접 담당하는 등 더욱더 새로운 도전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ASMR이라는 생소한 장르가 기성 광고에도 출현하는 것을 보며 다양한 콘텐츠에 ASMR이 사용되기까지 그녀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거창한 목표가 필요한가요? 행복하면 그만이에요



“제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제가 행복해지는 것이에요. 제가 행복하기 위해서 ASMR도 하는 거고, 내 채널을 알리고 ASMR을 알리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제가 행복하고 싶기 때문이거든요. 그냥 행복한 것 그 자체를 되게 추구하고 있어요.”

미니유는 ASMR의 매력으로 일상의 소리를 통해 기억을 환기한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귀를 파주는 소리를 들려주면서, 엄마가 귀를 파주던 때의 기억, 촉감, 그리고 냄새까지도 회상할 수 있는 ASMR 사운드가 과거의 좋았던 기억이나 추억을 같이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ASMR의 매력을 더욱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전달하는 것에 행복감을 느낀다는 그.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ASMR이라는 분야에 도전하며, 묵묵히 발전하고 있는 미니유 ASMR. 많은 사람에게 ASMR을 전파하며 행복을 느낀다는 그녀가 더욱 행복할 수 있길 바라봅니다.

ASMR 유튜버 미니유가 전하는 ASMR 맛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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