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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 앞에서 작아지지 마세요

작성일 2020.07.01
‘가세요’. ‘멈추세요’. ‘조심하세요’. 도로 위에서 운전자에게 쉴 새 없이 말을 건네는 신호등, 여러분은 얼마나 잘 알고 있나요? 딜레마 존, 점멸신호, 감응신호, 비보호 좌·우회전 등 신호등 앞에서 꼭 알아야 할 정보들을 알려드립니다.

신호등은 어떻게 바뀌어 왔을까?


▲ 신호등은 변화를 거듭하며 지금의 형태로 자리잡았습니다.
▲ 신호등은 변화를 거듭하며 지금의 형태로 자리잡았습니다.

신호등은 1868년 영국 런던에서 세계 최초로 탄생했습니다. 당시에는 가스를 사용하는 수동식 신호등을 사용했죠. 경찰관이 직접 수동으로 조작해 적색과 녹색을 표시했습니다. 하지만 가스 폭발이 자주 일어나 경찰관 부상이 잦아지자 촛불이나 석유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후 1914년, 미국 디트로이트에 최초의 전기 신호등이 생겼고, 4년 후엔 미국 뉴욕 5번가에 오늘날과 같은 3색 신호등이 처음으로 설치됐습니다. 처음 생긴 3색 신호등은 지금과는 색깔의 뜻이 달랐습니다. 초록색은 ‘좌우로 진행’, 노란색은 ‘직진으로 진행’, 빨간색은 ‘정지’를 뜻했죠. 현재와 같은 뜻을 가진 3색 자동 신호등은 1928년 영국 햄프턴에 처음으로 등장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40년 종로 사거리 화신백화점 앞, 을지로 입구, 조선은행 앞에 처음 교통신호기가 설치됐습니다. 이때는 아직 신호기에 전등을 넣지 않아 3색 날개가 번갈아 나오는 식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야간에는 사용할 수 없었죠. 지금과 같은 신호등은 광복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처음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1978년 이전까지 노란 불은 좌회전을 의미했습니다. “노란 불엔 돌아가라”는 말도 이 때문에 생겼죠. 1982년에는 처음으로 좌회전 표시가 추가된 4색등을 도입했는데, 녹색신호에서 좌회전하는 차량의 사고가 빈번했기 때문입니다.

신호는 어떻게 바뀌는 걸까?


▲ 우리나라 신호주기 중 가장 흔한 형태는 직진 후 좌회전과 직·좌 동시신호입니다.
▲ 우리나라 신호주기 중 가장 흔한 형태는 직진 후 좌회전과 직·좌 동시신호입니다.

신호 주기는 지방경찰청 교통 관련 부서에서 관리합니다. 도로의 형태나 폭 교통량을 따라 결정하죠. 주요 간선도로 등에서는 신호연동제를 시행해서 한 번 직진 신호를 받은 차량은 제한 속도 내로 주행하면 적신호를 받지 않고 계속 달릴 수 있도록 합니다. 반대로 어린이보호구역 등에서는 일부러 신호주기를 계속 멈추도록 설계해 전체적으로 주행 속도를 줄이도록 하는 곳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신호주기의 가장 흔한 형태는 ‘직진 후 좌회전’과 ‘직·좌 동시신호’입니다. 우회전은 상황에 따라 대부분 신호를 받지 않고 이뤄집니다. 또한 늦은 밤이나 통행이 많지 않은 곳은 점멸신호로 이뤄지며, 감응신호를 통해 좌회전을 받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운전자가 신호등 앞에서 좌·우회전을 망설이거나, 점멸신호와 노란 불 앞에서 설지 말지 고민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망설임과 고민의 시간이 사고를 유발하기도 하죠. 그렇다면 우리는 다양한 신호 상황에서 어떻게 운전해야 할까요?

황색신호에는 무조건 멈춰야 할까?


▲ 운전자라면 황색신호 앞에서 한 번쯤 망설여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 운전자라면 황색신호 앞에서 한 번쯤 망설여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딜레마 존이란 교차로를 지나기 전 황색신호가 시작되는 것을 보고도 속도 때문에 정지선에 멈추지 못하거나, 3초간 점등되는 황색신호가 끝날 때까지 교차로 상충지역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구간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정지선에서 자동차 2~3대가 들어갈 수 있는 거리(약 10~15m)를 딜레마 존이라 말하죠. 외국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지만, 많은 연구원이 황색신호 시 운전자의 90%가 서는 지점과 운전자의 90%가 가는 구간 사이의 영역을 딜레마 존이라 정의합니다.

