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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주차난, 차고지증명제로 해결할 수 있을까?

작성일 2020.08.26

주차공간 부족, 어떤 문제가 있을까?


▲ 주차공간 부족은 불법주차로 이어지고, 사회적 비용까지 초래합니다.
▲ 주차공간 부족은 불법주차로 이어지고, 사회적 비용까지 초래합니다.

주차할 곳이 없어 난처했던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시죠? 주차공간을 찾아 동네를 한두 바퀴 도는 건 예삿일이고, 이웃과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어 얼굴을 붉히는 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주차공간 부족으로 질서가 무너지면 사회적 비용과 함께 다양한 문제가 생깁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이웃 간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다음으로 불법주차 문제입니다. 주차공간이 부족한 곳에선 길가에 노상 주차한 자동차가 흔해 도로 통행을 방해합니다. 화재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차가 도로변에 길게 늘어선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현장에 진입하지 못해 구조 작업이 늦어지면서 피해를 키우는 경우도 있죠. 마지막으로 교통사고가 늘어납니다. 길 양옆으로 주차된 자동차들 사이로 보행자가 갑자기 튀어나오면 운전자가 즉시 발견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운전자가 보행자 안전을 위한 법 개정보다는 불법주차를 막는 제도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주차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 거주자우선주차는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차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 거주자우선주차는 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차공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주차공간 부족을 해결하려는 노력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먼저, 아파트에만 살아본 운전자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거주자 우선 주차’입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주택가와 상가 지역 주변 통행량이 많지 않은 도로 일부분에 주차 구획선을 만들고, 거주민과 근무자에게 유료로 주차를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도심 건폐율(대지면적에 대한 건축면적의 비율)이 높고, 건물이 틈 없이 빽빽하게 들어선 서유럽에서 먼저 시작했으며, 우리나라에선 서울시가 1997년 처음 도입했습니다.

▲ 공유주차장은 빌려주는 운전자와 빌리는 운전자 모두 득이 되는 상생 주차입니다.
▲ 공유주차장은 빌려주는 운전자와 빌리는 운전자 모두 득이 되는 상생 주차입니다.

다음으로 '공유주차장'이 있습니다. 주차장 소유자가 주차장을 이용하지 않을 때 다른 사람에게 주차공간을 대여해주는 시스템입니다. 공유하는 운전자는 주차장을 쓰지 않는 시간에 부수입을 올릴 수 있고, 공유 받는 운전자는 저렴한 가격으로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죠. 최근엔 지자체가 주도해 모바일 앱으로 '거주자 우선주차장'을 공유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으며, 기관 및 단체의 유휴 주차공간을 주민에게 무료로 개방해 '공유주차장'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토교통부가 소관하는 주차장법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장은 정기적으로 주차장 수급실태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 조사에 따라 주차장 확보율(주차단위구획의 수를 자동차의 등록대수로 나눈 비율)이 낮으면, 주차환경 개선지구로 지정해야 합니다.

‘차고지증명제’란?


▲ ‘차고지증명제’는 주차할 곳이 있는 운전자만 자동차를 구입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 ‘차고지증명제’는 주차할 곳이 있는 운전자만 자동차를 구입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차고지증명제’는 주차공간을 확보한 운전자만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제도입니다. 자동차를 등록할 때 반드시 차고지 확보 증빙서류를 제출해야 하죠. 자동차처럼 큰 공간을 차지하는 개인물품을 집 밖에 두어 공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방지하고, 자기 책임 하에 적절한 보관장소를 설치하자는 원칙을 제도화한 것입니다.

‘차고지증명제’ 먼저 도입한 일본, 효과는?


▲ 일본은 자동차가 점점 늘어나는 시점인 1962년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했습니다.
▲ 일본은 자동차가 점점 늘어나는 시점인 1962년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했습니다.

일본에서 렌터카로 여행해 본 적 있나요? 우측통행이 조금씩 익숙해질 때쯤 도로를 둘러볼 여유가 생기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불법 주정차가 없는 쾌적한 도로 환경입니다. 일본은 1962년에 이미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차량 소유자는 거주지 2km 안에 차고지를 확보하고, 관할 경찰서에서 관련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죠. 차주는 이 증명서를 자동차등록사업소에 제출해 번호판과 함께 확인증을 받습니다. 확인증은 자동차 앞 유리에 붙여 주차공간이 있는 자동차라는 걸 알려야 합니다.

일본은 세계적으로 ‘차고지증명제’의 교본으로 인정받습니다. 문제가 크게 발생하기 전에 제도를 만들어 큰 어려움 없이 주차난을 해결할 수 있었죠. 일본이 차고지증명제를 실시한 1962년 당시 도쿄 인구는 막 1,000만 명을 돌파했고, 자동차는 약 67만대였습니다. 국민 15명당 1대 수준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반대 없이 제도를 정착할 수 있었죠. 참고로 우리나라는 2020년 현재 인구 2명당 1대꼴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 일본은 도로변 장시간 주차를 금지해 차고지증명제가 빠르게 정착했습니다
▲ 일본은 도로변 장시간 주차를 금지해 차고지증명제가 빠르게 정착했습니다

일본 차고지증명제는 서서히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도쿄 경찰청은 도로를 차고지로 등록할 수 없도록 엄격하게 감시했으며, 도로에서 주간 12시간, 야간 8시간 이상의 장시간 주차를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차고지 위치 역시 주거지로부터 500m 이내로 제한했습니다(이후 2km로 이내로 개정). 제도 시행 후 10년이 지나자 차고지 등록이 70%를 넘기며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내 1973년에는 도쿄 포함 전국 6대 도시에서만 이뤄졌던 차고지증명제를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했습니다.

