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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다운사이징? 그게 뭘까?

작성일 2021.01.25

최근 자동차에서 가장 자주 듣게 되는 용어 중 하나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일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엔진 다운사이징’을 일컫는 말인데, 배기량과 기통 수는 줄이되 출력을 그대로 유지해 연비를 높이는 방법입니다. 직분사 등 다양한 엔진 제어 기술이 더해지기도 하고, 과거 자연흡기 대배기량에 주로 사용되었던 6기통 이상의 엔진을 4기통 이하의 작은 배기량으로 바꾸면서 터보차저를 함께 사용하는 방법이 쓰이기도 하죠. 터보차저는 엔진 안에서 폭발한 후 아직 뜨거운 열기와 에너지를 가진 배기가스의 힘을 이용해 강제로 엔진에 많은 공기를 불어넣습니다. 늘어난 공기만큼 연료를 더 사용하게 되지만, 기본적으로 배기량이 적기 때문에 전체적인 효율은 높아집니다. 또 터보차저 엔진은 적은 연료로도 높은 폭발력을 만들 수 있어 자연흡기 엔진보다 상대적으로 토크가 좋습니다. 차를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힘이 크면 가속할 때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돼 연비 역시 좋아집니다.


다운사이징의 장점은 많습니다. 기통 수가 줄어들면 엔진의 크기도 함께 작아집니다. 당연히 전체 중량이 가벼워지고 상대적으로 실내공간은 넓어집니다. 충돌 방지를 위한 설계에도 여유가 생겨 안전에도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기통 수가 줄어들면 폭발을 일으키기 위해 공기를 압축할 실린더가 줄기 때문에 회전 저항도 줄어 전체적인 효율도 올라갑니다.

다운사이징으로 제작비가 저렴해지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엔진 블록을 만드는 데 재료가 적게 들고 가공 비용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공기를 압축할 터보차저와 이를 식혀주는 인터쿨러 등 추가되는 부품이 늘어나 원가 자체는 더 높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도 연비와 배출가스 규제를 위해 다운사이징을 선택하는 자동차 회사가 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운사이징으로 출력은 얼마나 좋아질까요? 시계를 20년 전으로 되돌려봅니다. 당시 현대자동차에는 자체 개발한 최신 V6 2.5ℓ 가솔린 엔진이 있었습니다. 코드명 델타였던 이 엔진은 이전에 쓰던 미쓰비시의 V6 2.5ℓ 싸이클론 엔진보다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뛰어나 173마력, 22.4kgf·m의 토크를 발휘했습니다. 대한민국 중형차의 대명사였던 뉴 그랜저와 EF 쏘나타에 쓰이기도 했습니다. 요즘에 이와 비슷한 출력을 내는 엔진을 찾자면 무엇일까요? 투싼과 코나에 탑재되는 직렬 4기통 1.6ℓ 터보 감마 엔진을 생각해봅니다. 최고출력은 177마력이고 최대토크는 27.0kgf·m로 과거 델타 엔진보다 훨씬 높습니다. 게다가 20년 전 델타 엔진은 4,000rpm이라는 높은 회전수에서 최대토크를 냈던 반면, 현재의 감마 터보 엔진은 1,500~4,500rpm의 낮고 넓은 영역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합니다. 모두 다운사이징과 터보차저 덕분입니다.

실제 차량에서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당시 5단 수동 변속기가 달린 EF 쏘나타의 공차중량은 1,330kg, 공인연비는 11.0km/L(1998년 출시 당시 기준)였습니다. 이와 최근의 4도어 승용 세단인 아반떼 스포츠 수동변속기 모델을 비교해보겠습니다. EF 쏘나타와 공차중량은 1,335kg으로 비슷하지만 출력이 204마력으로 높고, 과거 쏘나타 때보다 훨씬 까다로워진 배출가스 인증 기준과 연비 측정 기준을 통과한 후의 공인연비는 복합 11.6km/ℓ, 시내 10.5km/ℓ이고 고속도로는 13.1km/ℓ입니다. 배기량은 900cc 정도 차이 나고, 기통 수 역시 2개 더 적지만, 출력이 높고 연비도 뛰어납니다.


물론 다운사이징이 만병통치약처럼 쓰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럽을 중심으로 크게 유행했던 다운사이징에도 단점은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배기량을 줄일 경우 과거 자연흡기 엔진과 수치상 같은 출력은 나오지만, 실제 도로 주행에서는 더 많은 배출가스를 내뿜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회사의 3기통 1.0ℓ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140마력을 내며 중형 세단까지 사용되기도 했지만, 결국 사람과 짐을 많이 싣고 언덕을 올라가거나 급가속을 하는 등 엔진에 부하가 많이 걸리는 실제 도로 주행 환경에서는 연비가 매우 나쁘다는 것이 알려지며 지금은 사용되지 않습니다.

다운사이징도 적당해야 최선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긴 셈인데, 역시나 대체할 자연흡기 엔진의 배기량에 맞춰 다운사이징이 다양해지는 추세입니다. 가솔린 엔진의 경우 1.0ℓ 터보 엔진이 과거 1.5ℓ 혹은 1.6ℓ 자연흡기 엔진을, 1.4ℓ 터보 엔진이 과거 1.8ℓ 자연흡기 엔진을, 1.6ℓ 터보 엔진이 2.0~2.5ℓ 자연흡기 엔진을, 2.0ℓ 터보 엔진이 3.0ℓ 정도의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한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연비와 성능의 균형이 필요한 경우인지, 아니면 고성능을 원하는 경우인지에 따라 적용하는 배기량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엔진 다운사이징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은 분명합니다. 게다가 좀 더 나은 환경을 위해 배출가스는 줄이고 성능은 놓치지 않으려는 노력의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더욱 깨끗한 공기를 위해 기술과 성능이 채워진 것이 이성과 논리의 영역이라면, 한편으로 자연흡기 대배기량 엔진에 대한 욕심을 비워내는 것이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감성의 영역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든 것은 조화를 이룰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지금의 자동차 엔지니어링은 높아진 안전 기준과 배출가스 규제 기준 등을 맞춘 것은 물론, 미래 모빌리티 등을 앞당길 조건을 갖췄습니다. 과거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고인 물을 비우고 새로움을 채울 때 가능한 일입니다. 엔진 다운사이징이 바로 그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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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단 영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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