그렇다면 운전하다가 딜레마 존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도로교통법에서는 “황색신호는 정지선이 있거나 횡단보도가 있을 때에는 그 직전에 정지해야 하며, 이미 교차로에 진입하고 있는 경우에는 신속히 교차로 밖으로 진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황색신호는 적색신호와 마찬가지로 정지 신호이며, 교차로 진입 직전에는 감속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황색신호에서 교차로에 진입한 후 적색신호로 바뀌면 도로교통법에 따라 명백한 신호위반이며, 적발 시 과태료 5~8만원과 벌점 15점이 부과됩니다.

하지만, 이 같은 도로교통법이 딜레마 존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정지선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아무리 제동을 걸어도 정지선을 넘을 수밖에 없는데, 현행법 상으로는 신호위반이며, 사고라도 나면 12대 중과실로 넘어가기 때문이죠.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일본의 경우 “다만 황색신호일 때 안전하게 정지할 수 없을 경우는 제외한다”라는 예외 단서가 있어 딜레마 존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점멸신호에는 가야 할까? 말아야 할까?


▲ 적색 점멸신호에는 일시 정지 후 주변을 살피고 출발해야 합니다.
▲ 적색 점멸신호에는 일시 정지 후 주변을 살피고 출발해야 합니다.

점멸신호는 신호등 불빛이 깜빡이는 신호를 말합니다. 늦은 밤이나 통행이 적은 도로에서는 점멸신호를 흔하게 사용하죠. 신호가 점멸등이 되면 보행자 신호등은 자동으로 꺼집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황색 점멸은 “다른 교통 또는 안전표지의 표시에 주의하면서 진행할 수 있다”, 적색 점멸은 “정지선이나 횡단보도가 있을 때에는 그 직전이나 교차로의 직전에 일시정지한 후 다른 교통에 주의하면서 진행할 수 있다”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황색 점멸은 서행으로, 적색 점멸은 일시정지 후 통과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직진도로, 우선도로에서는 황색 점멸을, 좌·우회전, 합류도로에서는 적색 점멸을 사용합니다. 점멸신호 역시 엄연한 신호체계이기 때문에 무시하고 통과하면 위법 행위입니다.

점멸신호는 교통효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심야나 휴일 같이 교통량이 크게 줄어드는 시간대에도 고정 주기의 신호등을 운영하면 보행자나 차량이 의미 없는 신호를 오래 기다려야 하며, 이 때문에 신호를 위반하는 풍조가 만연했습니다. 때문에 교통당국은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전국 교차로와 횡단보도 곳곳에 점멸신호를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점멸신호를 단순 경고나 고장으로 알고 있는 운전자도 많습니다. 점멸신호가 사고를 유발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죠. 점멸신호의 정확한 의미와 의도를 알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감응신호는 어떻게 받아야 할까?


▲ 앞으로 우리나라에 감응신호가 더 많아질 예정입니다.
▲ 앞으로 우리나라에 감응신호가 더 많아질 예정입니다.

국토가 큰 미국과 중국 같은 나라는 고정 주기로 신호가 바뀌지 않고, 일정 구역에 차량이 서있어야 신호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많습니다. 이를 감응신호라 하죠. 교차로에 설치하는 감응신호는 도로 밑에 센서(루프 검지기)를 설치해 자동으로 대기 차량을 감지한 후 필요한 신호를 부여하는 시스템입니다. 보행자나 진입 차량이 없을 때는 항상 직진신호를 부여하기 때문에 신호대기 시간을 최소화하며, 신호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편리한 시스템이지만, 많은 운전자가 잘 알지 못해 좌회전 차선에서 감응 센서를 밟지 않고 대기하다가 막연히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에 설치된 감응신호 시스템에는 대부분 파란 네모 칸 안에 센서 구간을 표시했습니다. 자동차를 그 위치에 정확히 올려놓아야 센서가 차량을 인식하고 좌회전 신호를 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보행자용 감응신호도 많이 등장하는 추세인데, 보행자 작동 신호기 버튼을 클릭해야 횡단보도에 녹색 불이 들어오는 시스템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2020년 지능형교통체계(ITS) 구축 공모사업’으로 앞으로 더 많은 감응신호가 생길 예정이니, 도로 위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겠죠?

