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3일로 생명을 구하는 법, 조혈모세포 기증

작성일 2019.12.11
여러분은 골수이식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영화나 드라마를 비롯한 미디어를 통해 정말 힘든 수술로 소개되기에 ‘조혈모세포 기증’이라고 하면 보통 골수이식을 떠올리게 되고 그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사실 골수이식은 조혈모세포 기증의 한 종류이며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는 방식입니다. 새로 개발된 ‘말초혈 조혈모세포 채취법’이 의료기술의 발달로 많이 간소화됐기 때문입니다.


조혈모세포 기증? 위험하잖아? 비용은?


조혈모세포는 혈액을 구성하는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을 만들어내는 줄기세포로 골수, 말초혈, 제대혈에 분포합니다. 쉽게 말해 '어머니 세포'입니다. 하지만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 환자들은 조혈모세포가 건강한 혈액세포를 만들어 내지 못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타인의 건강한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아 정상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혈액세포를 만들어내 생명을 유지해야 합니다. 조혈모세포 기증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과거에는 골반에서 직접 골수를 채취해야 하는 '골수 조혈모세포 채취법'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대다수가 알고 있는 소위 '골수이식'이 바로 이 수술입니다. 골반뼈에서 혈액을 채취하는 이유는 혈액생성을 담당하는 조혈모세포가 골반에 많이 몰려있기 때문입니다. 처치와 입원과 회복까지 일주일이 걸리고, 전신마취로 수술이 진행되기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말초혈 조혈모세포 채취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기증에서 90% 이상을 이 수술로 진행했고, 정맥에서 헌혈하듯 진행해 기증자의 부담도 많이 줄었습니다. 말초혈 조혈모세포 채취는 기증 3~5일 전부터 매일 1회 골수 내에 존재하는 조혈모세포를 옮기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기증자는 ‘과립구 집락 촉진인자’ 주사를 맞게 되는데요, 이 주사는 골수 안에 있는 조혈모세포를 혈액(말초혈)로 나오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후 일반 헌혈처럼 혈액분반기를 이용해 조혈모세포만 채취하는 방식으로 말초혈 조혈모세포를 채취합니다.

기증자는 과립구 집락 촉진인자 주사를 맞을 때 두통 또는 뼈 통증 그리고 근육통, 몸살감기와 같은 증상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약물 반응은 주사 투여 기간에만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입니다. 또한 채집 과정에서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일주일 내로 회복되므로 이 기간에 무리한 운동만 피하면 일상생활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금전적인 부분도 기증자가 전혀 부담하지 않습니다. 수술을 받을 때 나오는 입원비나 건강검진을 통해 나오는 검사비까지 기증자는 모두 지원받습니다. 기증자에게 필요한 준비물은 건강한 몸과 시간입니다.

어떻게 하나요?



조혈모세포 기증은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제13조 제1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16조의 규정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이 조혈모세포 분야 장기이식등록기관으로 지정한 기관에서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한마음한몸운동본부, 생명나눔실천본부가 해당 기관입니다. 대한적십자사에서 운영하는 '헌혈의 집'에서도 간단히 등록할 수 있고, 나머지 위 4개 기관에서도 동일하게 등록할 수 있습니다.

등록을 마치면 적합한 조직적합성항원(이하 HLA) 형이 일치하는 환자가 나올 때까지 기다립니다. 비혈연 간 HLA 형이 맞을 확률은 수천~수만 분의 1 정도이기 때문에 일치자가 나타날 때, 즉 기증이 필요한 환자가 나타날 시기를 확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비혈연간 기증은 만 55세까지 진행하며 이때까지 일치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 기증 희망등록 정보는 폐기합니다. 신규 등록 역시 기증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18세부터 40세 미만까지만 가능합니다. 젊은 층이 더욱 기증에 나서야 하는 이유입니다.

▲ 실제 환자와 기증자를 연결해주는 기관 중 하나인 가톨릭 조혈모세포은행 (출처: 가톨릭대학교)
▲ 실제 환자와 기증자를 연결해주는 기관 중 하나인 가톨릭 조혈모세포은행 (출처: 가톨릭대학교)

실제로 연락이 오게 되면?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소속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에 따르면 HLA가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나면 빠르게 기증자에게 연락을 취합니다. 기증 절차에 대한 자세한 상담을 진행하고, 기증자가 기증 의사를 표현하면 건강검진이 진행됩니다. 마지막으로 기증자의 연령, 질환을 고려해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기증자는 일정에 맞추어 기증 3~4일 전부터 과립구집락촉진인자 주사제를 피하주사로 맞습니다. 그리고 채취 전날 입원해 채취 당일, 양팔의 혈관에 바늘을 꽂아 한쪽 팔에서는 혈액을 채취하고, 기계에서 조혈모세포만 채집한 다음 다른 한쪽 팔로 조혈모세포 외의 나머지 혈액 성분을 다시 돌려줍니다. 성분헌혈과 동일한 방식이며 3~4시간 정도 편하게 누워있으면 됩니다. 채취량은 200~250cc 정도입니다. 채취 이후 조혈모세포의 양을 체크하고 다음 날 퇴원을 하면 기증자의 역할은 끝납니다. 채취 후 2~3주 이내에 조혈모세포는 원상회복됩니다. 이후 약 한 달 후 회복상태 확인을 위해 회복검사를 받고 나면 '말초혈 조혈모세포 기증'의 절차는 끝납니다.

당신의 3일이 누군가를 살릴 수 있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희망자는 2012년 한해 2만 명을 돌파한 후, 2017년까지 계속해서 2만 명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중 연간 실제 비혈연 이식을 시행한 인원은 500여 명이지만,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 발생 환자는 연간 4천 명 이상으로 집계됩니다. 1994년부터 우리나라 누적 기증희망자수는 약 37만 명이지만 확률적으로 이식대기자가 조직적합성항원(HLA)을 찾을 확률이 60-70%에 불과하므로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 조혈모세포 기증 캠페인을 진행중인 모습(출처: 가톨릭대학교)
▲ 조혈모세포 기증 캠페인을 진행중인 모습(출처: 가톨릭대학교)

물론 기증하는 과정이 조금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간절하고 또 간절합니다. 기증에 소요되는 당신의 3일이 누군가의 미래가 될 수 있다면 인생의 그 어떤 3일보다 멋진 날일 것입니다. 그럼 이제 기증희망자 등록 신청하러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해당 콘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 영현대 저작권이 있습니다.
                                                해당 콘텐츠의 상업적 이용을 금지하며, 비영리 이용을 위해 퍼가실 경우 내용변경과 원저작자인 영현대 워터마크 표시 삭제는 금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