일본 차고지증명제의 성공 비결은?


▲ 일본은 적극적인 보완책으로 ‘차고지증명제’ 효과를 높이고 깨끗한 도로를 만들었습니다.
▲ 일본은 적극적인 보완책으로 ‘차고지증명제’ 효과를 높이고 깨끗한 도로를 만들었습니다.

차고지증명제에 대한 효과를 높인 가장 큰 핵심은 엄격한 벌금이었습니다. 일본의 차고지증명제는 1991년 이후 10년간 4차례에 걸쳐 개정됐는데, 처음엔 3만 엔 이하였던 벌금이 개정을 거치며 20만 엔까지 인상됐습니다. 민영주차장 보급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마련한 다양한 보완책도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힙니다.

우리나라 ‘차고지증명제’ 도입 현황은?


▲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가 가장 먼저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했습니다.
▲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가 가장 먼저 ‘차고지증명제’를 도입했습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본격적으로 자동차가 늘면서 주차난을 경험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인구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은 대책 마련이 시급했죠. 이에 서울시는 1989년 서울시 교통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차고지증명제’ 도입을 추진했고, <차고지 확보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건의했습니다. 이에 <자동차의 차고지 확보 등에 관한 법률>이 공청회를 거쳐 6대 도시를 대상으로 입법 예고까지 갔지만, 자동차산업에 악영향을 끼치고, 차고지를 마련할 여유가 없는 생계형 자동차 소유자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제도화에 실패했습니다. 이후로도 정부와 국회는 근거 법률 부재를 이유로 합의와 연기를 반복했으며, 서울시는 지속적으로 주차장법 개정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2007년, 제주도라는 뜻밖의 지역에서 물꼬가 터집니다. 당시 제주도는 인구 2.5명당 1대꼴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전국 평균이 3명당 1대 수준이었으니, 섬이라는 한정된 지역 안에서 육지에 비해 주차난이 심했죠. 제주도는 2006년 4월 <차고지 증명 및 관리조례>를 만들어 2007년 2월 전국에서 처음 대형 자동차를 대상으로 차고지증명제를 시행했습니다. 이후 2012년 중형자동차, 2015년 전 차종을 대상으로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차고지 확보 속도가 늦고, 기반시설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적용시기를 각각 5년씩 연장했습니다.

▲ 제주도는 엄격한 기준으로 ‘차고지증명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 제주도는 엄격한 기준으로 ‘차고지증명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제주도 차고지증명제는 일본처럼 엄격한 기준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직선거리 500m 이내의 포장된 노면을 가진 곳에 차량을 주차해야 하며, 진출입 통로와 주차 장면이 포장된 바닥이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게다가 건물 차고지는 주소지 등록 거주자로 제한하고 있을 만큼 엄격하죠. 또한, 이전이나 소멸 등을 이유로 차고지가 변경되었을 때에는 15일 이내에 도지사에게 신고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번호판을 영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계점도 분명 있습니다. 제주도 차고지증명제는 운수사업용 여객 자동차, 화물자동차, 매매용 전시차 등을 제외합니다. 관광산업 인프라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차고지증명제 효과를 보기에는 예외가 많다는 지적입니다. 자동차 증가율이 차고지 확보율보다 훨씬 높아 제도 시행을 5년씩 미뤘다는 점도 제도가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차고지증명제’, 문제는 없을까?


▲ ‘차고지증명제’가 저개발 지역을 차별해 빈부 격차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 ‘차고지증명제’가 저개발 지역을 차별해 빈부 격차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차고지증명제가 실시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요? 그렇지 않을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먼저 주차공간을 많이 확보한 신축 아파트 가격은 폭등하고, 그렇지 않은 저개발 지역 주민들은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결국 빈부의 격차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거죠.

▲ 전문가들은 아파트 등 유휴 주차공간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말합니다.
▲ 전문가들은 아파트 등 유휴 주차공간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말합니다.

많은 도시공학 전문가들은 조금 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중 하나가 미국 대도시처럼 주차와 주거를 분리해 분양하는 제도입니다. 분양되지 않은 유휴 주차공간을 필요한 사람에게 분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출퇴근 시간 차이를 이용해 주차장을 공유하는 사업도 괜찮은 시도입니다. 요컨대 유휴 주차공간을 효율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토부는 올해 주차난이 심각한 지역에 651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작년 451억 원보다 약 144% 늘어난 예산이 주차공간 부족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줍니다. 교통이 혼잡한 시가지, 지하철 역세권, 재래시장, 다세대 주택가 지역에 가장 먼저 공영주차장을 지을 계획입니다. 어떠셨나요? 자동차 오너라면 한 번쯤은 겪었을 주차문제, 여러분은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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