비보호 우회전은 항상 가능한 걸까?


▲ 우회전은 신호를 받지 않지만 무조건 가능한 건 아닙니다.
▲ 우회전은 신호를 받지 않지만 무조건 가능한 건 아닙니다.

비보호 우회전은 공식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흔히 적색, 황색신호에 우회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우회전이 대부분 신호등 지시에 상관없이 가능하죠. 모든 나라가 그런 건 아닙니다. 때문에 해외에서 운전하다가 신호를 받지 않고 우회전하는 위반을 저지르는 일도 많죠. 예를 들어 일본은 우회전, 직진, 좌회전 모두 녹색신호를 받아야 가능하며, 적색신호에서는 모든 방향 진행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신호 지시 없이 우회전이 가능한 건 아닙니다. 우회전은 신호에 따르지 않기 때문에 신호에 따라 움직이는 보행자나 직진·좌회전·유턴 차량보다 통행 우선순위가 낮습니다. 우회전이 불가능한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우회전하기 전에 있는 횡단보도 보행신호가 녹색일 때는 우회전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우회전한 후에 있는 횡단보도 보행신호가 녹색일 때는 보행자가 통행을 마칠 때까지 기다린 후 통과해야 합니다. 단, 우회전한 후 나오는 횡단보도에 정지선이 있다면 보행자 유무와 관계없이 보행신호가 끝난 뒤 통과해야 합니다. 이건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직진·우회전 차로에서 직진해야 할 때 우회전하려는 뒤차를 비켜줄 의무 역시 없습니다. 양보하는 마음으로 정지선을 넘을 경우 교차로 통행법 위반으로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비보호 좌회전은 아무 때나 가능할까?


▲ 비보호 좌회전은 녹색 불에 통과해야 합니다.
▲ 비보호 좌회전은 녹색 불에 통과해야 합니다.

비보호 좌회전은 교차로에서 별도의 좌회전 신호를 주지 않고, 직진 신호일 때 좌회전을 허용하는 방식입니다. 불필요한 신호대기 시간을 줄여서, 교통체증을 완화한다는 장점이 있죠. 도로 교통에 관한 비엔나 협약을 비준했거나 유럽 방식에 영향을 받은 대다수 나라에서는 녹색신호의 의미에 기본적으로 비보호 좌·우회전을 내포합니다. 녹색신호가 모든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걸 뜻하는 거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좌회전 신호를 따로 사용하고 있으며, ‘직진 후 좌회전’과 ‘직·좌 동시신호’로 좌회전 지시를 내립니다. 하지만 모든 도로에 좌회전 통행량이 많은 건 아니기 때문에 좌회전 신호를 짧게 주거나 아예 없어도 되는 곳은 비보호 좌회전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보호 좌회전은 아무 때나 이뤄져도 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먼저 신호등이 빨간 불이라면 좌회전이 불가능합니다. 이때 좌회전을 돌면 엄연히 신호위반이며 범칙금이 부과됩니다. 신호등이 녹색이라면 반대편에 차량이 오지 않는지 확인한 후에 좌회전을 해야 합니다. 좌회전 도중 사고가 발생하면 직진 차량보다 좌회전 차량에 더 큰 과실이 책정됩니다. 비보호 겸용 좌회전 구간에서는 신호에 따라 직진 신호일 때는 비보호 방식으로, 좌회전 신호일 때는 정상적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신호등 얼마나 자세히 보나요?


▲ 우리의 자동차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신호등에 좀 더 관심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요?
▲ 우리의 자동차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신호등에 좀 더 관심을 가져보는 게 어떨까요?

하루에도 수백 번 색깔을 바꾸면서 도로 위를 정리하는 신호등, 여러분은 얼마나 자세히 보시나요? 신호등은 겉으로 보기에는 별 거 없어 보이지만, 나름 복잡한 연산으로 움직이며 우리의 자동차 생활을 편리하게 만듭니다. 오늘만큼은 운전할 때 신호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며 고마움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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